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2 겨울호(249호)

[수기] 디벗 ♥︎ 전자칠판 D+215일

김주성(창일중학교, 교사)

내가 학생이었을 때의 교실 풍경을 떠올려보면 칠판의 낙서와 조용히 mp3로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는 친구, pmp로 영상을 보는 친구들이 떠오른다. 얼마 후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러한 풍경도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스마트폰으로 변화되는 교육현장이 익숙해질 무렵 코로나19로 인해 교육현장은 또다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원격수업, 무선AP, 디벗, 전자칠판 등이 새롭게 도입되어 변화하고 있는 현장 속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주제인 디벗과 전자칠판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전디(전자칠판 디벗)와 소개팅

코로나19 이후 교육 현장의 위기를 미래교육환경 구성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전자칠판과 디벗 사업이 시작되었다. 디벗의 5가지 OS를 철저히 조사하고 공부하였다. 조사하고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여 학교 구성원들에게 안내했고 디벗 OS 선정 회의를 통해 ‘웨일북’을 선정했다. 전자칠판의 경우, 4개의 업체를 비교 분석하였고 물품용역 통합선정위원회를 통해 하나의 업체를 선정했다. 이제, 만날 준비는 끝났다.

괜찮은 첫 만남

드디어 만남의 2022년도가 되었다.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전자칠판 공사와 웨일북 수령을 완료했다. 겨울방학 중 신학년 준비기간에 전자칠판과 웨일북 사용 방법에 대한 연수를 각 업체에 부탁해놓았다. 아무래도 첫인상이 별로여서인지 첫 만남임에도 설렘보다는 이유 없는 미움이 앞섰다. 또한, 새롭게 변화될 교육환경이 미지의 세계라 연수하기 전까지는 적응하고 공부해야 하는 수고로움에 대한 걱정과 무서움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업무도 추가되고 걱정도 늘게 되고 그리하여 미워하였다. 하지만, 연수가 시작되고 부정적인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웨일북 팀에서 나와서 웨일북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부터 웨일북 관리자 업무까지 연수했다. 전자칠판 업체에서는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전자칠판 기능들을 연수했다. 선생님들께서 즐겁게 참여하고 나도 어느새 즐겁게 참여했다. 만남이 설렘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먼저,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교육환경은 미지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겪고 있던 교육환경에서 불편함이 개선된 환경이다. 익숙함이 느껴졌다. 두 번째, 기존 환경에서 변화가 있긴 했지만, 배움의 난이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조금의 용기만 있으면 적응과 배움에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물론 본인의 교수학습 설계가 새로운 교육환경을 많이 사용하려고 한다면 난이도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존의 교육환경에서의 불편함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충분히 작은 용기로도 해결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서서히 익숙해진 다음에 새로운 교육 환경에 맞는 적극적인 교수 학습 설계로 나아가면 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환경이 변화한 것이지 학교교육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학습자의 배움을 이끌어내는 데 새로운 환경의 요소들이 필요없다면 사용을 하지 않으면 된다. 절대 교육의 목적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아마 이전의 나는 교육환경에 초점을 맞춰 교육의 본질을 잊고 우선순위가 뒤집혀 디벗과 전자칠판을 더 높게 잡은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고 머리가 아팠다. 단순하게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명확히 알고 연수를 듣고 생각을 바꾸니 모든 게 해결이 된 것 같다. 또한 나를 기쁘게 만든 것은 단순 생각의 변화뿐만은 아니었다. 만약 멀티버스가 존재하여 네이버 웨일북 팀과 전자칠판 업체에서 연수를 해주지 않은 채 업무 지식을 스스로 습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또 다른 세상의 ‘나’가 있다면, 정말 안쓰럽고 안타깝게 여겨질 것 같다. 그만큼 업무를 돕기 위한 행정 지원이 시스템적으로 구비되어 있다는 것이 정말 든든하고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동행

2022학년도 1학기가 시작했다. 3월, 1학년 담임선생님들께 협조를 받아 수월하게 학생들에게 디벗을 배부하며 빠르게 디벗사업과 전자칠판사업을 시작했다. 2022학년도 1학기부터 현재까지 업무담당자로서 디벗, 전자칠판과 함께했던 내용과 느낌을 소개한다.

첫째, 학교 규칙 만들기. 디벗과 전자칠판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학교 교직원뿐만 아니다. 학생들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명확한 규칙이 없으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는 학교 규칙, 작게는 학급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업무담당자로서 학교의 큰 틀은 이해할 수 있어도 실제로 모든 수업에서 일어나는 일과 학급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고려하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먼저 학교 관리 차원에서 임시 학교 규칙을 만든 뒤 담임선생님들, 교과 선생님들과 회의를 통해 조금 더 자세한 학교 규칙을 만들었다. 그 후 학급자치 시간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구글 설문지를 통하여 학부모 의견도 수렴하여 학교 규칙을 만들었다. 학교 규칙을 만든 뒤에도 생활하면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수정하여 현재 안정적인 학교 규칙을 만들었다. 학년 초 혼란스러운 것과 비교되게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현재를 보면 마음 한 곳에서 뿌듯함이 올라온다.

둘째, A/S 센터 되기. 디벗과 전자칠판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인터폰은 쉴 날이 없었다. 디벗 부분에서 가장 많이 들어오는 내용은 “선생님 로그인이 안 돼요”이다. 네트워크 문제인가? 아니다. 디벗 OS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문제인가? 아니다. 단순 비밀번호를 잊은 것이다. 2022학년도 1학기에학생 계정의 비밀번호를 초기화시킨 것이 대략 50번은 우습게 넘을 것이다. 정말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웨일북은 학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기여서 초창기에 사용법 질문도 많이 들어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웨일북은 초창기에 있었던 OS 불안정 문제를 제외하고는 하드웨어도 튼튼하고 OS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디벗 사업을 다시 새로 시작한다면 디벗 배부 후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학생들에게 사용법 연수를 진행할 것이다. 전자칠판 부분에서는 HDMI선이 말썽이어서 수차례 교체작업을 진행했고 전자칠판에서 핫스팟이 자동으로 나와 교실에 있는 무선AP와 네트워크 충돌을 내어 수차례 네트워크 문의와 수리를 요청했다. 원래 있었던 업무에 디벗과 전자칠판 유지보수 업무가 추가되었다고 생각하면 쉽다.

셋째, 연수 만들기. 디벗 사업과 함께 디벗 튜터 선생님을 교육청에서 각 학교에 파견해주었다. 우리는 정말 행운이 넘쳤다. 디벗 튜터 선생님께서 전자칠판과 웨일북에 관심이 커 열심히 연구도 하시고 나누기도 많이 하셨다. 이를 이용하여 디벗 튜터 선생님과 나는 웨일북과 전자칠판을 활용하여 교육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툴(tool)들을 나누는 연수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정말 신기하게 연수가 있고 나서 많은 선생님들께서 웨일북과 전자칠판을 많이 활용하셨다. 초창기까지 전자칠판은 사실 TV를 대신하는 역할이었고, 웨일북은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1학년 모든 수업에서 활용된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업무담당자 입장에서는 업무가 늘어나고 힘든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 진 학교의 변화, 환경을 보면 행복하다. 디벗과 전자칠판이 학교 현장에 현재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소개한다.

먼저 학급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편리해졌다. 학급 규칙 만들기 등 의견 수렴이 필요할 때 구글과 패들렛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실시하고 전자칠판으로 바로 결과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또 디벗으로 사진 찍기, 음악 신청 등을 하여 전자칠판으로 사진 공유, 신청한 음악 듣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학급의 공동 활동을 만드는 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공동으로 알아야 할 것을 전자칠판에 학급 알림장으로 쓰고 저장해서 수시로 열어보면서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실시간으로 퀴즈 참여 및 점수 체크가 가능해졌고, 학생들의 참여도 체크나 순위 체크를 바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패들렛이나 잼보드 등의 도구를 이용하여 바로 자신의 생각 쓰기나 작품 만들기, 퀴즈 만들기 등을 한 후 전자칠판으로 바로 공유하거나 발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 활동을 전체의 활동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아주 편리해진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발표 내용에 대해 패들렛의 댓글 기능 등을 이용하여 바로 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할 수 있게 되어 동료 평가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온라인 도구들을 이용한 다양한 협업이 가능해졌는데, 공동으로 이야기 만들기, 공동으로 그림 그리기 등을 한 후 바로 전자칠판으로 공유하게 되어, 모둠 활동 후 결과물을 공유하는 작업을 아주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업무담당자로서는 힘들지 몰라도 학생(학급), 교사들과 학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아름다운 동행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