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교육현장

[설레는 학급경영Ⅰ-초등학교]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는 교실,
“우리 창업했어요!’’

방예진(서울용동초등학교, 교사)

교단에 선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새 학기를 앞둔 2월이 되면 어김없이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맡게 될까?, 어떻게 학급 운영을 해야 할까?, 긍정적인 학급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 선생님들과 고민을 나누며 떨림과 설렘으로 3월을 준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첫 담임을 했을 때와 비교해 봐도 그 고민의 크기와 깊이는 줄지 않은 것 같다. 점점 더 다양해지는 학생들의 특성과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을 앞세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기존에 적용했던 학급경영 방식과 수업 기법에도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 학기의 어색함과 긴장감을 풀기 위해 학기 초에 자주 하는 활동은 자기 소개와 나의 꿈 찾기이다.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 또는 나의 꿈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자는 말에 올해도 역시나 학생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선생님, 저는 꿈이 없어요’’, “돈만 많이 벌고 싶어요. 그냥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저도요, 저도요!’’

몇 년 전에는 유튜버가 꿈인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유튜버로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며 그저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이 교실을 가득 채운다.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될 거니?, 부자가 되고 나면 무엇을 하고 싶니?’’라는 물음에는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문다. 부자라는 꿈을 갖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자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10살 전후의 어린 학생들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도, 도전도 없이 너무 가볍게 부자가 꿈이라고 말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해가 갈수록 나는 어떤 기질의 사람인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등 자기 자신을 모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올해는 우리 반 학생들이 최대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내 인생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알게 해주자!’라는 다짐을 하며 3월을 열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의 주인도 나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에 우연히 들었던 이수진 선생님의 ‘교실 속 직업 놀이’1, 연수가 떠올랐다. 교실에서 각자 맡은 직업을 놀이처럼 하며 서로의 장점을 찾고 자존감을 세워 준다는 내용이었다. 직업 놀이를 시작으로 이를 점차 확장하여 요즘 주목받고 있는 창업가역량과 연결해 보기로 했다. 창업가역량(Entrepreneurship)2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태도나 행동 양식을 말한다. ‘창업가역량은 창업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물음이 생길 수 있지만, 사실 창업가역량은 창업 여부와 관계없이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이다. 자기주도성, 도전성, 협력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창업가역량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미래사회 핵심역량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는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역량으로 손꼽는 4C 역량(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창업가역량을 ‘미래사회에 도전하며 자신의 꿈을 찾고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는 힘’으로 정의하고, 창의적 체험활동의 진로 영역을 중심으로 창업가역량을 키우기 위한 3단계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첫 단계는 나를 바르게 이해하고 나에 대한 긍정적 가치를 형성하는 단계로 나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창업의 기초이자 핵심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두 번째 단계는 창업 준비하기 활동으로 변화하는 일과 다양한 직업 세계를 탐구하고 창업에 필수적인 경제, 금융에 대한 지식과 미래기술과 사회, 환경의 변화를 탐험하는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친구들과 서로 협력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로 실제 창업 활동을 하며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 세계에 도전하였다. 창업 활동은 계획부터 실천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도적으로 경험하며 꾸준히 진로를 탐색하기 때문에 나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기존에 학교에서 주로 이루어졌던 일회적인 진로 체험이나 직업인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들의 참여와 변화가 무척 기대되었다.

♧ 우리 교실의 주인은 바로 ‘나’

교실이 선생님만의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우리 반의 이름을 학생들과 함께 정했다. 처음에는 5학년 1반이라는 공식적인 명칭이 있는데 왜 굳이 이름을 정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의아해하던 학생들도 몇몇 적극적인 친구들을 따라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름 중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정한 이름은 ‘먼 홋날에도 지금의’ 우리처럼’이라는 의미를 지닌 ‘먼지반’이었다. 먼지라는 말이 재미있는지 공책이나 알림장 등에도 5학년 1반 대신 먼지반이라는 이름을 적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뿌듯했다.

미술시간에는 그림판 앱과 종이와 펜을 활용하여 먼지반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학생들이 그린 캐릭터를 한 장에 모아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는 내용을 기록하는 격려통장의 표지로 활용하였다. 나아가 우리가 만들고 싶은 교실의 목표이자 급훈을 함께 정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토의를 통해 정한 ‘노을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함께여서 더 행복한 먼지반’이라는 학급 문구를 한 글자씩 나누어 꾸민 후 교실 뒤 게시판을 장식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교실 속에서 점점 더 소속감을 느끼고 나도 우리 반에서 중요한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 [창업 기초 소양 기르기] 나를 이해하는 직업 놀이

아침 8시 20분, 우리 반 지영(가명)이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지영아, 엄청 일찍 왔네!’’라는 말에 ‘‘저 환경 지킴이잖아요. 교실을 깨끗하게 만들 거예요.”라고 웃으며 반짝반짝 윤이 나게 걸레질을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청소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 반 쉬는 시간은 무척 바쁘다. 바리스타인 학생들은 친구들의 주문에 따라 우유에 딸기 맛, 초콜릿 맛 분말을 타주고, 디자이너인 학생들은 교실 환경에 필요한 간판을 만드느라 바쁘다. DJ를 맡은 학생의 자리에는 점심시간에 들을 수 있는 노래를 신청하려는 학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우리 반의 질서를 책임지는 군인을 맡은 학생은 형이 군인이었을 때 썼던 군인 모자까지 가지고 와서 실감나게 놀이를 하고 있다.

직업 놀이를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주인의식이 생겼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선생님의 교실에 학생들이 들어온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교실이 되었다.

직업 놀이에는기존의 일인 일역과 다른 3가지 원칙이 있다.

  1. 하고 싶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2.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3.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일인 일역은 하기 싫은 역할을 가위바위보나 제비뽑기를 통해 누군가는 맡아서 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직업 놀이는 자발적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직업을 맡아서 하다 보니 더 적극적이고 즐거운 학급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맡은 직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여러 가지 직업을 경험해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나의 적성과 흥미는 무엇인지를 몸소 찾아 가고 깨달을 수 있었다.

직업 놀이를 시작하면서 우리 교실에서 필요한 직업에는 무엇이 있는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직업에 이름을 함께 붙였다. 우유를 나누어주는 건강 지킴이, 다친 친구들을 치료해 주거나 보건실에 데려다 주는 똑딱 의사, 우리 반에 필요한 환경 물품 등을 제작하고 교실을 꾸미는 디자이너 등 교실에 필요한 다양한 직업이 세워졌다. 조금 더 직업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간판도 만들고 필요한 소품도 활용하다보니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정말 놀이처럼 신나고 재미있는직업 ‘놀이’가 되었다.

꿈을 찾는 첫걸음은 나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기 초 실시한 진로적성검사도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직업 놀이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면서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찾아갈 수 있었다. 또한 직업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친구들의 응원과 격려는 자존감을 세우고 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창업 준비하기] 일과 직업 세계 이해하기

직업 놀이가 연중 이어지는 활동이라면 창의적 체험활동의 진로 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본격적으로 창업가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먼저 다가오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일을 직접 체험하고 관련된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특히 학교 근처에 있는 청소년미래진로센터 앤드(&)를 활용하여 4차 산업혁명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디지털드로잉, 사물인터넷을 활용하여 로봇 만들기, VR 게임 등을 통해 미래기술을 체험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었다.

기후 및 생태환경의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학습도 함께 이루어졌다. 학생들이 미래의 창업가로서 사회와 지구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창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존의 가치를 알아가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도심 속에서 친환경 텃밭을 직접 가꾸며 생명의 소중함과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직접 키운 작물로 채식 식단을 구성함으로써 환경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청바지를 새활용하여 가방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지구를 살리자는 그림과 문구를 담은 부채를 만들어 무더운 여름철에 에어컨 사용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재미있어 한 활동은 엔트리 코딩을 활용하여 환경을 살리는 게임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모둠별 토의를 거쳐서 북극곰 구하기 게임, 산소를 발생시켜 나무를 키우는 프로그램,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임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생태전환교육이 함께 이루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제 ·금융 교육도 실천하였다. 격려통장에 쌓인 도장의 수를 학급 화폐로 교환하여 수입을 창출하고 이를 학급 매점에서 지출하는 활동을 통해 돈의 개념과 가치, 기능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었다. 나아가 우리 주변의 금융기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전 세계의 화폐의 종류는 어떠한지 등을 탐구하며 슬기로운 경제생활을 하기 위한 기초 역량을 키웠다.

♧ [창업 세계 도전하기 1] 행복을 주는 먼지반 미술관에 놀러 오세요

창업가역량의 기초를 다진 후에는 실제적인 창업 세계에 도전하는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가장 면저 진행한 것은 행복을 주는 미술관 프로젝트였다. 학교에서 가까운 북서울미술관을 방문하여 큐레이터와 도슨트를 직접 만나보고,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큐레이터와 도슨트가 하는 역할과 직업의 특성을 알게 되었고 실제 교실에서도 자신이 만든 작품을 게시하고 설명하는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직접 미술관의 주제와 작품을 선정하고 미술관 전시 일정과 방법 등을 계획하여 2, 3학년 동생들을 초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정한 주제는 ‘행복’이었다. 요즘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볼 때 기분 좋고 힘이 나는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하고 싶다는 의도였다. 큐레이터, 도슨트, 관리자로 직업을 나누고 직업별로 미술관 창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토의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큐레이터는 친구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비슷한 주제나 특성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교실의 책상들을 어떻게 배치하면 미술관처럼 느껴질까 등의 대화도 이어졌다. 도슨트는 미술관을 안내하고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작품을 제작한 친구들을 찾아가서 이 작품을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인터뷰했다. 관리자를 맡은 학생들은 미술관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입장권을 제작하고 영상과 사진 촬영 등을 통해 미술관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먼지반 미술관이 열리는 당일, 2, 3학년 동생들이 미술관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학생들의 표정에는 흥분과 긴장감이 가득했다. 도슨트, 큐레이터, 관리자 등 자신이 맡은 역할을 조금은 서투르지만 책임감 있게 해내는 모습을 보니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3학년 동생들도 선배들이 직접 작품을 설명해주니 더 집중해서 듣고 궁금한 점은 적극적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미술관 프로젝트가 끝난 후 학생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지만 보람있고 재미있었다며 다음에 또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 [창업 세계 도전하기 2] 도심 속 바다 카페에서 제주도를 느껴보세요

“아, 배고프다. 우리 학교에도 매점 있으면 좋겠다!”. “선생님, 우리 형네 학교는 매점이 있대요. 그래서 쉬는 시간에 음료수도 사먹고 간식도 먹을 수 있대요. 완전 부러워요!”

급식을 앞둔 3교시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먹는 것이라면 눈이 반짝인다. 지루한 수학 시간도 과자나 간식을 수업 자료로 활용하면 어느 틈에 맛있고 즐거운 수업으로 둔갑하곤 한다. ‘그래, 이거다!’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카페 창업을 소재로 국어 교과의 매체를 활용하여 조사 및 발표하기 수업과 창의적 체험활동의 자율 및 진로 활동을 통합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였다.

먼저 모둠별로 우리 주변의 카페를 조사하는 활동을 했다. 평소에 자주 가는 카페나 가고 싶었던 카페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가격은 어떠한지, 이 카페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모둠별로 만들고 싶은 카페를 디자인하여 카페 창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밤에 별을 볼 수 있는 별밤 카페, 안마 의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 설탕을 사용하지 않아 칼로리를 줄인 제로 카페 등 다양한 카페가 디자인되었고, 학급 회의를 통해 우리 반이 창업할 카페를 결정하였다. 열띤 토의를거쳐 학생들이 선정한 카페는 ‘제주 앞바다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바다 카페’였다. 학생들은 제주 특산물인 오렌지, 한라봉, 귤, 땅콩 등을 활용해서 메뉴를 개발하고 우리 학교 학생들을 초대하는 글을 담아 초대장을 만들었다.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학교 복도 한 공간에 바다 카페가 만들어졌다. 전교생이 관심을 갖는 가운데 시원한 음료와 간식을 만들고 나누며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 카페 이후로 우리 학교에는 여러 학년과 학급에서 다양한 창업 카페가 열리고 있다. 바다 카페에서 종이컵과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을 본 6학년 학생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환경을 생각하는 카페를 창업했다. 종이컵과 빨대를 사용하지 않도록 텀블러나 물통을 가져오면 원하는 음료를 받을 수 있는 카페를 계획하고 운영했다. 5학년의 또 다른 학급에서는 탄소를 줄이는 탄소 제로 놀이터를 운영하여 휴지심을 이용한 볼링, 우유갑을 활용한 딱지치기, 솔방울과 나뭇가지를 활용한 솔방울 양궁 등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와 자연 속 소재를 활용하여 놀이를 중심으로 한 창업 활동을 펼쳤다. 환경 외에도 역사를 주제로 한 역사 카페,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카페 등 학생들이 희망하는 다양한 활동의 카페가 열리고 있다.

창업가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실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여전히 대부분은 부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지, 부자가 되고 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금씩 더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에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준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데 영향력이 있었다면, 학교에 오는 즐거움이 생겼다면,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웃을 수 있었다면 교사로서 정말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한 것이 아닐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창업 활동을 했듯이, 자신의 삶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펼쳐가는 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반 학생들이 정한 문구처럼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이 마음이 따뜻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또한 우리 새내기 교사들도 자신의 행복을 누리면서 교직 인생의 새로운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1. 이수진(2021), 교실 속 직업 놀이, 지식프레임
  2. 교육부, KOEF학교청소년기업가정신재단(2020), 창업가정신 학교에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