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구 명예기자 (청원초등학교, 교사)
교과교육만큼이나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느끼는 교사가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직생활 고충으로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를 꼽은 교원의 비율이 48.8% 였다. 이처럼 많은 교사들이 힘들다고 느끼는 생활지도를 보다 잘 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요즘 각광받고 있는 것이 ‘회복적 생활교육’이다. 이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고 어떤 교육적 효 과가 있는지, 회복적 생활교육을 개교 이래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서울새솔초등학교(교장 이정 미)를 찾아가보았다.
1.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방문 취재를 가는 길에 새솔초가 가까워질수록 좋은 느낌을 받았다. 학교 주변에 있는 것이 라곤 숲과 산이 어우러진 자연환경과 주거 단지 뿐이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엄 마 품에 안긴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자 반갑게 맞 이해주신 교장선생님은 “학교 주변에 편의시설은 없지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덕분에 어린 이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굉장히 만족해하신다.”고 알려주었다. 만족감을 느끼는 학생들과 교 사들 덕분일까, 지나가며 만나는 모든 학생들과 교사들에게서 차분함과 밝은 분위기를 동시 에 느낄 수 있었다.
“새솔초등학교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교장선생님은 첫 번째로 교사들의 노력을 꼽았다. 2016년 9월부터 한 학기 동 안 여러 차례 열렸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2017년부터는 정기적인 회의를 제외하고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전문가를 초빙하여 교사 연수, 학부모 연수, 학년별 학생 연수 등을 실시하여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 졌으며 이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 또한 아침 체육활동 시간이나 토요스포 츠 시간을 활용하여 학업과 교우관계에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억눌러왔던 화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어려웠 을 것이란 설명이다.
두 번째로는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고 회복적 생활교육 방법 중 하나인 서클 활동을 꼽았 다. 처음에 한 교실, 두 교실에서 시작되었던 서클 활동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다주었고 이는 점차 다른 교실에도 확대되었다.
2. 서클이란?
서클 활동의 기본적인 규칙은 다음과 같다.
위의 규칙과 같이 서클 활동은 서로 간의 솔직한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이때 질문 하는 방법도 중요한데,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고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응 보적 접근보다는 회복적 접근을 통한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와 같은 질문을 통하여 학생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안전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 이러한 관계를 통하여 심각한 사건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였을 때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클 활동을 소개하고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교사들이 서클의 필요성을 느끼고 교실에 적 용하며 보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새솔초는 수석교사를 중심으로 회복적 생활교육과 관련 된 연수 및 서클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를 교실에서 적용해보며 느낀 교사 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이처럼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위하여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학년부 터 6학년까지, 각양각색의 활동이지만 본질은 친구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평화로운 교실 분위 기를 형성하며 갈등이 일어났을 때 회복적 접근을 하는 것이었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발전해나가려는 새솔초 교사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3. 소통과 공감 – 존중이 있는 교실
교사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직접 활동하는 학생들의 의견도 듣고 싶었다. 서클 활동이 학 생들의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클 활동을 직접 겪으며 교실에서 생활하는 학생 들에게 느낀 점을 물어보았다.
4학년에서 6학년까지 5명의 학생들은 최소 2년 이상씩 학급에서 서클 활동을 하고 있었다. 긴장한 표정으로 기다린 학생들은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요청에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 을 했다. 하지만 이어진 서클 활동에 대한 질문에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토킹스틱을 들고 학급에서 서클 활동을 하듯이 말이다.
학급에 따라 서클 활동을 주 1회씩 정기적으로 하는 학급도 있었고, 특정 문제가 일어났을 때 활용하는 학급도 있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클 활동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인지·정서적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나 어른이나 작은 오해가 눈덩이 불어나듯 커져서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경 우가 있다. 교실 안팎으로 생기는 친구들 간의 갈등이나 학교부적응, 따돌림 문제 등을 서로 솔직하게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존중하며 마음의 소리를 듣다 보면 미움보다 웃음이 넘치는 학교가 되지 않을까? 안내자이자 조율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