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2021 봄호 (242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요구되는 교사전문성과 교사상

조윤정(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이 원고는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2020년에 수행한 이슈페이퍼 ‘코로나19와 교육: 교사전문성에 주는 시사점’을 토대로 작성하였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과 추구해야 할 학교교육의 방향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양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면서 교육적 위기와 사회적 위기를 빚어내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는 배움의 지체와 교육격차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자연과 자본 간 모순과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생태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또한 개인주의나 혐오와 차별이 횡행하고 국수주의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류는 고립과 연대 사이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당연시하였던 가치와 생활 양식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교육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은 무엇인가? 둘째, 인간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 생태계와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셋째, 우리는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에서 어떤 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이상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은 배움과 성장의 지속성 확보이며, 이를 위해서 학습자 주도성을 살리는 교육, 학습동기를 높이고 상호작용과 소통을 강화하는 교육, 협력을 촉진하는 교육, 기초학력을 강화하고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둘째, 인간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생태적 전환을 실천하는 교육을 통해 인간과 생태계, 즉 모든 존재가 상호 창조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 자체가 생태적 전환이 되어야 한다. 학교를 생태적 전환의 리빙랩1으로 전환하여야 하고 지역사회를 순환경제로 전환하여야 하며 학교가 전환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셋째,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에서 디지털시민과 세계시민으로 살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시민성을 키우는 교육, 범주 확장 교육, 글로벌 연대와 협력을 지향하는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요구되는 교사전문성과 교사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향해야 할 학교교육의 방향을 고려할 때 교사들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교사전문성과 교사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사는 지식전달자에서 학습하는 방법(learn to learn)을 알려주는 학습전략의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기기로 대표되는 지식정보망의 발달로 인하여 학생들은 자발적이고 역동적이며, 협동적인 학습자가 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학습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자기주도 학습이나 개별화 학습, 컴퓨터기반 학습 등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자율성과 주도성이 훨씬 중요한 학습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Rashid & Asghar, 2016). 이에 따라 교사는 ‘교실 앞’의 지휘자에서 ‘교실 뒤’의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교사는 더 이상 지식 전달의 효율성만을 찾는 ‘지식전달자’ 역할에 머물지 말고, 학습전략을 가르치는 학습의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이 인터넷 자료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안내하고, 학습하는 방법(learn to learn)을 알려주는 안내자가 될 때, 그 과정에서 학습의 주도권은 학생들에게 이양될 것이다.
이처럼 교사가 지식전달자에서 학습안내자가 되려면 교사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선별하고 해석하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학습자가 선택한 학습 주제와 내용, 지식이 교육과정으로 구성될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하여 새로운 지식을 선별하고 해석하는 전문성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아울러, 학생과의 정서적 교감과 소통에 집중하고, 학생 성장에 관심을 갖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언택트는 단지 접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접촉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고,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의 진화코드이다(김용섭, 2020). 수업의 본질이 만남이고 학생과의 정서적 교감과 라포(rapport) 형성 여부에 따라 학습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과거에는 교사전문성이 교과지식 전문가, 교수학습 전문가, 혹은 학급관리 전문가의 차원에서 논의되었다면, 최근에는 지식보다는 정서 교육의 차원에서 학생이해 및 상담, 학생의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에 대한 심미안을 키워줄 수 있는 역량 등이 교사의 중요한 전문성으로 인식되고 있다(Frost, 2019).

학습에서 중요한 정서·사회적 역량 중의 하나인 학습자 주도성과 학습동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섬세한 추적과 정서적 교감 및 소통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습욕구와 학습목표를 연결시켜주고 학습자 자신의 수준보다 약간 높은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하는 등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현황을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학습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둘째, 교사는 학습자의 세계와 학습을 연관짓는 맥락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제 교사는 콘텐츠(content) 전문가에서 맥락(context) 전문가로 변화되어야 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화 시대에 교사의 역할이 지식과 정보의 전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의 삶에서 이 배움이 왜 필요한지 설명해 줄 수 있는 통역자이면서 해석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습과 삶과의 연계성을 알려주고 학습자 삶의 맥락 속으로 확실히 들어갔을 때 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사의 새로운 역할은 수업을 가능한 학생들의 세계와 가능한 관련짓는 것이며, 이는 학생들이 학습에 동기부여가 되어 지속적으로 학습에 몰두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Couch &Towne, 2020).2

학습자의 삶의 맥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교사는 배움의 장면을 연출하는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교실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성향에 맞게 교과 내용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 그것을 매개로 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이 중요하다(김찬호, 2020). 교사가 큐레이터로서 배움의 장면을 연출하면서 학생들과 학습을 관련짓는 ‘관련짓기’(Couch & Towne, 2020) 수업을 했을 때 학생들은 그 배움을 자신의 이야기로 느끼게 되고, ‘그 이야기가 자신에게 와서 살아 움직이는 것’(Couch & Towne, 2020)처럼 느끼면서 배움과 자신의 일상을 관련지을 수 있게 된다. 즉 배움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자신에게 의미있게 다가오게 된다는 점에서 큐레이터로서의 교사 역할이 중요하다.

셋째,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으로부터 학습에 대한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시한 원격수업을 통해서 교사들은 개별 피드백을 통한 맞춤형·수준별 수업과, 학생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학습준비도에 따라 반복 과제나 보충 과제를 제시하는 식의 개별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내용에 대한 개별 맞춤형 피드백 제공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으며, 교사의 역할이 ‘가르치는 자’로부터 학생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자’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향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습계획을 수립하고 학습전략 및 기술을 선택하며 학습환경을 디자인하고 학습성취 기준 수립이나 평가계획 등을 수립하게 되면, 교사는 학습과정의 매 단계마다 평가를 통해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역할이 중요 해질 것이다. 여기서 평가는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 학습준비도, 학습성취에 대한 평가 등과 같이 현재 수준에 대한 진단과 학습결과에 대한 평가 뿐만 아니라, 학습 자료의 검토와 선정, 학습을 위한 기술적 매체에 대한 평가, 그리고 학습과정에서의 매체활용성에 대한 평가 등 학생들이 학습을 주도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평가 또는 피드백을 모두 포함한다.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중요한 피드백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정보의 진실성과 전문성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지금은 형식적 학교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을 갖춘 시대이다. 즉 ‘교육 없는 시대(the Anti-Education Era)’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Gee, 2013). 오늘날 정보화시대와 지식의 폭발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학습하려는 정보나 자료의 진실성을 검증하기는 어렵다. 특히 온라인 공간은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학습자들이 모여 상호작용하는 이질적(heterotopic) 공간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의 학습은 방향성과 내용의 신뢰성에서 혼란이 발생하기 쉽다(Bayne & Ross, 2013). 따라서 교사는 정보의 진실성에 대한 내용검증을 위한 방법이나 비판적 사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알려주는 평가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학습과정은 교사가 디자인한 교육과정이나 수업뿐 아니라 학교라는 물리적 범주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학습을 통한 지식의 생성을 심리학적 설명(개인의 인지작용)이 아니라 사회학적 및 기술적 설명(사회물질적 활동의 결과)으로 설명하는 관점이 유효하다. 여기서 학습은 사회적, 물질적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학습자가 자신의 활동 영역의 시공간을 점차 확장해나가면서, 네트워크 속의 다른 존재들과 상호작용하며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학습을 지식(학습의 대상)의 망과 학습(학습의 주체)의 망 사이를 역동적으로 넘나드는(transgress)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때 평가는 이러한 활동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타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요컨대 평가란 지식의 관계망(세상 만물에 대한 이해)과 학습의 관계망(학습 내용, 학습의 매개, 학습의 조력자들) 사이를 학습활동이 어떻게 적절하게 전환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볼 때, 학습주체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를 넘어서 세상 만물에 대해 역동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활동 영역의 시공간을 점차 확장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평가는 학생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지식이나 정보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위해 적절한 전략을 채택하며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차원으로까지 심화되어야 한다.

넷째, 교사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적응 및 비판적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 Z세대의 학생들은 첨단 정보통신의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서, 사회적 관계망(SNS),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게임, 그리고 인터넷 매체들 속에서 새로운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탐색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에 있어서 디지털 이주민인 교사들을 능가하고 있다. 이제 지식 경제와 정보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Brabazon, 2017), 이는 ‘테크놀로지의 등장에 의한 교사 권위의 침몰’(Halverson & Collins, 2009)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을 하면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그간 학교교육에서는 교수 방법, 즉 교사들의 소통 기술과 교육 내용을 별개의 것으로 분리한 채 다루어 왔다. 이러한 내용과 방법의 이원화는 교사들로 하여금 오늘날과 같은 지식 팽창으로 인한 교과지식의 변화와 첨단기술을 활용한 교수 방법의 변화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박휴용, 2019).
이런 기술적 환경에서 학교의 물리적, 행정적 구조나 교사의 교수 전략이 변하지 않는다면, 전통적인 교사의 권위나 전문성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된다. 이미 교과서나 교재의 학습 주제에서 탈피하여 교우들과 사회적 관계망, 어플, 게임, 그리고 인터넷 정보원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는 학생들의 새로운 학습풍토에 부응하여 교사들도 뉴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적응 및 비판적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Tyner, 2014). 교사에게 요구되는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중텍스트(multi-text), 다중양식성(multi-modality), 정보의 이동성(mobility), 교사-학생 및 학생-지식 간 관계의 상호성, 맥락적·과정적 학습의 이해 및 교수전략 등이다(Semali, 2018).

다섯째, 교사는 생태적 전환을 위한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친환경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必)환경의 시대이다(김난도 외, 2018). 교사 스스로가 생태적 전환의 가치, 순환경제의 필요성 등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 생태전환은 개인의 가치관, 역사관, 세계관, 신념을 새롭게 포맷하는 것이며 습관을 넘어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고 생태학적으로 사유하고 생태보호를 위해 실천하며 삶의 근본적인 자세를 전환할 수 있도록 인간중심보다 생태(전체) 중심, 실체(개체, 본질) 중심보다 관계 중심, 형식적인 동일성 중시보다 각자의 고유성과 차이성 중시, 소유(자연의 지배) 중시보다 존재(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 중시의 사유에 입각하여 말하고 행동하여야 한다(정은해, 1999). 이처럼 생태적 전환을 위한 사유와 실천이 필(必)환경 시대의 중요한 전문성으로 부각될 것이다.
또한 앎이 지식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간(間)학문적, 통합적 접근법으로 기후변화, 에너지, 미세먼지, 해양 오염의 주제에 대해서 교육하고, 환경과 에너지, 기후에 대한 교육과정을 개발하여야 한다.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필(必)환경 트렌드의 정착을 위해서 놀이적 요소를 도입한 게이미케이션 방법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앎과 삶을 연계시키고, 실천과 놀이적 요소를 결합하여 일상 속에서 즐겁게 생태전환의 가치를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생태적 삶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의 전문성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섯째, 교사는 네트워크 사회 속에서 관계 역량의 네트워킹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물리적 범주가 확장되고 네트워크적 연결성이 중시되는 시대에 교사는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사회’라는 거대한 교육시스템의 일부이다(Hoban, 2002).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학습자, 지식, 사물, 세계와의 밀접한 상호관련성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얽혀있음’(entanglement)의 관계를 맺는 존재이다(Postma, 2016). 이처럼 교사가 교육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지식/정보, 학습자, 학습 매체, 학습프로그램 등)과 공동으로 형성하는 학습의 아상블라주(assemblages)3의 한 요소가 되면 서(Barr & Tagg, 1995), 교사의 네트워킹 역량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학습자가 주도하는 학습과정에서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연결해주는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개별 학습자가 각각 학습자 주도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실행할 경우 학습자 수만큼 필요한 인적, 물적 네트워크의 종류와 범위가 다양해질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교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여 야 하고 마을교육공동체나 교사가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킹 역량은 전술한 바와 같이 교육 자체가 생태적 전환을 이루면서 학교가 지역사회경제를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세계 시민교육 실천의 구심점이 될 경우 더욱 필요하다. 예컨대 학생들이 생태의 가치를 인식하고 지역에서 생태적 전환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한 차시 수업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수많은 기관과 요소들의 연계와 협력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문제를 개별적인 영역으로 파악하지 않고 인권, 빈곤, 민주, 다문화, 평화 등과 함께 통합적인 관점에서 파악하는 등 개별 이슈가 다른 이슈와 상호의존적이고 역동적 관계 속에서 상호영향을 준다고 볼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은 범분야(cross-cutting)이슈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범분야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실천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미있는 교육의 방향이라고 볼 때 영역 간 협력과 연계를 위한 네트워킹 역량은 중요한 교사전문성으로 자리 매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삶의 통찰을 제공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지금 이 순간이 ‘실존의 위기’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이전과는 다른 존재론, 세계관, 가치관, 인생관, 그리고 시민적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백병부·이수광·박복선, 2020). 교원은 직무 속성상 현재의 위기를 논리적으로 입증하고, 학생들이 체험적으로 실감할 수 있게 안내해야 하는 존재이다. 왜 이러한 상황이 일어났는지 그 배경과 의미에 대해 맥락적 관점을 제공하고, 이러한 사건의 학문적, 사회적, 윤리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건에 대한 수많은 해석에 대해 학생들이 비판적 인식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 스스로도 시민성을 내면화하고 자신의 일상과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비판적이고 실천적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과 관계된 일상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연결시키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김종영, 2017) 학생들에게 잠재적 교육과정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교사를 파수꾼으로서의 교사(이수광, 2020)로 명명할 수 있다. 여기서 파수꾼은 인류의 삶과 시대의 흐름을 연관지어 볼 수 있는 판단의 틀을 갖고 학생들에게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교사라는 의미이다. 삶의 통찰을 제공하는 파수꾼은 과거 우리가 ‘스승’으로 불렀던 교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스승은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치는 전문인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자세와 함께 필요한 제반 능력을 길러주고 이를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박남기, 2015). 논어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면 스승이라고 할 만하다고 하였는데, 이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여 새로운 통찰과 실천적 지평을 이끌어내고(황금중, 2015),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깨어있는 파수꾼이면서 참스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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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빙랩(Living Lab)’이란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실험실’, ‘우리마을 실험실’ 등으로 해석되며, 사용자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용자 참여형 혁신공간’을 의미한다.
  2. Couch & Towne(2020)은 “앞으로는 맥락전문가인 교사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3. ‘아상블라주’는 어떤 존재의 의미 있는 완성은 그 존재의 독자적인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고 다양한 존재들의 집합, 혹은 여러 파편들과 부분들의 집단적 연결과 우연적 관계성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Bergen, 2010). 즉, 전체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들 및 요소들 간의 관계가 고정적이지 않고 교차되거나 치환될 수 있으며, 수많은 이질적 존재들이 뭉쳐서 상호의존적이고 역동적 관계성 속에서 무리(constellation)를 이루어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Deleuze & Guattari,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