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19 여름호 (235호)

학교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이해와 실천

이은상 (창덕여자중학교, 교사)

교육의 목적은 정의하는 사람들마다 다양하겠으나 두 가지로 요약하면, 우리 학생들 각자가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고 개인의 집합인 사회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행복하게 할 것인가?

사회는 불행한데 개인만 행복하려고 하거나 사회의 행복을 위해 개인의 행복을 희생해야 한다면 온전한 행복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학생들이 ‘온전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각자가 행복의 주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주인은 자신의 행복 앞에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주인은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 혹은 현상들에 무관심하지 않다. 또한, 주인은 말로만 행복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통해 행복을 만들어간다. 진정한 주인은 자신만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주인으로 인식하고 관계를 맺어간다.
이렇듯 온전한 행복을 추구하는 주인들을 ‘체인지메이커’라고 부른다. 최근 우리 사회는 체인지메이커 무브먼트(Movement)가 시작되었다. 본 글에서는 체인지메이커 무브먼트 중 학교 체인지메이커 교육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실천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체인지메이커?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라는 단어는 ‘체인지’(change)와 ‘메이커’(maker)를 합성한 단어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하면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신조어처럼 보이는 이 단어가 최근에는 일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사회적 기업, 대학 등에서 핵심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다.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으나 최근 이러한 개념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이 변화를 수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첫 번째 원인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더 이상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소수의 엘리트에 있지 않고 개별적인 주체 혹은 성숙한 시민들에게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체인지메이커를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진 글로벌 비영리 단체 아쇼카(Ashoka)의 빌 드레이튼은 체인지메이커가 극소수에 해당하는 사회혁신가만이 아니라 ‘모두가 체인지메이커’라는 대중성을 지닌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체인지메이커로서의 학생, 체인지메이커로 성장할 학생


‘나의 학생 혹은 자녀는 어떤 존재인가?’, ‘교육을 통해 어떤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가?’. 필자는 교사로서, 부모로서 혹은 어른으로서 이런 질문을 자주 던져본다. 학생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필자의 교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생들을 체인지메이커로 바라본다. 교육을 통해서만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체인지메이커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무언가를 창조하고, 개선하는 등의 체인지메이킹 활동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자신들이 지니고 있었던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정체성을 잊거나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을까?

교육의 목표와 수업 목표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을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학교교육은 학생들을 위와 같은 존재로 성장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체인지메이커들의 특성과도 같다. 실제로 사회를 혁신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 체인지메이커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필자의 교육은 이미 체인지메이커였던 학생들에게 체인지메이커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체인지메이커로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체인지메이커 교육과 체인지메이킹 활동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대상에 따라, 교육기관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학생들의 자발성과 주도성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그림1]과 같다. 이를 다시 둘로 구분하면 체인지메이커 교육(C, D유형)과 체인지메이킹 활동(A, B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유사한 용어이지만 초점이 다소 다르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학생들이 체인지메이커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체인지메이커들의 활동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한편, 체인지메이킹 활동은 자기주도성과 자발성, 실제 행동이 더욱 강조된다. 체인지메이커 교육과 체인지메이킹 활동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통해 체인지메이킹 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체인지메이킹 활동 과정에서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초입자에게는 체인지메이커 교육, 경험자에게는 체인지메이킹 활동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전체 과정을 경험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체인지메이킹 활동에서는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는데 초점을 둔다. 두 개념 모두 학생들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교수·학습 및 학습환경 설계에 대한 교사의 개입이 조금 더 많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나는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교과학습시간에, 체인지메이킹 활동은 동아리를 구성하여 진행하고 있다. 교과학습으로 시작하여 자율동아리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각각의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자.

교과학습에서의 체인지메이커 교육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필자는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체인지메이커’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교과 교육의 목표를 더한다면 ‘체인지메이커=바람직한 시민’이 된다. 필자의 수업은 바람직한 시민으로서의 체인지메이커를 양성하기 위해 설계된다. 학기 초, 학생들은 선생님과 수업목표에 대해 논의하고 희망하는 학습활동을 제안한다. 학부모에게도 학습활동의 방향을 편지로 안내하고 아이디어와 요구를 수집한다.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면 ‘이해활동-토론활동-적용활동’이 대단원 단위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도입단계에서 교과 학습 주제와 관련된 실제 문제 상황을 접하게 된다. 즉 문제 상황을 체인지메이킹 하기 위해 교과 학습 내용을 공부하고(이해활동), 공부한 내용을 활용해서 해결책 혹은 결과물을 만들게 된다(적용활동). 예를 들어, 국회라는 주제를 학습할 경우, 문제상황은 현재 우리학교의 대의원회가 갖는 실제 문제점이다. 대의원회의의 바람직한 역할을 제시하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역할과 권한을 학습하는 것이다. 모든 학습 주제는 위와 같이 설계되어 있다.
체인지메이킹이라는 것이 순수한 열정과 행동력으로 변화를 이끄는 것은 분명하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탐구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 활동이 일회성의 수행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학기 수준의 다양한 활동들과 연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해활동과 적용활동을 통해 관련 주제학습과 필요한 활동을 수행했다면 학기말 3~4주 정도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한다. 이해활동과 적용활동은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사전활동(작은 프로젝트)들이라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 활동은 학생들이 학기 중 교과 내용과 관련하여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고, 협업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때, 학생들이 프로젝트의 문제를 직접 발견하도록 권장하지만 이를 어려워할 경우, 선생님이 예시 문제들을 제안하기도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선생님은 각각의 단계마다 수행해야 할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안내하고, 팀별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피드백에 따라 활동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매 시간마다 선생님을 찾아온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에너지를 피드백에 쓰게 된다.
학생들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반드시 자신들이 세운 해결책을 실천해야 한다.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보람 있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욕구, 목표, 수준 등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내용과 정도는 달라진다. 적극적인 학생들은 학교 전체나 지역사회에서 실천하기도 하지만, 소극적인 학생들에게는 학급 수준에서 실천해보자고 조언한다. 교과학습에서의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체인지메이킹이라는 생소한 영역에 뛰어들어 보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전지대(Safy Zone)에만 머물러 있던 학생들이 다소 위험지대(Dangerous Zone)로 보이는 곳에 뛰어들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선생님이 안내한 단계를 무시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도 한다. 물론,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정해진 절차와 방법론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과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체인지메이커 교육에서는 가급적 각 단계를 지키도록 한다. 수업에서 각 단계를 경험해본 후 실제로 체인지메이킹을 하게 될 때, 이러한 단계들을 변형하거나 응용해보라고 조언한다.

프로젝트 활동이 끝나고 나면, 수업이 끝나도 해당 프로젝트를 지속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수업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동아리활동으로 이어지고 사회참여로 연결된 사례들이 있다. 아마도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작은 경험이 자신의 체인지메이커성을 깨우고, 행동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했을 것으로 해석한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열심히만 해보자였는데, 시간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들이 나오면서 정말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둠은 코르셋 문제에 대해 문제해결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 이 문제를 생각하면서 일단 나부터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졌다.”

(2018년 3학년 학생 성찰일기 내용)

물론 학생들에게는 힘든 과정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친구와 협업하기’, ‘단기간에 실천하기’, ‘창의적인 대안 도출하기’등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직면할 미래를 생각해보면, 학생시절에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해보고,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키워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동아리에서의 체인지메이킹 활동


창덕여자중학교에는 체인지메이커 동아리가 있다. 학생들은 매주 정해진 요일에 만나서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교과수업시간과는 달리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월 마다, 학기 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고 캠프도 기획한다. 그러나 체인지메이킹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자신이 체인지메이커임을 인식하는 첫 시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첫 시간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학생들과 함께 생각해본다.

  • 내가 생각하는 체인지메이커는?
  • 내 주변의 체인지메이커는?
  • 체인지메이커로서 나의 장점은, 내가 갖추고 있는 것은?
  • 내가 체인지메이커 동아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 체인지메이커 동아리 일원으로서 내가 지킬 약속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학생들은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 설계 카드를 활용해서 프로젝트 기획을 연습하기도 한다. 이 활동에서는 체인지메이킹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게임방식으로 팀웍을 다지고, 빠른 시간에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경험하게 된다. 학생들은 자신이 지닌 문제카드, 원인카드, 해결 전략카드, 자원카드 등을 창의적으로 결합하면서 팀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경험을 한다.
2015년부터 시작된 체인지메이커 동아리에서는 급식 잔반 줄이기, 책상 속 쓰레기 줄이기, 청소년 성교육과 같은 학교문제, 학교 주변 간접흡연 예방, 철거지역 문화보존, 반려동물 생명권 보장과 같은 지역사회문제, 난민아동, 불공정무역과 같은 세계적 문제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떤 프로젝트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그치기도 하지만 많은 프로젝트들이 실제 행동을 통해 크고 작은 변화에 기여하였다. 2015년부터 시작된 간접흡연예방 프로젝트에서는 등·하굣길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 규정을 살피고 구청과 해당 기업 등을 방문했다. 수개월 활동한 결과 해당 기업에서는 등·하교 시간 흡연 자제 문구를 흡연시설에 부착했고 2018년에는 연기가 새어나가지 않는 흡연실을 설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정무역 프로젝트에서는 불공정 무역 관행과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공정무역카페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카페를 통해 얻은 수익금의 일부는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하고, 일부는 재투자비용으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있다. 최근, 성교육 프로젝트 팀에서는 현재의 성교육 표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학교 내에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였고, 유튜브 채널에서 대안적인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류 역사는 체인제메이커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학생들은 입시경쟁 속에서 체인지메이커성을 잃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생들이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진짜 공부, 진짜 스펙을 갖추고 진정으로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우리 어른들, 선생님들의 체인지메이킹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변화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아직 가지 않은 길, 익숙하지 않은 길은 외롭고 힘들다. 그러나 학생들을 체인지메이커로 성장시키는 길은 옳은 길이고 정의로운 길이며 온전한 행복을 누리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길을 이미 많은 체인지메이커들이 함께 걷고 있으며 체인지메이커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