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2 가을호(248호)

신나는 책 놀이터 ‘책꿈터’

박영혜(서울용동초등학교, 사서교사)

1. 아이들 삶에서 사라져 버린 도서실의 존재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더불어 지난해 본교 도서실 리모델링까지 겹쳐 오랜 시간 도서실이 닫혀 있었다. 그로 인해 아이들의 삶 속에서 도서실이 점점 잊혀져 갔다.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다는 것도,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방과후 시간 도서실에 올 수 있다는 것도, 갈 곳이 없을 때나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장소가 없을 때 도서실에 갈 수 있다는 것도 아이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2022년 3월 리모델링이 모두 마무리되고 나서 해야 했던 가장 시급한 일은 아이들의 일상생활 속에 도서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언제든 도서실에 올 수 있다는 것, 도서실은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아이들의 마음에 새기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업을 진행하였다.

<용동 도서실 독서 프로그램>

2. 책과 도서실이랑 친해져요

아이들이 도서실이라는 공간과 친해지고 그 공간 안에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필요했다. 3월 한 달 동안 리모델링 뒷정리가 끝나고 4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이 책과 도서실과 친해질 수 있도록 몇 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4월 18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교생이 독서 전용시간에 학급별로 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1) 책과 친해지기 – 선물 가득 스크래치 복권

전시해 둔 책과 도서실에 관련된 그림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별점과 간단한 감상평을 써 내 스크래치 복권을 받은 후 긁어서 나온 상품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책과 도서실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그동안 잊었던 책읽기의 즐거움도 느끼고 도서실이라는 공간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2) 도서실과 친해지기 – ‘나는 도서관쟁이다’

책도 읽고 스크래치 복권도 긁으면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았다면, 이제 도서실을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드나들며 아이들의 마음 속에 각인시켜 도서실과 친해지게 할 차례다. 이 프로그램은 책의 날 행사 주간에 학급별로 도서실에 왔을 때 아이들 각자 1학기 동안 자신이 대출할 권수를 약속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출 권수는 학년별 최소 권수를(1·2학년 30권, 3·4학년 20권, 5·6학년 15권 이상)두고 그 기준 이상으로 정할수 있도록 하였다. 대출 권수를 약속하면 간식을 주고, 기간 종료 후 목표를 달성한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었다. 전교생(298명)이 모두 신청하였고, 1학기 동안 대출카드에 넣고 다니며 대출할 때마다 도장을 찍었다. 기간 종료 후 110명의 친구가 목표를 달성하여 선물을 받았다.

<‘나는 도서관쟁이다’ 신청>

<‘나는 도서관쟁이다’ 카드>

3) 책과 도서실과 친해지기 – 오후엔 달콤한 책읽기(‘오•달•책’)

6월 30일로 ‘나는 도서관쟁이다’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도서실에 대한 아이들의 발걸음이 잠시 뜸해질 때,아이들에게 도서실의 존재를 알리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어 도서실을 알리고 책을 읽게 해야 꾸준한 독서 습관이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방학을 앞두고 2주 동안 ‘오후엔 달콤한 책읽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방과후에 도서실에 와서 10분 이상 책을 읽고 한 줄 감상을 적어서 제출하면 간식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총 10일 동안 매일 다른 간식으로 아이들을 도서실로 끌어들였다. 그 결과 방과후 전교생의 3분의 1 정도가 매일 도서실을들락거렸다. 아이들은 그날의 간식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아침부터 도서실에 와서 오늘의 간식을 묻기도 했고 그동안 도서실에 오지 않았던 아이가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매일 도서실에 오기 시작했다. 또한 학원 등으로 바빠서 시간이 없다며 울상을 짓던 아이도 부모님, 학원 선생님 등과 이야기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오·달·책’하는 아이들>

3.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라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도서실과 친해졌으면 이제는 책 읽는 습관을 들일 차례이다. 매일 매일 꾸준히 책을 읽으며 책읽는 습관을 만들고 책 속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1) 아침책 산책 1·1·5 프로젝트

본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루 10분 50일 책읽기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1학기 동안 집, 교실, 도서실 등 자신이 읽고 싶은 장소에서 50일 이상 책을 읽고 부모님, 담임교사, 사서교사에게 확인을 받으면 ‘책 읽는 어린이 인증서’와 선물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1, 2학년 전체 학생이 참여하였고 50% 정도의 아이들이 목표를 달성하여 인증서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2학기에도 진행할 예정이다.

2) 권장도서 완전정복

3∼6학년은 책 읽는 습관을 키우기위해 권장도서 완전정복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본교 권장도서에는 좋은 책도 많고 권수도 많은 편인데, 권장도서라는 이름을 달면 아이들은 일단 재미없는 책으로 생각해 손을 대지 않는다. 그래서 미션을 수행하는 방법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도록 재미를 더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총 12주 동안 실시하는데, 주마다 하나의 미션이 주어지고 10개 이상의 미션을 수행하면 권장도서 완독증과 선물을 수여하였다. 사서교사는 아이들이 미션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월 1회 3∼6학년 학생들의 일지를 검사하였다.

3) 가족과 함께하는 ‘도전 책빙고’

독서활동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이 정착될 수 있다. 그래서 본교에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정에서도 지속적인 독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었다. 5월 한 달 동안 가족 중 어른 1인 이상 포함 2인 이상이 함께 빙고 칸의 미션(가족과 마주보며 책읽기, 잠자기 전 잠옷 입고 책읽기, 책 읽고 가족에게 추천하기, 반려동물이나 소중한 물건에게 책 읽어주기 등)을 수행하며 책을 읽고 빙고 세 줄을 완성해 오면 책읽는 가족 인증서를 수여하였다. 이를 계기로 가정에서도 책 읽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였다.

4. 터를 닦을 수 있기를 바라요

위에 설명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책과 친해져 도서실에 자주 드나들며 독서습관이 정착되었다면, 교과 지식과 책을 연결하고 책과 삶을 연결하는 수업들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단순히 읽기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은 것을 바탕으로 실제 삶에 적용하고 자신만의 지식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독서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3∼6학년 교과 협력수업뿐만 아니라 전교생 6차시의 도서실 수업도 실시하였다. (도서실 수업은 1학기 4∼6학년, 2학기 1∼3학년 대상으로 실시)

1) 교과 협력수업

교과 협력수업은 교과교사와 사서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협력하여 진행하는 수업이다. 학년과 협의하여 협력수업을 할 단원을 정하고 2∼6차시 정도의 협력수업을 진행하였다. 본교에서는 1학기 3∼5학년 독서기반 협력수업을 진행하였고, 6학년은 2학기에 진행할 예정이다.

[학년별 협력할 단원]

[1학기 학년별 협력수업 내용]

2) 도서실 수업

본교는 전교생 6차시 도서실 수업을 실시한다. 도서실 수업은 아이들이 올바르게 책을 읽는 방법,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 등으로 진행하였다.

[1학기 학년별 도서실 수업 내용]

먼저 4학년은 6·25전쟁이 있는 6월에 도서실 수업을 시작하기도 했고 아직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기에 전쟁과 관련된 동화 『그 여름의 덤더디』(이향안)라는 책을 선정하여 6차시 수업을 진행하였다. 1차시에는 책 속 삽화를 보고 이야기의 흐름을 추측해보고 주요 문장들을 읽어보며 책에 대한 정보를 추론하였다. 그후 우리가 읽을 책의 제목을 추측해보는 활동을 하였다. 2∼6차시는 함께 책을 읽으며 책 속 등장인물의 마음, 전쟁으로 인한 아픔 등을 이야기 나누었다. 매 차시 읽기에 중점을 두었고 매시간 10분 정도 시간을 남겨두고, 읽은 분량에 대한 생각나누기 시간을 가지면서 책 한 권을 함께 읽었다.

5학년은 실과 6단원과의 협력수업으로 진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실과 6단원 1, 2차시에는 직업과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직업 선택 시 탐색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와 관련해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알랭 드 보통)이라는 책을 선정하고 진로독서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였다. 함께 책을 읽으며 직업이 무엇인지, 직업과 돈의 관계,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 직업 선택 시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는지 알아보고마지막으로 “이런 어른이 되겠습니다.”라는 다짐을 쓰는 활동으로 마무리하였다.

[5학년 진로독서 프로젝트 학습 수업 내용]

6학년 도서실 수업은 『내 왼편에 서 줄래?』(장성자)라는 단편집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 차시에는 책에 수록된 4편의 단편 중 우리 모둠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을 선정한 후 그 단편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책처럼 음악처럼’이라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음악을 선정한 후에는 아이들이 선정한 음악을 틀어놓고 모둠끼리 나와서 발표하고 아이들은 그 모둠이 선정한 음악이 이야기와 어울리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책과 음악을 접목한 수업으로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재미있어 했다.

<도서실 수업 모습>

<도서실 활동지 – 나의 책 소개서, 책처럼 음악처럼>

5. 도서실이 평생 책과 함께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며

도서실은 편안한 곳, 즐거운 곳, 재미있는 곳, 신나는 곳이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도서실은 더더욱 그렇다. 도서실이 편안한 곳이 되기 위해 도서실에 늘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전교생의 이름을 외워 하나하나 불러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들어올 때는 문 앞에서 먼저 인사하며 아이들을 환대해준다. 작은 노력이지만 교사로 임용된 후 매년 지키고 있는 것 중 하나이다. 도서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들어가 볼까?”, “도서실에 오면 기분이 좋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학년 초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도서실에 와서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도서실에 와서 그냥 앉아있어도 되고 피곤하면 잠시 자도 된다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초등학생 아이들은 놀라워한다. 도서실에서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니, 심지어 자도 된다니! 몇 번이고 나에게 그래도 되냐고 묻는다.

아이들의 학교생활 중에 하루에 한 번만 도서실이라는 공간이 생각나면 좋겠다. ‘심심한데 도서실 한 번 가 볼까?’, ‘새로운 책 뭐가 들어왔나 가 볼까?’, ‘이번 달 추천도서 주제는 뭘까?’ 이런 생각이 아이들에게 든다면 사서교사로서 나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 아이들이 평생 도서실을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마중물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서실이라는 공간과 그곳에 있는 자원이 필요할 때 주저하지 않고 편하게 도서실을 찾을 수 있도록 아이들 마음속에 도서실이라는 공간을 심어주는 일, 그것이 내가 만난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