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2 가을호(248호)

포스트 코로나,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성천(한국교원대학교, 교수)

1.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삶 돌아보기

코로나19는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복지, 교육 등 전 분야를 강타했고, 그 후유증에서 우리는 아직도 헤매고 있다. 3년 정도는 거의 묶여 있는 시간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함부로 사람을 만날 수 없었고, 회식은 잃어버린 용어가 되었다. 학교 역시 때로는 일시 폐쇄를 하기도 했고, 대면수업 자체가 불가능했던 시기도 있었다. 코로나19의 변종이 나타나면서 그 증상의 강도가 초기에 비해 약화되고, 방역수칙도 대폭 약화되면서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의 수가 급증하게 되면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일상의 자유가 언제 다시 닫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확진자 추세 내지는 정부의 방역지침 변화를 늘 예의주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생명체는 항상성(homeostasis)을 지닌다.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도 우리의 신체는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다. 사회 역시 기능론적 관점에서 보면 일시적 교란이 있다고 해도 평형과 안정, 균형을 찾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항상성과 기능론적 관점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근래 들어 대전환 내지는 생태전환 등의 담론이 활발하게 나타난 것은 기존의 인식 체계 내지는 삶의 문법으로는 더 이상 인류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의 발로이다. 코로나19 변종이 무한대로 이어질 수도 있고, 또 다른 위협 요인이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과 각종 건강 수치를 통해 잘못된 식생활과 생활방식의 위기 신호를 확인할 때, 생활 방식을 바꾸거나 아니면 그대로 무시하고 살다가 단명하거나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인류 역시 이대로 공멸할 것인가 아니면 체계와 삶의 양식을 바꾸어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인가 기로에 놓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즉 애초에 없었던 문제가 코로나19로 새롭게 생겼다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취약점이 코로나19를 통해 더욱 증폭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시기에 우리가 얻은 것, 잃은 것, 회복해야 할 점을 숙고하고, 성찰해야 한다.

2. 코로나19를 통해 얻은 것

코로나19가 교육의 영역에서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생태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할 수 있을까? 인간도 자연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하지만, 산업문명의 길에서 겸손을 잃어버린 채, 자본의 명령대로 이윤 창출을 위해 ‘닥치고 공격’을 강행했다. 이성을 기반으로 한 근대적 합리주의 세계관이 도구적 세계관으로, 정복적 세계관으로 이어졌고, 인류 문명의 위기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생명체, 강과 산이 죽어가지 않았는가? 가끔씩 멀쩡한 산을 깎아 내고, 산 중턱에 아파트나 주택을 세우기 위해 공사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시에서는 주택 용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업계는 개발 이익을 위해 그런 공사를 강행하겠지만, 토목과 건축의 공간에서 원래 살고 있었던 생명체들의 고통과 아픔을 우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생태전환은 그런 자본과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최소 수’의 ‘최대 고통’을, ‘다른 개체’ 의 ‘삶’을 헤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생태전환은 환경보호와 자연보호를 넘어서 우리의 삶의 양식, 관점, 태도, 시각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 변화는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며, 동시에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공존과 연대를 꿈꾸며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생태전환교육의 중요성이 교육의 영역에서 대두되고 있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육의 구성과 내용, 목표 체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총체적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제 생태전환교육은 변방이 아닌 중심 주제로 부상했다.

둘째, 코로나19는 에듀테크의 활용을 촉진했고, 원격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과거에는 각종 수업과 연수, 회의 등을 무조건 대면으로 진행하는 선택지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원학습공동체며, 회의며, 연수며, 학부모 총회 등을 원격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에듀테크라든지 원격수업은 교육공학의 역사로 볼 때 새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수용자의 저항에 의해 더디게 확산되는 ‘오래된 미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역설적으로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비대면 방식의 소통 방법이 있다는 것을 교직원도, 학생도, 학부모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빠르게 미래교육이 소환된 것이다.

셋째, 학교의 존재성 내지는 정체성의 재해석 과정이 나타났다. 에듀테크나 AI가 발전하면 학교는 없어지고, 교직은 사양 직종이 아닐까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학교 폐쇄가 이루어지고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돌봄, 급식, 대면수업, 공동체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학교의 기능이 생각보다 다양하며, 학생들의 성장에 지식 전달 수업 이상의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상호작용이 멈출 때, 교육의 외형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질적 성숙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분명 있었다. 동시에, 학교는 교원과 행정직원만으로 구성되지 않았으며, 급식, 안전, 시설,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교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많은 이들이 기여하고 있었다. 학교의 기능과 역할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으며, 단일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미래교육은 에듀테크나 AI와 같은 기술의 영역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성, 시민성, 관계성, 공동체성, 상호작용, 유의미한 경험 등에 관한 기획을 통해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공교육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익숙한 학교의 모습을 코로나19를 통해 낯설게 보게 되었고, 이 과정을 곧 혁신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혁신의 과정 없이 미래교육은 결코 올 수 없다. 혁신은 유행처럼 소비되는 개념은 결코 아니다(송기상·김성천, 2019). 이처럼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미래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방향에 대한 자각이 생겨났다.

3.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것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동시대에 특별한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차원에서는 기성세대로서 학생과 청소년들이 한없이 안쓰럽게 느껴지고, 미안할 따름이다. 어린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는 모습도 그랬고, 학교에 와서도 마음 놓고 축구, 조별 토의도 하지 못했다. 각종 체험활동, 체육대회, 소규모테마형 교육여행 등 멈춰선 활동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계속 바뀌는 방역 지침에 학사 일정의 변화가 불가피했고, 무리해서 어떤 활동을 하다가 문제가 생길 바에는 아예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학교의 일상이 무너진 채, 출석 일수 등 행정 요건을 맞추기 위해 최소한의 학교 행동 양식이 작동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마땅히 경험하고 배워야 할 그 무엇인가를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의 보살핌이 충분한 학생들은 그러한 결손과 결핍의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학습, 심리, 정서, 관계 등 다차원에서 결손 현상에 이르게 된다. 재난에 따른 고통을 저소득 계층이라든지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크게 느끼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무엇보다 학습이 느린 학생들의 증가를 우려하는 시선이 커졌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분석 결과를 보면, 코로나19의 휴유증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표1]에서 알 수 있듯이 교과별 3수준(보통학력) 이상 비율을 2019년과 2021년과 비교해 보면, 중3은 국어(82.9%►74.4%), 수학(61.3%►55.6%), 영어(72.6%►64.3%)로 줄어들었다. 고2는 국어(77.5%►64.3%), 수학(65.5%►63.1%), 영어(78.8%►74.5%)로 감소하였다.

[표1] 교과별 ‘3수준(보통학력) 이상’ 비율(%)

교과별 1수준(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2019년과 2021년과 비교해 보면, 중3은 국어(4.1%►6.0%), 수학(11.8%►11.6%), 영어(3.3%►5.9%)로 수학을 제외하고 국어와 영어는 증가했다. 고2는 국어(4.0%►7.1%), 수학(9.0%►14.2%), 영어(3.6%►9.8%)로 모든 과목에서 증가하였다. 교육부의 자료에서는 전반적으로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이, 도시에 비해 읍·면지역의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 외에도  중3 수학 과목의 정의적 특성을 2020년과 2021년 데이터를 비교해서 본 결과, 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 모두 낮아졌다.

[표2] 교과별 ‘1수준(기초학력 미달)’ 비율(%)

도은영·이국희(2021)는 청소년 76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외향성 여부, 행복에 대한 신념 유형, 코로나19 확산 전후 인지적 효율, 생활만족도 차이를 측정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외향성이 낮은 청소년들보다는 높은 청소년의 인지적 효율과 생활만족도가 큰 폭으로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을 쾌락이나 불쾌 차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기개발이나 사회적 기여로 여기는 청소년들은 인지적 효율이나 생활만족도가 하락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을 만나서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게 만드는데, 청소년들의 성향이라든지 행복에 대한 인식 차이에 따라 그 낙폭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성향, 삶의 자세, 정체성 등에 따른 맞춤형 상담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코로나19는 학교자치는 약화시키고, 관료주의는 심화시킬 수 있다. 학교자치는 상급기관의 지침과 지시보다는 학교 구성원들의 논의와 숙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고, 함께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 문화, 역량, 리더십이 조화를 이룬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졌을 때, 학교자치는 사실상 실종될 수밖에 없었다. 중앙정부의 지침과 수칙을 따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자치의 공간이 축소된다. 도시와 농촌, 큰 학교와 작은 학교, 학교급별, 확진자 추세 등 학교가 처한 상황과 조건이 다르지만, 통일성과 일관성, 신속성의 가치를 반영한 지침 앞에서는 학교의 특수성을 말하기 어려워진다. 학교 차원에서 협의와 논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해도, 질병관리청이나 교육부의 지침 앞에서 그 모든 논의가 무위로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따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지침 준수 여부가 감사와 사회적 비난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보호막이 된다. 이러한 과정은 가뜩이나 관료화된 교육청과 학교의 경직성을 심화시킨다.

학생들의 성장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가? 우리 학교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결정은 무엇인가? 구성원들의 구체적인 욕구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주체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하는데, 자칫 일이 잘못되면 온갖 비난을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앞에서 자치의 공간은 한없이 위축된다. 비난회피와 행동회피의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문서에만 나올 뿐,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관료주의가 더욱 심화된다. 일을 미루게 되고,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일을 하게 되면 오히려 다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그러한 행정적인 명분 뒤에 일종의 편의주의 내지는 보신주의가 더욱 증폭된다. 누군가가 최선을 다했을 때 비난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보게 되니 누가 나서서 적극 행정을 구현하겠는가?

학교에서도 고민할 점이 있다.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사의 수업 수준에 대한 학부모의 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교사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가가 드러났다. 학부모의 시선으로 보면, 성의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수업을 잘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관련 정보가 공유된다.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교사와 학교, 지역 간 실천의 편차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만난 어느 고등학교 학부모는 1년 가까이 교사들이 직접 수업을 하지 않고, EBS 온라인 클래스를 활용하는 등 학생들에 관한 최소한의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학생들은 결국 컴퓨터 두 대를 사서, 한 대는 학교 수업 출석용으로, 한 대는 사교육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극단적인 일부 사례이지만, 이러한 사례는 교사의 편의주의가 작용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교사가 왜 존재해야 하며, 학교가 사교육과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를 전혀 입증하지 못한 부끄러운 사례로 봐야 한다. 하그리브스는 교사의 전문적 자본 구성요소로서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의사결정 자본을 들었는데, 이런 사례에서는 원격수업에 관한 지식과 태도, 기술을 지니지 못했으며(인적 자본), 동료교사 간 수업을 공유하지 않았고,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불신은 커졌고(사회적 자본), 학생의 요구와 필요, 상황에 맞추어 어떤 최적의 교육과정-수업-평가를 투입할 것인가에 관한 판단(의사결정 자본)을 하지 못했다. AI 활용 교육이 논의되고 있고, 교육 콘텐츠가 인터넷에 널려 있는 이 시점에서 교사가 지향해야 할 교육과정과 수업의 상에 대한 고민과 질문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학생과 학생, 교원과 학생, 교원과 학부모, 학교와 마을의 관계망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공동체성과 관계성이 본래 높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상황은 이 최소한의 만남조차 막아버렸다. 학부모 총회, 학생자치회, 학교자체평가, 수업공개 등을 온전히 진행하기란 대단히 어렵게 되었다. 원격 회의 등으로 진행은 가능하지만, 피로감을 감안할 때 심도 있는 논의로 나아가기 어렵게 되었다. 나름 형성한 학교의 전통, 문화, 실행 양상 등이 전수되지 못했다. 주변인이 학교의 중심인으로 서서히 이동을 해야 하는데, 사회화의 부족 현상이 곧 전통과 단절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존재했던 나름의 이야기들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전수되어야 하는데, 때로는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4.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가?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2∼3년간 결핍의 시간을 겪으면서 독특한 경험과 인식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학습, 생태, 마을교육공동체, 학교자치 차원에서 회복이 필요하다.

첫째, 학습 경험의 회복이 중요하다. 입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듣는 무의미하고 건조한 학습이 아니라, 내 삶과 연결되는 배움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 원격수업이 갖는 장점도 있지만, 협력과 체험, 실천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우리나라는 사실 출석 일수만으로 졸업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게 보면 온정주의 시스템을, 나쁘게 보면 허술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존재하는 개념과 지식의 위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면, 학생들이 배움에 어려움을 느끼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못한 채 전공자들의 욕심에 의해 과도하게 많거나 어렵게 내용이 구성되기도 한다. 그런데 특정 개념과 학습 요소를 익히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 이 경우, 학생을 도와줄 수 있는 어떤 시스템이 작용해야 하는데, 이 지점은 공교육의 약점으로 남아있다. 이는 교사 개인의 열정으로 풀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동안에는 학력 진단을 전수로 할 것인가 표집으로 할 것인가에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쏟았는데, 이제는 누가 어떤 시스템으로 실질적인 자원을 만들어 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특수교육에서 적용하는 보편적학습설계(UDL)에서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학습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의 구현이 핵심이다. AI를 활용한 지능정보형 학습도 하나의 대안으로 볼 수 있지만, 학습부진의 유형과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맞춤형 처방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는 공교육이 풀어야 할 숙명적인 과제이기도 한다.

학교알리미 누리집에 접속하여 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 분포를 보면, 대부분의 학교와 교과에서 ‘E’ 단계에 속한 학생들의 비율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학습부진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습결손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문제들이 부각되지 않은 이유는 상대평가 체제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상, 중, 하를 필연적으로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한 채 고통 받는 아이들의 어려움이 간과되었다. 본래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심화되었다.

원격수업에서 성공하는 수업은 무엇이 다른가? 신을진(2020)은 교사 실재감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슈퍼스타 강사를 원하기보다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교사를 원한다. 상호작용과 관계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질문, 즉각적인 피드백, 학생들의 관심에 맞는 수업 기획 및 교육과정 재구성 등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신을진, 2020). 이러한 모습은 그동안 혁신교육에서 강조했던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수업의 기본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서 수업을 개방하고, 나누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면서 참여를 유도하는 수업을 실천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학생의 특성을 잘 포착해서 기록한다는 혁신교육의 기본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위와 같이 수업의 기본기가 형성이 된 상태에서 매체의 속성과 장점을 고려한 수업 기획이 결합되어야 한다.

둘째, 행위주체성을 지닌 시민에 의한 생태 회복이 필요하다. 학습은 개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공동체를 통한 의미 형성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은 학습의 의미 또는 본질로 나아가는 데 커다란 방해 요인이 되었다. 특정 개념을 배워도 동료와 상호작용을 하거나, 체험이나 실습 등과 연결이 되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주체성과 주도성을 지닌 시민이 필요하다. 그러한 행위주체성은 진공 상태에서 학생 스스로 기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며, 또래, 학부모, 교원, 시민사회를 포함한 다른 주체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들어진다(OECD, 2018). 현 추세로 가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앞선 세대들이 지구 자원을 소중하게 가꾸지 못해 다음 세대에게 고통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생태전환교육과 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을 분리하여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생태전환교육을 학교의 중핵과정으로 채택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해야 한다.

셋째, 마을교육공동체의 회복이 필요하다. 마을교육공동체와 생태적 관점은 일치한다. 생태적 관점은 칸막이를 깨고 상호협력의 중요성을 제공한다. 근래 들어 마을을 교육의 한 영역으로 연계하는 이유는 단순히 진로교육이나 방과후 프로그램의 일부를 지원받기 위한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것은 교육의 전문성을 명분 삼아 폐쇄성을 고수하지 않았는가에 관한 성찰과 반성적 의미를 내포한다. 선한 교육적 목표를 세워도 현실적으로 기-승-전-대입으로 귀결되곤 한다. 대입은 학력주의와 학벌주의와 연결된다. 이는 노동시장의 진입과 보상이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노동-경제-정치-복지 등과 연결된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돌봄은 중요한 교육의 이슈로 떠올랐다. 교육이 삶과 분리되지 않는 것처럼 돌봄도 교육과 온전히 분리되지 않는다(심성보, 2021). 정규교육과정에 교원이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현실과 별개로, 돌봄 체계를 공교육에서 일정하게 흡수해야 하는데, 현재의 공교육만으로는 질적 고도화가 쉽지 않다.

마을교육의 범주 내에서 돌봄을 함께 풀어가야 한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공교육의 벽은 높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이해가 부족한 외부 전문가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지역에서는 학교가 아쉬울 때만 정당한 보상도 없이 마을을 소비하려고만 한다는 불만이 동시에 제기된다.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통해 지자체와 학교, 시민사회, 교육청의 거버넌스가 일정하게 만들어졌지만, 이러한 관계망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은 마을교육공동체의 멈춤으로도 이어졌다. 교육계에 산적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가 지역으로, 지역이 학교로 나아가야 한다. 상생 모델이 필요하며, 나아가 국가중심의 교육과정 패러다임을 넘어, 학교와 지역에서도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역의 역동적 흐름은 단순히 프로그램에 그쳐서는 곤란하며, 궁극적으로는 교육과정의 영역에서 만나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의 지역에 대한 정주성과 애정의식, 시민성이 발현될 수 있다. 마을연계 교육과정이 활성화된 사례를 보면 주체들의 만남과 학습, 소통의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다.

넷째, 학교자치의 회복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학급에서 또래와의 관계 형성이 충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이 학급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의 과정에서 상대방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학교 공동체의 첫출발이 학급 차원에서 시작된다고 본다면, 학급운영과 학급자치가 매우 중요하다. 학급운영비 증액 등이 필요하고, 학급 차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및 지원할 필요가 있다. 결핍된 이들의 경험을 보상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기획이 절실하다.

3주체의 참여를 늘 강조하고 있지만, 의미있는 사례가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학교자체평가는 학교자치 활성화를 읽는 기준이 된다. 한 학기 내지는 1년을 마치면서 3주체들이 학교교육과정과 운영에 대해 평가한 자료를 바탕으로 무엇을 잘하고 있고, 무엇을 놓쳤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찌보면 교육회복은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원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각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을 듣고 나누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교육은 사회화의 기능과 함께 변혁적 기능을 지닌다. OECD 2030 나침반 프로젝트는 교육의 변혁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개인의 웰빙과 함께 사회적 웰빙을 도모하는 것이다. 사회적 웰빙은 인간의 불평등 문제, 기후 위기 대응 등을 해결해야 개인의 웰빙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교육은 사회의 종속 변수이지만, 변혁적 기능을 강조하게 되면 사회를 바꾸는 독립 변수가 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소중한 이유이다.

참고문헌
• 교육부(202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분석 및 학업성취수준 향상지원 방안. 교육부 보도자료.
• 도은영·이국희(2021).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청소년의 인지적 효율과 생활만족도 변화 지각에 미치는 효과. 지역과 세계, 45(3), 177-217.
• 송기상·김성천(2019). 미래교육,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살림터.
• 신을진(2020). 온라인 수업, 교사 실재감이 답이다. 우리학교.
• 심성보(2021). 코로나19 시대, 마을교육공동체운동과 생태적 교육학. 살림터.
• OECD(2018).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OE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