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2 여름호(247호)

[독서기반 프로젝트 수업] ‘같이’의 가치
: 서로를 돌보는 수업을 위하여

김도연(압구정중학교, 교사)

이 글을 쓰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약 2년 1개월 만에 모두 해제되었다. 그간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타인으로부터 자꾸 멀어지고 고립된 일상을 살게 되었는데, 역설적으로 그것은 우리에게 ‘개개인이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존재’이자 ‘우리는 서로에게 환경’1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코로나19 시대에 단계까지 나누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가 ‘같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곳곳에서 코로나19 못지 않게 전염성이 강한 혐오, 배제, 비난, 차별이라는 사회적 질병을 쉽게 목격한다. 타인에게 상처 입히지 않는 무해함과 이를 넘어 서로 연대하고 돌보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이러한 믿음으로 2년 동안 독서기반 프로젝트 수업을 다음과 같이 운영하였다.

[2020, 2021학년도에 운영한 독서기반 프로젝트 수업]

이 중, ‘교실 차별금지약속 제정 프로젝트’와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교실 차별금지약속 제정 프로젝트

나 역시 아직 언어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차별의 언어와 생각이 여전히 내 안에 뿌리 깊이 남아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조금 합리화해 보자면, 이는 이 세상에 차별과 혐오의 정서가 난무하기 때문이고 학창 시절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차별적 언행이 어째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다면 이 사회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소박한 바람에서 이 수업은 시작되었다. 차별적 언어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던 언어를 점검하고, 교실 차별금지약속을 제정함으로써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며 공동체 역량을 신장할 수 있도록 본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하였다.

[‘교실 차별금지약속 제정 프로젝트’ 수업 성취기준]

[읽기]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2는 ‘급식충’, ‘결손가정’, ‘벙어리장갑’ 등이 왜 차별적 표현인지 챕터별 4컷 만화와 함께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기반으로 위와 같이 ‘읽기’, ‘듣기·말하기’ 영역에서 총 3개의 성취기준을 통합하여 14차시에 걸친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하였다. 먼저 교과서를 통해 요약하며 읽는 방법을 2차시 동안 학습한 후, 곧바로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에 적용하며 3차시에 걸쳐 읽도록 수업을 계획했다. 책이 얇고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이 자신이 읽을 챕터를 3개씩만 요약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었다. 그리고 매 시간마다 느낀 점, 새롭게 알게 된 점, 더 알고 싶은 점에 대해 작성하게 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을 일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책을 읽고 요약한 후 느낀 점 작성하기>

[토의하기] 차별 없는 교실, 어떻게 만들까?

1) 토의 준비하기

학생들에게 ‘요약하며 읽기’ 맨 마지막 시간에 책을 바탕으로 토의 주제를 만들어보게 하였다. 가장 많이 나온 주제는 ‘차별 없는 교실, 어떻게 만들까?’였다. 그런데 ‘차별 없는 교실’을 토의 주제로 하기에는 다소 포괄적이라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성별/다문화/직업/빈부/장애/인종’ 총 6개의 소주제로 나누도록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 중에서 자신이 토의하고 싶은 주제 2개를 골라 각각 주장(의견)과 근거를 패들렛에 작성하도록 하였다. 주장(의견)은 ‘~(으)로 인한 차별 없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근거는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적도록 했다.

<학생들이 패들렛에 작성한 주장과 근거>

이 중에서 많은 학생들이 의견을 제출한 소주제는 ‘성별/인종/직업/장애’ 였고, 토의 주제를 ‘성별/인종/직업/장애로 인한 차별을 없애는 방법’으로 좁히고 토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교실 내 차별금지약속’을 만들고자 하였다.

2) 모둠 편성/공지하기 (패들렛)

모둠 편성은 학생들이 선택한 주제를 반영하여 모둠 당 3~5명 정도로 구성하였다. 모둠 내 역할은 나눔이, 이끔이, 칭찬이로 나누었다. 모둠 과제는 구글 슬라이드로 제시되었고, 다음과 같이 활동 안내를 했다.

<모둠 과제 활동 안내 >

3) 토의하기

위에서 설명한 페이지 뒤에는 아래와 같이 개별로 완성해야 하는 페이지들이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진행해야 할 활동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번과 이름을 쓰고, 모둠별로 부과된 소주제에 따라 ‘주장’과 ‘근거’를 작성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하는 것이 ‘교실 내 차별금지약속’이기 때문에 앞에서 자신이 쓴 주장과 근거를 바탕으로 차별금지약속을 작성한다. 둘째, 댓글로 모둠 내 다른 학생들의 주장과 근거의 타당성을 판단하며 토의를 진행한다.

<차별금지약속 만들기를 위한 토의 활동>

셋째, 댓글 토의를 통해 겹치는 의견은 합치고, 토의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하여 모둠별로 최종 제출할 차별금지약속을 작성한다. 최종적으로 합치는 작업은 모둠 내 ‘나눔이’가 주도적으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모둠별로 완성한 차별금지약속(주제: ‘성별’)>

그리고 이 페이지를 복사해서 반별 차별금지약속에 붙여넣기하면 완성!

<1반의 차별금지약속 완성 결과>

이렇게 프로젝트 수업을 마무리지었다. 한 주제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다루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각종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적 표현들, ‘흑형’, ‘벙어리 장갑’, ‘절름발이 정책’ 같은 표현들, 특정 직업 뒤에 ‘아줌마와 아저씨’라고 부르는 표현들이 마이크로 어그레션(micro aggression)3임을 깨닫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겠지 하고 자위해 본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만든 차별금지약속을 지켜나가는 학생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젝트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본다. 그러나 미디어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많은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를 비판 없이 수용하고, 일부 유튜버의 잘못된 가치관이나 의견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자신의 의견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종 차별과 혐오가 바로 이런 잘못된 미디어 생활에서 비롯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고 능력을 갖추어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길 바라며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계획하였다.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젝트’ 수업 성취기준]

우선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알기 위해 1차시에 학생들에게 다큐멘터리, 제프 올롭스키의 <소셜 딜레마>를 보여주었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SNS가 어떻게 사람들을 중독시키는지, 어떻게 삶을 조작하는지에 대해 차곡차곡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학생들이 소름 끼쳐하면서 열심히 시청하였다. 학생들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삶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 SNS가 유통하는 가짜 (조작된) 정보가 진짜 정보보다 훨씬 빠르게 침투한다는 것,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 정보가 기업들에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읽기] 『미디어 리터러시 쫌 아는 10대』

2차시에는 책을 읽기 전, 『한 가지만 바꾸기』4질문 형성 기법을 적용하여 학생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다. 내가 학생들에게 제시한 질문 초점은 “미디어는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이다. 학생들은 이 초점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질문을 생성하고, 토의를 거친 후 우선 순위를 매겼다. 학생들이 만든 질문은 미디어가 우리에게 심는 고정관념, 미디어 상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을 따르는 것, 알고리즘을 따라 영상을 시청하는 것, 미디어 중독, 개인 맞춤형 광고의 실체 등 다양하였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질문 생성 수업 학습지>

이렇게 모둠별로 만든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3차시부터는 『미디어 리터러시 쫌 아는 10대』5를 읽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 읽기 쉽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미디어 생활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총 4차시에 걸쳐 나의 경험과 세상일을 연결하며 읽도록 독서 기록지를 구성하였다. 매시간 서면 피드백을 주어 독서 활동을 돕고 탐구 주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의견을 덧붙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미디어 경험을 떠올리며 책을 촘촘히 읽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엔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도록 하였다.

<도서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쫌 아는 10대』를 읽는 학생들>

<독서 기록지 및 피드백>

[분석하기, 표현하기] 미디어 분석하고 카드뉴스 만들기

카드뉴스는 주요 이슈나 뉴스를 이미지와 텍스트로 재구성해 SNS 환경에 맞게 보여주는 뉴스 포맷이다. 학생들이 탐구한 주제를 카드뉴스로 표현하게 하였는데,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는 미디어 속 성차별,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 필터버블6, 확증편향, 딥페이크, 허위과장광고 등 다양하였다. 학생들은 3차시에 걸쳐 실제 미디어 자료를 탐구하고 분석한 후, Allo7를 통해 카드뉴스 개요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미리캔버스를 활용하여 7장 내외의 카드뉴스를 제작하게 하였다. (학생들이 에듀테크 도구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역시 디지털 네이티브 학생들은 사용법을 5분만 알려줘도 금방 따라왔다.)

슬기로운 미디어 생활에 관해 본인만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작한 카드뉴스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도록 했고 개인 SNS가 없는 학생들은 국어 밴드(BAND)에 모두 업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카드뉴스를 온라인 상에 공개하니 학생들은 내용과 표현을 더 공들여 다듬는 것이 느껴졌다. 피드백 후 수정을 거친 최종본으로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내용과 카드뉴스로 표현한 부분에 대해 평가하였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카드뉴스>

코로나19와 함께 중학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2학년을 거쳐 3학년에도 함께 수업하고 있다. 거리두기로 인해 어쩌면 고립과 단절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부디 타인을 잊지 않고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학생들이 세상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따뜻한 시각을 바탕으로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수 있는 수업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2020학년도부터 3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같이의 가치’ 독서기반 프로젝트는 바로 그러한 궁리에서 나온 것이다. 학생들이 서로를 돌보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국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에 계속해서 애쓰고 싶다.

참고문헌
• 금준경(2020), 『미디어 리터러시 쫌 아는 10대』, 풀빛.
• 김청연(2019),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동녘.
• 백영경 외(2020),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돌베개.
• 댄 로스스타인, 루스 산타나(2017), 『한 가지만 바꾸기』, 사회평론아카데미.

  1. 백영경(2020), 「면역이라는 커먼즈와 좋은 의료를 위한 투쟁」,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돌베개, 207.
  2. 김청연(2019),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동녘.
  3. ‘아주 작은’이라는 뜻의 마이크로(micro)와 ‘공격’이라는 뜻의 어그레션(aggression)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차별을 말한다.
  4. 댄 로스스타인, 루스 산타나(2017), 『한 가지만 바꾸기』, 사회평론아카데미.
  5. 금준경(2020), 『미디어 리터러시 쫌 아는 10대』, 풀빛.
  6. 필터버블(Filter Bubble)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을 말한다.
  7. 실시간 비대면 협업툴로, 직관적이고 쉽게 비주얼 작업이 가능하여 수업 시간에 자주 이용하는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