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비(협성대학교, 교수)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들이 급변하는 VUCA 시대를 맞이하여 정책이나 환경 등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VUCA 시대란 90년대 초반 미군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서 Volatility(불안정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시대를 의미한다. 우리는 이렇게 지속적인 변화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VUCA 시대와 함께 코로나19가 지나며 뉴노멀(New Nomal)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직면은 미래에 다가온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한국의 출생아 수가 급격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직면과 함께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변화는 사회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적 이슈로 다가온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청소년과 청년 등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초고령 사회의 진입이 빠르게 다가온다면 국가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학령인구의 급감은 교원수급과 교육시설 등 교육체계의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1. 학령인구 감소의 시대
저출산·고령화 이슈는 곧 학령인구의 감소로 연결된다. 통계청 인구추계를 보면 학령인구(6~21세)는1980년(1440만 명) 정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감소했다. 올해는 725만 9000명으로 1980년도와 비교하면 50.4%나 감소했다. 2025년에는 700만 명대 아래로 떨어지고 2030년에는 500만 명대로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일부 지역이나 특정집단의 이슈가 아닌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위기로 다양한 환경에 따라 그 수준, 대상, 극복 방안이 상이할 수 있다. 즉 학령인구 감소의 문제는 계속적인 이슈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초등교육 현장에서 학령기 아동 즉 학생 수의 감소는 학교의 축소 운영 및 초등학교 존립에 영향을 주거나 초등학교 교육행정인원을 줄이거나 신입교원의 채용을 줄이게 되는 고용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간과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초·중·고교 총 1만 1943개 중 32%에 달하는 3,855개교가 폐교했다. 교육부 추계 자료를 보면 올해 입학 인원이 한 명뿐인 초등학교도 전국 140곳에 달한다. 전국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총 37만 9,373명으로, 2학년 전체 학생 수 42만 1,663명보다 4만여 명 적다(교육부, 2022). 수치로는 4만여 명 정도 감소로 보이지만 이는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비율이다.
이에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교육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부터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교육의 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교육의 이슈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단지 직접적으로 보이는 미래의 학생 수 감소 그 자체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닌 학령인구 감소 상황이 인구 변화, 학생의 특성, 교육여건 변화, 그 외에도 사회·경제·문화에 미칠 영향 등을 두루 살펴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이슈가 교육에 미칠 영향과 나아갈 방향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2. 학령인구 감소 인구정책 추진방향
2022년 12월 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인구문제 대책으로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을 발표하였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부처합동, 2022.12.28.).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은 축소사회의 적응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목표로 추진되는 인구위기대응 종합대책으로서, ‘학령인구 감소에의 적응’ 분야도 6대 핵심과제에 포함되어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2022)는 학생 중심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대책으로, 교원·시설 등 교육인프라 과잉으로 대학 미충원 및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교육부문 재원·시설·인력의 효율화·재배분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또한 지자체 협업·공간정보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한 광역 경제·생활권을 육성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3. 학령인구 감소 해결을 위한 인재 양성의 필요성
일반적으로 저출산·고령화 시대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출산장려 및 사회복지정책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부분은 인재양성이다(조대연, 2022). 이를 보다 넓은 개념으로 확대해서 살펴보면,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인재양성 즉 인적자원 개발로 볼 수 있다. 인적자원개발은 일반적인 교육과정과 함께 그 이후 직업 생활까지 인재 양성과 관련된 교육의 다양한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따르는 경제활동인구 즉 청년층 집단의 감소라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생산성이 높은 인력과 국가경쟁력에 긍정적으로 실제적인 영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학교교육과 함께 평생교육의 직업교육과 시민교육이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평생교육, 직업교육, 시민교육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사회와 국가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초등교육 현장에서 학령인구의 감소는 학교의 축소 운영 및 폐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급격한 인구변동과 직업군의 변동을 생각할 수 있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이하여 이런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본인의 역할을 창의적으로 찾을 수 있는 능동적인 사회구성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한정된 자원을 가진 사회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건강한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여 이에 맞닿은 선제적인 교육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래 인재 양성에 대한 이슈를 바탕으로 포스트코로나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요구되는 미래인재의 양성을 도모하는 데 명확한 길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
4. 학령인구 감소에 따르는 교육의 쟁점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자료에 의하면 저출산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의 초등학생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까지 유·초·중·고 학령인구는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되며, 2020년 673만5천 명에서 2035년에는 412만8천 명으로 전망되고 있다(통계청, 2022). 이중 초등학교 학령인구(6-11세)는 2020년 272만 명, 2035년 152만 명으로 2020년 대비 약 44.4%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학령인구(12-14세)는 2020년 136만 명, 2035년 76만 명으로 고등학교 학령인구(15-17세)는 2020년 139만 명, 2035년 95만 명으로 감소 예정(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2)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미래의 학교 교육에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사회의 변화와 이에 따르는 환경의 급변에도 개의치 않고 여전히 고정화된 학교 제도를 바탕으로 경직된 교육과정에 맞추어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평가에 있어서도 절대평가가 아닌 경쟁적인 상대평가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학생들 사이의 성취 수준 차이가 보다 크게 다가오고 있다(정제영, 2016). 물론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성취평가제도를 도입하기도 하고 새로운 교육과정도 마련하고 있다(김은비 외,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미래의 학교는 보다 유연한 학교제도를 바탕으로 학생 개인을 대상으로 맞춤식 학습과정을 마련하고, 교육자인 교사가 아닌 학생 스스로 본인의 성취를 직접 평가할 수 있도록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김은비 외, 2019). 이에 맞추어 변화된 교육 환경에 따라 미래형 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와 미래형 교육행정지원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한편 2000년대 본격화되기 시작한 초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 현장에도 점차 영향을 미쳐, 2021년에는 전국 대학에서 4만 명 이상의 신입생 미충원이 발생하였다. 대학 신입생 규모는 2024년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 2030년대 후반 다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충원 문제가 지방대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어, 지방대 위기가 지역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지역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 대전환은 경제·산업구조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미래변화를 선도하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대학의 역량을 뛰어넘어 대학 간 공유·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적 향상이다. 대학등록금 동결방안은 대학의 팽창을 촉진하거나 우리 사회에 일반화된 대학교육을 저렴하게 공급하려는 정책이라고는 볼 수 있지만 이는 교육의 질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다시 말해서 이는 교육정책이라기보다는 물가정책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방향의 정책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기보다는 대학교육에서 자기 책임 부분을 약화시킴으로써 수요자들의 교육의 질에 대한 관심이 더 약해지도록 하는 부작용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김진영, 2017). 대학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자율과 책무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대학이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 없이 순순히 정부 정책의 방향에 따르는 형태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여기에서 대학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학령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면 결국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력이 줄어드는 환경 속에서 국가의 발전을 위해 대학에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 국내외 경쟁력을 확보해 특화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학도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음을 상기하면서 대학교육 대상을 재직자와 노인 세대로 확대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성인학습자나 외국인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것이다.
5. 학령인구 감소에 따르는 초등교육의 방향성
우리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초등교육의 어려움을 직면하고 그 안의 근본 문제를 파악하여 해결책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실제적으로 다가올 교원수급 부분과 개별화 교육이라는 이슈는 무엇보다 학습자와 실제적인 부분이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것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박남기, 2017). 먼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초등교육 현장에서 학급당 인원 수가 감소한다’는 통계자료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실제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수업에 참여하는 인원을 20명 이내로 조정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으로 개개인의 인권을 중시하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초등교육 현장에서도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에 대한 부분은 점점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즉 다양한 성향과 특성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 모여서 각각의 학습자로서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학생들이 개별화된 학습과정을 수행하고 이후 맞춤식 평가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실제적으로 초등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담당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렇게 변화되는 교육 현장에서 개별화 맞춤형 교육 과정 진행, 맞춤식 질적 평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교사 개개인이 교육 주체로서 이에 맞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대학교, 사범대의 교육과정의 발전적인 부분도 함께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근시안적으로 학령인구 감소만을 생각하면서 성급하게 접근하려 한다면 교육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학령인구 감소에 따르는 해결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하며 교육과 복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학교시설의 복합화 같은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윤종혁, 2014). 교육 현장에서 시민들을 위한 평생교육과 시민교육을 함께 하고 자치시도의 각각의 특성에 맞추어 맞춤형 방식의 학교 교육을 운영하면서 지역공동체와 지역산업 등과 함께 하는 특성화된 교육제도, 무엇보다 새롭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면서 포용적인 교육의 프레임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홈스쿨링이나 코로나19를 지나며 마련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교육방법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이에 맞추어 교원정책과 예산확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 시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등교육에서부터 정책적·교육적 측면에서의 적극적인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6. 나가면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 사회 전반의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과 사회에서 쟁점이 되었던 의료계만 하더라도 과거 소아과, 산부인과 등 실제적인 필요로 인해 많이 몰리고 집중되었던 진료과가 현재는 폐업이 속출하는 반면, 고령화로 인해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화 관련 진료나 의료 부분은 가시적으로 시장규모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르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며 교육체제 역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의 상황은 교육 현장에서도 심각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으나, 기존 학교교육 현장에서는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어떤 교육적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원양성과정 개편, 교원자격체제 개편, 교원자격증 개편, 통합학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물리적 혹은 기능적 개편으로 볼 수 있다(류광모, 2022). VUCA 시대로 지칭되는 불확실한 미래 사회에서 교육은 미래 인재양성을 통해 국가 발전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교육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과학적인 전략적 접근을 시도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