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2023 겨울호(253호)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은 소중하다

배영직(서울특별시강동송파교육지원청, 교육장)

최근 교권 추락과 교육 회복 기회 상황에서 학교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보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교육 방향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주도성과 책무성 그리고 변혁적 역량을 강조한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은 학습자 중심의 역량 교육과정이면서 수시형 교육과정이다. 국가와 사회 상황에 맞게 수시로 유연하게 반영하자는 취지였지만 실제로 잘 적용되지 않았다. 아쉽기는 하지만 개정 7년이 지난 후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공시되었다. 이 교육과정은 추구하는 인간상이나 학습자 중심의 역량 교육과정을 강조하는 점에서 연속선 상의 경향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습자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이미 표출된 능력 중심의 역량을 강조하였지만, 실제로 학습자 중심의 자율성은 점점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성찰로 다가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런 다양한 상황 변수를 고려한 주도성과 책무성 그리고 기대되는 잠재력을 반영한 변혁적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질문이, 생각이 자라는 교실’은 꿈과 생각이 왕성하기를 기대하였다.

최근 10여 년간 서울교육 방향의 지향점인 ‘질문이 있는 교실’, ‘교실혁명프로젝트’, ‘우리가 꿈꾸는 교실’, ‘생각이 자라는 교실’ 등은 국가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시대적 흐름을 담아서 잘 기획하였다. 그런 취지가 학교와 교실 속의 상황에서 그 학생들의 꿈과 생각 그리고 질문이 왕성하게 일어나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대학입시, 기초학력, 진로와 직업이라는 교육과 연계된 외부의 블랙홀이 여전히 존재하고, 지나친 개성 존중과 그 개성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는 자율적 의지(시민성)의 미성숙으로 인하여 우리 교실에 대한 기대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학습자 중심의 자율성은 각자도생의 형국으로 가고 있는 경향이며, 차이에 대한 인정과 수용보다는 모든 것을 대립과 갈등 그리고 소송전으로까지 가야 하는 현실의 딜레마로 이어지고 있다. 각자 알아서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문화가 소중함을 지켜준다.

교실을 위한 외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충분하지 못하였다.

우리가 교실(학교 안팎 및 가상의 공간 포함) 안의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변화 등 내용적인 것은 잘 계획하여 지원하였으나 외적인 제도와 시스템은 잘 지원하지 못한 면이 있다. 외적인 제도와 시스템은 기술의 급변,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 및 인식의 변화, 학교 역할의 다변화, 감염병과 기후 위기 등을 충분히 예측하여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내용상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모든 열정을 가지고 투입하였으나, 외적인 상황이나 지원 시스템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했다는 현실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의 교실을 지원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충분히 확보하고 지원하여야 할 시급성이 대두되었다.

우리는 통합하기까지는 어렵지만,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어떤 정책이 학교를 거쳐서 교실을 통해 학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면 소리만 외치는 격이 된다. 교육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을 보면 교육청, 학교, 교사, 학생들은 분절적으로 보이곤 한다. 우리는 ‘학교와 교사가 다른가?’, ‘교사와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가 다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완전히 같다고 보기 어렵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도 우리는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고 점점 더 서로 멀어지려 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서울교육을 생각하여 보면, 교육청, 학교, 교직원, 학생, 학부모가 긴밀하게 연계된 연결체라고 보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이다.

교육 회복은 교육과정의 정상화라고 보아야 한다.

교육 회복은 단순히 학생 생활교육의 측면만을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고 법령 개정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교권4법’이 개정된 것은 다행이고 아동복지법 관련 개정도 이어질 듯하다. 그런데 ‘교권4법’ 등 관련 법령이 재개정되고 세부 규정이 만들어 질수록 적응 시간도 필요하고 법령과 유권해석이 필요하다. 법령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넘어가면서 실제 최종 판단이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학교 안팎의 갈등 상황이 지속되는 현상을 겪게 된다.

그리고 법령은 예기치 못한 것까지 포함하지 못하는 것이 기본 속성이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 평가가 법령적으로는 완벽해야겠지만 그것은 너무 이상적이다. 우리는 교원들을 완벽한 인간으로 기대하는 강박 관념을 가질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 이는 인간이 단순히 문서와 규정으로만 해결이 가능한 존재가 아니며, 우리 학생들은 특별히 더 그런 존재이고 앞으로 더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학교 교육과정은 기본 법령을 준수하면서도 학교와 학생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담고 있다. 그래서 교육 회복은 교육과정의 정상화라고 말할 수 있다. 교육과정 정상화는 학습권, 수업권, 평가권의 확보라고 볼 수 있다. 교육과정 정상화로써 학습권, 수업권, 평가권의 확보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학교 교육과정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교육과정은 교육 자치와 자율성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학교 교육과정은 가장 고도화되고 치밀하게 구성된 고차원의 총합체이다.

학교 교육에서 교육과정의 방향과 운영은 국가와 시도의 교육 지향을 바탕으로, 지역의 여건과 교육구성원의 생각과 요구를 함께 담고 있다.

국가와 시도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은 바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확보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를 충실히 운영할 수 있는 것이 교실의 수업이며, 이 수업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바탕은 교사들의 전문적 역량이다. 수업에 따른 평가는 의미가 있는 교육 요소이고 더욱더 전문적 역량에 해당하지만, 외부 인식 정도는 낮은 편이고 충분한 평가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인식 개선이 중요한 부분으로 대두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 교육과정은 가장 고도화되고 치밀하게 구성된 고차원의 총합체이다. 그렇다고 학교 교육과정을 지나치게 규정화·문서화하는 것은, 반대로 너무 복잡하다고 해서 오히려 외면하고 등한시하는 문제가 있다. 그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면서 교육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관점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을 점차 교사 교육과정으로까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더 전문화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학습권, 수업권, 평가권의 확보는 법령과 더불어 전문적 역량을 함께 고려한다.

학습권, 수업권, 평가권에서 전문적 역량 영역은 법령적인 요소와 더불어 전문적인 판단의 요소가 존재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전문가라고 하면 자기 영역에서 법령적인 요소와 전문적 역량의 요소를 확인하고 역할과 권한 그리고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계속해서 법령적인 요소들을 추가 제공하여 규정으로 제약하는 학교 교육에 접근하기보다는 학습권, 수업권, 평가권의 확보를 위한 시스템과 문화를 조성해서 학교 교육의 조장과 촉진을 기대하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전문성 영역을 분석하고 구체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급별로 접근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방향은 같다.

수업권을 예로 들어보면, 법령적 요소와 전문적 역량 요소로 구분하고 역할과 권한 그리고 책무성을 함께 고려하는 다층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여 학교로 안내하는 일은 방향 제시와 더불어 실질적인 교육 회복의 세부 방안이 될 것이며, 전문성을 확보하는 길이 된다. 물론, 전문적 역량은 자기 성찰이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교원 전문성 함양과 자기 성찰의 차원에서 서울, 경기 교육청 등에서는 교원 역량에 관한 연구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 전문적 역량을 확보하고 가치와 의미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의 외적인 지원에 관한 연구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교육(교권) 회복은 학습권, 수업권, 평가권을 확보하고 전문적 역량을 어떻게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가가 중요하다. 교육(교권) 회복은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의미하며, 정상적인 교육과정은 학습권, 수업권, 평가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습권, 수업권, 평가권을 확보하도록 지원책(법령 및 문화 개선)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포식을 거행하여 공감대와 인식을 개선하고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법령적인 개정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하도록 하면서도, 문화적인 측면의 필요한 대책 방안으로 선포식을 거행하여 공감대와 인식을 개선하여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이 학습권, 수업권, 평가권 확보가 학교 교육 정상화의 시급한 방안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선포식은 단절이 아닌 연결의 공동체적 시민성을 방향으로 설정하고 그 방향을 근간으로 학교별 규정을 함께 선언하는 자리로서 학년 초에 실시하였으면 한다.

학교와 교실의 연결형 대안 교실이 필요하다.

학교 단위에서 학생의 타임아웃이 지속되거나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은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오디세이 학교와 같은 대안형 교실(프로그램)을 운영(필요시 지역기관에 위탁)할 필요가 있다. 교실과 학교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우리가 함께 고려하여야 할 만큼 중요한 영역이 되었으며, 어느 누가 혼자서 감당하여야 하는 몫은 아니다. 이는 폐쇄와 단절의 접근이 아니라 연결형의 교실로 접근이 중요하다.

이상으로, 교육 회복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접하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하였지만, 이외에도 새로운 세대인 우리 학생들을 위한 체험 및 프로젝트 활동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 그리고 정신과 신체의 균형적인 성장을 위한 스포츠활동을 활성화하는 것 등 안전과 책임으로 인한 위축에서 벗어나고 학교 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질 방안도 지속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의 역량과 잠재성을 경험한 바와 같이, 멈춤과 전진의 나선형으로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고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 본다.

우리는 다시 교육, 학교, 교실의 소중함을 담은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문화 조성으로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기대한다. 과거의 서당은 누구도 함부로 하지 않는 곳이었고, 어떤 권력자도 선생님께는 머리를 조아렸다. 전쟁 중에도 천막에서의 배움은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은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