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3 여름호(251호)

[서울대곡초]
관계맺음과 연결을 통한 성장,
협력적 인성교육의 실현

박하나 명예기자

코로나19 이후 정상화된 학교 생활에서 가장 강조되는 점은 단절됐던 대인관계와 사회성의 회복이다. 관계맺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회화의 과정이자 삶의 과제이지만 코로나 펜데믹의 시간만큼 학생들의 관계맺음 경험은 단절과 같은 상태로 놓여있었다. 최근 언론에서 전에 없이 화제가 되는 학교폭력 이슈도 이러한 현시점의 교육상황을 반영한다. 많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을 매개로 해서 교우 관계, 가정과의 연계 등 많은 부분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 접근이 쉽지 않다. 이에 협력적 인성교육을 통해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한편 서울특별시교육청 관계 가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긍정적 관계맺기]를 운영하여 실천하고 있는 서울대곡초등학교(이하 대곡초, 교장 이승순)를 방문해 보았다.

대곡초에 전화를 거는 사람은 누구나 웃음짓게 된다. “안녕하세요, 우리들이 존경하는 선생님과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대곡초등학교입니다.”라는 멘트로 맞이하는 첫인상은 대곡초가 강조하는 협력적 인성교육의 한 단면이다. 대곡초는 2022년도에 학교폭력예방 및 근절 분야 우수학교 교육장 표창, 학교-마을 연계 교육활동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을 수상하는 등 관계맺음과 연결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학교이다. 전교생 1200명에 육박하는 큰 규모의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이 현저히 적은 것은 관계맺음이 불러온 결과가 아닐까.

새학기는 관계맺음으로, 긍정적 관계맺기 프로그램

학교 생활에서 3월 한 달은 1년 농사의 풍흉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이다. 올해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사이좋은 관계 가꿈 프로젝트]를 신청하여 운영한 배경에도 이러한 대곡초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사이좋은 관계 가꿈 프로젝트]는 교장 선생님을 포함해 교감, 담임교사, 상담교사 등 모든 구성원의 필요에 따라 신청하였다. 교육청 지원으로 10개의 학급만 운영이 가능했지만 별도 예산을 편성하여 5학년 전체에 프로그램을 적용하도록 했다. 3월 한 달간 신청 학교로 찾아가서 긍정적 관계맺기를 교육하는 이 프로그램은 300학급 선정에 1556개의 학급이 신청할 정도로 일선 학교에서 그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곡초는 관계 가꿈 지원 프로그램 18개 중에 ‘놀이로 이해하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5학년 전체 반 2차시로 구성하여 학기 초 3월에 운영했다.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이슈는 결국 학기 초 관계 가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사안인만큼 놀이라는 친근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나아가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과정까지 배우는 것으로 이루어진 수업이었다. 피규어를 통해서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자기방어를 풀게 되고, 이런 피규어 놀이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상대방을 파악해가면서 ‘우리’, ‘관계’ 그리고 ‘소통’이라는 단어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수업이었다. 서로 간에 긍정적인 대화가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었고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교사는 관계 속에서 학생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참고로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학생들 또한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과정을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 긍정적인 관계맺음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후속 활동도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관계가꿈 프로젝트 활동 1>

<관계가꿈 프로젝트 활동 2>

<관계가꿈 프로젝트 소감문>

참여·소통 중심의 협력적 인성교육으로 교실 속 갈등 회복

대곡초의 교육과정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협력적 인성교육이다. 대곡초는 학교 교육목표 중 하나인 <배우고 나누는 어린이>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건강한 마음과 관계를 갖기 위한 다양한 교육 활동을 계획하고 추진 중에 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소통과 관계맺음의 집합이다. 대곡초는 학교폭력 사안을 예방하기 위한 소극적 교육에서부터 소통하고 협력하며 함께 나눌 수 있는 적극적 예방 교육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진행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참고하여 가장 많이 나타나는 학교폭력 유형을 파악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한다. 일례로 전년도 실태조사에서는 언어폭력 유형이 가장 많이 발생함에 따라 ‘경어 쓰기’와 ‘내가 먼저 인사하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해마다 실시하는 ‘학교폭력실태조사’ 에 따르면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언어폭력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대곡초의 ‘경어 쓰기’는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는 ‘~님’이라고 부르고, 평소 대화에서도 ‘~습니다’, ‘~해요’라고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 사이에서의 싸움, 욕설, 왕따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의 다툼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보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경어 쓰기가 잘되고 있다는 대곡초 생활·인성부장교사의 말로 보아 ‘경어 쓰기’도 꾸준히 지도했을 때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인사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따뜻하고 친근하게 건넬 수 있는 말로써 ‘내가 먼저 인사하기 캠페인’ 역시 학생들 간의 긍정적인 관계맺음에 큰 효과를 보고 있는 활동이다.

교육 3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협력적으로 운영하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당연히 각 주체가 서로 신뢰하며 학교 교육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매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교사들의 열정과 자발적인 노력으로 가득 찬 대곡초의 교육과정은 대곡초 학생들의 인성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내가 먼저 인사하기 캠페인>

보기만 하면 관찰자지만 듣는 것까지 하면 참여자다 – 상담으로 풀어가는 갈등

대곡초의 교육과정과 교육활동에서 상담은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는 활동이다. 학생들이 또래와의 갈등에 잘 대처하고 올바른 관계맺음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서를 인식하고 스스로 관리하며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그것을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적용하고 타인의 상황과 처지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곡초는 다양한 상담활동을 통해 이것을 이뤄가고 있다. 학교폭력예방 상담교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상담교사는 전학년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학년 특색에 맞는 상담수업 주제를 선정하여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관계가 시작되는 저학년부터 집단상담을 시작함으로써 학생들은 갈등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바람직한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된다.

대곡초의 다양한 상담 활동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프로그램은 또래 상담 리더십 동아리 운영이다. 대곡초의 또래 상담은 5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방과 후에 이루어지는 동아리이다. 해마다 5:1 이상의 경쟁률로 모집되는 또래 상담자 리더십 동아리는 10시간 이상의 또래 상담 교육을 이수한 후, 익명의 편지를 통해 상담 신청과 사연을 받아 또래의 눈높이로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활동이다. 이 동아리는 상담가로서 활동하는 학생에게도 상담을 받는 학생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활동이라고 한다. 또래 상담은 1학기에는 주로 배우는 것에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친구란 무엇인지, 상담하는 방법, 친구들이 싸우는 것을 목격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2학기 때는 또래 상담자들이 배운 것을 직접 실천해서 상담일지도 써보고, 친구들의 고민을 익명으로 받아 이에 대해 또래 상담자들이 다시 익명의 편지를 보내 위로하는 활동도 하게 된다. 이처럼 배운 것을 실천해서 친구들이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를 만들면 다른 친구들도 그것을 보고 배워서 학급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효과가 크다고 한다.

또한 또래 상담자들과 함께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학생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진행하고 있다. 이 동아리의 취지는 학교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갈등 상황을 학생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워주며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또래 상담 리더십 동아리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친한 친구 칭찬하기’와 ‘듣고 싶은 말 적기’ 행사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이 친구의 장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고, 그들의 긍정적인 측면을 계속 알아 보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올바른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친구 관계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친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교사가 개입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친구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분명히 있다. 또래 상담 리더십 동아리 활동은 학생이 상담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다른 활동보다 교육적 효과와 의미가 크다.

<힐링 집단상담>

<또래 상담 리더십 동아리와 함께 하는 사과데이 행사>

<또래 상담 리더십 동아리에서 진행한 익명의 위로 편지 행사>

학교에서 시작된 관계맺음은 다시 가정으로

모든 교육이 가정과 함께 이루어지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곡초의 가족밥상교육을 통한 가정과의 연계지도는 그런 면에서 매우 특별하다.

가족밥상교육은 학교와 가정이 소통하며 학생을 함께 키우자는 취지의 활동이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면서 이루어지는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예의, 절제, 배려를 익히고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아이의 인성과 관계맺음에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자기주도학습장(플래너)을 활용하여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연간 목표와 월간 계획 세우기를 해보는 활동을 넣어 연간 목표 세우기에는 지(智), 덕(德), 예(藝), 체(體)로 구분하여 목표하는 것을 적고 실천하게 한다. 월간 계획 안에는 가족행사를 포함한 학생 본인의 한 달 생활계획을 세워 실천하게 하고, ‘우리 서로 칭찬해요’ 코너를 마련하여 매월 나에게 칭찬하는 글이나 친구, 가족에게 감사하는 글쓰기를 통해 바른 소통과 관계맺음을 하도록 실시하고 있다. 또한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눈 느낌을 글로 표현하면서 가치 있고 따뜻한 시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는 활동도 진행하는데, 학부모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활동이다.

<자기주도학습장(플래너) 활동>

교실 현장과 사회에서 학교폭력과 갈등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내려 앉은 지 오래다. 하지만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아름다운 관계맺기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더불어 살아가는 제대로 된 관계맺음이 학교폭력예방과 갈등 회복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믿고 협력적 인성 기르기라는 방향성을 정해 교육목표를 수립, 실천하고 있는 대곡초의 교육활동이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