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3 가을호(252호)

[강빛초중이음학교]
따로 또 같이,
어울림을 배우는 이음학교

최사라 명예기자

초등학교, 중학교가 병설유치원과 더불어 한 공간에 함께 있는 학교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학생이 한 곳에서 12년 동안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생소하고 낯설다. 한편으로는 함께하는 공간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기대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 생활지도 측면에서 걱정이 있기도 하다.

학령인구 감소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며, 학교는 학생 수 감소에서 더 나아가 학교의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절박한 교육 현실에서 새로운 학교 문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유·초·중이 한 공간을 사용하며 서로 어울리는 서울형 통합운영학교를 실제적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 수많은 ‘처음’을 겪어내고 끊임없이 기록하며 미래의 이음학교를 위해 노력하는 강빛초중이음학교(이하 강빛이음학교, 교장 최창수)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어울림을 통해 발전적 사례로 만들어가는 과정과 방법을 들여다보았다.

*강빛초중이음학교는 유·초·중을 아우르는 1명의 교장이 있고, 학교급마다 교감이 1명씩 있다.

터전이 이어지는 학교

따로 또 같이 어울리는 공간

강빛이음학교에 들어서면 한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에 압도된다. 먼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운동장이 작은 울타리로 구분되어 있으면서도 울타리 틈으로 언제든 서로를 내다볼 수 있다. 교내에 들어서면 학교의 가운데에 층마다 위치한 강빛도서관과 강빛PLUS 공간을 기준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구분된다. 2개 층을 터서 만든 강빛PLUS는 공연장으로서도 손색이 없어 e스포츠 중계나 댄스 공연 등 다양한 행사의 무대가 된다. 급식실 앞에 있는 넓은 공간에서는 때때로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이 열리고, 유·초·중 아이들이 급식을 먹고 공연을 감상하며 함께 어울리는 장이 되기도 한다. 공용 공간을 통해 서로의 활동을 지켜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러운 진로교육이 이루어진다.

서로 다른 학교급이 같은 공간을 사용할 때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겪는 곳은 체육관이다. 초등학교는 40분, 중학교는 45분의 시종 시간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도 있겠지만, 한 공간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강빛이음학교에서는 갈등 조정을 위해 모든 부장교사가 함께 모여 자세한 공간 이용 매뉴얼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규칙을 지키며 서로의 구역을 존중하고 안전을 지키며 배려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는 잠재적 교육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함께 맞춰가는 학사일정과 교육활동

강빛이음학교는 유·초·중이 각 학교급의 특징을 가지고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운영한다. 학교급이 다른 다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재량휴업일 또는 방학식 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초·중이음 교원학습공동체’를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이음회의를 열어 학사일정을 의논하며 기본적으로 방학, 개학, 재량휴업일을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이례적으로 초등학교에서도 1월에 방학식이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고사 기간을 피해 행사 일정을 잡는 등 서로를 존중하며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교육활동에서는 매년 어린이날을 맞아 운영하는 이음의 날 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기본 계획 수립 – 관련 부서 및 학년 협조 – 활동 준비 – 교육과정 시간 계획 – 이음활동 실시 – 사후평가회’를 초·중이 함께하는 교원학습공동체에서 논의한다. 또한 생태교육, 체육교육 등 이음을 실천할 수 있는 영역에서 활발히 이음이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초등학교에 있던 킨볼 동아리가 활성화된 후 중학교에서도 킨볼 동아리를 개설하여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음이 이어지는 학교

유·초·중이 함께 어울리는 이음의 날

강빛이음학교에서는 매년 어린이날을 맞아 5월 첫째 주에 이음의 날을 실천하고 발전시켜오고 있다. 이음의 날에는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먼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의 학생을 위한 놀이마당이 있다. 그리고 놀이마당을 운영하기 위해 초·중학생 중 4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낚시 놀이, 목걸이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는 데 봉사단이 함께 하며 학교급을 넘어서서 아이들이 소통하는 장이 마련된다.

다음으로 놀이마당에 참여하지 않는 초·중학생들을 위해 이음의 날에 ‘시어핀스키 프로그램’, ‘STEAM 프로그램’ 등을 중학교 교실, 과학실 등에서 운영한다. 중학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초등학생이 참여하게 되면서 중학교 교실도 경험해보고, 중학교 선생님과 선배 등을 만나며 전환기를 앞둔 초등학교 학생들의 적응력을 키워준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학교급이 변화할 때 받는 전환기 스트레스가 거의 없이 중학생이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책 읽어주는 중학생 · 같이 놀아주는 중학생 · 마음이 따뜻한 중학생

 

유·초·중이 함께하는 강빛이음학교는 만 3세부터 만 15세까지 함께하는 학교라 상위 학년에서 하위 학년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이 많다. ABC 스토리텔러 자율동아리와 학교 창체 동아리 도서반에서는 중학생들이 유치원 방과후 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방문하여 직접 책을 읽어주고 보드게임을 함께 하는 활동을 한다.

강빛공방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을 위해 학교 사용 설명서를 학생이 중심이 되어 제작했다. 학교급이 달라질 때 겪을 수 있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연탄 나르기 봉사, 유치원 등원 도우미 봉사 등 여러 봉사의 기회를 통해 양보와 배려, 돌봄에 대한 인식이 학생에게 내면화된다. 봉사의 기쁨을 느끼고 함께하는 것의 가치를 배울 기회가 학교 안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 강빛이음학교의 강점이다.

배움이 이어지는 학교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징검다리가 되는 수학

강빛이음학교의 여러 특색 활동 중 하나는 수학 징검다리 프로그램이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수학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초등학교 5, 6학년의 성취기준과의 연관성을 파악하여 징검다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실제로 중학교 1학년 1학기 성취기준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두 학교급의 연관되는 수학 성취기준과 개념을 바탕으로 문제은행을 만들어 한 권의 책으로 제작하고, 상위 학교급으로의 전환기에 적절한 투입을 위해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에 지금까지 배운 개념을 다지고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징검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학력의 기반을 마련하고 중학교 수학에 적응력을 높여주는 것은 강빛이음학교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통합적 교육과정

통합적 교육과정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다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완전히 통합되어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사에게 배우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한 번쯤은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교원 자격증의 문제, 시종 시간의 차이, 학교급별 학생의 특성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지속적인 통합수업이 이루어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강빛이음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며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치열하게 고민한 교육과정의 흔적이 엿보인다.

첫째, 초등학교에서 기초를 쌓고 중학교에서 발전하는 연계형 프로그램으로서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한다. 범교과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원이 함께 분석하고 구체적인 차시별 계획을 만들어 실행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9년 동안 연계성을 갖춘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세계시민으로서의 가치를 체득하고 있다.

둘째, 생태교육이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생태 관련 수업을 중학교에서 하기도 하고, 각 학교급에서 생태 관련 활동으로 텃밭과 화단을 가꾸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모두의 힘을 모아 가꾼 학교 화단과 텃밭은 학생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셋째, 국어 통합 수업으로 중학생이 그림책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초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낭독하여 읽어주고, 초등학생은 그림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활동이다. 문학은 학교급을 뛰어넘어 함께 감상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아이들이 문학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로 이어지는 학교

공동체를 온몸으로 느끼는 학생

학생들이 최대 12년까지 함께 생활하면 교우관계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이음학교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면 으레 가질 법한 의문이다. 낙인이나 틀어진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실제로 이음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그런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더욱 친구관계에 조심하게 된다고 한다. 또, 한번 일어난 갈등을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또 성장하는 과정을 서로 지켜보면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경험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나의 공동체로 함께 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관심과 격려로 함께 하는 학부모

강빛이음학교의 학부모 또한 이음학교와 학교에서의 이음활동에 긍정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2021년 신설된 후로 3년을 지나오며 아는 친구, 동생, 선배, 선생님이 많아지는 것이 이음학교만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외동이더라도 관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상위 학교로 옮길 때에도 아이가 낯설어하지 않고 다른 학교급의 학생에게 갖는 경계심이 줄어들며 함께 어울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평가와 환류로 단단해지는 학교

강빛이음학교는 본지에 다 싣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매년 평가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반응을 고려하며 교육적 효과가 있는 프로그램을 가려내어 일반화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든다. 시행착오가 있던 유치원 등원 도우미의 경우도 교육공동체의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유치원 등원 시간과 봉사자 수업 시간의 불일치 및 수업 결손 등의 어려움으로 때로는 과감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또한 이음의 날처럼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은 매년 개선 방안을 찾아 발전적인 방향으로 계획하고 운영한다. 똑같은 이름이라도 학교의 특성과 아이들의 상황을 고려하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여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강빛이음학교가 더 단단해지는 이유라 생각한다. 이처럼 평가와 환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수많은 교직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학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할까? 강빛이음학교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뜻을 모아 3년째 이음학교를 가꾸며 공간을 공유하고 서로가 정서적으로 이어져 있다고 느낀다. 여러 어울림 활동을 실천하여 학교가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한 공간에 여러 학교급이 함께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어울림을 배우고 배려와 존중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잠재적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생각보다 더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들고, 또 공간을 넘나든다. 모든 경계는 어쩌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한 줄의 금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한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이음학교의 한 해를 돌아보고 학사와 교육과정을 논의하며, 어울림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뜻있는 교사들이 필요하다. 교원들이 힘을 모아 이음학교의 물결이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작은 물결이 큰 물결이 될 수 있도록 어느 누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이음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음학교가 안정화되고 자리를 잡아 다른 이음학교에 일반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교원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도를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피드백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