박숙영 (회복적생활교육연구소, 소장)
1. 통하지 않는 생활지도
“왜 저한테만 그래요!”, “제가 안 그랬는데요!” “…….(침묵)”.
최근, 훈육하다가 자주 듣게 되는 학생들의 반응들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행동을 돌아보고 잘못을 인정하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교사에게 문제 를 따져 묻는다. 예전처럼 교사의 생활지도가 통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문제의 원인을 학생 개인의 인성 문제에서 찾는다면, 우리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학생을 문제 대상으로 여겼던 시선에서 벗어나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 가 있고, 이를 위해 그동안 유지시켜왔던 훈육문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가장 일반적인 훈육방식은 처벌 중심의 응보적 훈육이었다. 응보적 훈육은 ‘잘못하 면 처벌받는다.’, ‘권위를 가진 사람(교사, 어른)이 잘잘못을 결정한다.’라는 전제 위에 작동되 어 왔다. 이러한 응보적 훈육은 권위주의적인 문화와 위계질서를 유지시키고 강화해 왔다. 하 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우리 사회는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거부하고 ‘소통, 공동 체 합의, 구성원 간의 존중과 협력’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수에게 집중된 카리 스마 리더십이 아닌, 집단지성을 통한 공유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 권위 중심인 전 통적 훈육방식은 변해야 한다. 공동체,관계,대화를 중시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이 필요하다.
2. 회복적 정의와 생활교육
1) 회복적 생활교육의 개념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회복적 정의(사법)의 교육적 접근’이며, ‘관계성 강화를 통해 평화로 운 공동체를 세우는 과정’이다.
회복적 정의(사법)는 잘못에 대한 응당한 처벌로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응보적 정의(형사사 법)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국제사법운동이다. 응보적 사법과 회복적 사법에 비추어 서 ‘응보적 훈육’과 ‘회복적 훈육’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생활교육’이란, 기존의 생활지도가 잘못한 행동에 대한 변화에 초점 을 둔 것에 비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 간에 요구되는 행동양식과 문화에 대한 교육을 의미하며, 이런 맥락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의 개념이자 목표는 ‘관계성 강화를 통 해 평화로운 공동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 인간에 대한 이해
1.존엄은 생득권이다
존엄은 생득권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외적 평가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존엄이란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가치와 취약성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도달하게 되 는 내면의 평온한 상태’이며, ‘타인을 존엄하게 대하는 것은 인간 상호작용의 기준선이다.’
2. 우리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배제할 때 우리들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로 연결된 모든 이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출석정지나 제적과 같은 조치들이 촘촘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는 관계망을 타고 의 도하지 않았던 결과들을 가져오게 된다.2 반면에 타인에 대해 공감하거나 지지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행위와 순간들로 인해 존중과 평화가 관계망을 통해 증폭된다. 개인과 개인뿐 아니 라, 개인과 공동체도 상호의존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3. 모든 인간은 내면의 지혜를 지녔다
인간은 어리석음(취약성)뿐 아니라 지혜(강점)도 지녔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지혜가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다. 교사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의 지혜를 이끌어내고 자신의 길을 찾아 가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3.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프로그램
1) 평화감수성 함양, SEL(사회적 감성적 학습)
최근 국제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사회적·감성적 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이다. SEL은 학교폭력의 원인과 그것의 작용 메커니즘을 현대인의 감성능력 결핍과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핍에서 찾고 있다. SEL은 자 신의 감정을 의식하고 조절하며, 다른 이의 감정을 의식하고 조율하면서 조화로운 사회적 관 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증진한다는 것이 목적이다.3 SEL의 핵심적인 다섯가지 능력은 자 기관리, 자기인식, 사회적 인식, 관계기술, 책임있는 의사결정 능력이다.4 한국에 소개된 회 복적 생활교육의 대표적인 SEL 프로그램은 ‘청소년평화지킴이(Help Increase The Peace Program Manuel: HIPP)’다. SEL은 학생들의 ‘감정’에서 출발하고, 그것을 ‘상호적 소통’ 속에서 발달시킴으로써 평화감수성을 비롯하여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의식을 함양하는 데 효과적이다.
2) 갈등 프로세스, 회복적 대화모임(회복적 서클)
갈등을 평화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회복적 대화모임’이 있다. 회복적 대화모임은, 갈 등 당사자들이 갈등을 회피하고 공격하는 방식이 아닌, 갈등을 지원하고 직면하여 성장과 배 움의 기회로 삼기 위한 대화모임이다. 이때 교사는 대화진행자로서 학생 간에 단절된 대화를 연결시킴으로써 학생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한다.
회복적 대화모임(서클)의 진행과정은 다음과 같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갈등은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으며, 미래사회에서 갈등관리능력은 생 존능력이 될 것이다. 회복적 대화모임은,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가 분열되거나 위협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 공동체가 단단해지고 통합되게 한다.
3) 집단지성을 만드는, 서클 프로세스
서클(Circle)이란, 자기 자신과 타인을 환대함으로써 참여자들이 모두 연결되도록 돕는 구 조화된 소통과정이다.5 서클 프로세스는 북아메리카 토착 원주민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 되었던 토킹스틱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6 서클의 전통은 현대에 와서 집단지성 프로세스로 재조명되고 있다. 둥글게 둘러앉아서 솔직하게 말하고 판단을 보류하고 마음으로 듣는 서클은 공유된 리더십, 동등함, 연결과 포용을 상징하며, 모든 참여자들로부터 집중, 책임의식, 참여 를 촉진한다. 인간에게 있어 자기결정권과 자아실현의 바람은 내재된 기본적인 욕구이다. 서 클에서는 자기결정권(자신의 목소리 내기, 말하기를 선택하기)과 같은 개인적 힘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서클에서의 결정은 누구에게도 특권을 부여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합의로 이루어지 며 이는 집단적 책임과 힘을 부여한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 따라 이야기 서클, 이해 서클, 치유 서클, 양형 서클, 지원 서클, 공동체 형성 서클, 갈등 서클, 축하 서클, 애도 서클 등 다 양하다. 최근 한국에서도 학급에서 ‘존중의 약속 세우기’, ‘친밀한 관계와 신뢰 쌓기’, ‘차이를 알고 존중하기’와 같은 주제로 ‘학급공동체 형성 서클’이 진행되고 있다.
4. 학교폭력에 대한 새로운 접근, 회복적 생활교육
학교폭력이 심각해지면서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학교폭력문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폭력은 그 대상이 학생이기 때문에 모든 절차와 결과는 교육적이어야 한 다. 학교폭력의 교육적 대응을 위해서는 생태체계적, 성장지향적, 회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1) 학교폭력의 양상 변화, 관계적 폭력의 증가
최근 들어 학교폭력의 양상은 외현적 폭력보다 우회적 폭력인 관계적 폭력이 증가하고 있 다. 관계적 폭력(공격)이란, 의도를 지니고 상대방의 자존감이나 가치를 두는 것을 하락시켜 타인을 공격하는 행위나 정서 및 사고를 말한다.7 관계적 폭력은 상대방의 사회적 상호작용 을 훼손하고 위협하여 사회적 관계망을 붕괴시킨다. 주로 나쁜 소문 퍼트리기, 이간질하여 우 정관계 조작하기, 상처 입힐 목적으로 조정하여 편애하기, 집단에서 제외시켜 보복하기 등의 행동으로 나타난다.8 학교폭력이 증거가 뚜렷한 외현적 폭력인 경우엔 조치가 쉽지만, 관계 적 폭력의 경우엔 기준이나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서 처벌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관계적 폭 력은 피해자가 심리적 고통이 큼에도 불구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심각한 경우에 자살이 발생 하기도 한다.
관계적 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고,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대화과정이 필요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대화모임에서는 대화 참여자들이 주관적 고통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피해자가 자신의 감정과 고통을 뱉어냄으로써 얻는 치유의 효과는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해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부분까지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된 다. 또한 대화는 일어난 사실에 대해 단편적이고 부분적 이해에서 벗어나서 맥락적이고 전체 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여, 일어난 사건에 대해 보다 더 명료하게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제 의 통합적 해법을 찾을 수 있게 한다.
2) 학교폭력의 생태체계적 접근
학교폭력은 고립되어 일어나지 않으며 개인과 그의 가족, 또래집단, 학교, 지역사회 및 사 회규범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생태학적 접근 이 필요하다. 현 학교폭력조치 과정에서는 개인이 처벌받는 것으로 모든 과정이 끝나게 되는 데, 이러한 단편적 조치로는 학교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학교폭력문제를 유발하는 생 태학적 요인을 알고 생태학적으로 대처하는 조치과정이 필요하다. 회복적 대화모임에서는 문 제해결과정에 당사자와 공동체가 참여한다. 공동체가 참여하는 대화모임을 통해 학생뿐 아니 라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어떤 책임과 지원을 할 수 있는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생 태학적 해법을 가능하게 한다.
3) 개인과 공동체의 성장지향적 접근
그동안 학교폭력 예방과 해법은 문제행동요인 감소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져 왔다. 우울증, 고독감, 자살충동과 같은 문제요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성장지향적 접근은 학생들 의 안녕, 성장과 배움, 평화로운 공동체라는 교육적 관점과 학생들의 행복감, 안락감, 만족 감, 사랑, 친밀감과 같은 긍정정서를 비롯해서 문제해결역량, 관계기술, 갈등관리능력, 책임 있는 의사결정능력 함양과 같은 강점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평화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함양 과 같은 성장지향적 접근이 학교폭력문제 해법에 더욱 실질적이며 효과적이다. 회복적 생활 교육은 학교폭력으로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개인과 공동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 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미래지향적, 성장지향적인 관점을 지닌다.
4) 회복적 생활교육의 대화모임, 화해와 용서의 여정
회복적 생활교육의 실천은 화해와 용서의 여정이다. 왜 용서해야 할까?
첫째, 우리는 모두 잘못하고 실수하는 불완전한 존재다. 우리 사회가 실수와 잘못에 대한 관용적 태도가 없다면, 살벌한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알게 모르게 수많은 잘못 을 하고 또한 수많은 용서를 받으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둘째, 내 자신이 분노와 원망을 품고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다. 분노와 원망은 자신의 인간성을 파괴할 뿐 아니라 모두를 불행 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용서는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셋째, 나의 안녕을 위해서 용서가 중요하다. 진정한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는 화해와 용서가 필요하다. 용서는 우 리를 과거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한편 용서는 강요되어서도 서둘러서도 안 된다. 진정한 평화는 진실이 드러나고 정의가 외 면당하지 않는다.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며, 피해는 회복되어야 한다. 동시에 존재 자체는 언제나 존중받고 수용되어야 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대화모임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선입견을 내려놓고 존재와 존재 로서 연결되게 한다. 이로써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의 마음으로 연대하게 하는 것이 회 복적 대화모임의 목적이다.
5. 회복적 실천가로서의 교사 역할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교육철학이며 새로운 패러다임 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평화로운 공동체를 세워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적 실천 가인 교사의 진정성과 성실성이다. 그런데 전통적 훈육에서의 교사 역할과 회복적 생활교육 에서의 교사 역할은 다르다. 새롭게 요구되는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1) 학생들의 필요 묻기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생을 통제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학생들은 내면의 빛을 지닌 독립된 주체다. 학생을 통제 대상으로 여겼던 전통적 훈육에서 교사의 주된 질문은 “어떻게 학생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교사의 말을 잘 따르게 할 것인가?”였다. 반면 회 복적 실천교사에게는 “학생의 필요는 무엇인가?”, “학생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주된 질문이 된다. 학교는 마음이 떠난 아이들로 가득하다. Elliot Washor9 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근본 이유는 방치, 어긋남, 재능과 흥미의 간과, 지 나친 규제 등으로 인한 ‘마음 떠남’이며, 이는 학생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미 학생들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는 학교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회복적 실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를 알고 그 필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그 러한 노력은 학생들로 하여금 배움의 생기를 회복하게 할 것이다.
2) 배움의 공간 창조하기
Parker J. Palmer는 ‘가르침은 진리의 커뮤니티를 실천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라 고 했다. 교사는 진리의 공동체가 실천되는 배움의 공간을 창조하는 자이다. 사람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하지만, 교사는 변화의 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 배움을 위한 안전한 공간, 소통과 대화의 공간, 평화의 공간에서 학생들은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자발적인 변화와 성장 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3) 힘을 공유하는 협력적 리더십
모든 사람에게는 건강한 힘을 갖고 싶어 하는 근원적인 욕구가 있으며, 동시에 사람들은 타 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근본적 욕구가 있다. 이러한 두 욕구는 자신들이 남들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힘(power over)의 욕구를 버리고 남들과 공유하는 힘(power with)를 가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공동체는 소수가 힘을 독점하지 않으며, 공동체 구성원 이 힘을 공유한다. 교실에서의 힘의 질서는 power over가 아닌 power with가 되어야 한다.
한편 교사는 권위를 갖는다. 이 권위는 학생들이 보다 큰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는 힘이다. 합법적인 권위를 존중하고 거기에 협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제다. 만일 각 개인들이 그 권위가 합법적이고 공정하 다고 느낀다면 그 힘을 수용하고 존중할 것이다. 반면에 그것이 power over로 느끼면 그 힘 에 대해 분개하고 저항할 것이다. 교사의 권위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학생 개인들이 교사로부터 존중받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 학생들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교사들 의 권위적인 시도가 많은 경우에 역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학생 개개인의 힘이 인정받지 못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10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존중받고 있다고 느 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공동체를 이끌고 책임질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4) 질문하고 대화하기
‘대화는 객체를 주체로 변화시키고 억눌린 자를 해방시키는 의식화의 수단이다.’라고 Paulo Freire는 말한다. 그의 말에 비춰본다면 교실현장의 대화 부재는 학생들을 주체화시키지 못 하고, 계속 수동적 삶의 형태를 강화한다. “노예는 질문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교사 는 학생들이 인식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질문하게 함으로써 대화의 장으로 초대해야 한다. 지식전달식 배움에서 벗어나서 상호작용적 배움, 관계적 배움, 의사소통을 통한 배움이 되 어야 한다.
평화로운
5) 갈등을 평화적으로 전환하기
갈등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역설의 문제이며, 공동체로 하여금 변화의 필요성을 드 러낸다. 이때 교사는 갈등을 이분법적으로 다루지 않고, 오히려 복잡하게 얽혀있는 갈등을 투 명하게 드러내고 구성원들 간의 대화를 연결해줌으로써 변화의 동력으로 삼는다. 회복적 실 천가로서 교사는 갈등의 역동을 평화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6. 회복적 생활교육 시스템 구축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시 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전히 응보적 문화와 시스템이 잔재해 있는 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 육을 성공시키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는 변혁의 과도기에 살고 있는데, 과도기의 특징은 “옛것도 작동하지 않고 새 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즉 과거의 처벌중심 훈육도 작동하지 않지만, 새로운 회복적 생활교 육도 뚜렷한 효과와 놀랄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때때로 회복적 생활교육과 관련한 비 난과 냉소를 듣게 된다. “존중해주니까 아이들이 이기적으로 변하고 버릇만 나빠졌다.”, “시 간이 너무 오래 걸려 학교 현실에 맞지 않는다.” 등등.
회복적 생활교육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한편 시스템 구축은 외 적 시스템뿐 아니라 구성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내적 시스템도 중요하다.
1) 외적 시스템 ‘회복적 학교’ 구축하기
회복적 생활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의 통합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회복 적 생활교육은 전통적 훈육에 기반한 현 학교문화 시스템과 자주 충돌하기 때문에, 회복적 가 치와 내용을 담아내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 도표는 회복적 학교 시스템 구축을 이해하기 위한 그림이다. 가장 아래 단계는 공동체성 강화 단계로 예방 단계이며 SEL프로그램 적용이 효과적이다. 중간 단계는 공동체에 약한 갈 등이 발생했을 때 공동체를 보수하는 단계로 또래조정의 회복적 대화모임, 문제해결 서클 프 로그램이 가능하다. 맨 위의 공동체성 재건 단계는 심각한 갈등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학교폭력과 같은 사건 발생이 여기에 해당된다. 회복적 대화모임의 몇 가지 모델 들(가족집단 회의, 양형서클, 피·가해자 대화모임)이 있다.
2) 내적 시스템 ‘회복적 실천가의 내면’ 구축하기
회복적 실천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는다. 외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회복 적 학교가 되지 않는다. 교사, 학생, 학부모 간의 가치 공유와 동의, 협력과 같은 내적 시스템 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결국 회복적 학교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한 사 람 한 사람의 내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회복적 실천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교사는 오 래지 않아 많은 장벽들을 만나게 된다. 이때 회복적 가치에 대한 확신과 경험이 부족하면 실 패한다. 또한 체득이 되지 않거나 미숙하여도 마찬가지다. 배워가는 과정에서 실패는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공동체가 있으면 계속 노력할 수 있다. 지지공 동체가 없다면 지속하기 어렵다. 사실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실패와 실망할 때마다 찾아오는 회의와 무기력, 자책감이다.
외부 세계는 내적 세계의 투사다. 교사를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내적 시스템이 외적 시 스템을 해체할 수도, 구축할 수도 있다. 사람 내면의 시스템 구축이 외부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실천가들은 ①지속적인 훈련과 깨어 있는 의식, ②성공과 실패를 나눌 수 있 는 지지공동체, ③지지공동체가 없어도 당당히 걸어 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
7. 회복적 학교로 가는 지름길, 벌새 떼의 물 한 방울 연대
그러나 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은, 한 가지 실천과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반 면에 우리가 겪고 있는 교육의 문제는 학교뿐 아니라 사회·문화·정치적 문제와 얽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노력을 넘어서 연대가 필요하다. 북아메리카에서 전해져 오는 벌새 이야기가 있다. 동물들이 사는 숲속에 불이 났는데 모든 동물들이 도망가고 있었지만 새 중에 가장 작은 벌새만이 호수에서 물 한 방울씩을 가져와 떨 어뜨렸다. 도망가던 동물들이 소용없는 짓을 한다고 비난했지만, 벌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을 할 뿐이야.’라고 말한다.
교사는 벌새다. 벌새처럼 할 수 있는 최선은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교사들이 벌새가 되어 물 한 방울씩을 떨어뜨린다면, 비로소 교육에 난 불을 끌 수 있을 것이 다. ‘벌새 떼의 물 한 방울 연대’가 우리가 원하는 회복적 학교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참고문헌
김대군(2013), 관계적 폭력과 소수자 배려 윤리, 윤리교육연구 제32집, 한국윤리교육학회.
박숙영(2014),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나다, 좋은교사.
손성현(2012), 사회적 감성적 학습, 신학연구 61. 이근영, 박숙영, 윤소민, 최보라(2018),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대응 방향 및 실천 과제, 경기도교육연구원.
Alfie Kohn(2005), 훈육의 새로운 이해, 시그마프레스.
Crick & Grotpeter, 한영경 역(2008), 중학생의 관계적 공격성에 영향을 주는 내적 요인, 아주대학교 석사논문 재인용.
Donna Hicks(2013), 관계를 치유하는 힘-존엄. 검둥소.
Elliot Washor, Charles Mojkowski(2014), 넘나들며 배우기, 민들레.
Margaret Thorsborne & Peta Blood (2017), 회복적 생활교육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에듀니티.
Kay Pranis & Carolyn Boyes Watson(2018). 서클로 나아가기, 대장간.
Kay Pranis(2018), 서클 프로세스, 대장간.
Parker J. Palmer(2013), 가르칠 수 있는 용기, 한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