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2023 가을호(252호)

그래도, 우리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주소연(서울특별시성동광진교육지원청, 교육장)

청명한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서울교육』을 읽는 행복한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서초구 S초등학교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학교 현장 선생님들의 현실을 느끼며 마음이 내려앉는다. 교직 선배로서 선생님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내내 마음이 무겁다. 선생님들은 손발이 묶인 채 무기력한 상태에서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온몸으로 막아 내고 있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교권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이는 교육 활동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사 인간에 대한 존엄과 가치에 대한 권리는 빠져있다. 학생, 선생님 모두 다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권을 보장받아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다. 학생들은 이 작은 사회에서 수업과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하여 학습하며 성취의 즐거움과 인내를 배운다. 선생님, 친구, 선후배와의 관계에서 사람을 대하는 예절과 서로 어울려서 사는 사회성을 체득(體得)한다. 자치활동으로 규칙을 만들고 참여와 실천을 통해 자율을 습득하며, 생활교육을 통해 규칙을 지켜나가고 자유, 권리, 책임의 중요성을 익힘으로써 지·덕·체를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간다. 이런 모든 체험이 직·간접적, 융합적으로 일어나는 곳이 학교다. 그 중심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성장을 지키며 서 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지만 학생참여위원회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사회, 문화, 환경, 자치활동, 학교활동, 진로 등에 대한 다양한 질의응답을 가졌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세 가지를 정리해 본다.

이 대화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살아야 할 미래 생태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고 절박함을 느끼고 있으 며, 또한 실천 의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성세대로서의 미안함을 느끼며, 함께 실천해 나가야 함을 새삼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에서 활발했던 자치활동이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해진 느낌이다. 참여위원회에 온 학생들은 처음에 주춤거리며 대화를 시작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자연스럽게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고 대화와 토론 없이 지냈던 코로나19로 인한 3년 동안의 공백이 크게 다가 왔다. 학교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이 대화하고 토론하며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방법을 지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과의 대화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서울교육을 고민하고 미래교육을 생각하는 보람된 시간이었다.

학교에서 맡은 업무와 역할, 시대적·사회적 환경, 그리고 교육정책에 따라 나의 학교교육에 대한 사고방 향이 변화함을 느낀다. 정치상황에 따라 교육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교육적 가치관에 잠시 혼란이 오기 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열정이 고갈되고 혼란을 겪을 때 학생들과의 깊은 대화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동력이 된다. 아이들을 보면서 웃고 있는 나를 보고 누군가 그랬다. “에고, 천생이 선생이네.”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과 함께할 때 에너지를 얻게 된다. 학교에서 분투하시는 선생님들도 나와 같을 것이다.

“선생님, 힘내시고, 2학기도 잘 지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