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9 봄호 (234호)

학생의 성장을 돕는
과정 중심 평가 실천사례

김재준 (도봉고등학교, 수석교사)

1.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해 맨땅에 헤딩하기

최근 들어 과정 중심 평가에 관한 교사 연수가 강화되면서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과정 중심 평가의 의미부터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실제 측면에서 과정 중심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너무 활동 중심 수업에 치우쳐 과정 중심 평가를 하다보면 지필고사 측면에서는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들이 그것이다.

이에 과정 중심 평가라는 용어 자체도 익숙하지 않았던 2016년부터 도봉고등학교에서 교사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실천방안을 모색해 왔던 과정을 소개하는 것이 어쩌면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소개해 본다.

2016년에 교육부에서 전국의 시도 교육청별로 중고교 1개교씩을 선정해 학생평가 연구회를 운영했는데, 이때 도봉고등학교 선생님들로 연구회를 만들어 서울의 고등학교 실천 사례를 탐색할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만 해도 과정 중심 평가는 낯선 용어였고 대부분의 교사들은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성적 산출 대신 학생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한다는 정도만 인식했을 뿐, 정작 교과별 수행평가는 학생들의 보고서 등 일정한 수행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연구회 선생님들과 독서 토론을 해 보기로 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간한 ‘수업과 연계한 수행평가 어떻게 할까요?’ 보고서를 중심으로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해 토론 결과를 정리하면서, 평가가 포함된 지도안이라는 형식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그러나 연구회의 교과별 선생님들 간에 과정 중심 평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였고 결국은 각자의 생각대로 수행평가를 실시하되 학습 지도안을 평가가 포함된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로 인해 교과별 차이가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과제를 부과하는 방식인 경우는 평가가 포함된 지도안을 작성할 수 없었고 수업 과정 중에 인포그래픽 등의 모둠별 활동 과제가 부과된 경우는 평가가 포함된 지도안이 제대로 작성되었으며 평가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도 더 좋았다.

2. 과정 중심 평가를 내실화하기 위한 루브릭 만들어보기

2017년에 들어오면서 과정 중심 평가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점점 확대되면서 연구회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활동 중심 수업이어야 학생의 수행 과정을 평가할 수 있다.’, ‘과정 중심 평가는 과제에 대한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학생의 역량을 양적, 질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되었고, 이는 평가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채점 기준표(루브릭)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알아보자는 의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과정 중심 평가 연구회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활동 중심 수업에 적합한 과정 중심 평가의 방법을 이론적, 실제적으로 탐색하되 채점기준표(루브릭)을 어떻게 만들지 논의하여 실천 사례를 구성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실천 과정에서 루브릭의 디자인과 활용에 관한 이론적 탐색과 통합사회에서의 참여형 연수 사례를 접목하여 법과 정치 과목에서 9차시에 걸쳐 과정 중심 평가가 가능한 활동 중심 수업의 형태를 다양하게 시도한 것은 연구회 선생님들의 평가 전문성 신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3. 활동 중심 수업에서의 교수 변환과 역량 기반의 수업·평가 실천

2018년에 들어오면서 도봉고등학교 연구회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가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에 근거해야 하고, ‘성취 기준에 따라 가르쳐야 할 내용을 학생이 배울 내용과 일치시키기 위한 교수 변환’을 통해 배움을 강조한 수업이어야 하며 수업 중에 실제 배운 내용에 대해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활동 중심 수업 및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치(정렬)’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는 데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에 독서 토론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쉐바야르(Chevallard)의 교수 변환 이론과 월 스트롬(Wahlstrom)의 21세기 역량 기반 교육과정-수업-평가 정렬(일체화) 이론이 었다. 프랑스의 쉐바야르는 우리가 가르칠 지식과 학생이 실제로 배우게 되는 지식 사이의 불일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교수 변환(diadatic trasposition)의 개념을 사용하였다.⑴ 사회 속에서 보편성을 인정받은 학문적 지식은 교육 전문가들에 의해 학교의 교육과정 내용 요소로서 1차 변환되어 들어오게 되고, 다시 교육과정의 내용은 교사가 가르칠 지식이긴 하지만 학생이 실제로 배운 지식과 불일치할 수가 있어 수업 현장에 맞도록 다시 교수 변환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쉐바야르가 제시하는 교수 변환은 교사가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과 기능이 학생이 배우게 되는 지식 및 기능과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을 줄이고자 여러 단계의 교수적 도구와 작업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역량을 고려한 루브릭 개발에 대해 연구한(Wahlstrom)의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정렬(일체화)모델에서는 학생들이 실제 수업 장면에서 역량을 발휘하게 되는 행동 동사를 기억하기, 고차적 사고와 연결하기, 다른 사람과 관계맺기, 창조하기 등 4가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그에 관련된 교육과정 내용의 예, 수업 방법의 예, 평가도구의 예를 제시하여 체계적으로 범주화된 틀을 제시하고 있다.

즉, OECD의 21세기 역량 기구(21th Century Skills organizations)와 같은 기관에서 연구하여 제시한 바에 따르면, 21세기 학습에 이어지는 4가지 핵심 요소는 (1) 핵심 주제와 21세기 테마들, (2) 생활과 직업 역량, (3) 학습과 혁신 역량, (4) 정보, 매체, 기술적 역량 등을 포함하는데, 이를 고려하여 교육과정-수업-평가는 서로 불일치하지 않도록 정렬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실용 경제의 보험 단원 수업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한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본래 교과서에는 보험회사 입장에서 새로운 보험 상품을 만들어내는 탐구 활동을 수행하여 보험의 의미와 원리를 파악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1) 교과서의 탐구활동 내용대로 작성한 모둠 활동지

옆의 활동지를 바탕으로 수업에 적용한 결과 학생들의 과제 수행 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학생들이 보험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동원해보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낯설어했다는 점에 있다.

이에 교육과정을 다시 확인해보니 보험의 개념과 보험 선택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으로 성취 기준이 제시되어 있었고, 이에 ‘보험을 왜 드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할 때, 그러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위험은 무엇이 있는가와 관련한 활동지를 새로 구성해 보았다.

2)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실천 사례

학생 활동을 세부적으로 단계화하여 학생들의 응답 중에서 인생에서 특히 피하고 싶었던 위험들을 모둠별로 모으고, 발생 빈도와 건당 손해 규모를 파악하도록 한 후 모둠별 보험 상품 하나를 개발하되, 보험 구성 내용과 소비자에게 팔 가능성, 보험회사가 이익 볼 가능성을 각각 고려하여 보험 상품 홍보 발표를 이어발표하기 형식으로 전개하였다. 이는 큰 흥미를 끌어냈고 학생들의 활동에 대한 루브릭을 개발해 제공하면서 그에 기초한 동료 평가가 이루어 질 수 있었다.

4. 피드백이 살아있는 과정 중심 평가의 실천을 향하여

최근 교육과정 평가원 등의 보고서를 보면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해 맥락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2 즉, 평가 시기 측면에서는 가급적 수업 과정 중에 평가를 하고, 평가 영역의 측면에서는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하도록 하며, 학업 성취 과정의 측면에서는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에 도달한 과정을 평가하고, 학습을 위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피드백을 통해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제 도봉고등학교의 과정 중심 평가 연구회는 피드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단계에 와 있다. 물론 과정 중심 평가의 실천 단계에서 수행 과제를 오픈 북 형태로 제시한다든지, 학생이 선택하여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의 몇 가지 형태에서 유용한 피드백 형태가 일부 탐색되기는 했다. 하지만 개별 학생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맞춤형 피드백의 형태가 어떤 형태의 과제에서 어떤 루브릭으로 잘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앞으로 좀 더 연구해 볼 것이다.


참고문헌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융합 설계를 위한 단원 설계 모형 개발: 경기도 교육청의 사례를 중심으로, 성정민, Asia-pacific Journal of Multimedia Services Convergent with Art, Humanities, and Sociology Vol.7, No.2, February (2017).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의 이해, 나원규 외, 생각틔움 수업연구회, 2016.
교육과정・수업・평가 운영 실태 및 일체화 연구, 박승철 외, 경기도 교육연구원, 2015.
교육과정 정책 추진 계획, 경기도 교육청, 2016.
수업과 연계한 수행평가 어떻게 할까요?, 박종임 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6.
역량 기반 교육과정의 이해와 설계, 백남진·온정덕, 서울: 교육아카데미, 2016.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교육부.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2015.
Designing and Using High-Quality Rubrics for 21th Century Skills, Deborah Wahlstrom, Successline Inc. 2010.
Instruction to Rubrics, Dannell D. Stevens & Antonia J. Levi, Stylus Publishing, LLC. 2013.

참고사이트
https://otis.libguides.com/assessment/rubrics
Wahlstrom, Successline Inc.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