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1 겨울호(245호)

쉽고 재미있는 지구 돌봄 책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정복선(신방학중학교, 교감)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는 중학교이다.

작년 9월 이전에는 국어 교사로 35년 간 근무를 하면서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고 좋은 책을 읽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한 학기 한 권 책 읽기’가 교육과정에 들어오기 전부터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를 학급 아이들에게 권장하기도 하였다.

교감이 되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추천하고 독서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학교 도서관을 들락거리면서 좋은 책이 있으면 혼자 독서 수업을 구상해 보고, 도서관 행사를 기획해 보기도 한다.

요새 부쩍 관심을 갖게 되는 부문은 ‘환경’ 관련 책이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2020년에 독서 수업 자료로도 환경 관련 내용을 많이 다루었는데, 여전히 환경과 기후, 생태는 60(耳順)을 코앞에 둔 나에게도, 미래를 살아가야 할 우리 10대들에게도 중요한 화두다.

2021년 여름, 미국의 북서부 지역에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두는 열돔 현상으로 섭씨 56도 전후의 폭염 현상이 나타나서 수십 명이 사망하였고, 키리바시 공화국(남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나라)같이 50년 후에는 나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이러한 기후 위기 상황에서 교육계에서도 지속가능한 생태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환경, 기후,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에서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고등학교 저학년에 이르기까지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먼저, 책의 분량이 적당하다. 아이들은 책을 고를 때 대부분 얇은 책을 선호한다. 이 책은 183쪽 분량으로 시집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다.

다음으로, 책의 구성이다. 4~6쪽마다 컬러로 된 관련 그림이 있어서 이해를 돕고 속도도 낼 수 있게 짜여 있다. 그림은 내용을 압축해 놓아서 글이 이해가 잘 안 되는 사람도 그림을 보면 한눈에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또 2~3쪽마다 있는 소제목도 내용 이해에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전체 8개의 챕터(장)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마다 다루는 소재를 작은 제목으로 쓰고,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주제를 큰 제목으로 넣고 있다. 1장 ‘컵라면과 플랜테이션’이라는 작은 제목에다가 ‘내가 먹는 것이 세상이야’라는 큰 제목을 달아 놓았다. 작은 제목 중심으로 보면 2장에서는 ‘바나나와 생물다양성’ 3장 ‘아보카도와 로컬 푸드’, 4장 ‘ 생수병과 플라스틱 쓰레기’, 5장 ‘휴대폰과 전자 쓰레기’, 6장 ‘패스트 패션과 노동자’, 7장 ‘화학물질의 역습과 사회의 책임’, 8장 ‘롱패딩과 동물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보시다시피 이들 8장에 나오는 소재들이 모두 10대들에게 친근한 것들이다. 이는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고 있는 것이라서 좀 더 현실감 있게 글을 읽을 수 있는 동기가 된다. 배가 출출할 때 먹게 되는 컵라면이 그렇고, 간식으로 자주 먹는 바나나도 많은 아이들이 즐겨 먹는 것이다. 요사이 뜨고 있는 아보카도, 사 먹는 물이 담긴 생수병과 플라스틱도 생활 속에서 빠질 수 없다. 무인도에 하나를 갖고 갈 수 있다면 선택하게 되는 필수품인 핸드폰과 겨울이면 국민 교복이 된 롱패딩 등도 그렇다.

소재의 친근감과 더불어 대화체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옆에서 이야기하듯이 아이들에게 말붙이기를 시도한다.

“지금까지 휴대폰을 몇 번이나 바꿨는지, 혹시 기억하니? 이런 질문을 하면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그만큼 많이 바꿔서겠지. 그렇다면 휴대폰은 도대체 왜 그리 자주 바꾸게 될까?”(92쪽)

“겨울이면 의류 매장마다 롱패딩이 그득그득 쌓이는데, 그걸 다 만들자면 털이 얼마나 필요할까? 패딩도 유행이 해마다 바뀌니, 한 사람이 몇 벌씩 갖고 있는 경우도 허다해. 털은 모두 동물에서 얻잖니. 이 말은 패딩은 크든 적든 동물의 고통을 전제로 한 옷이라는 뜻이야.”(159쪽)

나아가 아이들의 시야를 국제적으로 넓혀주는 책이다. 위에서처럼 아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러한 문제가 왜 생겼는지 그로 인해 지구 저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 주고 세상을 넓은 안목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깨닫게 한다.

“그런데 숲과 바다는 온실가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흡수원이거든. 이런 숲이 자꾸 줄어드니 지구 온도가 오르는 것을 늦출 수도 없지. 팜유만 하더라도 그래. 야자나무 열매를 따다가 기름을 짜고 팜유가 필요한 여러 나라로 실어 나르고 공장으로 운반해서 라면을 튀기고 과자를 만들고 화장품을 만드느라쓰는 에너지는 얼마나 많겠니? 그러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어떻고?”(20쪽)

“몇 년 전 스웨덴에서는 에이치앤엠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패션의 노예들》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에는 미얀마에 있는 에이치앤엠 공장에서 14살 어린이가 하루 3달러를 받으며 12시간 노동을 한다는 내용이 등장해. 에이치앤엠은 국제노동법상 위반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국제노동기구는 위반이 아니라 해도 초과 근무를 하거나 늦은 밤까지 노동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며 특히 아동이 힘든 노동에 노출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제동을 걸었어. 아동 노동은 에이치앤엠만의 문제가 아니란다. 인건비 절감을 원하는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지.”(159쪽)

지구촌 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제는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이 책은 알려 준다. 저임금으로 노동에 종사하는 아이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렇고, 그렇게 싼값에 생산되는 옷은 쉽게 버려지므로 결국 지구 생태계를 망치는 길이 되는 것이라고, 넓고 큰 안목으로 세상을 보라고 알려 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독자들인 우리 아이들에게 지구 생태 보호를 위한 해결책을 알려준다. 능숙한 이야기 할머니와 같이 설명해 가다가 아이들 스스로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슬그머니 설득 아닌 설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 그래야 지구를 보호하고 너희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돼.”라고 하지 않는다. 바로 옆에서 친절하게 조근조근 알려준다.

“이런 방법은 어때? 컵라면 먹는 횟수를 줄여 보는 거야. 음식을 먹을 때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 <중략> 즐거운 불편이라는 말이 있어. 내가 조금 불편을 감수해서 세상이 좀 더 살 만한 곳이 된다면, 생태계가 덜 위협을 받는다면, 나무 한 그루가 온전히 생을 마칠 때까지 살 수 있다면, 그래서 숲에 살고 있는 생명들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23쪽)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많아. 이제 카페 실내에서는 일회용 잔 대신 재활용 가능한 용기에 음료를 담아 주잖아. 여기서 더 나아가 음료를 가지고 나갈 때에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도록 텀블러를 챙기고 빨대는 거절하자.”(88쪽)

한편으로는 아래와 같이 거시적인 안목으로 해결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시민의 힘만으로는 부족해. 정부는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기업은 그에 따라야 하지. 그 일환으로 전자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가 있어. 생산자책임재활용(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라는 건데 생산자가 물품의 폐기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걸 말해. 책임이라는 건 결국 비용을 분담한다는 얘기야.”(110쪽)

결국 지구 위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미시적 노력은 물론이고 범국가적이고 세계적인 거시적 노력이 함께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하나뿐인 지구, 그가 맞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환경 생태 보호 정책이 나오고 국제적인 협약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책은 10대들을 위한 환경 교육 도서로 적절하다고 본다.

아무쪼록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를 통하여 환경과 생태를 좀 아는 것은 물론, 아는 바를 실천하고 또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서는 학생들이 교복입은 시민으로서 환경 운동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