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4 봄호(254호)

신나게 놀면서
주도적인 어린이로 쑥쑥!

양신덕 (서울전곡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

우리 유치원에 계속 다닐까?

엄마가 초등학교에 가려면 혼자 해야 한대요.”
초등학교에 가면 숙제가 많대요.”
초등학교 말고, 우리 유치원에 계속 다닐까?”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우리 반 유아들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단지 한 살 더 먹는 것뿐인데, 지금보다 더 성장해야 하고, 뭐든 혼자 해야 하며,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부담이 모여 입학 전부터 초등학교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매일 매일 초등학교의 형님들을 보며 기대와 설렘이 아닌 두려움을 키우고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우리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낼 수는 없었다.

진정한 초등학생은 어떤 모습일까?’, ‘입학 전 유아에게 필요한 준비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그 해답을 유치원 교육과정에서 찾았다. ·초 이음교육1으로 유아의 자율성 및 주도성을 길러서 초등학교 생활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었다. 신나게 놀면서 주도적인 어린이로 쑥쑥 커 나가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자기주도적인 유아? 어떻게 지도할까?

자기주도성(김아영, 2014)이란 학습활동에 영향을 주는 인성 역량, 학습 역량, 사회적 역량으로, 자신의 창조적 변화를 예측·준비·계획하는 잠재적 능력이다. 이는 단기간에 학습으로 얻어지는 지식이나 기술이 아닌, 오랜 시간 자신이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여  쌓이는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따라서 유아기부터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놀이는 자발적이다. 유아들은 스스로 놀이를 선택하고, 주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자율성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 유아기에 스스로 놀이 재료를 선택하고 놀이 방식을 결정하는 자율적 경험과 유아 자신이 흥미를 갖는 놀이에 몰입하여 궁금한 것을 직접 찾아보는 주도적 경험은 초등학교에서의 학습 태도와 연결된다.

따라서 우리반 유아들이 길러야 할 자기주도성을나를 알고 표현하기’, ‘스스로 세운 약속을 지키기’,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기로 정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천한 우리 학급의 특별한 놀이로 쑥쑥 자란 유아들의 자기주도성 변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 이야기 좀 들어봐

월요일 아침 유아들은 교사를 졸졸 따라다니며 주말 동안 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유아들이 말할 차례를 지키지 않고 한꺼번에 말하며 왜 끼어드냐고 싸우거나 자기 이야기만 하고 친구의 이야기는 끝까지 듣지 않기도 했다. 또 아무리 물어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는 유아도 있었다. 그래서 주말 동안 찍은 사진이나 갖고 놀았던 장난감 등을 가져와서 보다 질서를 지켜 말할 수 있는 이야기판을 깔아주었다.

처음에는○○에 갔었어.”, “○○을 먹었어.” 2~3개의 낱말로 구성된 짧은 문장으로 말했는데 점점 문장이 길어졌고, 접속사를 사용하여 여러 문장을 이어서 말하게 되었다. 또 이야기를 말로만 전달할 때보다 사진이나 실물 자료를 함께 사용하니 친구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하고, 퀴즈를 내며 활발한 의사소통의 장이 열리게 되었다.

유아들의 발표를 돕기 위해 손가락 지시봉을 제공하였고, 이를 활용하여 준비한 사진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이야기하며, 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랑 갔어?”, “거기 어디야?”라는 동일한 질문이 반복되어, 궁금한 내용을 함께 생각해보고 질문 목록을 글자 카드로 제작하여 유아들이 더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친구가 주말 동안 했던 만들기나 게임 등 관심을 보인 내용(슬라임, 테이프공 만들기, 풍선 게임 등)을 선정하여 유치원에서 함께 활동하며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유아가 자기의 경험을 주도적으로 말하는 즐거운 이야기 시간을 통해 나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적절하게 표현하게 되었으며, 대화할 때 지켜야 할 약속을 스스로 정하여 지키게 되었다. 또한 말하기에 소극적인 유아도 가정에서 찍은 동영상, 사진, 실물 자료 등을 활용하여 친구들 앞에 나와 도전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약속은 어려운 게 아니야. 재밌는 거지!

우리 유치원은 병설유치원으로 점심시간에는 초등학교 5층에 있는 급식실로 이동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데 유아들은 자꾸 계단으로 가고 싶어했다. 우리 반 유아들이 계단으로 이동하는 날 어린 동생들도 따라오겠다고 하여 몰래 이동하는 비밀요원 놀이가 시작되었다. 몰래 이동하려면 목소리는 조용히, 걸음은 사뿐사뿐, 한 줄로 차례차례 이동해야 한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얘들아, 비밀요원 작전 준비됐니?”라고 말하면 유아들은! 대장님!”이라고 대답하고 경례하는 포즈를 취하며 교사 뒤에 한 줄로 정렬했다. 혹시 소리를 내는 친구가 있으면 교사가 이야기하기 전에 유아들이 먼저 작은목소리로○○, 그러다가 우리 들켜. 우린 비밀요원이잖아.”라고 말하며 서로 돕는 모습을 보였다. 교사가 줄을 서자고 잔소리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 반 유아들은 총 일곱 명이다. 예전에는 한 반에 30명이 시끌벅적하게 있던 시절도 있었는데… … 30명 유아들을 데리고 줄을 세워 현장학습도 다녀왔었는데… … 지금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일곱 명을 줄을 세워 이동하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 우리 반 유아들을 한 명 한 명 다시 보니 참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해보자. 그래서 유아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부터 알아보기로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색깔, 동물, 놀이 등 한 가지도 같은 게 없이 가지각색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벌레, 바퀴벌레, 브로콜리, 큰 소리, 나를 아프게 하는 것, 내가 만든 것을 허락 없이 만지는 것 등 싫어하는 것도 모두 달랐다.

종이컵에 내가 싫어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린 후 탑을 쌓아 종이비행기로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놀이를 해보았다. 신나게 종이비행기 놀이를 하다 보니 친구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기 위해 내가 노력해야 할 점들을 약속으로 정해 보도록 했다. 교사가 말해주지 않아도 유아들 스스로 나의 부족한 점이나 더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스스로 정한 약속을 그림과 글자로 표현하여 교실에 잘 보이게 게시해 두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신체활동 도구로 장애물을 만들어 약속 그림까지 가는 게임을 하는 동안 유아들은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노력하면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유아들 스스로 자기가 지키고자 하는 약속을 정하여 놀이로 지키는 즐거운 경험을 통해 약속은 지키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재밌게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일곱 살(아니 다섯 살이 되어보자!)

너는 일곱 살인데 글자 못 읽어?”, “이제 아기 아닌데 쟤는 왜 자꾸 울지?”

여섯 살에서 한 살 더 먹은 것 뿐인데 유치원의 최고 형님인 일곱 살이 되면서 아이의 모습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친구들의 행동에 대해 일곱 살과 연결지어 지적을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일곱 살은 뭐가 다를까? 동화 「진정한 일곱 살」을 보고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일곱 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더 멋진 일곱 살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노력하고, 도전하면 좋을까? 우리가 같이 노력하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실천표로 만들어 유치원과 집에서 같이 노력해 보았다. 실천표를 완성한 친구들이 한 명씩 늘어가고, 드디어 우리 학급 유아들이 모두 노력한 결과를 확인하는 날! 동생들을 불러서 축하 파티를 같이 하자는 유아들의 의견에 따라 미리 준비한 풍선으로 교실을 꾸몄다.

얘들아, 나는 김치 먹는 걸 노력했어.”, “나는 유치원 올 때 혼자 옷을 입었어.” 친구들과 동생들 앞에서 내가 노력한 것을 발표하고, 동생들이 모두 나와서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는 칭찬 샤워 퍼포먼스를 하였다. 유아들은 발표하는 것은 쑥스러웠지만 모두의 칭찬을 한 몸에 받는 그 시간이 제일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유아들이 직접 골라 준비한 과자를 동생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행복한 시간으로 마무리하였다.

이후에도 우리 반 유아들의 도전과 노력은 계속되었다. 발목 줄넘기, 긴 줄넘기 등 여러 가지 줄넘기에 재미를 느끼고 매일매일 나만의 목표 개수를 세워 스스로 노력하며 뿌듯해 하였고, 줄넘기를 잘하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친구와 동생들에게 내가 터득한 줄넘기 방법을 전수해주는 유아도 있었다. 또한 정리시간 타이머에 흥미를 보이며 매일매일 시간을 단축해가며 서로서로 도와서 교실 정리를 깨끗이 해냈다. 지금 우리 반 유아들은도전이라는 말을 좋아하여한번 도전해 볼게요.”, “너도 도전해 볼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어떻게 정할까? 꼬리에꼬리를 무는결정놀이

한 개밖에 없는데 누가 하지?”,  내가 먼저 하고 싶어!”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나는 가위바위보 싫어!”

순서를 정할 때, 놀잇감을 나눌 때 누가 할지 정하는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위바위보다. 하지만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져서 하기 싫다는 유아들이 생겨 다른 방법을 같이 찾아보았다. 달리기, 쑥쑥이(도우미 역할)가 정해주기, 제비뽑기, 선생님이 정해주기, 간지럼 오래 참기 등 유아들이 생각한 여러 가지 방법을 직접 실천하였고, 무언가를 정하기 위한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또 정하는 일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유아들은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유아 한 명의 전출로 남은 사물함 자리를 누가 사용할지 궁금해하였고, 자기가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는 유아도 있었다. 함께 모이는 시간에 유아들에게남은 사물함 자리는 누가 사용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유아들 모두 사물함 자리를 옮기고 싶다고 하였다. 그렇다면어떻게 사물함 자리를 고를까?’, ‘순서를 정하는 방법은?’ 등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결정 놀이가 시작되었다. 먼저 사물함 자리를 정하는 방법을내가 옮기고 싶은 자리 스스로 정하기로 결정한 후에 자리를 정하는 순서를 결정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받았다. 가위바위보, 참참참, 달리기 중 투표를 하여 달리기 시합이 결정되었다. 달리기 시합을 앞두고 긴장된 표정의 유아들은 다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순서를 정하였다. 그리고는 복도의 처음과 끝에 한 명씩 서서 출발신호를 주는 사람, 누가 먼저 들어왔는지 보는 사람 등으로 역할을 정하였다. 긴 복도에서 토너먼트 방식으로 달리기를 하여 드디어 순서가 정해졌다.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해 방법을 생각하고, 그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또 방법을 생각하는 일 그 자체로 유아들의 활발한 대화가 촉진되었고, 서로의 생각과 결과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반 쑥쑥이들에게

우리 반 쑥쑥이들아! 우리가 처음 만났던 지난 3월이 생각난다. 개성이 넘치는 말썽꾸러기 너희들을 보며 어떻게 일 년을 함께 할까 한숨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 그래도 선생님과 함께 놀이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너희들이 참 예뻤단다. 너희들은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나름대로 자신을 잘 표현하고 있었고, 더 좋은 모습이 되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었으며,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있었지. 선생님의 시각이 아닌 너희들의 시각을 따라가 보니 별것 아닌 일이 특별한 놀이가 되었고, 위험이 아닌 모험이 되었지. 이번 한 해 유치원에서의 즐거웠던 놀이와 경험을 자양분으로 초등학교에 가서도 자기주도적인 아이들로 쑥쑥 자라기를 소망한다.

  1. 「개정 누리과정에 기반한 유·보, 유·초 이음교육 지원 자료」 (교육부,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