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2 겨울호(249호)

[서울강명초]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윤여은 명예기자

2022 서울형혁신학교 운영 기본 계획에 따르면 서울형혁신학교는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고 지속 가능한 미래 교육을 실현하는 공동체’라고 소개되어 있다. 서울형혁신학교는 획일적인 교육과정 운영에서 벗어나 교육의 자발성, 창의성, 공공성, 민주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교와 수업을 운영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1로 학생, 학부모, 사회의 지지를 기반으로 2010년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서울형혁신학교 추진계획ʼ을 수립한 이래 11년간 이어져 현재 250개의 학교가 운영 중이다.

2011년 개교 이래 12년째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하는 서울강명초등학교(이하 강명초, 교장 위유정)는 민주적인 학교 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2015년에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혁신학교 운영성과의 일반화와 홍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선정한 ‘길잡이 혁신학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강명초의 꾸준한 성장과 서울형혁신학교의 내실 있는 구현이라는 성과는 학생, 학생보호자, 지역사회의 교육적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교사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고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학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강명초의 자유로움과 창의성이 드러나는 교육과정과 수업 혁신 그리고 공통된 교육 비전을 만들어가기 위한 강명 교육공동체의 노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명초의 하루와 1년

강명초의 하루, 학기는 다른 학교들과 매우 다른 모습이다. 하루를 여는 아침 열기 활동과 80분 블록 수업, 30분의 노는 시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진 1년 4학기제는 강명초의 자랑이다.

몸과 마음을 깨우는 ‘아침 열기’

강명초의 ‘아침 열기’는 배움을 위한 준비활동으로 학생들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감각을 깨우는 활동과 수업과 연계된 활동으로 시작된다. ‘아침 열기’는 함께 시를 낭송하며 마음을 모으고, 여러 가지 몸동작과 수 뛰어 세기, 리코더 연주, 노래 부르기 등 온몸의 감각을 열어 수업할 수 있는 상태로 감각과 감정을 열어 준다. 이로써 학생들의 예술적 감성을 자극하고 신체의 리듬을 깨워 주며 예술적 감성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아침 열기>

아침 열기는 학년의 특성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1학년 학생들은 율동하며 동시 낭송을 하거나 손끝으로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곡물로 채워진 콩주머니를 리듬에 맞추어 던지는 놀이를 한다. 리듬이 있는 놀이는 학생들을 웃게 하고 서로를 너그럽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고 사회성을 길러준다. 고학년 학생들은 고시조를 함께 읊으며 말하고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운율을 느끼고 그 어려운 고시조를 놀이처럼 아침마다 반복하다 금세 외워버리기도 한다.

80분 블록 수업과 30분 노는 시간

강명초는 개교 이래로 80분 블록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1블록과 2블록 사이에는 30분의 노는 시간이 있다. 80분 블록 수업은 학생들에게 긴 호흡으로 배움 안에서 몰입하는 경험을 준다. 교사는 하루에 5교시 또는 6교시의 다른 교과를 준비해야 할 때와는 달리 3블록 수업을 위한 3개의 수업만을 준비할 수 있어 수업 준비의 부담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블록 수업 운영의 기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협의를 거쳐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영어와 같이 지속적인 노출이 필요한 교과는 블록 수업을 하지 않고, 교육과정 시수가 홀수인 경우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도 한다.

1블록과 2블록 사이의 30분 노는 시간은 강명초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이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만큼이나 노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명초의 교육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30분 노는 시간에는 규제와 틀(놀이 공간, 종류)을 최소화하여 자유로운 휴식과 놀이시간이 되도록 한다. 노는 장소는 교실뿐만 아니라 운동장, 체육관, 안뜰도 가능하다. 충분한 놀이 시간은 아이들이 자신을 마음껏 발산하고 마음의 여유와 평화, 전면적 발달을 할 수 있게 한다.

[강명초 시정표]

봄, 여름, 가을, 겨울 4학기제 운영

강명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학기제를 운영한다. 계절학기 사이에는 짧은 계절방학을 두어 지난 학기의 배움을 되새기고 숨을 고르면서 집중과 휴식이 될 수 있도록 한다. 4학기제의 운영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경험을 주고 생태적 감수성을 깨우기 위해 시작되었다.

[2022학년도 4학기제 운영]

계절학기마다 학년별 교과와 연계하여 계절의 흐름에 맞는 교육활동을 실시한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발표회를 열어 모든 아이에게 학기에 배운 것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교사들은 교육과정 평가회를 열어 지난 학기를 반성·성찰하고 이전 학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학기를 준비한다. 특히 봄, 가을 학기 교육과정 평가회는 제안에 중점을 둔다면 여름, 겨울의 교육과정 평가회는 돌아보기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봄학기 발표회>

<여름학기 교육활동 모습>

강명초의 교육과정과 수업 혁신

학년별 교육과정 재구성

강명초의 수업 혁신은 전문성과 협력성을 바탕으로 조직된 동학년 연구모임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학년 교육과정을 협력하여 재구성하고 주 2~3회 협의회를 통해 수업연구를 진행하는 등 민주적 소통을 기반으로 하고 자율성을 극대화한 동학년 연구모임은 강명초 교육과정 운영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학년별 교육과정 재구성은 신학년을 준비하는 2월부터 시작된다. 2월에 동학년 인원 구성이 완료되면 3일 동안 신학년 집중 교육과정 워크숍을 가지고 학교 교육 방향에 맞는 학년 교육 방향 설정, 학년 교육 중점사항 정하기, 학년 교육과정 재구성 주제 정하기 및 재구성 구체화를 진행한다. 신학년 집중 교육과정 워크숍은 다른 학년으로 배정되거나 새로 학교를 이동한 교사들에게 강명초의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기획가이자 학교 구성원으로서 동료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신학년 준비 시간이 된다. 동학년이 함께 방향을 만들어가고 학기 동안 지속적으로 교육 활동을 나눔으로써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교육과정에 충실한 강명초의 학교 문화는 담임교사들이 불필요한 업무 없이 수업과 생활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 전담 교육지원팀을 운영하는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다.

[학년별 교육과정 재구성의 예 – 5학년 봄학기 제2주제: 생태전환]

강명초 5학년 선생님들께 학년 교육과정 운영에 대하여 묻고 대답을 들어보았다.

<5학년 생태전환 주제 수업 공유 패들렛>

강명초의 교육과정 재구성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넓고 깊은 배움을 목표로 한다. 전체적인 것으로부터 접근하여 부분으로 이어져 통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낱낱이 떨어진 지식이 아니라 자연과 삶으로부터 관찰하고 만물이 생성되는 근본 원리를 느낄 수 있도록 하여 직관을 기르도록 한다. 생활에서 활용되는 것들을 관찰하여 학문의 유용성을 이해하고 모든 학습은 실제로 만들어 보고 그려보는 활동과 생각하기 활동을 통해 가슴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학습한 내용을 ‘배움 공책’에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을 통해 종합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5학년 슬기로운 지구생활 수업>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한 노력

강명초는 교사가 스스로 배우는 학습자, 성찰적 실천가, 공동체적 수업의 전문가, 동료 교사의 협력자로 성장하기 위해 상시적 수업연구, 수업공개, 수업협의가 이루어지도록 하며 교실수업은 평상시에도 누구에게나 늘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을 학교 교육과정에 밝히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동료성을 구축하기 위한 학교의 노력이 돋보인다.

또한 강명초는 다양한 교사 연구 조직을 두고 있다. 동학년 연구 모임은 교육과정 재구성의 중심이 되고 교원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전문강사 초빙 연수와 연구를 지원한다. 교사 자율연구회 모임은 같은 주제에 관심사를 가진 교사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팀이 업무지원을 전담하며, 학년부장 중심의 수평적 협의체와 교육지원팀 부장 중심의 수직적 협의체를 병행하여 운영한다.

수업 공개는 각 학년별로 사전·사후 협의회를 거쳐 이루어진다. 학생보호자와 동료 교사 및 외부 사람을 대상으로 수업을 여는 ‘학교 여는 날’은 학기별 1일 연 2회 운영한다. ‘학교 여는 날’은 수업 공개뿐 아니라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볼 수 있도록 1블록과 노는 시간까지 운영되고 있다.

‘가람결 배움’과 ‘가람빛 체험학습’

강명초의 교육과정에는 ‘가람’이라는 명칭이 자주 보인다. ‘가람’은 학교가 세워질 때 만들어진 별칭이 남은 것이다. ‘가람결 배움’은 강명초의 문화예술교육이다. 감성을 깨우는 배움으로 자연 소재와 감각체험이 상반되는 목공, 조소, 창의음악, 수공예 네 가지 영역으로 운영하여 자연 소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생태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생활과 관계된 분야를 선택하여 천천히 오랫동안 작업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지력을 형성하고 작업이 완성되었을 때 창조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한다. 수업의 강사는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람으로 발도르프 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여 담임 교사와 함께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가림빛 체험학습’은 교육과정과 연계된 체험학습을 말한다. 예를 들면 생태전환교육을 주제 학습으로 배운 5학년은 하남시 쓰레기 소각장으로 체험학습을 갈 예정이다.

강명초의 교육공동체

강명초가 12년째 서울형혁신학교의 모범적 운영 사례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기반으로 학교 구성원의 의사소통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강명교사회, 강명어린이회와 강명학생보호자회의 학교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적 학교 운영 체계를 위한 강명초의 노력과 제도적 장치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강명교사회는 교사들의 요구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전 교사가 참석한 가운데 격주로 운영하고 학교 운영내용 전반, 교육과정 계획과 평가, 학생 생활지도 등 협의 안건에 대해 협의한다. 업무의 효율성보다는 교육적 판단에 중점을 두고 협의하며,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진 뒤 전원 합의로 결정하되, 사안에 따라 과반수 이상의 의견으로 결정하기도 한다. 강명 전체 교사회 안에 동학년 협의회(주 2회 원칙), 기획회의(교장, 교감, 수석교사, 업무지원팀, 학년부장, 행정실장 참여), 사안에 따른 TF회의 등의 회의 단위를 둔다.

강명학생보호자회는 학생보호자가 교육의 동반자로 참여하여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하고 학교 운영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학교 공동체의 신뢰감을 형성하고 투명하고 내실 있는 학교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한다. 강명학생보호자회는 분과별로 사업을 분담하여 진행한다.

[강명학생보호자회 분과별 운영 내용]

강명어린이회는 기본적으로 전학년에서 운영하고 4~6학년은 학년별 어린이 자치회를 운영한다. 1년 동안 끌어갈 자치회의 주제를 정하여 지속적인 토의·토론을 하도록 한다. 강명어린이 대의원회는 4~6학년 학급대의원(1~2명)으로 조직되며 사안에 따라 동학년 전체학급의 학생들로 자치회를 구성할 수도 있다. 학년 간 논의할 사항이 있을 때 비정기적으로 개의할 수 있으며 회의의 틀은 정하되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운영되도록 한다.

<강명교사회 전체 회의>

<강명교사회 강명교육비전 세우기>

<강명어린이 자치회>

<강명학생보호자회 주최 행사 강명책잔치>

함께 만들어가는 배움

강명초 정명아 수석교사에게 강명초 어린이들의 특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교육공동체가 주인이 되는 학교를 실현하고 있는 강명초에서는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과 발달이라는 교육 본연의 목적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였다. 학교 공동체의 합의를 바탕으로 학교 비전과 교육계획, 교육목표가 수립되는 강명초의 운영 체계와 과정은 다른 학교들에게도 민주적 학교 문화의 확산을 위한 학교의 노력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1. 김성천(2011). 혁신학교란 무엇인가. 서울: 맘에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