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3 가을호(252호)

[우리]라는 울타리에
[지구] 들여오기

이옥진(서울덕수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

‘우리’가 다른 ‘우리’들에게

우리는 다양한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 가족, 우리 반, 우리 동네, 우리나라.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보호하며 저마다의 다른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우리’가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우리’들에게 얼마나 관대할 수 있을까.

“선생님, 우리끼리(3명이서) 놀고 싶어요. 00랑은 안 놀고 싶어요.”
“우리는 이거 필요해요. 그냥 쓰면 안 돼요? 다시 사면 되잖아요.”

유아들의 우리라는 울타리는 높고 견고하다. ‘우리’는 있지만 다른 ‘우리’는 없다.

“같이 놀고 싶어? 그럼 우리 5명이서 놀자. 그러면 되지.”
“오, 이걸로 하면 되겠네. 선생님, 안 사도 돼요. 괜찮아요!”

그렇지만 원래부터 울타리가 없었던 것처럼 다른 ‘우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 또한 가지고 있다. 최근 생태교육이 주목받고 있지만, 유아들이 지구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유아들이 세운 높은 울타리에 서성이는 지구를 어떻게 보게 할 수 있을지, 유아교사로서 내가 지원할 방법은 없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놀이의 신스틸러(scene-stealer) 지구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유아중심, 놀이중심 교육과정이다. 그렇다면 ‘생태전환교육’은 유아가 주도성을 가진 놀이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이어질 수 있을까? 나는 ‘지구’를 유아들의 놀이에서 ‘신스틸러’로 만들고자 했다. 유아들이 발견한 놀이에서 확장하여 본래 놀이보다 주목받는 역할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두 번째 신스틸러(scene-stealer) : 바깥놀이에서 등장하기

 

세 번째 신스틸러(scene-stealer) : 자유놀이시간에 등장하기

우리의 신스틸러, 지구에 대한 에티켓

유아들의 울타리는 때론 성인의 것보다 높고 견고하나 쉽게 허물어지기도 한다. [우리] 울타리 주변에 [지구]가 있음을 알게 된 유아들은 스스럼없이 지구를 안으로 들여줄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위의 사례에서 써 내려간 것을 보다 보면 대부분의 유치원 교사들은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우린 이미 오래전부터 ‘생태전환교육’을 해오고 있었다. 가정과의 연계로 안 쓰는 물건을 나누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아나바다 행사를 열고, 물과 종이를 아껴쓰는 기본 생활습관을 형성하도록 돕고 있었으며, 텃밭을 가꾸고 그곳에 찾아온 곤충들을 반기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길 바라고 있다.

기후 위기와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나는 생태, 기후 위기, 지구 등과 같은 단어로 표현되는 소재들이 유아들에게 너무 어렵지 않게, 그렇지만 가볍지 않게 늘 함께하길 바란다. 이는 『생태페다고지』에서 운명처럼 다가온 단어, 생태 에티켓1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이렇게 형성된 마음가짐과 몸가짐은 유아들과 함께 자라나 언젠가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열매를 맺을거라 믿는다.

 

 

  1. 물과 전기를 아껴쓰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 에티켓과 같은 형태가 되어 더 많은 ‘다음 세대’가 몸에 익힐 수 있게 된다면 어느 정책보다 더 실효성이 있을 거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