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나 명예기자
교육혁신의 ‘양날의 칼’ 코로나19 위기, 통합적 블렌디드를 통해 기회로! 미래 사회 자생력과 공생력을 동시에 지닌 인재를 키우는 교육으로!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원장 송재범)은 지난 7월 6일(월)~7월 7일(화)에 『포스트 코로나19: 사회와 교육의 변화, 방향, 가능성』에 대한 2020 서울교육 국제 웨비나를 개최했다. 7월 6일(1일차)에는 14시부터 교육연구정보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교육관련 전문가 뿐 아니라 사회학, 에듀테크, 생태교육 분야 인사들의 웨비나 영상 발제가 있었다. 7월 7일 (2일차)에는 본격적인 토론회가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이 토론회에는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을 비롯한 발제자, 교육 현장의 교원 등 다양한 패널들과 덴마크, 핀란드,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였다.
이번 웨비나에서는 1부 ‘포스트 코로나19: 사회와 교육의 변화, 방향, 가능성’, 2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19: 학교교육 의 변화, 방향, 가능성’에 대해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교육연구정보원 송재범 원장은 “이 웨비나를 통해 우리의 상황을 되짚어 보고 향후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학교교육이 가진 기능은 무엇이고, 학생들의 배움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공동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교육적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웹(Web)과 세미나(Seminar) 합성어인 웨비나(Webinar)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어느새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일상이 된 온라인 수업의 모습과 닮아있다. 2020 서울교육 국제 웨비나의 ‘랜선 참가자’로 미래사회와 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토론의 현장, 실시간 스트리밍에 참여해 보았다.
2020년 7월 6일 발제
2020 서울교육 국제 웨비나 토론 전날인 7월 6일에는 신진욱 교수(중앙대학교 사회학과)의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의 변화’에 대한 발제를 비롯하여 다음과 같이 다양한 사전 발제가 있었다. 특히, ‘학교교육 제4의 길’의 저자인 (전)보스턴 칼리지 Andy Hargreaves의 학교교육과 혁신에 대한 두 가지 측면에서의 고찰이 있었다.
○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의 변화 : 신진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정부 신뢰도 변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신뢰도 상승’
2020년 2월 이후 최근까지 10차에 걸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부분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대통령과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 사회경제적 변화 ‘재난의 불평등’
펀더멘털(fundamental)의 국가 간 격차가 지속되고, 실업자 수는 급증하였다. 노동시간이 줄어 자연스럽게 소득이 감소했으며, 저숙련 노동직과 저소득층 및 임시 일용직 취업자는 크게 줄었다. 즉, 감염이나 실업은 사회보장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에게는 더 취약한 면모를 보이며 ‘재난의 불평등’이 드러났다.
- 의식과 가치의 변화 ‘상충되는 의식과 가치의 변화’
민주주의, 평등, 공공성, 신뢰도는 상승하면서도 분배보다는 성장, 연대와 협력보다는 경쟁, 국가의 책임보다는 개인주의, 삶의 질보다는 경제적 성취를 중시하는 물질주의 만연이라는 상충되는 가치의 변화가 일어났다.
○ 대유행을 넘어선 변화에 대한 두 가지 파노라마 : Andy Hargreaves(ARC 교육 프로젝트 의장, 前 보스턴 칼리지)
- 파노라마 1. Big Tech
첫 번째 파노라마는 전통 방식을 따라 GDP를 늘리고, 세금을 부과하고 긴축을 중요시하여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공서비스 특히 공공교육에 있어 투자를 줄인다. 이 파노라마에서는 ‘웰빙’보다 ‘학습’이 먼저 오므로 기술회사들은 hybrid 학습, blended 학습 등 보다 많은 기술을 사용하여 가정에서 기술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어떤 장소에서라도 더 많은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고비용이 드는 대규모 테스트 방식을 다시 도입한다.
- 파노라마 2. Public Renewal
두 번째 파노라마는 긴축이 아니라 투자에, 기술에 대한 공공적이고 보편적이며 무료의 접근성에,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가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 그리고 모든 교육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예산이 국민의 기술 접근성을 높이는 데 사용되어야 하며, 공교육은 단순하게 개인의 사적 선택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모든 교사에게 투자되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학교로 돌아올 아이들은 줄서기, 경청하기, 차례 기다리기 등 학교에서의 기본적인 규칙이나 습관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또한 오랜 원격수업으로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일 수 있으므로 더 많은 관심과 카운슬링, 특수교육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고, 교육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또한 기존의 고부담 비용의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형성 평가 등을 통해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에 학생들의 웰빙을 저해했던 고부담의 테스트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2020년 7월 7일 토론회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것들과 앞으로 달라질 것들, 새로운 방향성과 가능성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패널이 참여한 이 날 토론회는 한국교원대학교 김용 교수의 사회로 2시간 40분 동안 이어졌다.
1부: 사회와 교육의 변화, 방향, 가능성
Q1. 사전 발제에서 사회적 변화, 의식과 가치의 변화와 기후 변화 등의 관점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살펴 보았다. 이것 외에 코로나19와 유관한 사회 영역이나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권순정 연구위원(교육정책연구소)이 문화의 변화를 체감한다는 말로 토론의 문을 열었다. 그는 “온라인 포럼이나 온라인 수업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강제성을 띠고 다가왔다. 오프라인에 있던 관행과 저녁이나 주말에 하는 온라인 회의와 같이 새로운 상황에서 생기는 다양한 노동의 상황과 오프라인에 있던 관행 사이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온라인 상의 소통의 문제에서 모두가 수용자이면서, 크리에이터가 되면서 부딪히게 되는 익명성에서 오는 문제들이 있다. 또,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하는 미래교육 담론이 제기된다.”며 이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말하는 ‘신(新) 학력관’과도 맞닿아 있다 고 강조했다.
덴마크의 상황에 대해 Jannick Mortensen(덴마크 학교 리더 연합회 정책자문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거리 발생으로 고립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덴마크 뿐 아니라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시스템을 개선하여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서울특별시교육청)은 달라진 세계화의 성격에 주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기업 위주 약탈적, 이념적, 단일화된 세계관에서 내셔널리스트, 로컬리스트 등 대안적 세계주의자들의 사고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재난지원금을 비롯하여 개인의 안전을 책임져 주는 믿음직한 국가의 모습을 경험하면서 ‘국가의 귀환’ 현상이 나타났으며, 지역순환경제 및 지역의 자족성이 대두되었다.”면서 “교육도 마찬가지다. 평가 위주의 일등주의로 글로벌 경쟁력만을 강화하는 교육이 대세였다면, 코로나19 이후 대안적 상상력과 영감들을 발견하고 주목하며 이것을 국가정책에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Q2. 코로나19가 국가 간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궁금하다. 기존의 유장한 세계화 흐름은 어떤 변화를 겪을까?
신진욱 교수(중앙대학교)는 디지털화된 방식의 세계화가 전면화, 가속화될 것임을 강조했다. 사람의 유동이나 재화와 서비스의 교류는 단절되고 과거로의 복귀도 어려울 것이며, 이러한 단절을 회복하려는 대안적 움직임이 일어나 성곽국가, 요새국가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외의 또 다른 세계적 전염병의 성행을 극복하기 위해 국경을 뛰어넘는 연대의 끈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임을 전망했다.
Q3. 코로나19 이후 한편으로는 민주주의, 평등, 공공성, 신뢰를 중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성장, 경쟁 개인주의, 물질주의 중시 여론이 높아지는 모순적인 현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의 의미는 무엇일까?
계속해서 신진욱 교수가 입을 열었다. 그는 “두 상충된 가치가 함께 나타나는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라며 “공동체를 위한 공동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공공의 가치를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인지, 개인의 방식으로 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정해야 하는 양면성 위기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바이러스가 사람을 단절시키고 타인을 경계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으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공동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해지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을 어떻게 강화시키고 부정적인 것은 어떻게 약화시킬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싱가포르와 덴마크의 학교교육과 그 과정에서 온라인 교육의 활용에 대하여 Lim Tin Seng(싱가포르 국립도서관 사서)와 Jannick Mortensen이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고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추진 으로 초·중·고 및 대학교가 전면 가정학습 형태로 전환되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 교육부는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학생이 자신들의 속도에 맞추어 개별화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바라보게 되었다. 덴마크의 경우 락다운 이후 등교를 하지 않다가 점차 등교 일과 시수를 늘려가며 학교 수업을 하고 있으며, 교사들도 서로 자료를 공유하며 코로나19 사태가 학생을 가르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들은 멀티미디어, 리터러시 등의 교육은 온라인에 적합하지만, 창의력이나 협업능력 등은 오프라인 교육 형태가 적합하기에 가르치는 내용에 걸맞는 최적의 교육 형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홍정민 소장(휴넷 연구소)은 뉴욕의 상황을 설명했다. 뉴욕은 교사들에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었고, 비록 계층 간의 격차가 있었다 할지라도 BYOD(Bring Your Own Device)를 활용한 원격수업을 위한 인프라가 충실히 구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2009년 미국의 오프라인 교육 점유율이 72%, 우리나라는 99%였으나 2016년도에는 32%로 떨어졌음을 강조하며 이제는 교육에 있어 기업이든 학교든 온라인은 필수적인 요소임을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2019년의 키워드는 기업의 ‘Digital Transformation’이다. 2년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코로나19가 2개월 만에 이루었다.”라고 말하며, 산업을 디지털화하면서 오프라인에서 사라진 일자리들을 새롭게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Q4. 코로나19가 지구의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지만 성장의 담론에 사로잡혀 생태교육이 미래 교육의 방향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생태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생태교육이 교육 내용 일부를 넘어서 새로운 교육의 지표가 될 수 있을까 ?
이재영 교수(공주대학교)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질문 또한 ‘코로나19 이후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가 아니고 ‘코로나19 이후 미래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능동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은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공장식 축산, 불법 밀렵과 밀거래가 주원인이다. 지금까지는 ‘시장의 자기조절 능력’이라는 것을 믿었으나, 이는 인간과 자연을 상품화하고 기후변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다. 자기조절 능력이라는 원리를 폐기하면 무슨 원리가 대체되어야 하는가. 내용을 추구하는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작동원리를 바꾸는 생태환경교육이 핵심원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답변에는 힘과 확신이 실려 있었다.
이어 조희연 교육감은 ‘손수건에서부터 태양광까지!’라고 하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에 대해 소개했다. 이는 인권교육, 세계시민교육에 추가되는 개념이거나 별개의 과목이 아닌 다양한 주제와 통합되고 실생활과 연결되는 교육으로 ‘생태전환적 감수성’을 우리 아이들에게 심어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Q5.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래 교육에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을까. 현재의 변화가 미래교육에 어떤 변화를 요구한다고 보는가?
권순정 연구위원은 Hargreaves 교수의 두 번째 파노라마에 주목하며 ‘디지털 격차’에 대해 이야기했고, 홍정민 소장은 학교에서 해왔던 원격수업의 기저인 웹기반 이러닝이 아닌 ‘모바일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AI 를 이용한 개별 맞춤화가 학교 교육의 도전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신진욱 교수는 ‘미래교육의 통합적 관점’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의 키워드인 위험, 불안, 불확실성이나 예측불가능성은 사회의 어느 한 부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감염, 건강, 고용, 소득, 돌봄, 교육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불확실성 체인의 형성’이라고 본다. 국가에 의한 공공영역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과거에는 교육기관이 해주었던 역할이 대면접촉의 위험성으로 인해 불가능해지면서 사적으로 그 기능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열렸음에 주목한다. 즉, 미디어나 인터넷이 ‘ 공고육(Public pedagogy)’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우리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미래 교육의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재영 교수는 학생들이 지금까지의 경쟁적 관계가 아닌 상호의존적 존재임을 배우며 공생력과 자생력을 가지고 이웃을 생각하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이 바뀌어야 함을 역설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코로나19 시대의 명암 중 그늘에 주목하여 격차 불평등이 확산되는 지점을 정확히 바라보고 이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함을 말했다. 또, “온라인만의 교육은 없고 학교는 소멸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19 이전의 과거 등교 수업 중심의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이라며 ‘혼합형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2부: 학교교육의 변화, 방향, 가능성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아이가 없는 교실’과 ‘학생이 없는 학교’는 교육 공동체 모두에게 낯선 경험이었다. 현장을 지킨 교사들의 지난 5개월에 대한 소회를 듣는 것으로 2부 토론이 시작되었다.
강윤지 교사(서울양진초)는 “원격수업 초기에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플랫폼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민원과 출결 및 과제 확인의 새로운 시스템 적응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등교와 원격수업이 병행되는 요즘에는 급식과 방역의 진행에서 오는 교사들의 피로도가 높음을 토로했다.
이어 김용 교수는 핀란드와 일본, 미국의 코로나19 이후 학교 교육의 변화상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먼저, Taru Salminen(투르크 대학 아시아 연구센터 한국어강사)는 핀란드의 경우, 교사들은 디지털 플랫폼이 잘 갖추어져 있고, 예전부터 학교 교실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롭게 원격수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평소 학교 환경에서 집중이 어려웠다거나 따돌림이 있었던 학생들이 원격수업 상태에서 오히려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대부분의 학생들도 처음에는 원격수업에 대해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시간 안배, 과제 이행 등을 버거워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교사와 학교가 맡았던 학습 관리와 지도의 몫을 학부모들이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되었다. 또한, 핀란드의 교육에서 핵심가치인 ‘평등’에 대한 문제가 원격수업에서는 학습격차의 양극화라는 측면에서 대두되었음을 지적했다.
일본 UN대학교의 연구위원인 Philip Vaughter 교수는 일본과 미국도 핀란드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이 비교적 빠르게 잘 적응했으며,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코로나에 적응한 속도보다 교사들의 적응 속도가 매우 빨랐음을 주목했다. 또한 학교가 교육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구조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학생이나 학부모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을 언급했다. 즉, 지식 제공뿐 아니라 영양, 돌봄 등 상당히 많은 영역에서 학교가 해왔던 역할을 재인식함으로써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부모들이 학교나 환경문제가 미래에 우선 순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Q. 학교 이상으로 교육청의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교육청에서는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떤 일을 했나?
조희연 교육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당황하고 긴장했던 순간의 연속이었다. ‘인간을 단절시키고 고립시켜야 하는 이런 기괴한 질병이 다 있나’ 생각하기도 했다.”며, “등교 연기 후 단계적 원격수업 체계로 전환하며 온라인을 통해 교육의 끈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똑같이 배워야 하는 전제 조건 속에 서울 백만명 학생 중 법정저소득층 5만 2천명을 위해 노트북이나 패드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였었다.”라고 밝혔다.
Q. 교육행정과 학교의 대응을 보면서 학교 밖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했나?
김현섭 소장(수업디자인연구소)은 초창기 방역에 대한 수칙에 초점을 두다 보니 학교는 배움의 공간임에도 ‘어떻게 하면 배움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지침은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지침의 부족은 단위학교별로 알아서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이어졌고 이는 학교 간 격차의 심화로 나타났다. 그는 이를 통해 “교육과정의 자율성 문제와 학교 자치의 중요성에 큰 질문이 던져졌다.”고 말한다. 주정흔 선임연구위원(교육정책연구소)은 코로나19로 인해 교육행정 부분에 일어났던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교육청에서는 공문서나 정책사업을 부분적으로 중지하거나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학교는 관례적으로 해왔던 행사들을 축소했다.”며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과거의 교육행정으로 회귀할 것인지에 의문을 품었다. 이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코로나19 자체가 예외적인 경우이다. 그로 인해 예외적인 교육청의 교육행정을 경험한 것인데, 이런 예외성이 미래에는 일반성이 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가 경험한 예외성들을 미래 행정의 정상적인 일반성의 모습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김현섭 소장은 학교 안 교사 간 격차에 있어 다양한 교사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조희연 교육감 역시 “학교 내에서 벌어진 예외성 중 학교 내 역동성이 있었다. 교실 혁명, 수업 나눔, 나이 든 선생님도 젊은 선생님에게 배울 수 있다는 ‘역동성’이 이 시기에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받았다.
Q. 발제 영상에서 Hargreaves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학교교육에 관한 두 개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Big Tech와 Public Renewal이 그것이다. 이것 외에 다른 전망이 가능할까?
Philip Vaughter 교수(UN대학교 연구위원)는 Public Renewal 관련 생태학과 글로벌 시민교육, 지속가능개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 기후 위기, 삼림 파괴, 해양 황폐화 등에 대한 진정한 고민과 대안책에 대한 논의도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일종의 기회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Q. 김현섭 소장은 교육과정과 평가에 관하여 향후 방향을 제안해 주었다. 코로나19는 학교 혁신, 특히 ‘수업혁신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비대면 상황은 배움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어렵게 한다. 반면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가 수업과 평가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김주현 교사(영등포고등학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순서 매기기, 줄 세우기,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바뀌게 되었다.”며 학교가 해온 돌봄은 단순히 먹이고 입히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와의 필요한 관계 맺기, 책임감, 의무감 등 정서적 성장 과정에 대한 것이었음을 역설했다. 그는 계속해서 “‘학교가 꼭 있어야 하는 곳’ 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 기존 방식대로 지식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길러주는 것, 학생들의 생각을 이끌어 내고 창의력을 길러주는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Q. 한국은 디지털 기반이 훌륭하지만, 교실 안에서 디지털을 활용하는 일은 뒤쳐져 있으며 심지어 주저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주정흔 선임연구위원은 그 원인을 ‘속성의 문제’라고 답했다. 즉, 제도교육의 속성과 디지털의 속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도교육은 교과목의 경계, 진도, 교과서, 학기, 수업 시수, 출석, 복무 지침 등의 강력한 틀을 원한다. 반면 디지털 세상은 하이퍼 링크, 하이퍼 텍스트도 없는 개방되어 펼쳐져 있는 세계이며 합리성조차 작동하지 않는다. 관계성의 방식도 신체의 존재방식도 다르다. 그는 한마디로 “제도성이 강할수록 디지털이 들어오기란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통제적 방식으로 제도 안에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 보다는 디지털의 속성을 존중하며 풀어주는 방향성을 제안했다.
Q. 수업 외 코로나19가 교육에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주정흔 선임연구원은 “격차의 문제, 관점의 이동에 따라 돌봄의 방식이나 양태도 바뀌어야 한다. 돌봄의 주체를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학교의 기본 역할을 인정하면서 가정과 상호적으로 책임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코로나19는 학교의 모습을 상당히 급진적으로 바꾸고 있다. 또, 학교는 바뀌어야 한다. 미래학교의 모습이 어떤 것이 될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 지를 전망하는 것으로 토론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먼저 김주현 교사는 “사람을 바꾸기 위한 학교 교육,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찾아내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김현섭 소장은 고교학점제를 활용하여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과 “학교의 본 질을 고민하면서 대면교육에서 가능한 교육이 무엇일지 생각해야” 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특성을 살리며 가장 적합한 학습 내용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Taru Salminen는 학교네트워크 중요성에 대해 말했고, Philip Vaughter 교수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나 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다만 모든 책임을 학교가 질 수 없다. 학습이라는 것이 학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교육은 이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윤지 교사는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 에듀테크 기반에 더해진 대면수업의 필요성과 정서적 부분을 케어할 수 있는 창의지성 감성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주정흔 선임연구위원은 “공교육 속 온라인은 지금이 시작이라고 보이는데 온라인 교육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의 블렌디드가 요구되고, 그 고민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을 맺었다.
올해 2학기까지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블렌디드 수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불평등의 심 화와 상충된 가치의 변화, 여러 가지 사회적 교육적 고민들 속에서 올해 2학기까지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블렌디드 수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불평등의 심화와 상충된 가치의 변화, 여러 가지 사회적 교 육적 고민들 속에서 깊은 여운을 던져주었던 조희연 교육감의 말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신은 인간에게 사랑하는 힘과 생각하는 힘을 주었다. 교육이 더 사랑하는 법, 더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불변 성이 있다면, 교육의 기술적 환경은 변하는 것이다. 획일화가 아닌 ‘개별학습’, 경쟁이 아닌 ‘협동학습’, 교육격차 ‘불평등의 극복’이 중요한 과제이다. 사상 초유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의 의사, 간호사가 숨은 영웅이었던 것처럼 2주 만에 원격수업 형태로 전환하는 성취를 이루어 낸 선생님들이야말로 숨은 영웅이다. 지금까지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한마음으로 위기를 기회 삼아 함께 노력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