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중앙중학교, 교장)
멀티미디어의 시대,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영상이 문자 매체를 급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이 시대가 결국 인간의 소통 방식을 바꾸고 인간의 몸을 바꾸고 인간의 주체성마저도 바꿀 것이라고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의 저자 김성우, 엄기호는 예측한다.‘찾으면 나온다’는 검색 만능의 시대에 문자 매체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이 책은 ‘내재화(Internalization)’에서 그 답을 찾는다.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종합 능력과 분석 능력, 즉 발효와 성숙에 강조점을 둔 것이다. “기존에 있는 지식을 엮어서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무엇을 새롭게 나의 지식 과 지혜로 버무려 발효해내는가를 강조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1)고 역설한다.
긴 호흡으로 읽고 멈추어 생각하는 깊이 있는 독서 활동은 발효와 성숙의 바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책이라는 문자 매체의 운명은 순탄하지 않다. 삶이 가진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식의 문식력은 결국 일정 시간이 필요한 반복적이고 고된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 있는 우리가 독서 문제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이러한 ‘발효와 성숙’ 때문이다. 기초적인 지식을 쌓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근육 훈련을 통해 문식력을 몸에 익혀 발효와 성숙의 밑바탕을 만드는 일은 교육 현장이 아니면 수행할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중학교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 앞에 학교 독서 문화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임 장승문 교장 취임부터 시작된 이러한 노력은 아침 10분 독서의 제도적 정착, 학생독서동아리 확대 운영, 교사독서동아리의 교직원독서동아리로의 확대 전환, 창의적 학부모독서동아리 운영 등을 비롯한 총체적인 변화의 실천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도서관 이전과 신개념 도서관 개관, 도서 구입 예산 증액 등 행·재정적 측면의 상호 작용으로 독서 활동은 시너지를 창출하는 단계로 올라서게 되었다. 시대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는 현장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인 독서, 토론, 글쓰기, 프로젝트 수업 활동의 확대는 이러한 변화에 따른 효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앙중학교의 독서 활동
학부모독서동아리 운영의 당위와 명분
독서동아리에서 해답을 찾은 이유는 필자의 전공 때문이었다. 국어교사로 20여 년을 보냈으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독서동아리와 교직원의 독서동아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당위와 명분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 학부모 독서동아리까지 만들어야 하느냐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5년을 지나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부모 독서동아리의 당위와 명분은 차고 넘친다. 첫째가 소통이다. 학교 교육은 교사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학교의 유일한 주인인 듯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학부모와 교사가 상의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조화가 이루어져야 교육은 제대로 그 기능을 수행 할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이 그들의 당연한 권리를 이해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방법은 스킨십, 즉 소통을 확대하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정상적인 운영, 학부모회 활성화, 학생 자치의 실현은 정상적인 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과정이다.
둘째는 교육이다. 학부모도 교육받아야 할 대상이며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학교는 평생교육의 장이며 학부모는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는 마을을 향해 학교가 문을 열어두는 이치와 같다. 이러한 노력은 선순환되어 학생들의 교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독서 교육은 학생들이 문자의 의미를 해득하는 일이 인내와 집중의 과정을 필요로 하는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학부모 독서 교육은 학부모가 자녀들의 학습에 정상적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일이기도 하다. 필자가 중앙중학교 학부모독서동아리 모임지기로서 회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부모가 TV만 보면서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성숙이다. 학부모들도 독서의 과정을 잘 버티고 따라가면 ‘발효와 성숙’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철학서적을 읽고 그 속에 있는 철학적 사유를 곱씹어 보는 일도 의미가 크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말처럼, ‘철학은 우리가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도구’가 된다. 문학 서적을 읽음으로써 삶을 이해하고 자신과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도구를 얻을 수도 있다. 청소년 심리에 관한 책을 통해 자녀들의 정신적 신체적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를 제고할 수도 있다.
싱아의 시작과 성장 – 싱그럽고 우아하게
중앙중학교 학부모 독서동아리 ‘싱아’는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혁신 정책의 하나인 마을결합형사업과 연결하여 확대 운영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변모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동아리는 학교와 학부모의 원활한 소통의 장이 되었음은 물론 마을과 협력하는 사업의 모범이 되고 있다.
‘싱아’는 박완서의 소설 제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에서 따온 말이다.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 릴 적 싱아를 따먹던 일처럼 아련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으로 ‘싱그럽고 우아하게 활동을 하자’는 말의 준말이기도 하다. 학부모가 독서 활동의 중요성을 몸소 익혀 학생들의 독서 활동 강화의 밑거름이 되고 학부모 와 학교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2016년 출발한 ‘싱아’는 5년째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분기 1회 정도의 이벤트성 행사로 기획되어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참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한 해 동안 성공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해에는 입소문이 돌아 회원 수가 2배로 늘었으며, 4년차인 2019년에는 학년별 10명이 넘는 학부모가 참가해 40여 명의 회원 에 이르렀다. 중앙중학교가 총 12개 학급에 180명이 안 되는 소규모 학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40여 명의 인원은 전교생의 20%를 넘는 어마어마한 인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회원이 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열정에 기인한다. 모여서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 이 어릴 적 따먹던 싱아처럼 지금은 아련하게 느껴지는 일이지만, 학부모들에게 그 추억에 대한 향수는 생각보다 컸던 것이다. 이런 점을 이해하게 된 학교는 학부모의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늘리고자 종로구에서 운영하는 숲속 도서관과 이 사업을 연계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중앙중학교의 학부모 독서동아리 ‘싱아’는 2017년부터 월 2회 운영하는데, 중앙중학교 도서관(방과후)과 숲속도서관(오전)에서 각 1회씩 날짜와 시간을 달리하여 같은 내용으로 독서 모임을 진행하였다. 이로써 참가자는 자신이 편리한 시간과 장소에서 독서 모임에 참가할 수 있어 그 수 가 더욱 확대되었다.
역설로 만든 참여와 토론 – 질문하지 않는다, 발표하지 않는다
모임을 성장시키고 5년 이상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모임 운영 방식에 있다. ‘싱아’는 회칙이 단 2가지뿐이다. “질문하지 않는다. 발표하지 않는다.” 모임지기는 학부모들이 책을 읽었는지 묻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발표의 짐을 지우지 않는다. 발표는 오로지 모임지기만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왜 학부모독서동아리를 운영하려고 하느냐고 묻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규칙은 역설적이게도 질문이 학부모들에게서 나오게 했고, 토론이 자유롭게 이어지게 했으며 학부모들이 스스로 발표에 참여하게 하였다.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을 한 달이 지나고서 이야기하는 학부모도 있었고, 1년, 2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학부모는 학기 말이 되어서야 한 번도 책을 읽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 학 부 모 | 익숙하지 않네요. 정리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수준 높은작품이네요. 흰 머리카락이 늘었습니다.
- 모임지기 | 읽기 어렵다는 푸념이 생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삶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힘들지만 뚜벅뚜벅 읽기를 권합니다. 사실은 저도 깊은 밤까지 책에 나오는 사람과 내용을 기록하면서 또 다시 앞으로 넘겨 확인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도표도 그리고 있습니다. 조금 힘드니 도전 의지도 불탑니다. 싱아 회원들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재료를 잘 준비해 가겠습니다.
하지만 모임에 참여하는 것, 모임지기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리고 그밖에 학 교와 학생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자리였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더러는 모임이 끝나고 책을 사거 나 찾아서 읽었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모임지기가 한 일은 책을 열심히 읽고 자료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 다음은 모임지기가 2019년 9월 한 학부모와 나누었던 카톡 대화의 일부이다.
그리고 거의 매회 빠지지 않고 한 가지 더 준비한 것은 유기농 단팥빵이다. 특히 학교에서 모임 을 하는 경우 식사 시간과 겹쳐 대부분 시장할 무렵이라 호불호는 있었으나 평이 나쁘지 않은 간 식이었다. 예산은 서울형혁신교 육지구 마을결합형동아리 운영 예산으로 준비하였다.
이렇게 준비하고 운영된 학부 모 독서동아리 ‘싱아’의 최근 3 년 간의 활동을 정리하면 다음 과 같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온라인 시대 – 교과 수업에서부터 학부모독서동아리까지
2020학년도는 코로나19로 시작하여 코로나19로 끝이 났다. 사실 시작부터 끝나버렸다. 파행의 연속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기대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일부 사정 이 좋아진 틈에 띄엄띄엄 학교에 나와 간신히 수행평가를 진행하는 정도가 최선이었지만, 현상을 유지하는 데 머 무르지는 않았다.
교과 수업에서부터 독서 활동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줌(ZOOM)을 통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통해 비대면 상황에서 함께 책 읽기를 진행하고, ‘구글 문서(docs)’와 ‘패들렛(padlet)’ 등을 통해 독서 활동 내용을 정리하는 수업 을 진행하였다. ‘줌 소회의실’ 기능을 활용하여 모둠별로 ‘작가와의 대화’ 역할극을 진행하고 역할극 영상을 촬영하였으며, 가상으로 ‘작가와의 대화’ 북토크 콘서트를 열어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하는 온라인 전시 활동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예년과 달리 온라인서점에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하고 자신이 고른 책을 친구에게 소개하는 활동을 줌(ZOOM)을 활용해 진행하였으며, 온라인 학습지원을 위해 일정 기간 무료로 e북 서비스를 오픈한 사이트를 연계하여 전자책을 접할 수 있도록 공지하고, 그 결과를 구글 클래스룸에 사진이나 글로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학부모독서동아리 ‘싱아’도 활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교과 수업의 변화에서 힌트를 얻어 1차 모임은 PPT 녹화 기법으로 제페토의 『그 쇳물 쓰지 마라』 의 독서 발제를 영상으로 만들어 독서 모임 밴드에 올렸다. 6월에서야 처음으로 진행하는 독서 모임, 그것도 온라인으로, PPT 자료에 음성만 넣은 영상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코로나19 시대의 소통”이라는 칭찬도 들었다. 소소한 웃음거리에 미소 대신 환호에 가까운 반응이 나와서 다소 우쭐해지기까지 했다. 콘텐츠 제작을 해온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면서 영상을 만들 때에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괜한 일을 벌여서 고생을 사서 한다는 생각도 하였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기대 이상의 반응에 고무되었다. 2차 모임은 8월 초에 실시하였다. 같은 방식으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발제를 영상으로 진행했다.
2학기에는 총 4번의 독서동아리 모임을 진행하였는데, 한 차례 는 오가와 요코의 『인질의 낭독회』 발제문을 텍스트로 밴드에 올렸 고, 조 메노스키의 『킹세종』 , 이임숙의 『엄마의 말공부』는 도서 안 내만 하고 모임 활동을 진행하지는 못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호전되면서 학생들이 2개 학년씩 대면 수업을 진행하던 시기라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모임지기가 조금 나태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학기말이 되면서 이렇게 올해의 모임이 끝나면 내년을 기약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이 모임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회원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줌을 이용하여 실 시간 쌍방향 독서 모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모임은 2021년 1월 6일 저녁 8시에 진행되었는데, 간단한 독서 특강과 차기 회장 선 출 그리고 새 학년도 계획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었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다. 싱클레어라 는 한 인간이 스스로 찾아야 했던 자아 그 자체라고 할 수도 있다. 헤세는 의지가 있다면 인간은 모두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존재와 당위의 격차를 이해하고 도전과 적응을 분별하는 현명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데미안』 발제문 중에서
다음 글은 3년간 학부모독서동아리 ‘싱아’ 회원으로 독서모임에 참가한 학부모의 소감문이다. 한 사람의 긍정적 소감문이 이 활동 의 진면목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모임 활동의 실체에 대해 어렴풋한 윤곽이라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학부모 독서동아리 ‘싱아’ 회원으로 3년 간 활동한 학부모 소감문
중앙중학교 학부모 독서동아리 ‘싱아’ 회장 양현영 (2021.1.)
중앙중학교 학부모독서동아리 ‘싱아’, 이 독서 모임에서는 흥미로운 두 가지 규칙이 있다. 하나는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책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특한 규칙은 모임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매달 선정된 도서를 부담없이 읽고, 학부모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고자하는 모임지기(교장 선생님)의 마음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매달 모임 때마다 모임지기(교장 선생님)께서 선정된 도서에 대한 간략한 요약 프린트나 PPT 자료를 준비해 오신다는 것이다. 편안하고 부담 없는 독서 모임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전문적이고 깊이있게 다루고 있는 것에 놀라웠다. 시, 소설과 같은 일반적 문학 도서뿐 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사회과학 그리고 철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었다. 주어진 도서에 대한 질문은 없지만, 모두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곤 했다. 한 달이라는 정해진 기간에 책을 읽는다는 시간의 속도감과 그 책을 아이와 함께 읽고, 학교에서도 독서 프로그램으로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또한 학교 도서관에서만 독서 모임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삼청 공원의 숲속 도서관에서도 정기적 모임을 가졌다. 이 시간에는 한 달에 한 번 일상에서 벗어난 외출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모임에 참여한 다른 학부모님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시간에는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모임지기와 학교 소식과 관련된 사항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키던 유기농 단팥빵의 달콤한 기억도 .
하지만 코로나19의 발생은 우리의 독서 모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예상과 다르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오프라인 만남이 어렵게 되었지만, 모임지기가 준비해 주신 동영상 강의나 요약 정리한 자료, 줌(ZOOM) 등으로 독서 모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외부 활동이 어려운 시기에 매달 읽는 책들이 나의 생각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 과정임을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 책 읽기 파수꾼으로 지내온 2년은 개인적으로도 인생 가장 의미 있는 시간 중 일부였다고 자부한다.
끝으로 한 가지 고백할 것은 이러한 학부모 독서동아리가 일반화되는 데에는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중앙중학교의 경우도 모임지기가 바뀌면 어떻게 이 모임을 유지시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책임감이나 당위와 명분으로 노력 봉사에 의존하는 것은 가장 빨리 이 모임을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이 모임을 유지하고 그 결과가 학교와 사회로 선순환 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