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2022 여름호(247호)

프랑스, 왜 다시
시민교육 강화에 나서는가?

진숙경(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심성은(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본고는 진숙경·심성은의 2018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보고서 「프랑스, 왜 다시 시민교육인가?」의 내용을 기초로 작성된 것이다.

불안정해지는 민주주의와 (공화국의)1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시민교육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 2022년 1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I. 들어가며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시민교육을 실시했으며, 최근 사회문제를 시민교육 강화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눈여겨 볼만한 사례다. 프랑스는 18세기 후반부터 시민교육(éducation civique)을 실시했는데 당시에는 왕정으로의 복귀를 막기 위해 공화국의 시민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사회 변화에 맞추어 프랑스의 시민교육 목표도 변모하여 왔다. 2000년대 들어 프랑스가 시민교육을 더욱 강조하게 된 데는 최근의 테러, 이민자 차별, 사회·경제적 격차 등 사회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시민교육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민주시민교육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교육부 내 민주시민교육과가 개설되는 등 체계화된 시민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초·중·고 전 교육과정에 시민교육을 단독 의무과목으로 편성하는 한편, 역사, 경제, 사회, 프랑스어 등 다양한 과목과 통합하여 운영하는 등 다양한 교수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또 2000년대 들어 시민교육에 도덕과 시민성 함양 목표를 추가하고,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교육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민교육을 강조하는 프랑스의 교육 방향은 2020년대에 들어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거짓 정보를 평가하고 그것에 호도되지 않도록 시민교육의 연간 수업시수를 늘이는 등 시민교육의 실질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다(Durand, 2022).

본 글은 2015년 프랑스 교육 개혁 중 시민교육 관련 개혁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기 위해 법률과 역사 등의 문헌 조사 및 초·중·고 시민교육 교과서 분석, 그리고 2018년 프랑스 방문 시 초등학교 교사, 학부모 및 시민교육 전문가인 낭트사범대학교 역사·지리학과 교수들을 직접 인터뷰하여2 정리한 내용이다.

II. 프랑스 시민교육의 역사와 특징

프랑스 시민교육의 발전은 3단계로 구분되는데, 제1시기는 프랑스혁명 이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송용구, 2010). 이 시기(1870~1945)에는 국가가 공민을 위한 일반교육(éducation générale)을 통해 “공적 이성으로 무장한 공화국 시민을 양성하는 등 민주주의를 구축해 구체제로 돌아가는 것을 막고자” 했다(이기라, 2012). 제2시기(1945-1985) 당시 시민교육은 학교 내 민주주의와 정치제도를 교수하는 의무교육으로 정착되었다가, 68혁명 당시 권위에 대한 대중의 반발로 인해 폐지되는 등 역사적 부침을 겪었다. 1980년대 중반 들어 야기된 실업률 증가, 이민 증가와 인종차별, 학교폭력 등의 문제가 대두되자 프랑스 정부는 해결방안으로 시민교육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순으로 재도입하게 되었다(제3시기: 1985년-현재). 당시 시민교육은 도덕적인 내용은 배제된 채 시민의식과 관련된 지식 습득에 초점이 맞춰졌다(Bozec, 2010).

시민교육은 2008년과 2015년 개혁 등을 통해 수정·보완되고 있다. 2008년 교육개혁으로 시민교육이 도덕·시민교육(instruction civique et morale)으로 확대되었으며, 2015년에는 도덕·시민교육(enseignement moral et civique)으로 개칭되어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도덕 및 시민성 등 사회화를 중시하는 교과과정으로 재편되었다.

프랑스 시민교육의 특징으로는 첫째, 유럽 국가로서는 드물게 초·중·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에서 단독 의무 교과목으로 편성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가장 국가 중심적인 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수차례 개혁을 통해 이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교육 프로그램에 따르면 시민교육 시수는 초등학교가 가장 많고, 상위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적어진다. 일례로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3 의 연간 시수는 36시간이지만, 고등학교는 18시간에 불과하다.4 이는 프랑스가 시민교육에서 민주주의 제도 및 특성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과 태도 습득에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시민교육은 다른 의무 과목인 역사·지리나 선택 과목인 경제·사회 등과 통합되어 실시되기도 한다. 일례로 역사 과목에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대해 설명할 때, 당시 프랑스에 사회복지 제도가 도입되었음을 소개하면서 부의 재분배, 연대, 박애 등 공화국과 관련된 주요 개념들을 함께 학습하도록 한다. 시민교육과 다른 과목과의 연계는 학생이 시민교육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시민교육 내용은 초·중·고등학교 단계별로 연관성 있게 구성·실행된다. 초·중·고등학교 시민교육은 타인에 대한 존중, 공화국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유, 그리고 시민문화 습득 등 3가지 공동 목표 하에 운용되며, 다음 단계로 올라갈 때마다 내용만 심화되는 식이다. 낭트사범대학교 역사·지리학과 교수 A는 “2015년 개혁을 통해 초·중·고 시민교육을 동일한 목적 아래에 통합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넷째, 시민교육 수업 방식은 토론 등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참여와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하도록 구성된다. 2015년 시민교육 개혁 당시 토론식 수업 방식이 강화되었는데, 학생들이 강의식 수업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익힌 뒤 토론식 수업을 통해 관련 내용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초등학교 교사 E는 “2015년 이후 토론 수업이 전보다 더 많아졌으며, 학생들 반응도 일방적인 수업에 비해 좋다.”라고 말했다.

III. 2015년 시민교육법 개정 배경 및 내용

2015년 1월 샤를레 엡도 신문사 테러 사건, 같은 해 11월 139명이 사망했던 바타클랑 극장 테러 등 2010년대 들어 테러가 빈번해졌다. 특히 테러범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태생 또는 이슬람 이민자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에게 공화국의 가치를 이해하고 종교에 예속되지 않는 세속화를 체화시키는 등 시민교육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2015년 6월 「도덕·시민교육 관련 행정명령」을 통해 시민교육 교과과정을 개편했다.5목적은 공화국 가치, 존엄성, 자유, 평등, 연대, 세속성, 정의, 타인에 대한 존중, 남녀평등, 차별 금지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2015년 개혁은 일반 초·중·고 및 기술·직업고등학교 등 전 과정에 적용되었다. 목적은 공화국의 가치와 세속성의 강화로, 이민 2세대들에게 극단주의를 추종하지 않으며 프랑스 공화국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도록 하는 데 있었다.

2015년 개혁의 또 다른 변화는 교수 방법의 혁신에 있었다. 2014년까지는 시민교육의 교수법이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교과목의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었지만, 2015년 가을 신학기부터는 토론과 발표 수업을 통해 학생 스스로 그 내용을 익히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학생들끼리 모여서 집단 토론을 벌이거나, 여러 명씩 짝을 지어 발표 준비를 하는 등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활동이 수업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2015년 시민교육개혁안은 지식 전달 위주의 기존 시민교육과 달리 지식(savoir)과 실행(pratique)을 통합하는 데 목적을 두었으며,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지식과 실행 전부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했던 초등학교 교사 E는 “2015년 테러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권리와 의무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교사들이 결론을 지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라고 현장을 대변했다.

또 모든 과목의 교사가 시민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담당 교사의 전공이 확대되었다. 기존의 시민교육은 보통 역사·지리 과목 교사나 경제·사회 과목 교사가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 개혁으로 역사·지리 외 과목 교사도 시민교육을 가르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침은 각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시민교육이 역사학과 경제적인 측면에 치우쳤던 것을 보완하고 있다. 연구진이 인터뷰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과서에 없는 빅토르 위고의 시 「멜랑콜리아」를 선정해 가르쳤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당시 19세기 말 아동 노동자들의 암울한 삶에 대한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IV. 프랑스 시민교육 교과서

2015년 9월 신학기부터 새로운 도덕·시민교육6이 시행되었다. 프랑스 현지 조사를 실행하던 2018년 프랑스 시민교육의 주요 주제는 ‘타인에 대한 존중’, ‘프랑스적인 가치 습득과 공유’, ‘시민문화 습득’ 등이었다. 이는 이민 2세대가 참여했던 테러 유형의 확산을 막고, 아동 이민자들의 프랑스 사회로의 통합 혹은 편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7 이러한 목표는 초·중·고 전 과정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각 단계마다 심화 발전되고 세부적인 내용으로 구체화되었다. 저학년(1~3학년) 학생들은 시민교육의 기초를 학습한다. 학습 목표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하기, 남들과 함께 살기, 혼자 혹은 다른 사람과 함께 판단하기, 공동체 생활 참여다. 고학년(4~5학년) 학생들은 언어적 능력, 이해 향상을 위한 방법, 기술과 자연, 세계와 사회적 활동, 인간과 시민의 형성 등을 목표로 한다.

고학년 대상 시민교육 교과서를 보면 제1장의 ‘나와 타인’에서는 자신의 감정과 폭력적인 충동을 조절하고, 협업하는 방법과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와 상징물, 유럽연합의 상징물과 가치에 대해 학습하고, 제2장의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기 위한 원칙’에서는 권리와 의무, 학교 및 도로 규칙, 차별 금지, 시민성에 대해 공부하도록 했다(Le Callennec, 2015). 그리고 제3장의 ‘홀로 혹은 남들과 함께 생각하기’ 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방어하는 법, 민주적인 토론, 도덕적인 판단, 자유와 평등 등 공화국의 가치, 유럽연합의 가치 등에 대해 살펴보며, 제4장의 ‘홀로 혹은 집단으로 행동하기’에서는 사회적 참여, 도덕적인 사회 참여,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 참여, 선거, 연대감 증진 등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독려한다(Le Callennec, 2015).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시민교육 교과서 – 출처: Le Callennec, 2015: 96-97>

위의 그림은 초등학교 고학년용 시민교육 교과서의 한 페이지로 토론의 규칙과 민주적으로 토론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특기할 만한 점은 하단에 토론하기, 숙고하고 참여하기, 경청하기, 그리고 남의 의견을 수용하기 등 자신의 의견과 차이가 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는 법에 대해 강조한다는 점이다.

중학교 시민교육은 초등학교의 내용을 심화한다. 4대 주요 교과서 출판사 중 하나인 Hatier의 중학교 최고 학년인 4학년용 교과서의 주요 내용은 프랑스와 유럽연합 시민성, 세속성, 프랑스와 유럽의 권리, 민주적인 국가의 원칙, 민주주의 내에서 시민성 발휘하기, 시민의 참여, 제5공화국의 제도, 의회 민주주의 관련 법률, 여론과 언론 매체, 시민의 노조 참여, UN과 세계 평화 유지 등으로 구성된다(Chastrusse, 2017).

<중학교 4학년을 위한 시민교육 교과서 – 출처: Chastrusse, 2017: 62-63.>

위의 그림은 중학교 최고 학년인 4학년을 대상으로 한 시민교육의 한 페이지다. 내용은 민주주의와 정당, 시민의 참여에 관한 것으로 정당의 개념, 젊은 정당 당원의 증언에 대해 소개하면서 하단 부분에 다양한 질문을 구성해 학생들에게 답하도록 한다. 질문 내용으로는 “Document 1에서 정당에 대한 부분을 동그라미 치시오”, “정당의 목적은 무엇인가?”, “정당의 역할을 소개한 부분은 어디인가?”, “정당이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젊은 정당 당원이 정당에 입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민주주의 제도를 숙지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정당 가입 등을 통한 사회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민교육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에 비해 더 복잡한 내용을 다룬다. 주요 내용은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 상황과 목적에 따라 스스로의 감정 조절하기, 공동체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와 원칙, 민주주의 원칙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 개인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구별하는 법 등이다. 주요 내용은 프랑스 공화국과 유럽연합의 시민성, 그리고 정보사회에서의 시민도덕 문제 등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직업 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시민교육 교과서 – 출처: Aujas, 2016: 118-119>

위의 그림은 고등학교 졸업 시험인 바칼로레아 중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민교육 교과서로 ‘선거권은 민주적인 생활의 기반’이라고 설명함과 동시에 총선과 대선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상기시킨다. 더불어 최근 선거에서 기권율이 높아지는 경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투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이와 같이 일반 고등학교와 직업 고등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교육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시민교육 내용을 고등학교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학습하고, 학생들이 이를 실천하도록 체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V. 프랑스 시민교육으로부터의 시사점

프랑스의 2015년 이후 학교 교육 내에서의 시민교육의 강화 분위기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혐오와 사회 갈등 격화 속에서 사회 통합을 위한 시민교육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점은 프랑스와 한국 모두에게 필수적인 과제이다.

둘째, 시민교육의 내용을 초·중·고 각급 학교 단계와 수준을 고려하여 심층적으로 구성하는 등, 프랑스의 시민교육은 체계적이고 다양화되어 있다. 이는 일회적이거나 특정 주제에만 한정되어 있는 한국의 시민교육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셋째, 프랑스 시민교육은 독자 과목으로 편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역사·지리나 경제·사회 등과 통합· 융합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민교육을 모든 과목 교사들이 담당할 수 있도록 담당 교사의 전공을 확대하고 있는 점 또한 주목된다. 한두 전공과의 융합수업을 넘어서 모든 과목을 통해 시민교육을 강화하고자 하는 프랑스 정부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넷째, 프랑스 시민교육 과정 구성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교사들에게 재량권이 있다는 점은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국가 수준에서 시민교육의 최소 의무 시수를 제시하고 있지만, 교육 시간의 연장이나 시간 배정 및 교육 방법 등 수업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교사들의 권한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시민교육에 있어서 학교 밖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는 점 또한 프랑스의 2015년 시민교육 개혁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회 방문, 모의투표 등 직접적인 체험학습을 통한 시민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와 관련해서는 학교 현장에서의 뚜렷한 변화가 보고되지 않았다.)

한편, 프랑스식 국가주도형 시민교육이 기존 질서 유지와 체제 안정화 도구로 활용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즉 기존 규범이나 국가 가치에 대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방법이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될 위험 소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판적 사고방식’의 함양은 학교 시민교육의 핵심적인 목표로서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학생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전제로 한 민주적 참여 활동 교육방식은 더욱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실제 프랑스의 경우도 80년대까지는 법과 제도에 대한 습득이 시민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력을 필요로 하는 내용이 추가되거나 강화되어왔다. 프랑스 시민교육은 학생들에게 프랑스 정부나 교사의 일방적인 생각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교사들이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학생들 간의 토론이 2015년 개혁 이후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점이 크다고 할 것이다.

“시민교육은 1주일에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종종 역사·지리 과목과 연계해서 가르치기 때문에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모두 가르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프랑스 초등교사 E-


“초·중·고등학교에서 시민교육이 대략 1주일에 1~2시간 배정되는 것 같은데, 아이들의 말에 따르면 30분 정도만 할애되는 것 같다.”  
-파리 근교의 학부모-


“시민교육 수업시수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는 연간 36시간, 고등학교는 연간 18시간씩 배정되어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주당 30분이나 2주에 30분 정도만 진행된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역사·지리학 등 다른 과목과 병합되어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순수한 시민교육 수업에 할애되는 시간은 법으로 정해진 것에 비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낭트사범대학교 역사·지리학과 교수A-

교사, 학부모, 시민교육 전문가들은 대부분 학교 시민교육 시간이 법에 규정된 시수에 비해 실제로는 적게 운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시민교육이 국가 차원의 법·제도만으로는 담보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무엇보다 교육 주체들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학교에서 일주일에 최소 30분 이상의 시민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시민교육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학교 교육과정 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민교육 현실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인터넷상의 성추행이나 명예훼손, 성전환자에 대한 차별,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역할, 내부 고발자에 대한 차별 등과 같은 시민교육 주요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이것이 프랑스가 다시 시민교육에 주목하는 이유이며, 이제 우리 사회의 이슈, 과제가 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참고문헌
• 송용구(2010). “프랑스 학교 시민교육에 관한 연구: 한국의 학교 시민교육에 시사하는 바를 중심으로”, 「시민교육연구」. 42(2): 83-118.
• “L’enseignement moral et civique(EMC) au Belletin officiel spécial du 25 juin 2015”, Journal officiel spécial du 6 juin 2015.
• “Les finalités de l’enseignement moral et civique”, Le Bulletin officiel de l’éducation nationale, n° 30, 26 July 2018.
• Aujas, Eric. 2016. Histoire, Géographie, Enseignement moral et civique, 1re Bac PRO, Paris: Hachette.
• Bozec, G., “Education à la citoyenneté à l’école. Politiques, pratiques scolaires et effets sur les élèves”, Rapport scientifique, Paris: La documentation française, April 2016.
• Chastrusse, Corine, Tissot, Philippe, Roussy, David and Martinez, Jean Claude. 2017. Histoire, Géographie, Enseignement moral et civique, 3e, Fiches d’activités, Paris: Hatier.
• Durand, Marion. January 17, 2022. “Enseignement moral et civique, vers une nouvelle réforme?”, La Croix. · Le Callennec, Sophie. 2015. Enseignement moral et civique, Tous citoyens!, cycle 3, Paris: Hatier.

<인터넷 사이트>
• 프랑스 교육부. 교육부 홈페이지 자료 참조: http://www.education.gouv.fr.
• 프랑스 교육부 교과과정 소개 사이트. http://eduscol.education.fr/cid49225/l-ecole-elementaire.html; https://eduscol.education. fr/1681/programmes-et-ressources-en-enseignement-moral-et-civique-voie-gt.

  1. 괄호 안 내용은 저자가 추가한 것이다.
  2. 본고에서는 낭트사범대학교 역사·지리학과 교수 2명과 프랑스 학부모 2명, 초등학교 교사 1명을 각각 인터뷰하였고, 이들은 A, B, C, D, E로 지칭하기로 한다.
  3. 프랑스 교육 시스템은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으로 구성됨. 초등학교의 경우 CP(한국의 초등학교 1학년에 해당), CE1(2학년), CE2(3학년), CM1(4학년), CM2(5학년), 중학교는 6학년(6ème, 한국의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 5학년(5ème, 중학교 1학년에 해당), 4학년(4ème, 2학년), 3학년(3ème, 1학년), 고등학교는 2학년(2ème, 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 1학년(1ère, 2학년), 최종학년(Terminale, 1학년)으로 구성된다.
  4. 프랑스 교육부. http://eduscol.education.fr/cid49225/l-ecole-elementaire.html(검색일: 2022. 5. 5); 프랑스 교육부. https://eduscol.education.fr/1681/programmes-et-ressources-en-enseignement-moral-et-civique-voie-gt(검색일: 2022. 5. 5.).
  5. 프랑스 교육부. Arrêté du 12 juin 2015. “L’enseignement moral et civique(EMC) au Belletin officiel spécial du 25 juin 2015”, Journal officiel spécial du 6 juin 2015.
  6. 본고에서는 편의상 시민교육으로 통칭한다.
  7. “Les finalités de l’enseignement moral et civique”, Le Bulletin officiel de l’éducation nationale, n° 30, 26 Jul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