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2 봄호(246호)

어쩌다 유튜버,
어느 신규 교사의 원격수업 도전기

양진철(강명중학교, 교사)

내가 임용 시험을 준비하던 무렵, 유튜브를 하는 현직 교사들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나는 뉴스를 보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교사들의 실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임용 시험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를 얻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유튜브는 끼 넘치는 교사들이나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땐 미처 몰랐다. 내가 유튜브를, 그것도 수업 때문에 하게 될 줄은.

2020년 2월 7일, 합격자 발표 날. 그땐 얼마 전 발생한 코로나19로 사람들의 걱정이 점점 늘어나던 때였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19가 금방 지나갈 것 같았다. 그런데 점차 확진자가 늘더니 이윽고 신규 임용 교사 집합 연수가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기간제 교사로 학교 경험이 있었기에 집합 연수가 없어져도 태평하기만 했다. 편안히 온라인으로 신규 연수를 이수하고 강명중학교에 발령받아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금방 잡힐 줄로만 알았던 코로나19가 쉽게 잡히지 않았고 감염병으로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몇 차례의 개학 연기 끝에 결국 온라인 개학이 시행되었고 학교에서는 온라인 개학을 위해 전 교사 대책 회의를 열었다. 나는 원래부터 IT 기기에 관심도 많았고 중학교 때 방송부 활동도 했겠다, 대학교 때도 여러 활동에서 영상을 편집해본 터라 동영상을 다루는 작업에 거부감이 없었다.그래서 순진했던 신규 교사는 앞으로 닥쳐올 고난을 조금도 예상치 못한 채 천진난만하게 질문했다.

“핀마이크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연결해서 찍으면 될 것 같은데 학교 예산으로 핀마이크와 삼각대 구매 가능한가요?”

나의 용감한 발언 덕분인지 곧 학교에서는 핀마이크와 삼각대에 대한 수요를 조사하여 필요한 교사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사준 장비와 함께 나의 원격수업 모험도 시작되었다.

자칭 MZ세대로서 수업을 촬영하는 것 자체는 능숙했으나 문제는 수업 촬영이 아니라 수업 그 자체였다. 처음엔 촬영본을 유튜브에 업로드한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그러나 촬영본을 다시 보니 나의 수업은 유명한 인터넷 강의보다 너무 허술해 보였고, 아이들이 과연 이 강의에 만족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나는 유명한 인터넷 강의 강사보다 강의력이 좋을 수도 없을 뿐더러 좋을 필요도 없었다. 나의 정체성은 학교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이지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강사가 아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동영상 강의의 품질이 아니라 동영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내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고 동영상 원격수업이 등교수업에 비해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고자 노력했다. 매 시간 퀴즈를 제공하여 아이들 스스로 얼마나 수업 내용을 이해했는지 점검하도록 했고, 퀴즈 마지막에는 질문 칸을 만들어서 어렵거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질문하도록 했다. 아이들도 그 기회를 잘 활용했다. 교실 수업 상황이었다면 쑥스러워서 질문하지 못했을 아이들이 인터넷의 힘을 빌려 질문을 남겨주기도 했다. 물론 그중엔 수업 내용과는 무관한 ‘선생님 잘 생겼어요!’와 같은 농담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마 교실에서 처음 아이들을 만났다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라포(rapport)를 형성했을 텐데 온라인 개학이 그 기회를 앗아갔으니 아이들의 농담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여러 반응을 포함하여 Q&A 영상을 올리면서 아이들이 나와 온라인으로나마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등교 후 아이들이 나에게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라 말해 주었고 한동안 그렇게 연예인이 된 기분으로 살았다.

문법 수업은 그렇게 Q&A를 활용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며 진행했는데 독서 수업은 Q&A 방식으로만 진행하기는 아쉬웠다. 학생과 교사 사이의 상호작용은 유도할 수 있지만 학생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별 초대 손님(교장 선생님, 동료 선생님)과 함께한 유튜브 라이브 수업(2021. 9.)>

때마침 일방향 콘텐츠 수업이 학생들을 피로하게 하고 학습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라이브 방송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행스럽게도 학교에서 지원받은 무선 핀마이크 덕분에 여러 사람들이 영상에 출연할 수 있었고, 독서 수업에서 고른 책의 주제가 학교폭력인 만큼 교장 선생님을 특별 초대 손님으로 모셨다. 그 덕분에 교장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인사를 건넬 수 있었고, 나 또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책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새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아이들이 왜 게임 중계와 같은 가벼운 유튜브 방송에 빠져 있나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라이브를 해보니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콘텐츠를 이끌어 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실감했다. 우선 눈앞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말을 거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방송가에서는 3초이상 오디오가 비면 방송 사고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아이들의 댓글에 일일이 반응해 주는 일이었다. 아이들 입장에서 수업에 참여하는 의미로 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보내주고 있는데 여기에 제대로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청자 수가 줄어들 것만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준비한 멘트를 하랴 댓글 읽어주랴 정신없이 한 시간이 흘러갔지만 느낀 점도 많았다. 요즘 아이들이 재미도 있고 실시간 소통도 가능한 유튜브 방송에 빠질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수업도 그렇게 소통하며 진행한다면 아이들이 유튜브 보듯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할 것이다. 결국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수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주고 아이들을 수업으로 끌어들이느냐가 아닐까.

2021년, 전년도의 혼란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학교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혁신연구부가 주축이 되어 원격수업을 총괄했고 각 학년부에 원격수업을 업무 분장으로 명시했다. 전년도의 활약 덕분인지 2학년부의 원격수업 업무는 내가 맡게 되었다. 이번엔 2월 신학기 준비 기간에 미리 온라인클래스도 준비를 마쳤다. 작년에 겪어 봤으니 접속이 잘 안 되더라도 당황하지 말자는 마음의 준비는 덤이었다. 교무운영부에서는 1/3 등교 시, 2/3등교 시 각각 등교 학년을 학사일정으로 미리 정해준 덕분에 교과 진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예측 가능성도 커졌다. 그래서 단순히 비슷한 수업을 교실과 온라인에서 똑같이 하지 않고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의 장점을 각각 살릴 수 있는 수업 계획을 세웠다. 국어과의 경우, 읽기나 쓰기 수업은 수행성이 높아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피드백을 바로 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면에 문법 수업은 여러 개념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개념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적용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읽기와 쓰기 활동은 주로 등교수업에 배치하여 상호작용을 살리고 문법 수업은 주로 원격수업을 통해 개념 강의와 적용 문제를 제공하여 아이들이 지식을 잘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덕분에 아이들이 시험 전에 강의를 다시 보며 복습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나 또한 수업을 다시 보며 시험 문제를 만듦으로써 출제 근거를 수업 내용으로 명확히 할 수 있었다.

물론 원격수업 두 번째 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원활히 돌아간 것만은 아니었다. 전년도에 비해서 확진자 규모가 증가했기에 우리 학교에서도 확진자 발생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때마다 갑작스럽게 등교수업이 원격수업으로 바뀌기도 하고 네 번이나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느라 부득이 실시간 수업을 못하게 된 적도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초학력 저하가 문제가 되면서 나 또한 국어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우리 반 아이들과 또래 멘토-멘티 활동을 진행했는데, 잘 진행하던 멘토링이 등교중지로 갑작스럽게 멈출 때는 막막하고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당황하던 나와는 달리 정작 아이들은 의연했다.

<크로마키 기법으로 교과서를 배경에 합성해 만든 문법 개념 강의>

줌(Zoom)으로 친구들과 공부할 테니 교사용 줌으로 회의를 열어 달라고 먼저 요청하는 게 아닌가! 자기들끼리 줌을 열면 시간 제한 때문에 충분히 공부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내가 알려 주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화이트보드와 주석 기능으로 서로에게 문법 개념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코로나19와 함께하는 학교생활에 어쩌면 교사인 나보다도 잘 적응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제 어느덧 2022년 봄, 새로운 학기가 찾아오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한 학교생활도 어느덧 3년째에 들어섰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수업을 한다는 게 어색할 정도로 코로나19를 전제한 학교생활이 익숙해졌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면 교사와 학생이 만나 상호작용한다면 배움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곳이 학교든 온라인클래스든. 감염병 5년 주기설에 따르면 몇 년 후에 새로운 감염병이 돌 수도 있고, 아니면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어느 날 갑자기 등교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젠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존재하는 한, 우린 함께 답을 찾을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