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2019 봄호 (234호)

학생 성장을 돕는 과정 중심 평가
– 형성평가와 평가의 객관성

박정 (부산교육대학교, 교수)

시작의 말

선발과 배치를 위해 평가를 사용하던 교육계가 수업에서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위해 평가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선발과 행정을 위한 평가 관행에 익숙한 우리가 어떻게 다른 목적의 평가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와 숙고를 넘어서 평가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형성평가와 평가의 객관성’(박정, 2018) 이라는 논문은 수업에서 과정중심 평가를 실행함에 있어 현장에서 우려하는 평가의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과정 중심 평가에서 추구하는 바는 결과만 중시하던 평가에 반하여 과정에서 실행하고 있는 평가를 통해 학생의 성장을 돕자는 취지에서 반겨야 할 일이지만 실행에 있어 과정까지도 평가하여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교사에게 업무 부담뿐만 아니라 과정에서의 평가도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결과 중심의 평가를 할 때도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부담 때문에 선택형 지필평가를 실시하거나 외부평가를 사용해 왔는데 심지어 수업 과정에서의 평가까지도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해야 하는 현실에 처한 것이다.

‘형성평가와 평가의 객관성’ 논문은 수업에서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려던 초기 시도에서 벗어나 지금 이 시대가 추구하고 있는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 과정에서 평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이자, 수업에서 평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숙고의 글이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가 갖고 있는 평가에 대한 관념과 전통적인 평가방식에 내재되어 있는 측정에 근거한 평가 개념들을 숙고해 보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수업과 교수-학습에 대한 생각은 바꾸고 있지만 평가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예전의 것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는 일이다.

‘형성평가와 평가의 객관성’ 논문에서는 우선 수업 중의 평가, 학생의 성장을 향상시키기 위한 평가, 과정 평가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 교육평가 역사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고있는 형성평가의 의미 변화를 살펴보았다.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들은 서로 공유하고 있는 의미가 있는 것 같지만 서로 각기 다르게 이해되며 사용되기도 하여 수업에서의 평가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는 일부터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우리는 과정 중심 평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도 실행에 있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와 합의는 부족하다. 추구하는 방향은 있으나 그 실행에 있어 각기 다른 실천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논문의 후반에서는 수업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 실행을 하는 데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특징들을 살펴 수업에서의 평가에 대한 의미를 다시 숙고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본고는 ‘형성평가와 평가의 객관성’ 논문을 요약 수정한 것으로 형성평가, 과정평가, 학습을 위한 평가와 같은 수업에서의 평가라는 개념의 출현과 이를 사용하는 다의적 해석을 살펴 수업에서 학생의 성장을 돕는 과정 평가와 평가의 객관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 것인가를 함께 숙고해 보기 위한 것이다.

형성평가와 학습을 위한 평가 출현과 다의적 해석

20세기 대중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공적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평가는 지능검사나 적성검사와 같은 심리검사를 지칭하는 용어였으며 이것으로 학생들을 유형화하여 상급학교를 위한 선발과 필요한 프로그램에 학생을 배치하는 데 사용하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표준화검사 제작에 근거한 시험을 평가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사용하여 교육해 왔다. 교육에서 평가라는 용어의 출현은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평가하기 시작한 1930년대로 알려져 있다.
평가라는 용어는 학생평가, 성취도평가를 비롯한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통상 시험결과(점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업 과정에서의 평가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는 1967년 Scriven 교수가 최종 평가결과와 구분하기 위해 프로그램 중간 운영과정에서의 평가를 지칭하기 위해 총괄평가(summative assessment)와 대비하여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형성평가라는 과정에서의 평가를 수업에 활용하여 학생의 성취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있어 왔으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최근 과정평가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형성평가 혹은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AFL)가 재조명을 받는 것은 1998년 영국 학자 Black과 Wiliam이 수업에서의 평가가 학생의 성취를 향상시켰다는 논문 발표 이후이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이제 학습을 위한 평가를 언급하지 않고서는 교육에서의 평가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영국에서 수업에서의 평가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1988년 교육개혁법을 통하여 국가교육과정 체제를 수립하고 국가교육과정에 근거한 준거참조(criterion-referenced assessment) 평가를 실시하는 학교 책무성 체제를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 영국 교육평가개혁위원회(Assessment Reform Group)에서는 준거기반 평가를 실시하기 위하여 교과내용 영역별 평가구성요소를 선정하고 성취수준에 대한 상세한 기술을 하도록 하였으며, 교육 책무성 평가를 위해 교사평가를 도입하였다.

미국의 경우도 1980년대 규준(norm)에 근거한 평가를 비판하며 준거기반평가(criterion- referenced assessment)를 주창하고 평가가 주도하는 수업(measurement-driven instruction: MDI)을 통해 수업에서 평가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하며 학생의 성취를 향상시키려는 교육 평가 개혁을 시도하였다(Popham, 1987). MDI는 교육과정과 교수방법에 평가의 백워드 효과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도달해야 할 성취기준을 평가에 투입함으로써 교사가 가르쳐야 할 학습목표를 명료히 하고 이를 수업에서 가르치게 하려는 것으로 교육과정과 평가를 연계(alignment)하여 학교를 개선하려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와 유사하다.

한편 일련의 학자들은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목표 달성에 초점을 둔 형성평가는 측정에 근거한 기존의 평가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Klenowski, 2009; Swaffield, 2011). 목표도달을 위한 도구적 기능을 하는 수업과정에서의 형성평가와 학생의 학습을 위한 수업에서의 평가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표달성을 위해 수업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형성평가는 학습을 위한 평가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습을 위한 평가는 수업하는 동안 매 순간 발생하는 활동으로 학습과정 그 자체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수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절차적 형성평가는 구성주의적 관점에서의 학습을 위한 평가와는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과정에서의 형성평가는 목표달성 모형을 위한 전통적인 평가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들이 주장하는 학습을 위한 평가는 구성주의적 학습이론에 근거한 평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수업 중의 평가, 학습을 위한 평가를 일찍이 시작한 영국의 학자들이 우려한 것은 학생을 위한 수업 중의 평가가 왜곡된 모습으로 사용되는 것이었다. 학생의 학습에서 얻은 정보가 수업의 과정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되면 그것은 교사에 의한 교사를 위한 형성평가이지 학생을 위한 형성평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Black et. al. 2003). 학습을 위한 평가의 수혜자는 그 수업을 하는 교사와 학생이어야 하지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와 같은 관련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 수준에서 교육 개혁과 책무성 제고를 위해 수업에 평가를 도입하고 그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평가를 하게 되면 수업에서 학생을 위한 평가라는 본래의 의미는 퇴색되고 대규모 평가와 외부평가에서 추구하는 것들에 집중하게 된다. 교육책무성 제고를 위한 평가, 선발을 위한 평가, 교육효과 파악을 위한 평가와 같은 외부평가와 수업에서 학생의 학습을 위
한 평가는 구별되어야 한다.

수업과정에서 교사가 하는 평가를 학습을 위한 평가로 대체하는 제한적인 의미의 용어 사용은 ‘학습으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 AAL)’라는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Earl(2013)은 수업을 개선하고 학습을 지원하는 평가에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평가를 강조함으로써 학습을 위한 평가의 본래적 의미를 살리고자 하였으며 이는 곧 평가를 학습 그 자체로 보는 학습으로의 평가라는 개념을 제안한 것이다. 형성평가에 학습자의 참여를 중시하고 평가에서 소홀히 될 수 있는 학습자를 강조하면서 만든 용어이다. 이는 Black과 그 동료들(2003)이 우려한 교사를 위한 형성평가가 되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lenowski(2009)도 학습을 위한 평가를 ‘학습자, 동료들, 교사가 수업에서 하는 매 순간활동의 일부로 간주하고, 매 순간의 학습 과정에서 학습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는 대화, 발표, 관찰로부터 정보를 찾고 반추하고 반응하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수업 장면에서 매 순간의 활동으로 교수-학습에 도움이 되는 모든 활동을 학습을 위한 평가로 간주한 Black과 그의 동료들(2003)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으로 이는 수업(활동)과 평가(활동)의 구분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이해는 수업이라는 복합적인 맥락에서 매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교사와 학생의 총체적인 (평가)활동을 수업 그 자체로 보아야 이해가 가능하다. 교육과정에 근거한 수업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수업한 것을 평가하려는 선형적 단계에 근거한 과정평가와는 다른 모습이다.

교수-학습과정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는 형성적이라는 의미를 실현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학습을 위한 평가에 어떤 유형이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학습향상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평가 절차에 따라 정형화된 기술적인 과정을 수행하는 평가를 하게 되어 학습을 위한 평가 본래 취지를 상실할 수 있다. 학습 향상을 위한 평가에 초점을 둔 도구적인 절차와 방법은 평가 의미를 축소하고 학습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한 할 수 있다. 학습을 위한 평가는 학습목표 뿐만 아니라 학습하는 법을 학습하는 것을 포함해야 하는 학습 과정 그 자체에 있는 것으로 교육과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학습목표 도달을 목표로 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형성평가와는 구분해야 한다.

형성평가의 재등장은 수업의 교수-학습 과정에 평가를 활용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과정에서 평가를 실시하고 기록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수업 중의 평가 자체에 초점을 두면 형성평가 재등장의 취지가 사라지고 정형화된 절차와 방법만 남아 기능적이고 도구적인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진 평가가 실행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우리의 상황에서평가에 대한 시각도 숙고해 볼 일이다.

평가에 대한 시각

수업에서 형성평가, 학습을 위한 평가 개념은 시기적인 의미로 수업 과정에서의 평가, 성취향상을 위한 도구적인 평가 유형, 수업의 부분으로 학습 그 자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의 혼재는 현장에서 평가를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갖게 하고 있다. 시기적인 의미에서 과정에서 평가나 도구적인 의미에서 성취향상을 위한 형성평가 개념보다는 수업의 일부로 수업과 분리되기 어려운 수업의 다른 모습으로, 매 순간의 활동으로서 평가를 이해하는 것이 학습자 중심의 학습을 위한 형성평가가 추구하려고 했던 본래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개념으로 보인다.

형성평가를 수업 과정에서 매 순간의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매 순간을 기록할 수는 없으며 기록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선발과 배치와 같은 행정적 기능으로 평가를 사용하던 우리에게 평가는 기록(점수, 등수, 수준)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최근 교사의 진술이나 구술 피드백도 평가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평가는 최소한 도달여부나 상중하 정도의 정보는 주어야 한다는 무의식적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Nitko(1995)와 같은 전문가도 측정평가의 핵심적 요소로 기록보고(reporting)를 들고 있다. 학생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성취수준을 점검하고 진단하여 표기하고 기록하려는 욕구는 학생의 상태를 평가 (judging)하여 점수화하려는 측정의 개념을 수업 속 평가에서도 여전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이 성취해야 하는 객관적 지식이 있어 평가 역시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실증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과학적 접근방법은 모두에게 공정한 평가 도구를 제작하여 신뢰롭게 측정해야 한다는 가정에서 온다.

선택형 지필평가를 지양하고 다양한 평가 방법으로 수행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자기 평가, 교사 관찰에 의한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더라도 학생이 학습한 것의 정도나 수준을 기록하려고 하는 것은 평가를 ‘학습을 위하여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assessment as measurement for learning)’이라는 측정학적 관점으로 평가를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에서 평가를 학생의 수준을 파악(judge)하고 학습목표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하여 그에 적절한 피드백(자극)을 해야 하는 실증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목표달성모형을 염두에 두고 실행한다면 학생의 학습을 위한 평가라고 해도 학생의 상태와 성장(향상) 정도를 파악하고 기록하여 최종 성취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증거의 수집에 초점을 두게 된다.

이를 위해 수업 과정에서 작은 단위의 총괄평가를 실시하여 평가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와 시도는 같은 인식에 근거한다. 물론 수업과 평가의 일체화를 시도하며 수업에서 평가를 도구적 의미보다 교수적 의미로 해석하려고 하나 여전히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혼재하여 사용하고 있다. 평가 자료로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은 평가결과를 선발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외부 당사자들(학부모나 상급학교 관련자)의 해석과 활용에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하나의 실행으로 여러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구성주의적 학습과 평가를 지향하면서 실행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평가에 근거하여 사고하고 실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습자 중심의 배움을 즐기는 학습을 지향하면서도 학습목표에 도달 여부로 학습이 되었다고 전제하며 목표달성 모형에 의식적으로는 동의하고 있지 않아도 그 모형에 익숙하여 당연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Shepard(2000)는 목표달성 모형은 상세한 성취기준 설정을 요구하고 원하는 수준에 도달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객관적인 평가 개발을 이상적인 평가 도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고, 심지어 구성주의적 학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조차 실제 평가 상황에서는 객관적인 평가방법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생의 총체적 평가에 주관성이 관여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정형적인 방식(예컨대 오류를 세는 것과 같은)에 근거한 평가를 선호하며 그것이 공정하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Shepard의 지적 이후 20여년이 지나는 지금 우리의 교육현장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교육과 수업을 전제하면서도 평가 하는 장면에서 목표달성 모형과 행동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는 성취기준 도달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관찰 가능한 학생의 수행에 근거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객관적인 평가가 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도달해야 할 성취기준이 존재하며 관찰 가능한 학생의 수행을 통해 평가해야 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Black과 Wiliam(1998)의 논문 ‘Inside Black Box’는 우리에게 수업에서 발생하는 평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였으나 우리는 그 취지를 충분히 지키고 있는지, 수업에서의 평가를 여전히 과정에서의 목표달성 여부를 파악하고 다음 단계 달성을 위한 피드백 제공으로 단순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보게 한다. 오랫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평가에 대한 편견과 관행이 수업에서 평가를 실행함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참다운 평가 모습을 잊게 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학습을 위한 형성평가를 추구하면서 실행과정에서는 측정에 근거한 객관주의를 적용하며 추구하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고 궁극에는 실행이 본래 취지를 상실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객관적 평가를 해야 하는 평가 상황과 수업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를 해야 하는 평가 상황을 구분하여 상황에 맞는 적절한 평가를 실천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과정 중심 평가는 학습을 위한 평가이며 결과 중심 평가는 선발과 경쟁을 위한 평가로 지양하는 것은 교육에서의 평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선발과 같은 외부적 평가를 위한 결과평가와 수업에서의 학습을 위한 과정평가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각기 다르다는 구별된 인지가 필요하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의 평가로 여러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기 보다는 각각의 목적에 적합한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수업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 실행 전략들

수업에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평가를 하려고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학습을 위한 평가에 대한 생각이 좀 더 명료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실행을 위한 모형들과 전략 요소들이 여러 문헌에서 제시되고 있어 참조해 볼 수 있을 것이나 대표적인 실행 전략중 하나를 제시하면 <표 1>과 같다.

<표 1>은 Black과 Wiliam의 학습을 위한 평가 개념을 현장에서 실행하기 위해 제시한 전략으로 우리나라 여러 문헌(강승호 외, 2012; 김명숙, 2008; 김진규, 2008, 박정, 2014)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표 1>의 전략은 Ramprasad(1983)의 효과적인 피드백 제공 과정에 근거한 것으로 수업을 세 단계의 과정으로 구분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주체로 교사, 학생, 동료를 명시하였다. <표 1>의 다섯 가지 전략 중 세 가지 전략은 학습과정에 관한 것이며 나머지 두 전략은 평가 주체에 관한 것이다.

학습의도(목표)와 피드백

수업 과정에서 실행해야 하는 세 가지 학습전략으로 먼저 학습자가 나아갈 지향점(learning intentions: 학습의도, 학습목표)을 설정하여 공유하고, 그 다음으로 학습자의 현재 수준과 상태를 파악한 후 학습의도(목표)와 현재 학습자 상태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들었다. Black과 Wiliam은 학습과정에서 3단계 전략을 제시하였으나 수업과 평가를 구분하지 않고 평가를 교수-학습을 연결하는 수업에서의 매 순간의 활동으로 이 전략들이 순환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서 학습의도(목표)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설정하고 이해하여 공유해야 하는 학습의 지향점이다. 교사가 수업에서 평가 정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학습목표를 명료하게 이해하여야 하며, 성취기준 도달 정도만 알려 주는 평가 정보로는 교사가 수업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Wiliam(2011)은 평가 정보를 얻기 전에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고 이를 얻기 위한 수업설계를 제안하였다. 교사는 학습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백워드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과 평가의 일체화와 상당히 유사한 방식이다.

그 다음으로 학습목표와 학생의 현재 상태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수업 과정에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표 1>의 전략 3에 해당한다. 이는 학습목표와 학습자의 현재 상태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수업 방식이며 평가 정보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Wiliam과 Thompson(2008)은 전략 3을 설명하면서 준거 수준에 비추어 현재 학습자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고 반드시 다음 단계의 학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습간극을 줄이기 위한 피드백의 중요성과 수업에서의 적용에 공헌한 Sadler(1989)도 학습자의 현 상태를 알려주는 피드백보다는 학습목표와 수행기준에 따라 제작된 학습과제에 근거한 학습자의 학습 향상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학습간극을 줄이기 위한 활동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피드백이어야 하며 제공 정보를 말이나 글 등 구체적인 형태의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정보의 사용은 학생 학습을 돕는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과정에서 평가를 하는 주목적이다.

그러나 학습목표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피드백 제공이 학습목표에 치중하게 될 때 성취수준 도달을 학습의 성과로 간주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우려하였다. 학습목표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학생의 사고를 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련의 학자들(Hargreaves, 2013; Perrenoud, 1998; Shute, 2008)은 형성평가의 피드백에 관한 연구들이 학습자의 인식에 대한 관점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학습목표와 성취기준 도달을 위한 피드백 제공이라는 일반적인 절차와 과정에 초점을 두는 평가를 우려하고 학생의 인식과 자율성을 강조하였다. 학생이 피드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학습을 위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학습에서 학생의 인식과 자율성이 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사가 가르친다고 학생이 배우는 것도 아니고 교사가 원하는 바대로 피드백이 학생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피드백이 학생의 학습과 성취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주어진 피드백을 학생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부적인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습을 위한 평가 실행에서는 평가의 주체를 학습자 자신으로 보는 것이 무엇보다 주요하기 때문에 다음 절에서 평가의 주체로의 학생을 살펴본다.

학생과 교사

학습 과정에 이어 <표 1>이 제시하고 있는 마지막 두 전략은 평가의 주체로 교사와 함께 학생과 동료를 포함하는 것이다. 수업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를 할 때 학생이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형성평가(학습을 위한 평가)의 주요 특징으로 제시하였다. 평가의 주체로 학생과 동료를 포함하는 것이 특별히 새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교육에서도 학생의 참여를 강조하고 자기평가와 동료평가와 같은 학습자 중심의 평가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평가의 주체는 교사였으며 지금도 교사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을 학습의 주체로 강조하기는 하나 평가의 주체로 보는 것 같지는 않다. 평가는 기록된 문건에 들어가는 정보이며 이는 교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학습을 위한 형성평가에서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평가의 주체인 학습자와 교사에 대한 형성평가 주창자들의 해석을 살펴보기로 한다.

Black과 Wiliam(1998)은 학습자를 자신의 학습목표와 학습 상태에 대해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주체라고 상정하였다. 학습자는 자신의 학습이 가야할 방향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학습을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은 스스로 학습주제를 선택하여 숙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세상의 의미를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구성하고 자신의 이전 경험을 새로운 경험으로 연계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학생은 지식이 밖에 존재하여 도달되기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지식을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능동적인 존재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단계를 이동해 가는 학습자가 아닌 자율적이며 자기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해가면서 학습하는 각자의 특성과 자질을 지닌 독립적 자아로 상정한다. 이 관점에서 학습은 학습자들이 협력적으로 지식을 구성해 가는 과정으로 동료를 지식 구성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며, 동료의 학습으로부터 자신의 학습을 반추할 수 있고 동료의 피드백이 자신의 학습에 반성을 촉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학습내용을 통한 학생의 주체적인 학습활동과 변화를 학습자가 인지하고 성찰할 수 있을 때 학습 과정에서의 성취가 발생할 수 있다. 학습자가 학습의 주인이 되었을 때 교수-학습이 발생한다.

이 때 교사는 학생이 어떻게 학습과제를 선택하고 수행하는지 살펴보고 그 과정을 도와주기 위해서 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 학습자의 학습을 인지하는 사람이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을 학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반성하고 학습자의 학습을 도와주는 조력자로 학생의 학습 향상을 위해 학습자의 현재 상태와 성취보다는 학습자의 미래의 학습 과정에 초점은 두어야 한다. 학생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배우는가를 알아야 하며, 학생의 관찰 가능한 수행과 성취를 통해서가 아니라 학생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학생의 수행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학습 과정 자체에 초점을 두어야 학생의 학습이 향상된다. 학생의 수행에 초점을 두면 수행도 퇴보한다(Watkins, 2001). 학생을 평가 정보의 수혜자로 보며 학생
을 교사와 함께 지식을 구성해 갈 수 있는 능동적인 학습자로 상정하면 교사와 학생이 그 자체로 평가도구이며 방법이 될 수 있다.

학습자는 수업에서 자신의 학습 과정을 탐구하고 성찰하는 존재이며, 평가는 학습의 과정이며 학습의 일부라고 간주할 때 학습의 주체인 학생이 평가의 주체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평가의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학생 자신의 몫이 된다. 평가의 결과는 주체에 따라 각기 다른양태로 활용된다. 교사는 교수를 위해 학생은 자신의 학습을 위해 사용한다. 학생의 지식과 이해는 수업에서 가르쳐 지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된다고 상정하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생과 과제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해진다.

Shepard(2000)는 학습을 위한 교실에서의 평가는 교사가 스스로의 교수 관행을 바꾸는 일이며 이를 위한 첫 단계는 자신의 사고의 틀을 깨는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평가를 바라보는 근원적인 변화를 하지 않고 선택형 평가에서 수행평가로의 평가방법의 변화, 학생성장을 성취의 향상에 두는 것과 같은 전통적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수업에서 학생의 학습을 위한 평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학생의 변화를 추구하는 수업에서의 평가를 평가하는 준거를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두기보다는 평가 정보가 학습 진전을 위한 수업을 도울 수 있는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는 가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상의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의 시간을 소모하게 만드는 자료를 요구하는 평가는 학생의 학습과 교사의 수업에 무용지물이라는 Harlen(1994)의 지적도 유념해볼 만하다.

선발을 위한 평가가 교육을 망친다는 소리에 더해 평가 때문에 수업을 못하겠다는 본말전도 현상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며, 수업에 평가를 도입하려던 본래의 취지대로 학생의 학습을 돕고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는 데 필요한 수업에서의 평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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