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여름호 (243호)

[서울양재유치원] 365일 자연친화교육
속에 생태시민으로 자란다!

최정아(서울양재유치원, 원감)

365일 자연놀이터 양재천으로 출발!

“선생님! 오늘 우리 양재천 가요?”
유치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양재천은 유아들의 자연놀이터입니다. 봄에는 새싹들과 분홍, 노랑, 하얀 봄꽃들을 만나고 여름이면 나무 그늘 속에서 땀을 식히고, 가을에는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비를 맞고, 겨울에는 눈 덮인 산책로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합니다.
“선생님! 여기 지렁이 있어요.”
“선생님, 지렁이는 어디서 있다가 온 거예요?”
“우리 이따 유치원에 돌아가서 지렁이가 어디서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함께 찾아보자.”
서울양재유치원(원장 배명희) 유아들은 양재천에서 만난 지렁이, 개미, 풀벌레 등 작은 생명체들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아갑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5월 말이 되어서야 등원한 유아들은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하루 종일 지내야 했지만, 양재천을 산책하는 동안은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새삼 느꼈습니다.

<유채꽃이 한창인 2021년 양재천의 봄>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자연친화교육!

“선생님! 더워요. 옷 어디에 벗어둬요? 땀이 많이 나요.” “원감 선생님. 바깥놀이터에 의자가 없어 쉴 곳이 없어요.” 유아들이 충분하게 바깥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개선해야 할 점들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계획을 세워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교육공동체인 유아, 교사, 학부모들에게 ‘바깥놀이터에서 더욱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있으면 좋을까?’로 설문한 결과 유아들이 놀다가 쉴 수 있는 2층 오두막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과, 놀이에 필요한 통나무 의자와 그늘막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오두막과 그늘막, 의자 등을 마련하기에는 보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그래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유아교육과에서 실시하는 자연친화중점유치원 공모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여 2020년 1,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하였습니다. 드디어 자연친화적 바깥놀이 활성화를 위한 개선 사업의 첫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두막을 설치할 장소를 선정하고 유아들이 원하는 오두막의 모습도 직접 그림으로 그려 디자인했습니다. 유아들의 그림을 제작 업체에 제공하였고, 몇 번의 시안을 거쳐 현재의 2층 쉼터가 탄생되었습니다.
2층 쉼터가 들어설 장소에는 아주 오래된 나무 두 그루가 있었습니다.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쉼터를 만든 덕분에 여름에도 유아들은 고목이 주는 자연 그늘에서 시원하게 놀 수 있습니다. 더위도 피하고, 옷도 벗어 두고, 쉼터에서 종이접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도 식히고, 바깥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가끔은 새똥 범벅이 된 오두막을 보며 놀라기도 하지만 유아들만큼이나 새들도 오두막이 좋은가 봅니다. 놀이가 늘 아쉬운 유아들은 오늘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선생님, 바깥놀이 너무 짧아요. 더 놀고 싶어요!”

<바깥놀이터 옆 오두막 설치 공간>
<유아들이 디자인한 오두막>
<완성된 오두막 쉼터>
<오두막 쉼터 놀이>

유치원에는 버릴 공간이 하나도 없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여 나무를 심다!

“원감님, 텃밭 주변의 자투리 공간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유아들이 기르고 관찰할 수 있는 나무가 몇 그루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도심 속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과일 열매를 따 먹는 추억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자투리 공간에 나무를 심기로 결정하고 어떤 나무를 심으면 좋을지 유아와 학부모에게도 의견을 묻고, 도심 속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수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역사회 묘목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자투리 공간에 삽목 가능한 나무는 총 세 그루였기에 추천 받은 꽃나무 2종(벚나무, 수국)과 과일나무 4종(감나무, 포도나무,앵두나무, 대추나무) 중 전체 유아를 대상으로 투표가 실시되었습니다. 투표 결과 선정된 나무는 벚나무, 포도나무, 앵두나무였는데 실제 심은 나무는 벚나무 대신 매화나무였습니다. 벚나무에서 매화나무로 바뀐 이유는 바로 우리 유치원 원화가 매화꽃이기 때문입니다. 매화나무를 심어서 직접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에 계획을 변경하기로 하고 유아들에게도 그 이유를 알려 주었습니다.

<전봇대 옆 자투리 공간>
<텃밭 옆 자투리 공간>

시끌시끌한 신학기를 지나 4월 따뜻한 봄이 되면 직접 식목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던 봄소식보다는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뒤덮었고, 결국 아이들은 없었지만 나무 심는 시기인 식목일 즈음에 매화 나무를 시작으로 앵두나무와 포도나무도 심고 포도나무 지지대도 설치하였습니다. 2020년 5월 말 전체 유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는 없었지만 매일매일 나무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7월 제법 알이 굵어진 포도가 8월 드디어 검은색으로 익어갔습니다.

“선생님, 여기 포도 있어요. 언제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포도가 조금밖에 없어요?”

2020년 4월 중순 꽃이 지고 알알이 아주 작은 포도송이가 맺히던 시기에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인해 냉해를 입었고, 그 결과 2020년에는 딱 한 송이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유아들은 봄에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열매들이 잘 크지 못한다는 것을 직접 알 수 있었습니다. 2021년 3월 중순, 매화나무와 앵두나무에 꽃이 피었고, 추위가 좀 지나고 4월 초 포도나무에서는 새순이 돋아나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유아들은 매일 바깥놀이터로 가는 길목에서 관찰합니다.

“선생님, 포도 잎의 끝이 약간 보라색이에요.”, “저 위 지지대 위에도 잎이 많이 났어요.”

올해는 포도나무 넝쿨에서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기를 아이들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0년 매화나무>

텃밭에서 수박, 토마토, 오이, 배추, 무 등을 수확하는 양재 꼬마농부들!

많은 유치원에는 텃밭이 있습니다. 서울양재유치원에도 3.5평 규모의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2020년 5월말 개학하고 나서 텃밭에 심을 모종을 유아들과 선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만 4세 유아들은 애플수박을, 만 5세는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심기로 하였습니다. 제일 어린 연령인 만 3세 유아들은 텃밭 장소가 부족하여 대신 벼를 조금 구해서 심었습니다.

<2020년 7월 포도열매>

바깥놀이터에서 놀이하던 유아들은 텃밭에 뛰어와 본인들이 심은 모종에 정성스럽게 물도 주고 세심하게 관찰합니다. 약 한 평 규모에 수박 모종 20개를 심고 난 뒤 매일매일 관찰하던 우리는 나날이 뻗어나가는 수박 넝쿨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작은 땅에 너무 많은 모종을 심었던 것입니다. 수박 넝쿨은 걷잡을 수 없이 뻗어 갔고 꽃이 지자 작은 수박 열매들도 많이 맺히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주 작은 크기의 수박에 유아와 교직원 모두 신기해하며 수박이 상할까봐 노심초사하며 정성스럽게 키웠습니다.

<포도가 신기한 유아들>

“원감 선생님, 수박 밭을 조금 솎아 주어야 할 것 같아요.”

“인터넷에 보니 꽃이 너무 많이 달린 경우 줄기가 여러 갈래이면 튼실한 줄기 이외에는 과감하게 잘라 주라고 되어 있어요.”

<애플 수박 열매>
<수박 받침대>

처음 수박을 키우지만 교사들도 인터넷을 참고하면서 줄기를 솎아냅니다. 수박밭 정리가 되자 수박의 알이 제법 굵어집니다. 2020년 여름 장마가 길어지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땅에 닿았던 수박들이 썩기 시작하였습니다. 교직원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았고, 땅에 닿지 않도록 보호대를 만들어 주어 몇 개의 수박은 살릴 수 있었습니다. 약 지름 10cm의 애플수박을 드디어 수확하였습니다.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유아들이 맛을 보았습니다.

<수확한 수박>

“선생님 수박 너무 작아요. 그런데 맛있어요.”

“애들아,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아쉽게도 수박이 잘 자라지 못했지만 내년에 다시 또 심어서 키워보자.”

2021년 4월 올해도 수박을 심어서 현재 잘 자라고 있습니다. 씨를 뿌리는 식물들은 4월 초에 씨를 뿌리지만 모종을 심는 식물은 4월 중순 이후 따뜻할 때 심어야 모종이 잘 자란다고 합니다. 유아들도, 교직원들도 텃밭활동을 통해 함께 배워가고 있습니다. 만 3세, 어린 연령의 유아들과 함께 모를 심는 활동을 했습니다. 

<모 심기>

“벼는 논에서 자란단다. 그래서 물 속에 쑥 넣어서 심어 볼 거야.”

처음 벼를 본 유아들은 늘 숲에서 보는 풀과 비슷하다고 하고, 또 물 속에 심어야 한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흙 속에 손을 넣으니 기분이 이상해요.”

처음 모를 심어본 유아들은 진흙 속에 손을 넣었을 때의 감촉이 새롭지만 좋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선생님, 손에 더러운 것이 묻었어요. 싫어요.”, “괜찮아. 씻으면 돼.”

<벼 관찰하기>

교직원들은 유아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느낍니다. 도심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해 보는 교육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봄부터 여름까지 수박, 오이,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내고 2학기가 시작되면 겨울을 앞두고 배추와 무를 심어 수확할 예정입니다. 2020년 겨울에는 무를 수확하여 유아들과 깍두기를 담았는데 설탕과 고춧가루의 양을 유아들이 원하는 만큼 달리하여 ‘가장 맛있는 깍두기 선발 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직접 심고 가꾼 무를 이용해 유아들이 원하는 레시피로 만든 깍두기가 지금껏 먹어 본 깍두기 중 최고라고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 2021년 올해도 서울양재유치원 텃밭에는 방울토마토, 오이, 수박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365일 오감을 자극하는 신나는 모래놀이터!

“얘들아! 우리 자갈 옮겨서 공사장 놀이하자.”

“야, 이거 공룡알 같다. 모래에 숨겨서 공룡알 찾기 놀이하자.”

“선생님, 모래 케이크 드시러 오세요!”

유아들이 바깥놀이에서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모래놀이입니다. 약 5~6평 규모의 모래놀이터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신나게 모래놀이를 즐깁니다. 모래의 까끌까끌한 촉감을 싫어하는 유아들도 있지만, 많은 유아들이 모래를 체에 걸러 고운 모래도 만들고, 땅을 파서 강물을 만들면서 놀이합니다.

“너희들 모래놀이 할 때 필요한 것 있니?”

“큰 돌멩이가 좀 많으면 공사장 놀이할 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크기의 자갈돌을 구비해 주자 유아들은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놀이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약 80여 개의 자갈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유아들이 모래 속에 몽땅 숨겨 두었고, 다음날 자갈 보물찾기 활동으로 모두가 땅을 파서 찾는 놀이를 하였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유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모래 놀이터 옆의 수돗가에서 열심히 물을 나르며 한강을 만들며 놀이합니다.

“선생님 물이 점점 없어져요. 물 다 어디로 갔어요?”

땅에 물을 부으며 물이 사라지는 것도 관찰하고, 마른 모래가 축축한 모래로 변화는 과정도 관찰하면서 유아들은 사물의 성질 변화와 성질의 변화에 따른 색과, 촉감 등이 달라진다는 것을 오감을 통해 알게 됩니다. 놀이하는 공간과 주변의 자연 환경 등 모든 것은 놀이의 재료이자 성장의 원동력 그 자체입니다.

자연과 더불어배우고 실천하는 미래의 어린이

서울양재유치원 유아들은 오늘도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놀이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아들은 유치원에서 생활하면서 또 지역사회와 연계된 자연환경 속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통해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조금씩 배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며 마음껏 놀아 본 유아는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 놓여질 때 환경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태시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생태친화적 교육과정 속에서 유아들의 소중한 경험들은 유아들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생태시민으로 성장하게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오감으로 체험하고 직접 경험하는 교육이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실천하는 책임감 있는 시민을 길러낼 것입니다. 그 중심에 서울양재유치원 유아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