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4 봄호(254호)

[구로중]
“교원학습공동체로 통하다”
교육공동체, 수업 혁신을 향한
위대한 파도가 되어

김율 명예기자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한 학교 교육 회복

현재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학령인구 감소 등의 다양한 이슈들이 혼재되어 있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를 비롯한 학교 교육 공동체는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공동체 회복이 필요한 지금, 지역 사회와 교사, 학생 등이 함께 모여 서로의 징검다리가 되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고, 공존과 상생을 실현하는 구로중학교(이하 구로중, 교장 조선영)의 교육공동체 회복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구로중은 2019년도부터 서울특별시남부교육지원청 관내 혁신학교로 지정된 공립 학교로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다문화 가정 및 학생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중도 입국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도 많은 편이다. 일반적인 수업으로는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생활 및 학업 성취도를 기르는 데 한계가 있었고 이에 따른 수업 혁신과 변화가 필요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교육의 공백을 더욱 촉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곳의 교사들은 전문성 개발과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돕기 위해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한 교육 회복을 꿈꾸고 있었다.

구로중은 교원학습공동체의 본질을 살리기 위하여 매년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과년도 연말에 혁신 TF팀을 구성하여 차년도 수업 혁신 방안과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을 위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범교과 교원학습공동체 협의회를 실시한다.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2월에 학년별 교육 목표와 주제를 선정하고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을 활발하게 모색한다. 또한 교장 선생님을 주축으로 하여 학교 상황에 적합한 각종 연수를 이수할 수 있도록 교원들을 독려하고, 수업 혁신 역량을 강화하였으며, 쾌적한 공간과 그에 적합한 예산 등의 인프라를 적절히 확보하였다.

구로중은 2023년 하반기, 교내에 ‘수업 나눔 카페’를 구축하여 교과 및 학년 협의회, 수업 나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교사들의 활발한 기부로 생활지도 및 수업 관련 각종 도서들을 비치하여 교원학습공동체 활동과 더불어 개별적인 전문성 신장을 도모한 점도 인상적이다. 혁신학교 운영 예산에 교원학습공동체 운영 예산을 편성하여 교육 활동과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탄력적으로 예산을 운영한 점에서 교내 예산 편성 담당자들의 노고와 교원학습공동체 활성화 및 수업 혁신에 대한 의지가 돋보였다.

수업 혁신과 관심사에 따른 교원학습공동체

구로중의 교원학습공동체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직무연수로 운영되는 ‘학년별 수업 혁신 교원학습공동체’는 교과 간 융합을 꾀하며, 수업 나눔과 장학을 통해 각자의 수업을 점검하고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학교의 특징을 살려 문화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연수를 개설하거나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운영한다. 이는 직무연수 시간으로 인정될 뿐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 개발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준다. 학년부를 주축으로 각 학년 학생의 특징과 학습 발달상태를 공유하고, 교과의 특성 및 교육 과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다.

둘째,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주제별 교원학습공동체’는 교사 간 소통을 증진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등 관계 회복에 초점을 둔 공동체이다. 교사들의 공통된 관심사를 중심으로 희망하는 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운영한다. 2022년에는 텃밭 가꾸기, 독서, 문화 체험 교원학습공동체가 개설되었고, 2023년에는 저경력교사 교원학습공동체가 추가되어 총 4개의 공동체가 정기적인 모임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서로의 수업을 나누며 혁신을 꿈꾸는 자리

– 학년별 수업 혁신 교·학·공 –

교사가 가장 교사다울 수 있는 순간은 교실에서 수업할 때, 학생들과 교육 활동을 진행할 때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교육과정의 흐름 속에 교사가 어떻게 수업해야 학생들이 교과에 대한 흥미도를 높이고, 실력을 향상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교사의 숙명과도 같다. 구로중은 이런 고민을 직무연수로 운영하는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실현하였다. 학년별로 교원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어 각 학년의 교과 교사가 격주 수요일마다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공유하고 학생의 특성에 적합한 수업을 설계한다. 학년별로 교원학습공동체를 운영할 때, 동학년 내 다른 교과 간 특성 차이는 어떻게 해소하였을까?

수업 나눔 문화가 어색한 교사들은 자신의 교과 수업을 바로 논의하는 과정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부담감과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수업에 관한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나 결과물 등을 먼저 제시하거나 교사들이 서로 친밀해질 수 있도록 아이스 브레이킹을 먼저 유도하였다. 수업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활동처럼, ‘나에게 올해는           이었다.’ 등의 주제를 제시하여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거나 자신의 수업 혹은 학생들을 감정 카드로 표현하는 방식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교사들끼리 친밀감을 형성한 뒤, 각 수업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아이들의 선호도와 잠재력, 성격 등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수업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다문화 학생들이 많은 만큼, 한국어 학급 교사와 담임 교사, 교과 교사 간 주기적인 협의회를 진행하고 모든 학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한다. 소통을 어려워하던 한 아이가 미술 시간에는 흥미를 보이지만 언어 관련 수업에는 어려움을 보여, 영어와 국어 시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활용한 수업을 제안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이에 더하여, 학기별 1회(연 2회) 수업 공개 주간을 운영하여 동료 장학을 진행하고, 외부 컨설팅 장학을 통해 수업 혁신의 역량을 강화하였다. 일반적으로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으나 구로중의 사례는 달랐다. 수업 공개에 참여한 교사가 2022년에는 6명에서 2023년에는 23명으로 약 4배 정도 늘었을 정도로 수업 공개가 매우 활성화되고 있었다.

학년별 교원학습공동체에서는 수업뿐만 아니라 행사를 함께 준비하며 성장하였다. 제주 관련 수업을 주제로 한 교과 간 융합의 케이스로, 역사과에서는 4·3 사건을 다루고, 영어과에서는 <순이삼춘> 한 단락을 영어 지문으로 읽고, 사회과에서는 영상 시청 후 쓴 느낀 점을 작성하여 행사날 전시하는 등 해당 주간 수업과 행사를 연계했다. 이 교원학습공동체에 속한 저경력 교사들의 아이디어로 2021년 코로나19로 인해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수학여행과 흡사한 체험과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제주왔구로’ 행사를 통해 우도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거나 제주도 관련 현수막과 포토존, 제주 4·3 사건 등과 관련된 교육 체험 행사를 진행하였다.

저경력 교사와 고경력 교사가 조화를 이루고 모든 교사가 학교 문화 및 행사 기획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위계 서열이 분명한 교직 문화가 아닌, 수평적인 위치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기울이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학교 문화를 개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도화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수업 혁신 교원학습공동체가 주축이 되어 ‘학교로 찾아가는 맞춤형 수업 혁신/디지털 연수’를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교사들의 디지털 기기 운용 능력을 향상하였다. 그 외에도 학급 운영, 통합교육, 3학년 종합예술활동 등 다양한 주제의 연수를 학년별 교원학습공동체에서 자발적으로 신청하여 교사의 역량을 키웠다.

더불어 구로혁신교육지구와 연계된 단체의 강사들이 문화 다양성(이주민, 난민), 정의(공정무역), 환경, 인권(성 인권, 장애인 인권), 노동(청소년 노동 인권), 정치(참정권 등) 등 다양한 주제로 매년 2학년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운영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강사들과 함께 독도영토주권 교육의 일환으로 플래시 몹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지역사회를 학교 구성원으로 수용할 뿐 아니라, 사회과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협의하여 학생들의 심미적 감성 역량과 공동체 역량을 함양하고, 다른 교과 영역 수업까지 연계하여 확장성을 높이는 데 의의가 있다.

문화를 통해 수업 혁신의 씨앗을 심는 자리

–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주제별 교·학·공 –

자율연수 교원학습공동체의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부 독서와 관련된 교원학습공동체는 책을 선정하여 개별적으로 읽는 데 그치거나 가볍게 소감을 나누는 것에서 그치기도 하나 구로중의 사례는 달랐다. 책이 가진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고 모두가 함께 모여 활동하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차별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 교원학습공동체’는 매달 교과 및 교육과 관련 있는 다양한 주제의 책을 한 권 선정하여 읽고 토론을 진행한다.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법한 책을 교사가 먼저 읽고, 각자의 생각을 활발하게 나누기도 한다. 이는 국어과 수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과 활동과 긴밀히 연결된다. 독서 교원학습공동체에 소속된 교사들은 도서관이나 인근 서점을 함께 탐방하며 토론할 수 있는 책을 발굴하거나 책과 관련된 전시회를 관람하며 수업에 적용하기도 한다.

‘텃밭 교원학습공동체’는 학생들의 텃밭 동아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운영된다. 텃밭을 어떻게 구성할지 연초에 계획하여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상추를 비롯한 각종 채소를 심고 수확하여 음식을 만든다.

‘문화 체험 교원학습공동체’는 1학년 담당 교사들을 중심으로 석고 방향제 만들기와 같은 소품을 제작하거나 함께 공연 예술을 관람하는 등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운영한다. 교사들이 함께 체험한 각종 문화적 경험은 1학년 자유학년제(주제 선택)와 맞닿아 학급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각종 기반을 구축하였다.

마지막으로, 저경력 교사들을 중심으로 모인 ‘함성’은 구로중의 특화된 자율연수 교원학습공동체이다. ‘함성’은 2023년에 신설된 교원학습공동체로 교직에 첫발을 들인 교사들이 함께 성장한다는 뜻을 담았고, 1년 차 교사부터 4년 차 교사들로 구성되었다. 구로중은 매년 신규교사들이 배치되어 평균 연령대가 비교적 낮고, 젊은 교사들의 비중 또한 높기 때문에 학급 경영이나 교육 활동, 업무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 ‘함성’은 저경력 교사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으며, ‘함성’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조직은 일반적인 회사와 다르게 사수라는 개념이 없다. 신규교사로 발령받고 나면, 기안을 작성하는 법이나 학생과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는 방법, 효과적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법 등을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구로중의 저경력 교사 교원학습공동체에서는 저경력 교사로서 학생 및 학부모와 소통하거나 수업을 진행하며 마주하게 되는 돌발상황을 활발하게 공유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생활 교육 및 학급 경영에 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감 없이 나누고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구를 제안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교원학습공동체의 본질적 목표는 ‘수업’

처음 교육혁신부장 교사의 소개를 들으며, 교원학습공동체가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지 궁금했다. 두 교원학습공동체의 본질적인 목표는 교사의 본질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구성원과 주제,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선사하고, 수업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구로중은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1학년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수업 혁신 교원학습공동체가 점차 2학년, 3학년으로 확산되었고, 교사 간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수업에 대한 성찰과 나눔의 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렇다면 교원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어떻게 자율 장학이나 컨설팅 장학이 진행되며, 교사들의 인식은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몇 년 전에는 학년마다 대표 교사를 뽑아 수업 공개를 진행하였더니 부담이 가중되어 활발한 수업 나눔 문화를 기대하기에 어려웠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수업 공개 주간’을 운영하여 모두가 일상적인 교과 수업을 편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변경하였다. 수업 공개 주간 내 다양한 수업을 부담 없이 참관하는 형태로 진입장벽을 최소화한 덕분에 좀 더 많은 교사가 수업 나눔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교사들은 다른 교과의 수업을 참관하며, 자신의 수업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잠재력이나 특성을 파악하기도 하고 다양한 수업 도구 및 발문 등을 통해 자신의 수업에 활용하기도 한다. 기존에는 서로의 수업에 큰 관심을 두기보다 각자의 수업에 충실한 학교 문화였다면, 지금은 교원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며 다른 교과의 수업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자신의 수업에 녹여낼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게 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혁신 TF에서 수업 혁신 교원학습공동체 및 수업 공개 주간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수업 공개에 대한 부담감이 전반적으로 낮았고 2024년에도 비슷한 형태로 공개수업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를 통해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고 수평적, 자율적인 수업 공개 문화가 정착되었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또한 축제 때 학부모가 직접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학생들에게 선보이거나 여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운영한 사례를 통해 교원학습공동체에서 제시된 아이디어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알 수 있었다. 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학생의 학부모들과는 이중 언어 강사와 함께 협력하여 의사소통하고, 담임 교사와 이중 언어 강사, 학부모가 함께 모여 면담한다. 교사 간 공동체 회복을 넘어 학생과 학부모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구로중의 적극적인 자세를 발견하였다. 더 나아가 매년 1학기 말 다문화 주간을 운영하여 다문화 주제의 영화, 퀴즈, 부스 등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 행사가 이루어졌다. 또한 학생회 아이들과 학년별 교원학습공동체에서 교사들이 낸 아이디어로 각 교과 시간에도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우는 수업을 진행하여 교과 융합을 통한 다문화 교육이 이뤄졌다. 이렇듯 다문화 교육 현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학생들이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마도 수업 혁신 교원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더라면, 신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다문화 주간 행사를 운영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학교 문화 정착에 기여

교사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 활동을 하는 것이 학교 조직 풍토 및 문화 개선에는 어떻게 기여하고 있을까? 학교에 크고 작은 논의 사항이 있을 때 교원학습공동체를 시작으로 교사들이 자신의 의견을 좀 더 활발하게 개진할 수 있었다. 소수의 그룹에서부터 하나의 아이디어를 싹틔우고 전체 교직원 회의까지 전달하여 의견이 수렴 및 발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마치 교실에서 수업할 때,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수업하는 것보다 모둠 활동을 통해 서로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토론하도록 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교육 활동 및 각종 사업에 대한 논의를 교원학습공동체에서 먼저 진행한 결과,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다만, 매년 새로운 교사들이 유입되고 또 다른 교사들이 전근을 가다 보면 기존의 문화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로중은 매년 학기 초가 되면 기존의 교사들과 새로운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업무분장이나 소통에 있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구로중처럼 교원학습공동체가 활발하게 진행되려면 학교 구성원들이 가지는 교원학습공동체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원학습공동체를 처음 운영했을 때는 많은 교사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록이나 행정적인 절차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나 자유롭게 수업, 평가에 대한 수다를 나누는 자리라는 것으로 홍보한 결과 교사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교사들이 교원학습공동체에 참여하여 어떤 거창한 사업을 이끌거나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공유하고 더 나은 수업을 위해 토론하는 자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구로중에서는 수업 공개 주간과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이 자리 잡으며 격주 수요일에는 되도록 교직원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 문화가 생겨났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께서 새로 부임하셔도 이런 기조를 유지한 덕분에, 교원학습공동체가 하나의 문화로 안착할 수 있었다.

모두가 함께 만드는 교원학습공동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과를 불문하고 교사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 구로중의 교원학습공동체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독서 교원학습공동체에서 활동한 선생님께서 본인이 가게 될 다른 학교에서도 책을 읽고 토론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말씀하셨다. 책 한 권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인생을 배우게 되는 것처럼,교사들과 책을 읽고 수업과 연결하는 것이 다음 세대를 이끄는 데 중요한 지렛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로중은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의 핵심이 ‘협력’이라고 전한다. 함께 돕고 상생하는 것이야말로 수업 혁신과 공동체 회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회복, 다음 세대를 이끌 파도가 된다

학교 안팎의 교사 간 공동체 회복은 사소한 관심과 참여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구로중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신학기가 되면 새로운 학생들을 알아가고 수업 및 평가 준비로 모두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연령대와 교과, 관심사 등을 막론하고 서로가 함께 모여 협력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수업을 향한 지속적인 개발이 교육을 선도하고, 교실을 향한 교사들의 뜨거운 갈증이 우리 서울교육의 공동체 회복을 이끌고 있다.

봄을 맞아 새롭게 만난 동료 교사들에게 먼저 다가가 수업과 관심사를 나눠보고 공동체 활동을 제안해 보면 어떨까. 누군가가 건넨 손길이 교실에 작은 혁신의 파도를 불러일으키고, 더욱 역동적인 서울교육을 만들 것이다. 서로 협력하고자 하는 사소한 물결이 나비효과가 되어 다음 세대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