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3 가을호(252호)

우리 교실에 CEO를 모셔 보자

마미경(잠일고등학교, 교사)

병아리 교사 시절 필자가 수업시간에 우리 교실에 모셔서 강의를 듣고 싶은 인물이 누구냐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가장 인기 있는 분이 현대 정주영 회장이었다. 석사학위 졸업식 전날 우연히 그를 보고 ‘살아 숨 쉬는 경제 수업’ 구상이 머릿속을 스쳤으나 필자가 우물쭈물하던 차에 그냥 지나쳐 버렸고 이때 깨달음을 얻었다. CEO를 초청하여 이루어지는 경제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경제를 재미있게 알려주고자 한다면 즉시 실행하고 실천해 보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

경제라고 하면 돈, 세금, 주식 등이 떠오른다. 경제(economy)는 집안일을 관리하는 집사라는 그리스어에서 나왔고, ‘국가의 부와 자원을 관리’하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교과서에서는 경제란 재화와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경제교육은 학생들이 경제의 작동원리를 이해해 경제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많은 학생들이 경제는 중요하지만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는다. 이때 학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경제수업을 하면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고 경제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게 된다. 우리 학생이 앞으로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가도록 경제에 가깝게 다가가는 데 도움을 주는 학생 중심의 CEO 초청 수업을 만들어보자.

재미+감동+지혜를 만나는 살아있는 수업

교과 내용과도 관련 있고 또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면 즉시 연락하여 이제까지 우리 교실에 모신 CEO들의 잊지 못할 수업들 중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인상적이고 감명 깊은 수업을 해주신 분은 참존화장품 김광석 회장님이다. 김광석 회장님은 자신이 가난한 시절을 겪으며 누구보다도 공부에 대한 열정이 크셨기에,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마 선생님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셨다고 학생들에게 말씀하셨다.

김 회장님은 원래 약사로서 자신이 개발한 피부 연고가 피부병 치료에 큰 효험을 보이자 인기를 얻게 되었고 전국 각지 약국은 물론 해외 동포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검찰에게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법에는 약을 제조, 판매하는 것은 제약 회사만이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병을 잘 낫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닌가 생각하지만, 약사 개인이 약을 제조하여 다른 약국에 판매하는 것은 법을 어긴 것이 되어 김 회장님은 죗값을 치렀다고 한다. 그 후 그는 화장품 회사를 차렸는데 약값은 국가의 통제를 받으나 화장품은 그렇지 않아 명품 화장품을 만들어 팔면 얼마든지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피부 연구의 자신감으로 그가 만든 화장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는 사과를 고를 때 똑같은 값이면 예쁘고 싱싱한 사과를 고른다. 그런데 일부러 찌그러지고 못난 사과를 사온다는 CEO의 가족 분에 대한 말씀은 잊혀지지 않는다. 못난 사과를 집어든 이유는 이랬다. 사과 주인은 저 못난 사과를 누군가에게는 팔아야 할 것인데, 자신이 그 못난 사과를 집는다는 것이다. 그 후 필자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좋은 거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좋은 거래란 내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둘 다 이익이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해 이들을 둘러싼 우리 사회(환경) 모두가 이익을 얻어야 좋은 거래이다.

넬라판타지아(Nella Fantasia)

김성식(당시 관악구 소속) 국회의원도 우리 수업에 오셔서 딱딱하고 어려운 수업이 아닌 색다르고 품격 높은 수업을 하셨다. 이분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감사와 경제 분야 의원 평가 1위 등으로 선정된 경제전문가이다. 이분과의 경제 수업에서 학생들은 넬라판타지아(Nella Fantasia) 노래를 함께 부르며 공정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벅찬 감동을 느꼈다. 우리의 공부가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값진 선물 보따리

CEO 초청 수업에 강의를 해주시는 분들은 우리 교실에 선물 보따리를 한아름 안겨주신다. 그들은 값으로 매길 수조차 없는 비싼 수업을 자원 봉사로 해주신다. 바쁜 시간을 내주시어 청소년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의 질문에 응답해주시고, 그분들의 값진 경험을 소상히 들려주신다. 그분들이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학생들은 그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모습과 걸음걸이까지 보게 된다. 그리고 배운다. 말로 다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을. 이 분들은 대체로 자신감 있는 자세로, 미소를 지으며,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으며 칭찬이 몸에 배어있음을 필자는 느꼈다. 학생들보다 이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교사인 나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선물 받는 것 같다.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진심으로 베풀어 주시는 이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표현한다. 또한 수업을 준비한 필자에게는 “선생님, 이제까지 이런 수업은 없었는데, 우리 엄마가 선생님이 짱이래요.”라고 말해주기도 하였다. 학생들이 수업에 만족하고, 자녀의 그 모습에 학부모님들이 만족하시고 학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또한 수업을 마치고 티타임(tea time)을 가지면서 CEO와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과 함께 교육 현장에 대해 말씀을 나누다 보면 상호 이해가 깊어진다. 이들은 우리 교육 현장에 도움을 주시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우리 교실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알바천국의 최인녕 CEO는 학생들과 호흡을 척척 맞추며 광고, 기업의 수익 계산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다고 하였다. 이에 필자는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 2명을 추천했고, 이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았다. 아마도 이 학생들은 그 후 더욱 열심히 공부하였을 것이고, 자신이 받은 바를 잊지 않고 또 다른 어려운 이들에게 베푸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시인 나태주는 <선물>에서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이고,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이라고 읊었다. 아름다운 선물인 우리 학생들. 나 자신 또한 내가 받은 많은 선물에게 귀한 선물이고 싶다.

숨길까 알려줄까, 비법(秘法)

맛의 비법을 묻자 떡볶이 집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
“이것은 비법 아닌가요? 다 알려줘도 되나요?”라고 묻자 유명 셰프는 이렇게 답했다. “네, 다 알려줘도 됩니다. 이렇게 다 알려 드려도 (따라)하는 사람만 하니까요.”

많은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필자의 수업 방법을 소개해 본다. 다음은 완성된 요리라고 할 수 있는 CEO 초청 수업의 실제이다. 최근에 실시했던 CEO 초청 수업 안내를 통해 CEO를 섭외할 때와 일일 알림 시 활용되길 바란다.

1. CEO 초청 수업 안내

2. CEO 초청 수업의 실제: 강의와 학생의 우수 질문

3. CEO 초청 수업의 단계

CEO 초청 수업이 생생하고 맛있게 보였다면 이제 자세히 적어놓은 레시피(recipe) 순서대로 수업을 직접 만들어 보면 된다.

❖ 수업 준비

1. 강사 섭외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 진도 내용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더 심화시킬 수 있는 분을 섭외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기대도 반영해야 한다.

2. 대상 학급(학생) 선정

교사가 수업하는 여러 반이 있을 때 그 중에 어느 반과 수업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반마다 CEO 초청 수업을 희망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도가 차이가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을 대상으로 수업한다. 그리고 이 수업 참여를 권할 만한 학생(또는 참여 희망 학생)은 원래 교과 시간 교사에게 말씀드리고 출결 인정이 되도록 미리 결재 받는다.

3. 수업 시기

중간고사 직후, 또는 기말고사 직후에 실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CEO가 시간을 낼 수 있는 때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시간표를 유동적으로 변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학기말에는 단축 수업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데, 이때는 수업 내용을 단축된 수업 시간에 맞추어 조절해야 한다.

4. 수업 주제와 내용

CEO에게 적어도 한 달 전에 미리 연락하여 수업 전반에 대해 알려 준다.

  • 수업의 주제 및 교사의 수업 기획 의도
  • 학생들의 선수 학습 내용,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사
  • 그밖에 교사가 CEO에게 반드시 알려주어야 할 사항

5. 학생 질문 목록 작성 및 전달

  • 학생들이 CEO에게서 알고 싶은 질문들을 모아 질문 목록을 작성하여 CEO에게 적어도 수업 2주 전에 발송한다.
  • 학생들은 자기 이름과 궁금한 질문 2개 이상을 적어 제출한다. 이것을 모아 파일로 작성해 발송하면, CEO는 학생 질문들 중에서 우수 질문을 선정한다. 이를 생활기록부의 교과세특에 반영한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 점을 미리 알려주고 질문을 작성하도록 지도한다.

6. 수업의 구성

  • CEO가 원하는 강의 내용을 수업시간의 절반, 학생 질문에 대한 응답이 절반 정도가 되도록 수업을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7. 수업 조율

  • CEO가 강의에 능숙하고 재미있게 수업을 하시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CEO의 강의 PPT를 미리 받아 볼 수 있도록 하여 강의 내용을 사전에 살펴보고 학생 수준에 맞도록 사전 조율하는 것이 좋다.

8. 수업 준비물

  • 학습지를 출력한다. 학습지에는 학번, 학생 이름, 날짜, 강의 주제, 강사(CEO 이름) 및 강의 핵심, 느낀점, 만족도 등을 포함시켜 학생들이 수업 중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이 작성한 학습지 내용을 바탕으로 생활기록부에 반영한다.
  • CEO가 선정한 우수 질문 학생 명단을 받아 몇 명인지 파악해둔다. 우수 질문 학생에게 상품을 준다면,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자도 좋고, 매점이 있는 경우 매점 상품권을 배부해도 된다.
  • 교실 환경을 정리한다.
  • 수업 교실의 냉난방 상태, 조명, 음향, 컴퓨터 작동 상태도 미리 점검한다.
  • 일일 알림 등을 통해 CEO 초청 수업을 전 교직원들에게 알린다. CEO 초청 수업 시 합반 수업을 하여 시청각실 등 특별 교실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별 교실에 혹시 다른 교과 수업이 있는지 살펴 충돌이 없도록 미리 조정해야 한다.
❖ 수업 당일
  1. CEO가 수업 전에 학교에 도착하면 수업 교실을 먼저 둘러보고, PPT 작동 및 교실 상태를 함께 다시 한번 점검한다.
  2. 학생들에게 학습지를 배부한다.
  3. CEO를 소개하며 수업의 동기를 유발한다: 선생님은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분을 만나는 것이 기대되고 설렜다. 여러분도 그런가?(학생들은 “예”라고 환성) 우리는 수업 시간에 기업가 정신, 혁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배웠다. 오늘은 여러분이 기다리던 기업의 CEO를 모시고 직접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풀어보겠다. 이분의 강의를 박수로 청해보자.
  4. 본수업: CEO가 준비한 강의 1/2 + 학생 질문에 대한 응답 1/2 시간으로 진행
  5. 수업 마무리: CEO께서 우수 질문 학생에 대한 시상 및 CEO에게 강의 감사 인사
  6. 학습지 수합
  7. CEO와 티타임
  8. CEO 배웅
❖ 수업 후
  1. 정리 및 기록: 학습지는 생활기록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기록한다.
  2. 우수 질문 학생, 섭외를 담당한 학생, 질문 목록 작성 학생, 학습지를 꼼꼼하게 정리하거나 느낀 점을 잘 작성한 학생이 있다면 이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3. 또 CEO의 강의 내용을 교사가 꼼꼼히 기록해 놓으면 다른 학급 학생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배움들

얼마 전 ‘기업가 정신과 청소년, 건강, 진로’를 주제로 강의를 해주신 백태선 교수님은 의사, 한의사, 화가이다. 자신은 경영자로서 직원을 뽑을 때 실력 좋은 사람보다는 인성 좋은 사람을 뽑는다며, 잘 놀고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재미있는 강의에 학생들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수업을 마친 후 백교수님께서는 교사에게 심혈관 질환이 많다고 하시며 공진단 만들기나 혈관 건강 체크 교사 연수를 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우리는 교수님께 또 다시 뵙기를 청했는데,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배움은 계속 이어진다. 필자는 지금 우리 교실에 선물을 가지고 오실 또 다른 분들에게 전화하고 있다.

*본고에 기재된 CEO 등의 인사는 서울특별시교육청과 공식적인 관련이 없으며, 학교 자체의 판단에 따라 초청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