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3 겨울호(253호)

[서울구남초]
교사의 전문성으로
알파세대의 역량을 키우다

방예진 명예기자

‘알파세대가 온다.’ 『트렌드 코리아 2023』1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 중 하나이다. 이 책에서는 2010년 이후에 태어난 13세 이하의 어린이들을 ‘알파세대’라고 명명하며 기존과는 다른 신인류가 우리 사회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선언했다. 알파세대는 X-Y-Z세대에 이어지는 알파벳이 없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붙여진 이름으로 알파벳 첫 글자인 A가 아니라 ‘알파(α)’를 사용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는 단순히 Z세대에 이어지는 다음 세대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세대가 탄생했음을 뜻한다. 또한 알파에는 탁월하다는 뜻도 있으므로 탁월한 세대라는 중의도 담고 있다. 알파세대는 기존의 세대와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계 속에서 디지털 기기와 함께 자라온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다. 또한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나’라고 믿는 자기중심성이 강하다.

풍족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너도, 나도 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알파세대가 마주하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 기후 및 생태환경의 변화,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국제사회의 문제 등 미래 사회는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그 변화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복잡성, 다양성,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미래 사회의 도전에 대응하고 살아갈 세대가 바로 알파세대이며, 대한민국의 미래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알파세대에게 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다음 세대를 향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를 바탕으로 교육계의 깊은 고민을 거쳐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인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문서로 만들어진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서 살아있는 실제의 교육으로 실현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기른다.’라는 비전을 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앞서 실천하며 알파세대가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가고 있는 서울구남초등학교(이하 구남초, 교장 정지양)를 찾았다.

✠ 우리 학교만의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의 자율성과 주도성이 확대된 것이다. 학교는 학교 자율시간을 활용하여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과 외에 지역과 학교의 환경, 학생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새로운 과목이나 활동을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학교와 교사 역시 능동적으로 교육과정을 해석하고 실현해야 하는 주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구남초에서는 어떻게 구남초만의 특성을 살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을지 점점 더 궁금해졌다.

‘새로운 Alpha⁺ 활동’이란?

구남초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Alpha⁺ 활동’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학교 자율시간에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Alpha⁺ 활동’은 ‘현재의 초등학생’을 의미하는 알파(Alpha)에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을 더한다’라는 의미의 플러스(⁺)를 덧붙인 이름이다. 구남초에서는 ‘새로운 Alpha⁺ 활동’을 기초 소양활동과 미래 소양활동으로 나누어 기초 소양활동에서는 기초·기본학습, 협력적 놀이학습,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운영하고, 미래 소양활동에서는 인공지능과 코딩,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학교 자율시간을 편성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학교가 가진 특성이 컸다고 한다.

새로운 Alpha⁺ 활동은 학년군별 학생의 특성을 반영하여 1, 2학년은 ‘즐겁게 Alpha⁺ 활동’, 3, 4학년은 ‘더불어 Alpha⁺ 활동’, 5, 6학년은 ‘미래로 Alpha⁺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1, 2학년 학생들은 ‘즐겁게 Alpha⁺ 활동’ 2을 통해 기초·기본 학습 실력을 기르고 통합적 감각 활동과 협력적 놀이 학습을 통해 신체적, 정서적 안정감을 키운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 관계 맺으며 성장하고 학교생활에 즐겁게 적응한다. 3, 4학년 학생들은 디지털 소양을 키움과 동시에 생태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공감과 배려를 실천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공동체 역량을 함양하고 있다. 5, 6학년 학생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시민 프로젝트를 실천하며 나와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다.

[학년군별 ‘새로운 Alpha⁺ 활동’]

특히 ‘새로운 Alpha⁺ 활동’에서는 학생 간 배려와 협력이 바탕이 되는 프로젝트 학습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학생의 특성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Alpha⁺ 활동’이 탄생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들으며 ‘교육과정이 학교와 학생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구나. 정말 살아있는 교육과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기저에는 학교의 여건을 최대한 살려 내가 가르치는 학생에게 꼭 필요한 역량을 키워줄 수 있도록 돕는 선생님들의 전문성과 역량, 끊임없는 노력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전학년이 함께하는 미래소양활동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며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을 살아온 알파세대는 ‘국영수코’라는 말을 사용할 만큼 코딩교육이나 여러 에듀테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언어, 수리와 함께 디지털 소양을 기초 소양으로 강조하며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였다. 구남초에서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단계별 ‘디지털 네이티브 프로젝트’와 ‘인공지능과 코딩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미래 세대의 핵심 역량을 기르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프로젝트를 통해 1, 2학년 학생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필요한 기초 능력을 배우고, 3, 4학년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앱을 경험하며 정보를 탐색하고 처리하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또한 5, 6학년 학생들은 정보의 생산자가 되어 나만의 방법으로 창작물을 만들고 공유하는 등 디지털 세상 속에서 주인공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코딩 프로젝트에서는 1, 2학년들을 대상으로 카미봇3을 활용하여 코딩의 기초를 알아보고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코딩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였다. 3, 4학년 학생들은 인공지능의 개념과 생활 속 예를 찾아보고 내가 만들고 싶은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인공지능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레고 스파이크 에센셜4 교구를 활용하여 보트 만들기, 북극 탐험하기 등의 주제별 코딩 활동을 진행하였다. 마지막으로 5, 6학년 학생들은 레고 스파이크 프라임5 교구를 활용하여 로봇에 대해 탐구하고 품질 점검 로봇, 청소 로봇 등을 만들어보며 컴퓨팅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었다.

 

✠ 즐겁게 Alpha⁺ 활동 속 기초 소양 활동(1, 2학년)

즐겁게 Alpha⁺ 활동은 1, 2학년 학생들이 놀이를 통해 쉽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학생들은 놀이를 통해 바른 습관과 실력을 키우고 배려와 창의력을 높이며 놀면서 배우고, 놀면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학교가 낯선 1학년 학생들이 입학 초기인 3월에 학교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친구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배움을 시작하는 교실 프로젝트’를 운영하였다. 통합교과 봄 교과서 중 학교 단원의 내용을 입학 초기 적응 활동과 연계하여 학교-교실-친구 순으로 학교 밖에서 안으로 주제를 좁혀가며 자연스럽게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였다. 학생들은 감각 활동과 또래 협력 활동을 중심으로 대근육과 소근육을 기르고, 친구와 함께하는 기쁨을 느끼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 더불어 Alpha⁺ 활동 속 생생(생활 속 생태전환) 프로젝트(3~6학년)

기후 위기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알파세대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키우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교육적 과제이자 목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남초에서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한 ‘생생(생활 속 생태전환)프로젝트’를 실천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현재의 지구 환경과 생태 문제를 나의 문제로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특히 3, 4학년 학생들은 학교 텃밭에 직접 작물을 재배하며 매일 아침 또는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작물을 관찰하고 온라인 및 오프라인 작물 성장 일지를 작성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맡은 작물을 재배하며 책임감을 키우고, 직접 가꾼 작물로 가정에서 저탄소 밥상을 차려보며 생명의 소중함과 수확의 기쁨을 맛보았다.

나아가 생태전환교육을 에듀테크 및 인공지능 기반 교육과 연계한 ‘구남 AI 지구 수비대’ 프로젝트를 운영하였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하여 ‘AI for Oceans’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바다 수질오염의 심각성과 이에 따른 문제점을 알아보았다.

또한 바다를 지키자는 의미를 담은 포스터를 캔바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만들어보았다.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저녁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전등을 끄는 ‘어스아워’ 캠페인에도 참여하였다. 캠페인에 앞서 학생들은 우리의 행성 지구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은 온라인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기후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을 실천할 수 있었다.

✠ 미래로 Alpha⁺ 활동 속 민주시민 프로젝트(5, 6학년)

코로나 종식이 선언되었지만, 미래 사회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세계 속에서 빈곤, 기후변화, 전쟁, 차별 등의 문제는 더 이상 특정 국가나 민족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미래와 인류의 공존을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는 논리적 사고력이 향상되며 스스로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시민의식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구남초에서는 이러한 학생 발달단계의 특성을 반영하여 5,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민주시민 프로젝트를 실천하였다. 5학년 학생들은 우리를 둘러싼 법과 규칙에 대해서 알아보고 우리 교실과 학교에 필요한 법의 조항을 만들어보면서 사회에 참여하는 시민 참여 역량을 키웠다. 6학년 학생들은 학급을 국가로 설정하고 교실국가의 이름, 국기, 화폐, 헌법을 함께 정하는 절차를 거치며 민주시민의 기초를 다졌다. 나아가 영어, 사회 교과와 연계하여 대륙별, 나라별 기후와 의식주 등 다양한 문화를 탐구하고 세계 여러 나라의 랜드마크를 만들어보며 세계시민으로서 한 뼘 더 성장하는 기회를 가졌다.

✠ 학습의 주인이 되는 자기평가

학년군별로 ‘즐겁게-더불어-미래로 Alpha⁺ 활동’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Alpha⁺ 활동’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자기 평가지를 활용하였다. 학교 자율시간은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구성한 학습활동이기 때문에 정해진 성취기준이나 평가 방법이 없다. 따라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진단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자기평가를 도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평가에 대한 선생님과 학생의 부담을 덜고 학생들은 학습의 주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학부모 역시 자녀가 학교에서 한 학습활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학교 교육활동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 똑똑, 한글 해득 프로그램

학교 자율시간과 더불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의 한글 교육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1, 2학년의 국어 시간이 현재(2015 개정 교육과정)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증가되었다. 저학년 학생들의 한글 해득 능력을 강화하고 문해력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살려 구남초에서는 한글 해득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입학 초기에는 ‘우리 말 우리 글’이라는 나만의 한글 학습 공책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며 한글 자형과 획순 및 글자의 모양과 소리를 연결하는 연습을 반복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글 해득이 빠른 학생은 낱글자뿐만 아니라 낱말까지 연결하여 표현하고, 해득이 느린 학생은 그림으로 표현하는 등 수준별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었다.

한글 보물찾기, 보물 찾아서 글자 만들기, 자음 모음 블록 놀이 등 놀이 중심의 한글 학습활동도 증배된 국어 시간에 활용하였다. 이 활동에도 학생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학생들의 관심과 선호하는 활동에 맞게 교육과정을 구상한 교사의 노력이 담겨있었다.

✠ 핵심은 교사의 전문성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교의 자율성과 주도성이 커진 만큼 새로운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많은 학교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교육과정을 바르게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이 고민을 한 걸음 앞서 한 구남초 선생님들의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조언을 들어보았다.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알파세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학생들의 특성을 자세히 파악하고 이를 학습활동으로 구성하는 교육과정 설계자,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최대한 끌어내는 수업자, 배운 내용을 정확히 진단하고 피드백하는 평가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교사이다.

알파세대를 가르치는 이 시대의 교사는 알파의 또 다른 의미인 ‘탁월성’을 갖춘 교사, 일명 알파교사인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 시대의 알파교사에게 교사의 탁월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자율성과 주도성을 바탕으로 학교마다, 교사마다 멋지게 재구성한 교육과정, 저마다 아름다운 빛깔로 탄탄하게 빛나는 교육과정이 탄생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미래인 알파세대의 성장을 돕기 위해 애쓰시는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께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1. 김난도 외 9인, 『트렌드 코리아 2023』, 미래의창.
  2.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교 자율시간은 3~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편성·운영하도록 하였으나, 구남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1, 2학년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한글 해득, 기초·기본 학습, 입학 초기 적응 활동, 놀이 및 신체활동 강화 등을 반영하여, 1, 2학년의 기초 소양 중점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즐겁게 Alpha+ 활동’으로 이름하여 운영함.
  3. 코딩 교육용 로봇
  4. 레고를 조립하고 코딩을 입력하는 활동 등 놀이처럼 재미있는 레고 활동
  5. 프로그래밍과 로봇 제작을 배울 수 있는 레고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