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2024 봄호(254호)

문·수·진을 만나보세요~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알아보기

김지영(서울특별시교육청 교수학습·기초학력지원과, 장학사)

2023년 국내 최초 학교 단위의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시행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23년 11월에 서울 초·중·고 학생 약 45,000명을 대상으로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학교 단위에서 문해력·수리력 영역의 검사를 실시한 것은 국내 최초이다. 이렇게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과 문해력·수리력의 개념, 이 검사의 특징과 의의를 소개해 보려 한다.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실시 배경

2023년도부터 기초학력보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기초학력 진단을 위해서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을 활용하여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하거나, 학교 자체 검사도구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기초학력 도달/미도달을 확인하기 위한 기초학력 검사(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가 가장 일반적이었고 그 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표집학교 대상),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23년도부터 시행)와 같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교과 기반의 평가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과 지식에 대한 측정이 될 수 있는 교과 중심 진단보다는 문해력과 수리력이라는 학습의 기초역량을 진단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확인하고 지도하는 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교육 경향에 따라 기초 소양, 즉 문해력, 수리력, 디지털 리터러시 등이 강조되고 있으며, 해외의 여러 국가 수준의 평가에서도 읽기, 수학 등의 전통적인 교과 기반 평가보다는 문해력(Literacy)과 수리력(Numeracy)이라는 기초적인 역량 기반의 평가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우리 학생들의 역량과 소양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검사를 제시함으로써 학교는 학생들의 역량이나 기초학력을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검사도구를 필요와 상황에 따라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문해력과 수리력의 개념

그러면,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는 국어와 수학 평가와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은 문해력과 수리력은 특정 교과의 지식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학습 상황과 일상 속에서 언제나 활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소양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문해력과 수리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문항 설계도 학습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삶의 맥락 속에서 이러한 기초 소양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를 진단해야 한다.

물론 문해력과 수리력이 국어과 교육과정이나 수학과 교육과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고, 성취 수준을 짐작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는 있겠지만, 우리 학생들은 삶의 풍부한 경험과 맥락 속에서 문해력과 수리력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에, 교과 학습 성취를 넘어 실생활에서 지식을 활용 가능한지에 관한 실제적 진단 결과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수학 시간에 배웠던 여러 용어나 수식은 성인이 되면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삶 속에서 수학적 지식과 사고 능력을 활용하여 여러 문제를 해결한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수학의 내용과 방법을 활용하여 문제를 추론하거나 해결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수리력’이다. 패턴을 예측하여 스케이트보드를 장식하는 일, 요리를 할 때 적절한 양을 계량하는 것, 그래프를 읽고 추이를 분석하는 일 등 모두 수리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초 소양이다.

문해력도 마찬가지이다. 국어 수업뿐만 아니라 모든 수업 시간에 글을 읽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나아가 학교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우리는 항상 글을 읽고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게 된다. 이때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맥락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이 바로 문해력이라고 할 수 있다.

왜 문해력과 수리력이 중요할까? 그것은 지식이나 정보 자체가 권력이었던 과거와 달리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의 양은 무한히 늘어나고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정보를 검색하고 찾는 일은 쉬워지면서, 지식 자체보다는 이러한 정보를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에서 우리가 필요한 지식은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10년 뒤, 20년 뒤에는 무용지물이 되거나,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식 그 자체를 습득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지식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힘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발전시켜야 한다.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의 특징과 의의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시행 결과

2023년도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는 11월 20일에서 24일 사이 실시되었다. 138교의 표집학교와 72교의 희망학교를 합하여 총 210교, 약 45,000명의 학생이 참여하였다. 이는 해당 학년을 기준으로 할 때 17%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첫 시행이었지만, 많은 학교가 관심을 보여 주었다. 현재는 학교별로 학생들에게 결과보고서가 모두 제공되었다. 2024년도에는 11월 초에 시행될 예정이며, 올해도 표집학교 외에 2024년도 7월경 희망교를 모집할 계획이다. 관심이 있는 학교는 공문으로 안내할 때 신청하면 된다. 그러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결과보고서를 살짝 구경해 보도록 하겠다.

예시 자료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전체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도출된 실제 학생의 결과보고서와는 차이가 있지만, 학생의 문해력 점수와 수준, 기초 문해력 도달도가 시각적으로 잘 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학생별로 기초문해력, 기초수리력 도달도에 따른 결과라든지, 수준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기대수행수준 진술 등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글을 마치며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는 일부 표집학교를 제외하고, 희망하는 학교만 실시하는 진단검사이다. 기초학력 진단을 위해 학교는 다양한 검사도구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운영할 수 있다. 또한 학습지원대상학생 선정을 위한 도구로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기초소양을 폭넓게 진단하고 교육활동을 점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출발점으로 서울 학생들의 문해력과 수리력이라는 기초소양을 갖출 수 있는 기본 교육이 강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이 행복한 학습자가 되어 더욱 고차원적인 창의적·비판적 사고역량과 협업 역량 등 미래 역량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