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3 겨울호(253호)

[국제교류 생태전환 수업]
새로운 생각이 필요해: 시간을 달려서

최지혜(오산고등학교, 교사)

방학 중 수업을 준비하면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일본 공영방송의 「2030 미래로의 분기점」을 보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SDGs 17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구 온난화가 아닌 ‘글로벌 보일링(global boiling)’을 다루고 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서로의 약점을 찾으면서 싸울 때가 아니다. 글로벌하게 지구를 지켜야 할 때를 조금은 놓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제2외국어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수업 시간에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환경 문제로 인해 서로 이견을 다투는 시점에서 시간을 돌려 각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협력하여 접근하자는 목표를 담고 제목을 구성하였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기초다지기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과 교류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먼저 환경에 대한 생각 다지기를 시작했다. 실천 과제를 정하고 쉬운 책과 영상으로 수업 도입부에 마음을 열다 보니 어느새 학생들에게 조금은 글밥이 많은 책도 읽을 수 있는 용기와 토론할 힘이 생긴 것 같았다.

수업은 우리나라 공영방송(「타일러의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제안」)에서 미국계 방송인이 진행한 환경 영상 관련 활동으로 시작하였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20개의 주제로 구성된 해당 시리즈는 2분 남짓의 짧은 생활 관련 스토리로 여러 정보 및 그에 따른 실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키워드가 될 만한 곳에 괄호를 넣고 영상을 보면서 학생들과 함께 답을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영상을 감상한 뒤에는 가장 흥미 있게 본 영상과 그 이유에 대해 생각을 나누었다.

일본 공영방송의 「2030 미래로의 분기점」의 일부 영상에 번역을 달고 학생들과 환경에 관련한 생각을 교류했다. 학생들은 지금처럼 우리가 무분별하게 자원을 활용했을 때 일본의 수도 도쿄가 어느 정도 바다에 잠기게 되는지와 관련한 시뮬레이션과 여름에 활동할 수 있는 날이 적어지고 있다는 직설적인 통계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또한 장이 여러 개로 나뉘어 쉽게 구성된 책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최원형)를 읽고 환경과 관련한 기초적인 지식을 함께 익혀 나갔다. 이 책은 100쪽이 조금 넘는 얇은 책으로 아주 세세하게 소주제 별로 나뉘어 있어, 수업 전에 조금씩 읽어도 주제별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다. 수업 도입부에 조금씩 읽기 참 좋은 환경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책을 완독하는 습관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두렵게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았다.

책 선정하기

진도는 나가야 하고, 생태전환과 관련한 수업은 하고 싶어 수행평가도 일본 작가가 쓴 환경과 관련한 책을 읽은 후, 독후감을 쓰고 나누는 활동을 진행하고자 계획서를 작성하였다. 학생들이 환경과 관련한 어느 정도의 자기 생각을 정리한 상황에서 정치색이 있거나 예민한 주제를 다루지 않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주제의 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 책 『흙의 시간』(후지이 가즈미치)을 선정하였다. 혹시 환경 관련 책을 추천받고 싶은 학생들이나 교사분들이 계신다면, 환경부에서 2년마다 선정하고 연령에 따라 구분한 추천 도서들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수업에 가져오기 전에 먼저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일본 특유의 깊이 있는 연구가 돋보이는 책이라는 것이다. 이 안에는 환경과 관련한 이야기가 분명 포함되어 있지만 전반적인 큰 주제는 ‘흙과 사람’이다. 작가는 여러 사람에게 익숙지 않은 ‘흙’이라는 분야를 활용하여 일반 독자에게도 흥미를 일으키면서도 어렵지 않게 자극을 주는 책을 썼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였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국어판을 다 읽고 국내에서 일본어판을 구할 수 없어, 국제화된 온라인 서점에서 전자책으로 해당 책의 일본어판을 읽어보면서 전문용어가 많음에도 한국어판 번역이 잘 되어 있는 책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수업에서 활용하기

수업 시간 내에 읽어야 하고, 번역서에 전문용어까지 있다 보니 학생들이 독서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업 시간에 장별로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하여 해당 장만 읽고, 감상을 발표한 뒤 관련 사설 및 우리나라와 일본의 환경 관련 활동을 조사하는 수행평가를 진행하였다. 책과 관련된 공통의 학습지를 작성하고, 조장을 중심으로 발표 자료와 내용을 요약하여 토론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올해로 3년째, 책과 함께하는 수행평가를 진행한 후 해당 나라 작가가 쓴 환경 관련 책을 선정하여 수업에 녹여내고 있다. 하지만 생태전환교육 성과 발표회에 『흙의 시간』으로 참여했을 때는 아직 독서 수업에 미흡했던 때라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이왕 학교를 대표해서 보여드리기로 했으니 그동안 시도해 보지 못했던 공통도서를 바탕으로 생각을 나누는 활동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당시 기존 자매학교는 아직 설비가 갖춰지지 못해 생태전환교육 담당자 선생님을 통해서 한국에 관심이 깊은 메이지 대학교의 학생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또 그 학생을 통해 한국에 관심이 깊은 5명의 학생들이 모여 봉사 시간도 보수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제교류 수업을 함께 준비하게 되었다. 5차례 이상 온라인 플랫폼에서 20대 초반의 학생들을 만나 함께 『흙의 시간』 일본어판을 읽고, 대학생 멘토 선생님들의 생각을 들은 후 우리 아이들의 느낀 점이나 질문을 일본어로 전달하는 과정을 진행하며 국제교류 수업의 틀을 완성할 수 있었다.

독서 활용 국제교류 수업 진행하기

아직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을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타 학교 선생님들과 관계자분들께서 참여해 주셨다. 크롬북을 가지고 참여한 우리 학생들과 메이지 대학교 학생들도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생각을 교류한 경험이 있기에 친숙하게 자기소개를 하였고, 대학생 선생님들의 참여 계기를 나누며 수업을 열었다. 이때 사회는 일본어 교사인 내가 담당하고 학생들과 대학생 멘토 선생님들의 교류 시간을 길게 가지기 위해 최소한의 통역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독서 활용 국제교류 수업 안내문>

 

조별 대표 학생이 각 장의 내용을 소개하는 활동에서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해당 내용에 대한 한국어 설명과 일본어 번역을 담은 파워포인트를 활용하였다.

구글 클래스룸과 구글 미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본교는 멘토 선생님과 소그룹을 구성하여 활동을 진행하였다. 소그룹은 장별로 구성하였으며 책의 각 장에 대해 자유롭게 질의응답 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미리 멘토 선생님께 송부한 학생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번역기, 영어, 일본어 등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소통하였다.

10분 남짓을 남겨두고 아주 아쉬운 표정으로 전체 학생과 멘토 선생님이 메인 창으로 이동하였다. 원어민 선생님은 대가 없이 참여한 활동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사전 모임과 당일 수업에 참여해 주었고, “그동안 관심이 많았던 한국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한국 동생들이 생겨 기쁘다.”는 의견을 주었다. 또한 학생들의 소감을 통해 몇 달간 쌓아 온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수업을 통해 이룬 나와 학생들의 변화

사실 처음 해보는 독서 활용 생태 수업이라는 점과, 환경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진 타 학교 선생님들 앞에서의 대표 수업이라는 점에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수업을 준비하면서 우리 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조장들의 소감문을 받고, 여러 차례 일본인 대학생 선생님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다보니 오랜만에 교환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열정과 두근거림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글을 잘 썼고, 이렇게 큰 자리에서도 발표를 멋있게 한다니 ‘나보다 대단하다, 정말 청출어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학생들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3년간 수행평가에서 글밥이 많지 않은 일본 작가의 환경 책을 선정하고 학생들과 읽고 있으며, 교류학교인 에이신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환경과 관련한 생각을 온라인에서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 있다.

이번 해에는 교토대 명예교수님이 집필하신 만화 컷이 포함된 책 『지구별 환경 지식』을 읽고 일본어로 된 환경 만화를 함께 읽어보려 한다. 쉬운 책이지만 그림이 주는 인상과 만화 속에 포함된 짧은 풍자와 재미가 가볍게 자극을 주는 책이다. 책을 선정할 때 교수자인 나 역시도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실천이 미흡하고, 정보가 부족하여 너무 극단적인 죄책감을 주는 환경 책을 피하려 하는 거 같다.

일련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서 학생들과 나의 습관 중 1할만이라도 변화하고 노력한다는 마음으로 크지 않은 욕심을 가지고 매년 새로움에 도전하고 공부하려 하고 있다. 스스로에게는 환경과 관련한 영상과 책을 찾아보려 노력하는 것이 가장 기분 좋은 변화이다.

또한 교육을 통해 교수자인 나뿐만 아니라 학습자인 학생의 변화까지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지구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으며, 다른 나라에 대한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세계시민교육과 생태전환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