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2019 겨울호 (237호)

세계교육학회 주제를 통해
살펴본 세계교육 동향

권순정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Ⅰ. 들어가며

2019년은 세계교육학회(World Education Research Association, WERA) 창설 10주년이 되는 해로, “민주주의와 교육의 미래: 형평성과 사회 정의의 전 세계적인 실현”을 주제 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본 학술대회는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 주제로 구성되었다: 교육에서 형평을 판단 기준으로 삼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
지난 10년 이상의 기간을 거쳐 우리 사회 역시 교육현장의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를 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혁신학교’로, 학교 교육의 민주화, 모두가 소외되지 않는 교육,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교육 등을 표방하며 민주주의, 형평성 그리고 사 회 정의의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의 변화, 그리고 교사들의 실천을 이어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은 정책 및 실천도 각각 다른 평가를 받게 되고 또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들과 그 의미들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진행해 온 다양한 교육의 시도를 형평성과 사회 정의라는 틀 속에서 다시 한 번, 그 역할과 기능, 그리고 교육의 주제들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개최된 세계교육학회의 주제를 통해 세계교육 동향을 파악 하는 것은 서울교육이 하고 있고, 또 하려고 하는 다양한 교육들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다 양한 정책 실천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Ⅱ. 2019 세계교육학회: “민주주의와 교육의 미래:형평성과 사회 정의의 전 세계적인 실현”

세계교육학회는 각국의 학자들이 모여 학술적 논의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학술 교류 활동을 위해 시작되었다. 이 학회는 2019년 현재 미국교육학회, 유럽교육학회를 비롯하여 브라질, 가나, 일본, 네덜란드, 러시아, 파키스탄, 타이완 교육학회들이 모여 구성되었다. 한국교육학회 역시 세계교육학회의 일원이다.
지금까지 세계교육학회는 멕시코, 스코틀랜드, 헝가리, 미국, 홍콩 등에서 개최되었고, 2019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10주년을 기념하며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본 장에서는 2019년에 열린 세계교육학회의 학술교류 주제와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1. 학술대회 구성

세계교육학회는 크게 기조 강연, 초청 심포지움, 주제별 심포지움, 개별 주제 발표, 포스터 발표로 구성되었다. 2019 기조 강연에는 Andy Hargreaves(University of Ottawa, Bos–ton College), Stephan J. Ball(University College London), 그리고 Gert Biesta(Brunel University of London/ University of Humanistic Studies, Netherland)가 참여하였다. 이들은 형평성, 정체성, 안녕감(well-being) 그리고 민주주의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해당 기 조에 맞춰 발표된 논문들의 주제들을 개괄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 외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기반한 정책 구현(evidence-based policy making), 미래교육과 정책, 교육연구에서의 전문성, 국제비교연구(교사교육 등)에 관한 세션이 구성되어 흥미로운 주제들의 연구가 발표되고 공유되었다. 제시된 연구들은 각 국가에서 중심이 되는 교육이슈를 분석하거나 교수 활동, 교사 교육 등 다양한 교육 관련 활동 사례를 분석하여 제시하였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참여한 세션(학교교육 영역)을 중심으로 각 연구들의 성격에 따라 어떠한 논의들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교육 이슈 중심 분석연구 동향

연구 발표는 다양한 교육 이슈들에 관한 분석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서는 그 중에서도 많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1) 학교폭력 관련 연구

각 국가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가 사례연구 또는 국제비교연구 를 통해 발표되었다. 사례연구 중, 미국 볼티모어에서는 주 자체 예산 부족으로 스쿨버스가 없어 학생들이 일반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는 상황에서, 통학시간 및 대중교통 이용 빈도에 따라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안전한 지역사회 구축망의 필요성에 대 해서 논의하였다(Stein, Burdick-Will & Grigg, 2019).
국가별로 이루어지는 학교폭력 이슈도 발표되었다. 예를 들어, 일본 이지메 현상에 대한 이해(Takia, 2019), 콜롬비아에서 진행되는 공존(조화로운 삶)을 강조하는 교육 정책(Nan–wani, 2019), 미국의 학교풍토, 사회감정적 학습과 왕따 예방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다(Cohen, 2019). 위 사례들은 학교풍토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었다. 그리 고 모든 학생들이 안전할 권리를 중심으로 폭력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접근–젠더 감수성, 공 동체 개발, 회복적 접근이 중심을 이루는 아동청소년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특히, 안전한 환경과 풍토가 조성된 학교를 만드는 데 필요한 국가 차원의 논의와 성인들의 인식 전환 등에 대해 논하였다.

2) 사회 소수자 집단(socially disadvantaged) 관련 연구

미국의 사례연구 중에는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 집단이 교육의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받게 하기 위한 교육 개혁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들의 학업성취와 사회이동에 대한 내용을 다룬 연구가 있었다(Marksheid, 2019). 이 연구에서는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성공지표로 지금까 지 학업성취만 활용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앞으로 이들을 더 포용하는 교육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성공지표의 변경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유사한 주제로 이주민 실태에 대한 연구도 발표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조선족 학생들 이 어떻게 학교에서 소속감을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다(Ryu, 2019). 이 연구는 조선족 학생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돈과 다국가주의 및 다국가적 소속감이 어떻게 재현되는지에 대해 분석하였다. 여기서는 이주민들을 이해하는 개념으로 다국가적 정체성 (transnational identity)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피력하였다.

3. 교수법, 교육과정 및 학교 운영 등에 관한 사례연구 동향

➊ 교수방법 및 교수내용에 관한 사례연구: 사회 정의 수업과 논쟁적인 이슈 다루기
교수방법이나 교수내용에 관한 사례연구에서는 연구자가 교수자로서 수업을 설계하고 실 천한 사례에 대한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예를 들어, 실제 미국 대학에서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비판적 페다고지(critical pedagogy)를 활용하여 어떻게 논쟁적인 이슈를 수 업에서 다루는지 연구하였고, 그 과정에서 생긴 문제의식과 그 밖의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논의하였다(Jang, 2019). 미국 대학에서 이루어진 해당 사례연구는 예비교사들이 청소년 소 설(동화책)을 교과내용으로 하여 백인으로서의 특권, 인종 차별, 성적 차별 등에 대해 비판적 으로 인식하고 성찰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여기서 교수자는 사회 정의를 학생(예비교사)에 게 주입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였으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공평하게 평가받도록 한 노력(사회정의교육은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모순과 형평에 어긋나는 문화나 규범들을 파악하는 데 목표를 둔다. 그런데 본 수업 에서 교수자는 백인 학생이 백인으로서 누리는 특권(착한 사람은 백인이라는 인식, 백인과 흑인의 전문직 고용 비율 차이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낮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등에 대해 공유하였다.

➋ 교육과정 및 학교개혁 정책 사례연구: 연령통합 교육과정과 혁신학교
사례연구들 중에는 교육과정 재편 방향이나 학교 운영 등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 되었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연령통합(multi-aging)에 대한 국제비교 사례연구 (네팔, 인도, 호주, 오스트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남아프리카, 잠비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터키, 영국 그리고 미국)가 발표되었다(Cozza, 2019).
다양한 사례연구 중에서 한국의 혁신학교 사례도 포함되었다. 혁신학교 교실에서 이루어 지는 수업의 사례와 정책적으로 혁신학교가 어떻게 도입되고 구체적으로 실천되었는지에 대한 보고였다. 이 중에서 정책으로서의 혁신학교 사례연구는 혁신학교가 가진 교사운동으로 서의 성격과 그 정책으로서의 성격을 혁신학교가 어떻게 실천해 왔으며, 그 실천과정에서 발생한 복잡한 사안에 대한 연구였다(Kwon, 2019). 특히, 혁신학교의 특징을 담아내는 주요 어인 학교 민주주의, 학교 및 수업의 변화 등에 대한 교사들의 경험과 현재 정책이 가진 다양 한 딜레마들(열악한 환경 우선 배정, 양적인 확산 vs 자발성에 기초하는 운동력 약화)에 대한 실제 사례가 공유되었다.

➌ 학교 운영: 학교 자율성과 리더십
학교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사례 중, 학교 리더십(school leadership)에 대한 사례분석도 있 다(Neeleman, 2019). 예를 들어, OECD 국가 중, 학교 자율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학교에서의 자율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특히, 학교 자율성이 강조될 때, 학교의 리더(교장)들이 어떻게 개입하고, 어떤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연구 결과, 학교리더들은 학교 자율성이라는 큰 틀에서 민주적인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학생들의 인지적 성취, 책무성 등이 정책 입안에 핵심이 되면서 학 교장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에 대해, 교육 민주주의를 위해서 유지해 야 하는 학교 자율성과 리더십 제고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이 제기되었다.
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관료주의의 비효율성을 분석한 연구도 발표되었다(Ferraz, 2019). 브라질에서는 학교 운영에 있어 관료주의에 따른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하여 실제 교육에서 사용되는 비용으로 환산하였다. 이는 교육 행위에서 행정 업무가 차지하는 비용을 구 체적으로 제시하여 관료주의의 효과성을 보고자 한 것으로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맡는 것의 비 효율성을 가시화하며, 행정팀이 별도로 필요한 이유를 간접적으로 지지하였다.

III. 나가며: 서울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

세계교육학회에서 만난 연구자들은 연구를 통해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교육의 변화가 필요 함에 동의하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교사와 학생’, 즉 교육의 주체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이는 현재 서울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및 교육혁신의 방향과 맞닿아 있음 을 알 수 있다. 세계교육학회에서 보여준 교육의 동향을 보았을 때, 서울교육의 과제는 현재 의 방향과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실을 채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위에서 세계 교육학회 주제 및 발표들이 서울교육에 시사하는 네 가지 사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적기관으로서 학교가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학교 혁신의 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성찰이 요구된다. 특히, 교육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포용될 수 있도록 그 동안 추진되었던 정책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학령기의 인구수 감 소와 이에 따른 사회변화에 주목할 때, 모두가 포용되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그 동 안 교실에서 시도된 다양한 수업 혁신 사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자치, 학교자율체제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은 현재 혁신미래자치학교를 통해 실 험해 보고 있는 서울교육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세계교육학회 에서는 민주주의, 학교자율성, 민주적 학교운영, 학교 리더십 등 민주적인 형태의 학교 운영 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앞서 소개하였듯이, 학교 자율 운영 체제에서 리더 십은 어떻게 실현되고 있고, 그것을 방해하고 있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또한 관료주의적 학교 운영 체제의 비효율성과 더불어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리더십의 변화를 강조하는 경향 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유된 서울의 혁신학교 사례와 학교 운영의 민주적 인 변화를 보다 더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적인 시도에 관한 연구는 상당히 시의적절하 며 의미있는 사례로 평가되기도 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교육의 혁신미래자치학교를 중심 으로 한 민주적 운영의 틀을 보다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세계화 등의 영향으로 생겨나는 수많은 사회 문제들(혐오, 차별, 폭력 등)을 타개하 기 위한 다양한 교육적 시도(세계시민교육, 다국가적 민주시민교육, 평화교육 등)에 대한 적 극적인 수용과 이를 토대로 한 교육과정 재편에 대한 필요성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변화 하는 미래 사회에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속에서 서울교육도 변혁적 교육의 흐름에 발맞춰 다 양한 교육에 대해서 심도 있게 탐색하고, 이를 학교교육 안에서 어떻게 재편하고 논의할 것인 지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학교 환경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어떻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세계교육학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으로서의 학교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해 학교 폭력예방 또는 아동인권보호(보호권, 안전할 권리 등)에 근거하여 그 필요성을 논의하였다.

이러한 흐름들은 학교폭력 이후 가해-피해를 구분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는 치료하는 이분법적인 사후 처리식의 접근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학교풍토 또는 문화를 새롭게 구축하여 학교에서의 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이 안전함 속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된 이 시 점에서 서울교육이 표방하는 평화와 인권이라는 어젠다(agenda)가 구체적으로 실천될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하기 위한 학술적·실천적 노력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정리하면, 서울교육은 세계교육의 흐름과 함께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하는 어젠다를 수행하기 위한 기조를 설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개념이나 방향을 설정하기보다는 서울교육이 지금까지 해 온 다양한 정책 및 실천들을 보다 내 실화하기 위한 과정을 밟아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정책 입안자, 교사 그리고 연구자들이 긴밀하고 평등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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