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 명예기자
창덕여자중학교는 2015년부터 서울특별시교육청 지정 ‘미래학교’ 연구학교로서 교육과정 · 학습 환경 · 학교문화 등에서 새로운 학교 모델을 연구·실행하고 있다. 공교육 체제 안에서 미래교육 의 방향을 모색하고 미래교육 실천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 혁신’으로도 유명 한 창덕여중의 아늑한 ‘정보방’에서 미래연구부장 · 정보부장 · 진로상담부장 · 교무 부장을 만나 창덕여중의 원격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보방’은 여느 중 · 고등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ㄷ’자로 배치된 PC를 활용해 학생들이 마음껏 정보를 찾고 협력하며 ‘문제해결’을 하며 배울 수 있는 탐나는 공간이었다. 자리에 앉고 인사가 끝나자 참석한 교사들은 익숙한 듯 각자 가지고 있는 개인 태블릿 PC를 열었다. 블루투스 키보드에 손을 얹고 자료를 활용하며 인터뷰에 참여하는 모습도 눈여겨볼 만했다.
창덕여중, 원격 교육을 준비하자!
원격 교육이 시작되면서 창덕여중이 가 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우리 학교는 어떤 플랫폼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2015년부터 MS Office를 학습관리시스템 (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모든 교사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 문에 올해와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준비가 필요했 다. 모든 교직원이 참여하는 수요회의에서 현재 상황에서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운영 하기위해 재학생들에게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창덕여중 신입생들은 1학기 초에 자유 학기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기초와 적응 과정’에서 테크놀로지 역량 향상 수업을 듣는다. MS 팀즈 사용 방법을 중심으로 수업과 과제제출에 필요한 필수 기능들을 익히는 것이다.
기초 교육을 받은 후 다양한 교과 수업에서 MS 팀즈를 활용해 왔기에 2,3학년 학생들은 익숙한 상황이었다. MS팀즈를 처음 접하는 1학년 신입생이 문제였는데, 1학년부와 정보부에서는 온라인으로 자유학기제 ‘기초와 적응 과정’을 제공하였다. ‘원격’으로 ‘원격 수업에 대한 준비’를 교육시킨 것이다.
정보부에서는 MS 팀즈를 현 상황에 맞춰 활용하기 위한 학년별 공간과 수업 공간, 과목별 채널에 대한 ‘세팅’을 했다. 그리고 익숙 하지 않은 교사들을 위해서 MS 팀즈 연습 공간을 만들어 서로 묻고 답하며 연습하여 익숙해졌다.
평소 기기를 관리하고 각종 프로그램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교과 수업을 지원하는 테크센터는 교사들의 원격수업을 돕기 위해 각종 연수를 진행하였다. 3월에 ‘원격수업 시범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연수와 ‘Zoom 실시간 수업 시 아이패드로 판서하기’ 등의 자율연수를 진행했다. 따라서 창덕여중 교사들은 교과의 특성과 수업의 의도에 가장 적합한 태블릿을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학생들과 인터넷 상에서 함께 학습 할 수 있게 되었다.
함께 도우면 우리는 잘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계속 연기되자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염려한 교사들이 아이들의 휴업 생활을 지원해야 한다는데 의견 을 모았다.
고민 끝에 창덕여중은 가정에서의 학습과 독서를 지원하는 ‘슬기로운 휴업생활 집콕독서’을 준비했다. 교사들이 모여 만화부터 전문서적까지 양서를 엄선한 도서 목록을 제작하고, 책들을 모아 담아서 ‘걸어서 책 꾸러미’를 워킹스루 방식으로 배부했다. 또한 교과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과 수업과 연계된 온라인 콘텐츠들을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게 했다.
전국적인 온라인 수업 실시 전 창덕여중은 3월 30일부터 ‘원격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 이에 담임교사와 만나고 학생들의 원격 수업 접속 환경을 미리 체크하며 원격 수업에 대해 안내하는 학년별 온라인 개학식을 진행 하였다. 담임 교사들은 학생들의 디바이스 등 원격 수업과 관련된 환경을 조사한 뒤, 개별 전화 상담을 진행하였다. 특히 1학년 부에서는 MS 팀즈 접속과 활용에 대한 단계별 영상을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하였다.
교사들을 위한 교사들끼리의 도움도 계속되었다. 미래연구부장 교사는 원격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교사들 간의 협업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4월에 열린 회의를 통해 원격 수업에 대한 큰 틀을 확정하고 다양한 자율연수를 실시했다. 원격 수업을 준비하면서 잘 모르는 부분 이 생기면 언제든지 주위에 아는 교사들이 도와 주었다. 또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할 때는 어떤 한 교사가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면 서로 자청해서 카메라 준비, 조명, 음향, 학습 자료, 학생 실시간 질문 담당 등의 역할을 맡아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원격수업을 하자!
그렇게 한두 달을 함께 고생하고 나니 노하우가 쌓이고 원격 수업은 어느 정도 정착될 수 있었다. 각 교과별 공동체를 중심으로 원격 수업의 경험들을 나누고 공유 하다 보니 교사 개개인의 원격 수업 역량 이 크게 발전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교과 수업 외의 창의적체험활동과 학급회의는 각 단위별 줌(Zoom), MS 팀즈 채팅, 패들렛(padlet) 등을 이용해서 자율적으로 운영했다. 학생회 역시 학생회 MS 팀즈를 구성하여 학생회 홍보, 퀴즈 행사 등을 진행했다. 그밖에 성교육, 인권교육, 장애이해교육, 정보윤리교육, 안전교육, 봉사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동아리 등도 역시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예·체능수업과 스포츠클럽, 창의미술, 뮤지컬 수업 역시 MS 팀즈를 활용하는데 온라인 수업 이후 수행평가를 통해 수업 내용 과 연계가 되도록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온라인 상에서 이론과 실기를 수업하고 과제로 본인의 연습 과정을 영상 촬영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실제 등교 수업에서 만났을 때 최종 결과물을 제출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창덕여중은 원격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서 블록 시간표를 운영하였고, 수업 후에는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배치하였다. 이 시간에 학생들은 해당 요일 과제를 하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담당 교사에게 질의하였다. 교사들은 자기주도 학습 시간에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며 학생들의 채팅에 바로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3학년부에서는 생활지도와 진로진학 교육을 위해 ‘담톡’을 운영했다.
담톡EP.4 스카이 창덕 : 고교유형과 진학정보 제공을 위해 꽁트 형식으로 영상을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진학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
담톡EP.6 스승의 날 브이로그 : 스승의 날을 맞아 브이로그 형식으로 영상을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솔한 메시지를 담아냄
‘담톡’은 ‘담임들의 토크’로 진학 등을 주제로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재미와 소통, 래포 형성은 물론 꼭 필요한 정보들을 눈높이에 맞춰 제공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유튜버’가 되어 재미있게 제공하고 있다. 국어과에서는 원격 수업 기간 중 의 학생들 간의 독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소개하는 책소개 북튜버 ‘부글부글’을 운영 하고 있다. 부글부글에서 소개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면 기념 배지를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1학년 자유학년제의 경우, 미래학습자 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학기 초 한 달 동안 ‘기초와 적응’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해왔다. 자기주도 학습 역량, 의사소통 및 협업 역량, 민주적 참여 역량, 자기 관리 역량, 학습 공간 활용 역량, 테크놀로지 활용 역량을 중심으로 올해에는 원격이라는 상황 에서 실시간 원격 수업을 진행했다. 각각 의 역량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서로 공유하였으며, 역량별로 가장 효과적인 학습 자료와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MS 팀즈를 활용한 실시간 수업 중 구두 피드백 및 채팅 기능을 이용하여 학생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온라인 설문 도구의 퀴즈 기능을 활용하여 성취 수준을 판단하기도 하였다. 의견을 나누는 토론의 경우에는 패들렛을 활용하여 진행하기도 했다. ‘기초와 적응’ 커리큘럼은 창덕 여중의 새로운 모습들과 함께 누적되어왔다. 특히 올해는 ‘기초와 적응’ 홈페이지를 제작하여 매년 활동이 누적되어 연속적인 교육 과정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미래학교의 철학을 밝히다!
원격 수업에 대한 창덕여중의 기본 철학에 대한 질문에 교장 선생님은 첫째, 원격 수업의 장점인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피드백을 충분히 살리는 것과 둘째, 원격 수업에서도 교사의 실재감 을 살리는 것을 강조하였다. 콘텐츠 제시형, 과제형, 실시간 화상 수업 등 다양한 수업 상황들 속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매체를 통 한 인터넷 상의 같은 공간에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창덕여중 원격 수업의 철학으로 삼았다고 하였다. 따라서 학생들은 원격 수업이지만 자신들이 학교와 선생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항상 느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공간만 이동했을 뿐 모든 교사들 은 평소의 학교 상황을 인터넷상에서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 는 것이다. 또한 2학기에도 교사 간 협업과 공유를 통해 원격 수 업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을 또 하나 가졌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교사들이 마음껏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을 위한 학교 관리자의 방향성 제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였다. 업무의 합리적 배분과 열심히 하는 교사를 격려하는 분위기, 공유하고 나누고 존중하고, 상처받지 않게 돕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였다.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젊은 교사와 경력 있는 교사들이 잘 어우러져서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교육목표 하나로 협력하면 잘 될 것이라고 하였다.
끝으로 창덕여중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이 상황을 단번에 해 결해 줄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는 것이다. 창덕여중에 몇 년 전부터 준비되어 있던 원격 교육 인프라는 그렇다 치고, 그 이외 의 문제라 할 수 있는 것들은 사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교육의 본질’ 안에 답이 다 있었다. 교육공동체가 서로 믿고 의지 하고 같이 성장하는 것이 지금과 앞으로 다가올 시기를 슬기롭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창덕여중의 노력을 통해 감히 말해보겠다. 코로나19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는 창덕여중의 교사들을 보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따뜻한 하나의 마음 으로 학생을 돕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사실 을 상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