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2024 여름호(255호)

메타버스는 정말 끝났을까?

김주현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

서울형 메타버스 플랫폼의 정의

메타버스가 인류의 미래인 것처럼 누구나 메타버스를 이야기 하던 2021년, 서울특별시교육청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플랫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된 정책연구를 시작으로 2022년 9월 ‘서울형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이 세워졌다.

너도나도 자기가 메타버스의 본질임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난무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플랫폼을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메타버스 플랫폼들에 대한 질문은 곧 ‘과연 메타버스에서만 가능한 교육적 경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뀌게 되었다. 질문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기존 플랫폼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서울형 메타버스 플랫폼’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을 지나서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학습의 개념은 ‘지식의 전달’에서 ‘개별 경험의 확장’으로 전환되었다. 메타버스가 가진 교육적 가치 역시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서는 경험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누구나 메타버스가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더욱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종료와 함께 메타버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말았다. 3년만에 다시 돌아온 현실 세계는 가상 현실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위쪽에 제시한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하이프 사이클은 기술의 성숙도를 표현하기 위한 시각적 도구이다. 쉽게 표현하면 ‘과대광고 주기’라고도 한다.

메타버스는 지금, 기술의 발전과 여러 가지 상황들의 조합으로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을 지나 실험 및 구현의 결과물을 내놓는 데 실패함으로써 관심이 시들해지는 현상에 돌입하였다.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된 제품화의 주체들 대부분은 도전을 포기하거나 실패한다.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제품을 만들어낸 경우에만 투자가 지속된다. 당장 VR, AR을 체험하기 위해 머리와 손에 무거운 HMD(Head Mounted Display)와 트리거(Trigger)를 끼우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한다는 것은 실제 세계와 달리 매우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러한 한계가 극복되는 시점이 되면 메타버스는 우리 곁에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우리가 스마트폰을 받아들인 과정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듯, 메타버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더 현실감 있는 렌더링1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이질감을 최소화한 센서, 액추에이터 등의 하드웨어 기술이 복합적으로 특정 수준에 이르러야 하며,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인식과 필요의 수준도 함께 올라가야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메타버스를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거나 창작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랜딩 페이지2

둘째, 다양한 디바이스로 접근 가능한 메타버스, 교육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 구성원이 기획한 메타버스 공간이 필요하다. → 계기교육 공간, 대형 행사 공간

셋째, 사용자의 활동과 선택에 반응하는 메타버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적용된 다양한 학습 및 체험이 가능한 메타버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학습자의 경험 증폭을 통한 핵심역량의 향상이 가능한 메타버스가 필요하다. → 교실, 강당, 콘텐츠 3종

지식의 발전과 경험으로서의 교육

WWW(World Wide Web)를 만든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지식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그 지식을 이용자의 손 안에 들어오도록 했다. 유튜브는 지식 전달의 방법을 문서나 이미지에서 동영상으로 바꿨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지식의 양’으로 인해 더 이상 모든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난 지식들은 빠른 속도로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한 지식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급속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이 더 이상 문장, 이미지, 동영상의 형태로 지식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존재가 아님을 우리에게 확인시켜주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결국 개개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다양한 ‘경험’들이 그 개인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앞으로의 교육이 어떻게 학생들의 경험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세계에서 학생들의 경험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이 물리적 한계를 맞이할 때 메타버스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서울형 메타버스 활용 사례

 

  1. 렌더링(Rendering): 물체의 위치나 조명 같은 외부의 환경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완성된 화상의 결과를 얻어내는 변환 기술.
  2. 랜딩 페이지(Landing page): 사용자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 처음 접하게 되는 웹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