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4 봄호(254호)

독서백신 수업으로
리터러시 면역을 길러요

이주영 (서울가동초등학교, 교사)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지금 교실은

3학년 학생들과의 첫 국어 시간. 돌아가며 읽기를 하는데 더듬더듬 읽는 친구들이 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함께 글자나 글을 읽고 듣는 언어적 활동이 중요한데, 대면 수업의 부족으로 기초적인 읽기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비단 읽기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사회, 과학 등 본격적인 교과 교육이 시작되자 수업 중간에 교과서를 들고 나와 단어의 뜻을 물어보는 아이들이 여럿이었다. 학생들의 어휘력과 문해력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여 많이 떨어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학생들은 모둠활동보다는 혼자서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 교실에서 칸막이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낯섦과 서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일방적인 소통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소통을 요구하는 모둠활동은 어렵기만 했다. 팬데믹의 발생, 3년간의 코로나 경험, 절반의 대면 수업과 절반의 원격 수업 이후 새롭게 만난 교실에서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 상호 의사소통의 부재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기초적인 읽기와 쓰기 능력,언어를 활용하는 사고 활동,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을 포함하는 리터러시(literacy) 역량을 위한 수업 고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왜 독서 교육인가?

독서 교육은 고차원적인 읽기, 쓰기 능력을 향상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독서를 많이 할수록 아이들의 리터러시 역량은 향상할 수밖에 없다. 책은 살아있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어 학생들이 구체적 상황 속에서 실제 사용된 언어를 통해 리터러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이에 독서를 통해 학생들의 리터러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을 계획하고 실천하였다.

독서백신 수업 모형

독서백신은독서를 기반으로 리터러시 면역을 길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동시에 각 독서 수업에 적용되는 일련의 수업 단계를 의미한다. 독서백신은서하기▶로 질문하기▶글을 쓰고 피드하기▶ 자의 삶으로 확장하기단계를 통해 독서·토론·글쓰기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협력과 소통, 과정 중심의 독서 수업 모형이다. 독서백신 수업 모형을 주제별 독서 수업 시 적용하였고, 이를 통해 읽기와 쓰기, 이해와 표현 역량을 통합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독서백신 수업 실천

[수업 사례 1] 핑하면 퐁하는 우리

교실 이야기

새 학년이 시작되고 교실에는 어색한 공기가 가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제한되었던 아이들은 이제 책상 칸막이가 사라진 교실을 오히려 어색하게 느끼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장벽은 사라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따뜻한 관계 안에서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학급을 만들기 위한 독서 수업이 필요했다

어떤 책을 읽을까

「핑!, 아니 카스티요 글·그림/박소연 역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일, 사랑하는 법과 살아가는 법을 쉽고 명료하게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자유롭게, 용감하게, 현명하게자기를 표현하고 사람과 세상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 기쁨을 느끼도록 읽는 이에게 용기를 준다.

어떻게 읽을까

독서하기 단계에서는 책 속에 나오는 그림을 실물화상기에 비춰가면서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 주었다. 선생님의 소리 내어 읽어주기는 학생들에게 읽기를 모델링할 수 있는 경험인 동시에 읽기 부담을 줄이고, 책 내용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나는 따뜻한 핑을 보냈는데 친구는 차가운 핑을 보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용기를 내 친구에게 따뜻한 핑을 보낸다고 할지라도 때로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친구의 말, 태도, 행동을 만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았다. 짝 토론, 모둠 토론, 전체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좋은 의견을 함께 공유하였다.

모둠별로 다시 한번 책을 읽고 행복한 한해살이를 위해 우리 반에 필요한 핵심 낱말을 함께 모아 보았다. 또한 연꽃 발상 기법으로 핵심 낱말과 연상되는 낱말을 적어보았다. 다양한 낱말 중 하나를 골라우리는또는우리가로 시작하는 한 문장 쓰기를 했다. 쓴 문장을 모둠원끼리 공유하고 수정하면서 모둠 문장을 만들고 모둠별 문장을 모아 우리 반 선언문을 완성하였다. 우리는 일 년 동안 매일 한 문장씩 함께 읽으며 우리 반 선언문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학기 초 함께 만들었던 이 다섯 문장은 우리를 깊은 관계로,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교내 Wee 클래스 친구 사랑 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친구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나 친구에 게 다가갈 때 할 수 있는 말을 실제로 연습하고 친구를 응원하는 말, 나의 다짐 등을 적어 보면서 공감적 의사소통 과정을 구체적으로 연습하고 실천하였다.

책으로 자란 우리

[수업사례2]  어떻게 갈까?

교실 이야기

독서 수업으로 사회 교과의 성취기준을 지도할 수는 없을까? 3학년은 학습적으로 다양한 교과 교육을 시작한다. 새로운 교과 지식과 개념의 등장으로 학생들은 문해력이 눈에 띄게 발달하는 동시에 학습 격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교과 독서는 교과 지식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독서 수업을 준비하며 책을 통해 사회 교과의 한 단원을 재구성하고자 했다. 교과 독서의 경험을 통해 학생 스스로 교과 관련 책을 읽고 이해하며 학습에 적용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지식정보처리 역량을 길러주고자 했다.

어떤 책을 읽을까

「이선비, 한양에 가다」, 세계로 글/이우창 그림

호기심 많은 이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한양으로 가는 한양 상경기이다. 옛사람들이 교통과 통신을 어떻게 발달시켰는지, 오늘날까지 어떤 발달을 이루어 왔는지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 3학년 사회과교통과 통신수단의 변화단원을 재구성하기에 적합하다.

어떻게 읽을까

각 장별로 중심 단어를 찾고 줄거리를 간추리며 읽었다. 특히 교통, 통신과 관련된 어휘는 일견 단어 만들기 활동(단어를 설명해 보기, 단어를 사용하여 문장 만들기, 관련 낱말 찾기, 그림으로 표현하기 등)을 통해 그 뜻을 이해하여 구체적인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책을 읽고 교과서를 살펴보면서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 과정을 시간 순서에 따라 미니북으로 정리해 보았다.

오늘날의 교통수단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좋은 점(Plus), 나쁜 점(Minus), 흥미로운 해결 방안(Interesting)을 찾는 PMI 토론을 진행하였다. 개인별 PMI 결과를 모둠원과 공유하는 모둠별 PMI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반 전체 친구들에게 발표하였다. 평소 토론 활동을 할 때면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PMI 토론은 주어진 관점에 따라 대상에 대해 생각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활동으로 모든 학생이 부담 없이 참여하면서 발산적 사고를 펼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보완해 나가는 활동을 통해 토론이 진행될수록 개개인의 의견이 더욱 풍부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옛날과 오늘날, 나아가 미래 중 한 시점을 선택하고 교통과 통신수단을 넣어 상상 일기를 써보았다. 다양한 교통과 통신수단을 이야기 맥락에 맞게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교과 지식을 이해한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쓴 글을 함께 돌려 읽으며 친구들의 개성 있는 이야기 전개에 한참을 푹 빠져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앞서 PMI 토론 결과를 토대로 미래의 교통수단을 디자인하였다. 디자인한 교통수단의 이름을 정하고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생겨날 시설과 미래를 직접 알아봄으로써 기대되는 생활 모습 변화를 예상해 보았다.

책으로 자란 우리

[수업사례3]  우리 함께 배리어프리1

교실 이야기

작년 우리 학교는 특수 학급을 신설하였다. 특수 학급 친구들을 위해 학교는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고 점자 블록과 핸드레일 점자 표찰을 설치하였다. 이러한 학교의 환경적 변화를 보며 학교가 장애 아동을 위한물리적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듯이 교실에서 하루하루 일상을 함께 보내야 하는 교사와 학생들 또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떠올리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수업을 어떻게설계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수업을 이끌어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일단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함께 읽어 나가면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어떤 책을 읽을까

「바람을 가르다」, 김혜온 글/신슬기 그림

엄마의 과보호를 받으며 지내는 뇌병변 장애를 지닌 찬우. 그런 찬우가 덜렁대는 짝꿍 용재를 만나면서 함께 새로운 체험과 모험을 하게 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장애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이야기가 아닌, 장애를 가진 친구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떻게 읽을까

책을 읽고 이야기의 구성 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찾아 이야기맵을 만들어 보았다. 또한인물인물이 원하는 것하지만그래서마침내구조를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구조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요약해 보는 활동을 하였다. 이 활동을 통해 호흡이 긴 책을 자신의 언어로 간추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핫시팅으로 주인공의 마음을 알아보았다. 먼저, ‘찬우야~’, ‘용재야~로 시작하는 다양한 질문을 포스트잇에 적고 칠판에 붙여 함께 공유하였다. 찬우, 용재 역할을 정해 함께 공유한 질문을 하고 답하면서 주인공의 마음과 생각을 깊이 알아보고 공감하였다.

3학년 수준의 독후감 쓰기를 위해 독서하기 단계에서 배운 요약하기 활동에 자기 생각을 더 해 책을 소개하는 글쓰기를 하였다. 쓴 글을 모둠원끼리 돌려 읽고 함께 수정, 보완하여 글의 완성도를 높였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주인공 찬우는 스스로 이동하고 활동하는 데 불편함이 있는 아이였다. 주인공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함께 배리어프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학교를 돌아보며 교내 장애인 이동 편의 시설을 찾아 학급 띵커벨 보드에 공유하였다. 이후 모둠별로 학교 지도에 장애인 시설이 있는 곳, 장애인 시설이 필요한 곳을 표시하면서학교 배리어프리 지도를 완성하였다. 점자 블록, 점자 안내판 등 학교에 있지만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장애인 시설을 발견하기도 하고, 층별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로 등 꼭 있어야 하지만 학교에 없는 장애인 시설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독서백신 수업을 마치며

선생님, 이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인데요. 우리 반도 행복 우편함을 만들면 어때요?” 책 읽기에 푹 빠진 oo가 이야기책을 읽고는 우리 반에 행복을 전달하는 우편함을 만들었다. 바로달아달아의 행복 우편함’. ‘달아달아달라서 아름다운 달라도 아껴주는의 줄임말로 우리 반 학급 이름이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한 독서 수업이 계속될수록 책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마주하는 기쁨은 더욱 커졌다. 독서 수업은 배움을통한 아이들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동시에 가르치는 존재로서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기쁨이계속되기를, 책과 함께 성장하는 교실이 되기를 바라며 독서백신 수업 소개를 마친다.

  1. 장애가 있는 사람이 생활하는 데 물리적 벽을 제거하자는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