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3 가을호(252호)

메이커를 통한 인공지능과
기술 수업의 만남

이진규(구산중학교, 교사)

인공지능과의 우연한 만남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가르치겠다는 계획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해당 예산을 신청하신 선생님께 인공지능 수업에 관한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인공지능과 관련된 지식이 부족한 상태였던 터라 방학 중 41조 연수 기간을 이용하여 관련 수업 자료와 논문들을 검색하였고 각종 온·오프라인 연수를 이수하였다.

인공지능,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행한 「학교 교육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 방안 탐색」에 따르면(홍선주 외, 2020) 학교 교육에서의 인공지능 교육은 ‘도구로서의 AI교육’과 ‘내용으로서의 AI교육’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도구로서의 AI교육’은 각 교과의 효율적인 교육 목표 달성을 위해 인공지능을 교수·학습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과 개별화교육에 필요한 학습자 진단, 평가, 채점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 등을 말한다. ‘내용으로서의 AI교육’은 교육 목표를 인공지능 자체로 두고 인공지능의 개념, 원리, 프로그래밍 등의 전반적인 인공지능 소양 교육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수업 설계 단계부터 기술 교과 성취기준 달성을 위해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할지, 학생들이 인공지능 자체를 학습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지 결정해야 했다.

내용으로서의 인공지능 교육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동력은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우리 교실 속 학생들은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단순한 일상생활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할 것이며, 누군가는 관련 직업에 종사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그 자체를 이해하고, 인공지능의 원리를 깨우쳐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내용으로서의 인공지능 교육을 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고, 적합한 교과가 내가 맡은 기술 교과라고 생각하여 이에 맞는 수업을 준비했다.

인공지능과 메이커의 결합

중학교 학생들에게 인공지능 자체를 수업하는 것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랐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대상 학생들에게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인공지능의 개념을 생소해하거나 어려워할 뿐더러 학습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침 학생들이 직전 학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메이커 수업’1이 떠올랐고, 이를 인공지능 관련 내용과 결합한다면 인공지능을 더 쉽게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에 구상했던 지식 전달형 수업에서 메이커와 결합한 체험형 프로젝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의 방향을 재설정했다.

‘인공지능 분리수거함’ 제작

메이커 활동의 과제는 ‘인공지능 분리수거함 만들기’로 설정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의 분리수거가 있다. 특히 플라스틱 페트병의 분리수거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투명 페트병의 라벨지를 떼고 찌그러뜨린 뒤 부피를 줄여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버려지는 페트병의 비율은 낮다는 데에서 메이커 활동의 주제를 고안했다.

학생들이 제작할 ‘인공지능 분리수거함’은 분리수거 대상인 페트병 중 라벨지를 떼고 찌그러뜨려 올바른 방법으로 처리된 투명 페트병만을 노트북 카메라와 센서가 인식하고, 인공지능 플랫폼인 티처블머신과 연동된 피지컬컴퓨팅2 도구가 이를 구별한 후 서보모터3를 제어하여 분리수거함의 뚜껑이 열리게 하는 장치로 사람들이 올바른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대되는 교육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의 원리를 직접 관찰하고 체험해볼 수 있다.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인공지능의 작동 과정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수집–학습-의사결정’의 세 단계로 간략하게 구분하였다. 학생들에게 각각에 해당하는 과제를 부여하여 직접 이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인공지능의 이해를 더욱 높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인공지능의 다양한 활용 분야를 경험해 볼 수 있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분야인 챗GPT나 자율주행차 이외에도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생활 곳곳의 다양한 기기와 시스템에 이용될 것이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흔히 우리가 아는 분야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 있음을 미리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의 기본 원리와 플랫폼 활용 방법을 알고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언제든자기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성공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차시-인공지능의 개념 및 원리 학습하기

첫 번째 수업에서는 인공지능의 개념과 원리를 사례 중심으로 설명했다. 학생들은 ‘인공’과 ‘지능’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토의를 진행하여 인공지능의 개념과 딥러닝 등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한 문제 해결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이후 ‘스무고개’ 게임을 하며 기존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여 이것이 인공지능의 의사결정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학습하게 된다.

2차시-인공지능 플랫폼 활용하기

두 번째 수업에서는 티처블머신 활용 방법을 익혀 인공지능의 자료수집 및 학습의 과정을 체험하도록 했다. 티처블머신은 사용자가 직접 캡처하거나 업로드한 사진을 바탕으로 머신러닝 학습법을 통해 두 물체를 구별해내도록 구성된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제를 부여하여 티처블머신의 사용법을 익히도록 하고 인공지능이 학습할 페트병의 사진 자료를 직접 수집하여 분리수거함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3차시-분리수거함 제작하기

세 번째 수업에서는 기존의 쓰레기통과 여러 피지컬컴퓨팅 도구를 이용하여 물체 인식 여부에 따라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분리수거함을 직접 제작하는 메이커 수업을 진행하였다. 피지컬컴퓨팅이란 여러 센서를 연결하여 다양한 물리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소형컴퓨터(보드)와 그 주변 장치들을 일컫는다. 그중에서 이번 수업에 활용할 도구로 마이크로비트를 선택했다. 마이크로비트는 동작을 제어하는 버튼이 달려있어 서보모터를 이용해 분리수거함의 여닫이 동작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에 다른 기기들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기술실 내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분리수거함을 제작하였는데 각기 다른 아이디어로 이를 구현해냈다.

4차시-인공지능 코딩 문제 해결하기

네 번째 수업에서는 티처블머신에서 학습한 페트병들을 분류하여 서보모터를 동작하는(뚜껑이 열리게 하는) 코드를 마이크로비트에 업로드하여 인공지능 분리수거함을 완성하였다. 학부 재학 시절 C언어 과목 수강을 통해 어느 정도의 코딩 실력은 갖추고 있었지만, 티처블머신 사이트와 연동하여 모터가 동작하게 하는 코딩은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행히도 인터넷에서 이를 위한 코드를 찾을 수 있었고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여 초음파 센서와 서보모터 관련 내용을 추가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코드를 준비하였다.

다음 문제는 학생들에게 코딩 수행 능력을 어디까지 기대하는지에 있었다. 피지컬컴퓨팅을 이용한 메이커 수업에 있어서 코딩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수업의 목표는 학생들이 코딩을 잘 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기본적인 코드는 제공하면서 필요에 따라 수정할 곳만 표시하여 능동적으로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5차시-최종 결과물 제출 및 동작 확인

결과적으로 한 반에 여섯 모둠 중 두 모둠 꼴로 교사의 도움 없이 동작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실패한 모둠에서는 모터의 동작 제어, 초음파 센서와의 거리, 수집하고 업로드한 페트병 자료의 부정확성과 같은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이를 수정·반영하여 최종 결과물을 제출하였다. 학생들은 서로의 작품의 동작을 확인하는 과정 동안 인공지능의 ‘자료수집–학습-의사결정’ 과정을 되돌아보고 다양한 인공지능의 활용 분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수업의 의의 및 교과에의 활용

이번 수업은 학생들이 메이커 활동을 통해 인공지능의 개념과 원리를 학습하고 인공지능의 다양한 활용 분야에 대해 이해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또한 인공지능에 대해 기초 지식이 없던 학생들이 쉽게 인공지능을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었던 점에서, 그리고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코딩의 과정을 최대한 생략하는 등 과제의 구조화 수준이 비교적 잘 되어있다는 점에서 정규 교과 시간에 활용하기에 좋은 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중학교 교과서 『기술·가정』 1의 ‘미래 기술’ 단원, 혹은 『기술·가정』 2의 ‘정보통신기술’ 단원의 성취기준을 만족시키는 수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이번 수업은 정규교과 시간을 활용하여 인공지능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의 개념과 원리를 재미있게 학습하기에 적합한 수업이었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인구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인재 양성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학생들이 인공지능의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경험하고 체험하여 인공지능 관련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이나 수업 자료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며

새로 모험을 떠나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이 글에서 인공지능을 만나고 공부하며, 수업을 만들고, 필요성을 역설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기술 교과에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수업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인공지능 수업 준비에 몰두해 며칠씩 자료를 찾아 헤맸던 것처럼 언제나 새롭게 배울 자세가 되어있는 교사가 되려고 한다.

  1. 각종 만들기를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그 결과물과 수업 과정을 나누는 수업
  2. 여러 센서를 연결하여 다양한 물리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소형컴퓨터(아두이노, 마이크로비트 등)와 그 주변장치
  3. 연속적으로 회전하는 일반 모터와는 다르게 코딩을 통해 동작을 제어하면 회로에 의해 제어한 만큼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