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우 (구산중학교, 교사)
1. GO! TRY!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배경
되풀이되는 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한 소외의 문제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 급속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언택트(Untact) 환경을 기반으로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가 가속되었는데, 우리의 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400만 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미래교육에 성큼 다가섰고, 더 나아가 최근에는 미래사회의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및 소프트웨어(SW)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하여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청사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는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가 심화되었고, 학교 현장 또한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업 손실, 학업 격차, 학습자 소외 등의 문제가 커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급속한 변화로 파생된 소외와 양극화의 문제는 세계적·역사적으로 되풀이되어 왔다. 1970년대는 산업화·도시화, 1990년대는 위환 위기를 겪으며 소외로 인한 공존과 상생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2021년 제 76회 유엔 총회의 화두는 단연 코로나19라는 세계적 팬데믹으로 촉발된 불평등, 양극화, 인권 문제였다. 미래사회는 어떠할까? 미래사회 역시 이와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이 자명하다.
미래교육의 기반, 인성교육
우리의 학생들이 주역이 될 미래사회를 위해 어떠한 교육이 필요할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 등의 교육과 더불어, 예측 불가능한 난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 가치와 덕목을 내면화하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제 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2021년∼2025년) 수립을 위해 실시한 교사·학부모 정책 모니터단의 설문조사 결과 89.14%가 미래사회의 ‘인성교육’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위해 국가교육회의가 수렴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국민들은 지금보다 강화해야 할 교육 1순위로 ‘인성교육’을 꼽았다. 이처럼 인성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인성교육의 개념과 추진 방향, 체계가 명확하지 않고 교과 교육과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일회성 행사 위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 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에서는 인성교육의 방향을 ‘책임 있는 사회 참여를 위한 시민적 인성’과 ‘타인, 공동체, 자연을 존중·배려하는 도덕적 인성을 겸비하는 것’으로 분명히 하였다. 또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교과 특성과 목표에 부합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학생 중심 수업 및 과정중심평가와 연계하도록 하였다. 이에 필자는 ‘좋은 인간’과 ‘도덕성’을 지향하는 인성교육과 ‘좋은 시민’과 ‘시민성’을 지향하는 민주시민교육을 목표로 삼고 국어과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수업방법개선, 과정중심평가를 실천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구안하여 실천하였다.
디지털 사회와 복합양식 텍스트 기반
언택트(Untact) 시대에 교육 현장은 괄목할 만한 변화를 맞이했는데, 교실 등교수업에서 벗어난 디지털 공간에서 ‘공익 광고, 뉴스, 영화, 사회 관계망의 글’ 등과 같은 복합양식 텍스트가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이는 미래교육에서 요구되는 학생들의 의사소통 양식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의미하지만, 학생들이 이를 수용하는 차원에 그친 점, 비판적 읽기를 토대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소홀한 점이 한계로 꼽힌다. 미디어를 통한 사회 참여와 실천은 민주시민 역량 함양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미래교육에 부합하는 복합양식 텍스트를 수용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학습자가 이를 생산하고 소통함으로써 비판적·주체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실천·참여·체험 중심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2. GO! TRY! 프로그램의 소개
GO! TRY! 프로그램의 실천과제
현재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세계는 다양한 영역의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덕목을 내면화하고 시민적 인성을 토대로 사회 참여를 실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에 필자는 ‘나’, ‘이웃’, ‘지구촌 사람들’의 가치와 존엄성을 인식하고 사회 난제 해결에 대한 책임 의식을 토대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지속가능한 세상 및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기여하는 역량을 함양하는 ‘GO! TRY!’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천과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Growth’는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싼 ‘관계, 사회, 세계’ 속에서 성찰하는 과정, ‘sOciety’는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소통하는 과정, ‘Trust’, ‘paRticipation’, ‘democracY’는 공존과 상생의 태도로 책임 있는 참여와 실천을 펼치며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일컫는다.
3. GO! TRY! 프로그램의 실천
복합양식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GO! TRY!’ 프로그램의 실천과제 중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활동을 일부 소개하고자 한다.
가. 공존과 상생을 위한 인식의 확장, 소설 연계 교육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혼란기로, 이 시기 학생들은 갈등과 혼란을 겪으며 자아를 성찰하고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등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삶과 사회·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확장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상태보다 도약한 의미 있는 성장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따라서 다양한 갈등, 인간 내면의 문제, 사회 문제 등을 반영한 소설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인식을 확장하는 활동을 선행하면, 자신을 둘러싼 관계, 사회, 세계와 연관한 의미 있는 성찰 과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관리 역량 및 공동체 역량 등을 함양할 수 있으며, 이때 교과 특성이나 핵심 인성 역량에 따라 소설이 아닌 다양한 텍스트로 활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학생들의 인식 확장을 위하여 다양한 소설을 활용하였는데, 위에 제시된 그림은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노새 두 마리』(최일남)와 연계하여 반복되는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탐구하는 마인드맵을 작성한 활동이다. 학생들의 마인드맵은 칠판, 패들렛을 통해 공유한 후, 추후 사회 문제를 담은 보고서 쓰기의 내용 생성 단계로 활용하였다.
나.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감성 및 정서 함양
‘GO! TRY!’ 프로그램의 소설 연계 ‘자서전 쓰기-자화상 그리기’ 융합 수업, ‘독서-영화 제작’은 학생들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문화·예술적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자기관리 역량, 공동체 역량, 심미적·감성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 특히 ‘자서전 쓰기-자화상 그리기’, ‘독서-영화 제작하기’는 전통적인 독서교육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에듀테크 플랫폼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직접 복합양식 텍스트를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정의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안하였다. 본 활동은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측면의 발달 및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돕고 코로나19로 인한 무력감, 우울감 등을 극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학생들의 평가를 얻었다. 한편, 구글 문서를 활용한 자서전 쓰기는 글쓰기 과정 전반에 걸친 ‘교사의 피드백-학생의 고쳐쓰기’가 가능하여 과정중심평가에도 효과적이다.
다. 의사소통양식의 변화, 디지털 사회의 리터러시
사례는 대부분의 국어 시간에 이루어지는 글쓰기 장면이지만, 글쓰기 과정 및 텍스트로 활용된 보고서가 실제 의사소통 양식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현재 직장, 대학교 등에서 과제나 보고서를 손으로 써서 제출하는 일은 매우 드물며, 우리가 자료를 검색할 때 인터넷으로 접하는 기사, 블로그, 광고 등은 대부분 다양한 매체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원격수업에서도 소리, 이미지, 문자, 동영상 등 다양한 양식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뉴스, 광고, 영화, 유튜브 영상 등 복합양식 텍스트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편, 2015 국어과 교육과정에 의하면 다양한 매체 언어가 결합한 복합양식 텍스트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는데, 이는 학생들이 다양한 매체 언어를 활용한 복합양식 텍스트를 수용·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참여를 실천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의사소통 양식의 변화에 따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복합양식 텍스트를 활용한 교육은 공존과 상생의 태도로 책임 있는 참여와 실천을 펼치며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공동체, 민주시민 역량을 함양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원격수업 등 비대면 소통이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에듀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복합양식 텍스트의 이해, 표현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보고서 쓰기’, ‘그래프 제작’, ‘포스터 제작 발표’ 또한 디지털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리터러시를 중시하여 구글 문서, 구글 프레젠테이션, 미리캔버스 등을 활용한 복합양식 텍스트를 생산, 공유함으로써 학생들이 사회 문제를 선정하고 문제 해결 방법 등 자신의 생각을 펼치며 사회 참여를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라. 논쟁은 미래사회의 민주시민을 키운다
학교는 도덕적 인성과 시민적 인성 역량을 함께 기르는 곳으로, 학생들은 갈등과 의견 대립을 거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과정을 거쳐 올바른 인성을 지닌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GO! TRY!’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차별및 불평등과 관련한 사회 문제를 스스로 선정하게 하고 이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며 자신만의 입장과 관점을 세우는 논쟁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은 최근의 사회적 이슈 중에서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균형’을 주제로 선정했는데, ‘국제보건기구(WHO)’, ‘백신 생산 기업’, ‘부스터샷 실시 국가’, ‘백신 확보 및 접종률이 현저하게 낮은 국가’의 대표를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하였다. 각각의 집단이 수집한 자료는 패들렛에 공유하고 각 집단의 대표가 논쟁 주제와 관련한 입장과 관점을 발표하였다. 학생들은 국제적 난제에 해당하는 다양한 관점을 분석하고 갈등과 의견 충돌의 과정을 거쳐 백신 수급 불균형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세워나가며 공동체·민주시민 역량을 함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습 격차, 디지털 격차, 경제·문화적 수준의 격차, 국가 간 백신 수급 불평등, 인종차별 등 다양한 불평등과 차별이 심화됨에 따라 이를 해소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하지만 소설 속 사회의 모습을 볼 때 이러한 불평등과 차별은 요인과 양상이 다를 뿐 시대를 넘어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의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사회는 코로나19가 아닌 또 다른 요인으로 세계적인 위기를 맞이하고 불평등과 차별로 인한 소외의 문제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GO! TRY!’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예측 불가능한 위기와 난제에 직면하더라도 올바른 인성을 겸비한 민주시민으로서 약자와 더불어 더 나은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인성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본 프로그램의 활동 사례들이 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본 프로그램은 국어과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디지털 사회와 미래교육에 적합한 다양한 복합양식 텍스트를 활용하였는데, 타인을 존중하고 협업·소통하는 민주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참여적·협력적 학생중심수업과 과정중심평가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있다.
참고문헌
• 교육부(2019),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2021～2015).
• 김현진(2019),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안 연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 서혁(2018), 복합양식 텍스트성과 복합양식 텍스트 읽기 능력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 윤영돈(2019), 민주시민교육과 인성교육의 조화 가능성 탐색, 한국인격교육학회 13-3.
• 이순영 외(2019),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담은 독서교육론, 사회평론아카데미.
• 정재림 외(2021), 팬데믹 시대, 문학 수업의 가능성과 한계, 한국문학교육학회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