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현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관리담당관, 주무관)
일상의 작은 경험
늦은 퇴근길에 피곤이 몰려와 눈이 절로 감기는 날이었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노령의 어머니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인가 했다. 당신이 보시던 텔레비전 화면이 갑자기 바뀌었는데, 아무리 리모컨을 눌러봐도 본래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신변에 관한 일이 아님에 안심을 하고 몇 가지 질문을 해보니 대충 무슨 상황인지 가늠이 되었다. 간단한 조작으로 해결이 될 것 같아 어머니께 전화로 차근차근 알려드렸으나 당신은 조작이 어려우신지 전화기 너머 한숨이 계속 들려왔다. 피곤했지만 다시 외출복을 입고 근처의 어머니댁으로 향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이유가 원인이었고, 몇 번 만지작거리고서야 당신이 보시던 본래 프로그램 화면이 나오게 되었다. 늦은 시간 불러내서 연신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다시 텔레비전을 보실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으신 듯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학교정보화 지원체계’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정보화와 관련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문가가 바로 현장으로 달려와 문제 원인을 진단하고 조치해 줄 수 있는 것 말이다.
학교정보화 지원체계(가칭 테크센터)의 필요성
전 세계적으로 교육의 디지털 전환 요구가 가속화되며 각급학교의 정보화 환경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감염병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전교실 무선 중계기(AP) 등을 보급했고, 디벗(1인 1디지털 기기) 사업으로 교내 디지털 기기 보유 현황도 폭증했다. 기반 환경 조성뿐만 아니라 학습콘텐츠 측면에서도 쌍방향 소통, AR/VR, 인공지능 융합수업 등 다양한 디지털 수업이 기획되었다. 이러한 학습환경의 변화로 학교 유・무선 네트워크의 이용 활성화와 확장이 요구되었고, 일선 교사들의 정보화 기기 관리 및 장애 대응 업무 또한 증가되었다.
그러나 1인 1디지털 기기 보급과 설치만으로 디지털 교수학습 환경이 온전히 충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전히 교실에서는 수업 중 인터넷 접속 불안정, 끊김, 지연상황에 대한 불만이 존재하고 있고, 교내 마땅한 전문가가 없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선 교사들이 교육청 등에 전화를 돌리기가 일반이다. 물론 각급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네트워크 유지관리 계약을 통해 장애 관리를 하고 있으나 PC 장애 처리 위주이고, 계약 또한 소액으로 추진되다 보니 네트워크 유지관리 품질 보증에 대한 부분은 한계로 지적되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정보화 지원체계에 대한 기대
지난해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미래서울교육 중장기(5개년, ’23~’26)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능정보화전략계획(ISP)를 추진하였는데, 앞서 언급한 학교 디지털 환경을 실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과제 도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러 학교 관리자 인터뷰와 설문 등을 통해서 학교 자체적인 정보화 추진의 구조적인 어려움과 개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하여 학교현장의 바람을 토대로 교육지원청을 정보화 지원의 거점으로 한 각급학교 전문관리체계인 ‘학교정보화 지원체계(테크센터)’의 모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지원학제와 서비스를 단계적, 점진적으로 확대 지원하기 위해 3개년(’23~’25) 로드맵을 구성하고, 연차별로 세부 사업들을 배치하여 각급학교 디지털 전환의 내실화, 고도화를 도모하였다.
요약하자면 학교정보화 지원체계의 최종과제는 테크센터의 각급학교 정보화 지원의 종합거점화를 통해 각급학교 정보화 사업을 표준화, 통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테크센터를 11개청에 구축하고 중학교 전체 유・무선 네트워크 집중진단과 방송장비 컨설팅 등을 수행하게 되며, 네트워크 포설 및 정보화 업무 표준화, 자동화 등 부가사업도 추진한다. 또한 중학교 현장방문으로 축척된 지식을 가이드, FAQ 등으로 제작하여 타 학제도 간접적으로 지원하도록 한다.
미래교육 환경의 핵심 윤활유
‘학교정보화 지원체계(테크센터)’를 도입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교육청 차원의 직접 지원체계에 대한 기대감부터 조금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도 일부 있어 보인다. 여태까지 각급학교를 대상으로 한 정보화 사업이 국가시책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입장보다 행정기관 중심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금번 학교정보화 지원체계 사업은 각급학교를 최종 서비스 수혜자 관점으로 접근하여 설계하였고, 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각급학교 위원을 적극 참여토록 하였다. 또한 테크센터 운영의 지속적인 품질 관리 활동을 위해 각급학교의 요구사항을 수렴하는 창구를 개설하고 시시각각 발전하는 기술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실무자들의 내부 역량 강화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미래교육환경에 관한 다수 전문가와 정책자들이 디지털 기술 활용을 기본 조건으로 설정하는 시대 흐름에 맞추어 우리 교육청 또한 다각적으로 각급학교의 미래교육체제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이다. 어찌보면 ‘학교정보화 지원체계(테크센터)’ 구축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체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체계 유지뿐만 아니라 학교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심해야 할 것이다. 미래교육환경의 목표가 교육주체 모두가 바라는 배움터인 만큼 ‘학교정보화 지원체계(테크센터)’가 각급학교 디지털 전환과 미래교육체제 구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