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3 여름호(251호)

위클래스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

양안나 (금옥여자고등학교, 전문상담사)

시인인 대학 선배는 봄, 여름, 가을, 겨우내 하루 중 일정 시간 동안 산을 바라보고, 오르고,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로 무언가 느낀 후에야 산에 대한 시를 썼다고 했다. 오랜 시간 한 가지에 전념하고 몰입한 후, 그제야 내가 느끼고 배운 것을 글로 옮겼을 때 누가 봐도 좋은 글이 담길 수 있을 터이다. 경험이 다양하고 풍부하며, 더 열정적으로 상담에 헌신하신 선생님들도 많은데 미흡한 나의 이야기를 하려니 이 부담감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집필 요청을 받아들이고 나서 줄곧 생각한 건, 좋은 글까진 몰라도 ‘진솔하게 쓸 수는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글은 그간 상담실에서, 교정의 나무 아래서, 체험활동 속에서 친구들과 웃고, 울며 마음을 나누던 나의 추억회상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통(通)하면 아프지 않다.

한때 한의학에 관심이 많아 몇 해 동안 다양한 한의학 관련 서적을 도서관에서 두루두루 섭렵하며 읽었었다. 한의학 책들 중에서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건 허준의 [동의보감]이다. 그 중, 잡병편(雜病編)에 있는 한 줄의 문구가 늘 내게 또렷이 남아있다. 바로 ‘통즉불통(通則不通), 불통즉통(不通則通)’ 이라는 명언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뜻이다. 만약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으면 심장을 공격하기도 하고, 뇌혈관이 막혀 뇌졸증(한의학에서는 ‘중풍(中風)’이라 이르기도 함)이 발생하기도 하며 신체 기능에 치명적인 장애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심지어 막히면 그 즉시 사망이다. 내가 몸 건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처럼 순환으로 인한 기의 흐름, 즉, ‘통(通)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함’이 어디 몸에만 해당할까?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상담도 상담자와 내담자가 모두 길을 잃고 만다.

내담자와 ‘라포(rapport: 마음의 유대, 서로의 마음이 연결된 상태를 상담 장면에서 이르는 말)’가 형성되면 그때부터 내담자는 상담자를 신뢰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안정된 분위기에서 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을 이야기하며, 내담자는 자기에 대해 통찰하게 되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만난 많은 학생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로 상담실을 찾아온다. 예기치 않는 불안, 우울, 무력감, 감정조절 능력의 부족, 진로, 소통(관계)의 불편감, 자해, 자살사고, 학교 부적응(왕따, 나쁜 교우 관계, 학업 중단), 결손가정, 가정의 정서적 빈곤(무언 가족 등), 가정폭력, 또래 집단에 의한 부정적 영향, 인터넷 및 미디어 과몰입 등등. 정말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내담자는 때론 가벼운 주제로, 가끔은 묵직한 주제로 자신들의 인생 드라마를 풀어내곤 한다. 그 중엔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몇몇 친구들이 있다.

또 다시 움트는 생명력 ‘봄’

‘봄’(가명)이는 내가 작년 우리 학교에 근무하게 된 지 얼마 안 되어 신학기 초, 4월에 만난 친구다. 그간에 상담하면서 만난 내담자 중 가장 아프고 힘든 상담 건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었고, 공황, 조울, 수면제 등 온갖 종류의 신경정신과 약을 달고 사는 친구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가정 내 학대를 당하여 14살 때부터 쉼터에서 생활하며 쉼터와 가까운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친구다. 첫 상담 시간 내내 봄은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고, 나는 듣는 내내 내면의 슬픔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봄의 소리 없는 눈물이 아프고 아파서 함께 숨죽여 울었다. 봄을 만나고 종일 밥도 못 먹고, 머리도 계속 아팠다. 상담을 몸으로 받은 것이다. 나 역시 죄 많은 인간이지만, 인간이 도대체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지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니 가슴이 먼저 운다.

이 세상에 생명을 준, 가장 믿을 수 있는 대상인 부모로부터 어릴 때부터 당한 숱한 학대를 봄은 어떻게 견뎌내었을까? 나라면 과연 삶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그 밤, 결국 슈퍼바이저(supervisor: 상담 감독, 지도자)인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다. 교수님은 “진짜 힘든 케이스 만났네.”하고 한참을 위로해 주셨다. 그렇게 긴급 슈퍼비젼(supervision) 후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봄이 학교 밖에서 다시 또 학교로 복귀할 때마다 담임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선생님의 관심과 보살핌이 있었다. 봄을 알고 있는 몇몇 선생님들은 “봄이가 거짓말을 잘하니 봄이 말 곧이곧대로 다 믿으면 안 된다.” 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미 나 역시 봄이 연극성 성격장애가 있음을 상담 장면에서 느끼고 있었으나, 세상을 믿을 수 없기에 자신을 거짓으로 꾸밀 수밖에 없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장기 상담을 꾸준히 받아야 조금이라도 치유 받을 수 있을 텐데, 어릴 때부터 부모의 폭력과 방임, 유기에 길들여져 믿을 만한 어른을 만나도 꾸준히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한번은 봄에게 어떻게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냐고, 봄을 살게 한 힘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좋은 선생님들(학교, 쉼터)과 곁에 마음 붙일 수 있는 지인들이 있어서 그나마 힘이 된다고 하였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어린 영혼이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따뜻한 사람들로부터 위로받는 것이었다. 봄은 학교와 쉼터, 복지관 등 주변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였다.

<새로운 봄엔 느린 우체통>

<알록달록 엽서>

뜨거운 태양, 열정 가득한 ‘여름’

‘여름’(가명)이는 잦은 외박, 비행, 학교 부적응, 등교 거부 등으로 학업 중단 위기에 담임 선생님의 긴급 의뢰로 만나게 된 친구다. 학업중단 숙려제로 교내 상담을 진행하였고, 상담 목표는 “내 마음 알아주기(자기 마음을 자신도 모를 때가 많아 너무 답답하다고 하였다)”로 정했다. 중학교 시절 내내 학교폭력에 시달렸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따돌리고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생활 태도가 불량한 친구들과도 어울리게 되고 코로나 시기 등교를 많이 못 하면서 잦은 외박과 비행도 저지르곤 하였다.

상담을 진행하며 여름 안에 숨겨져 있는 강점을 발견하게 되면서 ‘강점 기반, 동기 강화’ 쪽으로 상담 방향을 잡아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아 다중지능검사도 실시하였다. 검사결과 상위 3대 지능이 신체운동, 대인관계, 손재능이고, 점수들이 전반적으로 높아 에너지의 수준도 상당히 강해 보였다. 확실한 예체능 쪽 성향이었다. 본인 말로도 운동 신경이 우수하고, 2년 정도 실용음악 학원에 다니며 악기도 배울 정도로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악기도 어려워지는 시점에서 중단하였다고 했다. 이 부분이 바로 여름이가 반복적으로 보이는 패턴이었다. 무언가 하다가 어려우면 중도하차를 자주 하는 의지가 약하고, 끈기가 부족한 모습. 자기조절 능력에도 어려움을 보여 감정적으로 치우칠 때가 많았다.

여름과 아로마테라피(Aroma Therapy) 허브비누 만들기 체험도 하고, 어머니에게 손 편지도 쓰고,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여름이의 자아상 분열에 대한 나의 분석은 한마디로 “웅대한 자아상의 붕괴”였다.

유·초등 시절 예쁘고 공부도 잘하여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던 여름의 위대한 자아상이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으로 무너지고, 회복이 안 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하니 여름이는 흐르는 눈물을 고요히 손등으로 훔쳤다. 마음이 짠했다. 나는 다시 한번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의 모습을 찾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여름은 상담으로 자기의 생각, 감정을 잘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상담 후반부 우울검사(BDI)와 불안검사(BAI)를 진행하여 안정된 상태임을 확인하고 종결을 준비했다. 여름은 그간에 상담을 정말 많이 받아봤고 도움이 된다고 느껴본 적이 전혀 없었는데, 나와의 상담 시간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평가 없이(문제아 취급 안 하고) 받아줘서 편안했다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나는 추수상담이 가능함을 알려주고, 언제든 힘들 때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여름이 어머니와의 상담도 진행하면서, 따뜻하고 허용적이지만, 부모로서 분명한 원칙과 규칙을 세워주기를 당부했고, 나 전달법(I message 대화법)도 자세히 알려주었다. 또한 여름의 시기는 부모와 조금씩 건강한 거리두기를 하여 자율성을 키워가는 시기임을 알려주고, 부모는 가끔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뿐임을 인지시켰다. 상담 장면에서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부모 상담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느끼게 된다. 여름이 어머니는 ‘상담 동맹’이 잘 맺어져 나에 대한 신뢰와 일관성을 보여주었다. 어머니와 나는 여름이의 전적인 협조자임을, 똘똘 뭉쳐(동맹하여) 아이를 도울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행히 여름은 숙려 기간을 잘 마치고, 학기말 시험도 응시하고, 학교도 부지런히 일찍 등교하며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변화를 바라면서도 그것을 두려워하기에 언제라도 내가 생활하던 패턴대로 다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담임 선생님과 어머니에게 당부 말씀드렸다. 결코 긴 시간은 아니지만, 여름과 어머니가 상담으로 마음의 힘이 조금이나마 생겼기를 바란다.

<아로마테라피 체험 안내문>

<내가 만든 허브비누 어때요?>

<친구들의 작품>

고난을 이기고 열매를 수확하는 ‘가을’

‘가을’(가명)이는 고3 신학기에 자발적으로 찾아온 친구다. 손대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야윈 몸, 표정 없는 얼굴, 힘없는 목소리. 첫 회기 주 호소 문제는 억압적인 아버지와의 갈등과 언어적 모욕, 3학년인데 진로 선택이 불분명하여 생긴 답답함이었다. 첫 상담 때 눈을 깊이 바라보며 경청하니 가을은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소리 없는 슬픔(눈물)을 흘렸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가끔 눈물도 소리 내어 토해내지 못한다. 나는 소리 내어 우는 모습보다 소리 없는 눈물이 더 아프다. 슬픔이 가득해 주체하지 못하고 저절로 흘러넘치는 아픈 조각들. 한껏 웃음 가득할 나이에 인생의 고뇌를 다 짊어진 것 같은 무겁고 어두운 그림자를 지닌 친구들을 볼 때면 속이 상한다. 특히 그런 모습들이 가정환경 (부모의 폭언과 폭력, 가족 구성원 간 억압적이고 권력적 분위기, 부모의 중독 습관: 음주, 흡연, 도박 등) 때문이라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다.

가을은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한 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상담을 왔고,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키우는 시간들을 함께 하였다. 주로 이야기 치료로 접근하여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탄탄하게 구성하는 방향으로 안내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자기 주도적 삶을 살기 위해 일단 무조건 대학을 진학하자는 합의 목표를 잡았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가을과는 총 20회기 동안 꾸준한 만남을 가졌다. 함께하는 동안 마음의 힘도 생겨 스스로 보호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 아버지는 지금까지 가을이를 대하는 모습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열심히 진학을 준비하여 다행히 수시지원으로 세 개의 대학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고 함께 그 기쁨을 나누었다. 졸업하기 전 겨울 방학에도 찾아와 버킷리스트 작업, 매듭으로 키링(key ring)을 함께 만들며 즐거움을 나누었다.

상담 종결 때, 가을은 감사를 담은 손 편지와 함께 타르트 세트와 커피를 선물했다. 나는 가을에게 책을 선물하였다. 이별의 감정을 잘 다루어야 하는 종결 시점,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5회기 추수 상담을 계획했다. 추수 상담 1회기 때, 예비 숙녀가 되어 나타난 가을의 모습은 예뻤고, 생기있어 보였다. 학교 언덕을 내려가는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뻐근하도록 기뻤다.

<가을 편지>

<가을에게 선물한 책 『홀로서기 심리학』>

얼어붙은 ‘겨울’은 다시 ‘봄’을 향해

‘겨울’(가명)이는 신학기 초반(4월) 공황발작으로 숨이 안 쉬어진다며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상담실로 달려온 친구다. 우울하고 불안한데 이유를 모르겠다며. 언어 반응이 느리고, 목소리도 아주 작고, 에너지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급한 대로 호흡법을 안내하고, 차가운 손을 계속 주물러주니 호흡도 차츰 안정되고, 손도 따뜻해졌다. 그날은 진정시킨 후 다시 교실로 갔고, 며칠 뒤 다시 교실이 아닌 상담실로 가방을 맨 채 등교하였다. 교실에 앉아있으면 불안하고, 아침에 등교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이유 없는 예기치 않은 불안, 우울감이 계속되고, 두통, 소화불량, 복통 등 신체화 증상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날 겨울인 상담실에 있는 각티슈 한 통을 다 쓸 정도로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심층 심리검사(MMPI-A)를 해보니 신경증 임상 척도 1, 2, 3번이 아주 높게 동반 상승해 있었다(당장 입원해야 할 정도의 프로파일이었음). 우울함이 있을 때 신체화 증상도 항상 따라오는 검사 결과가 겨울의 증상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내향성도 강하게 보고되고, 대인관계의 어려움, 외로움,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감도 크게 나타났다. 위급한 상황이어서 급히 부모님과 의논하여 병원에 의뢰하였고, 항우울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물 부작용이 심해 더 우울해지고, 잠도 못 자는 각성상태가 계속되면서 약물은 중단했는데 등교까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나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전화로 근황을 물어보곤 했다. 한 달 동안 강진의 외가에서 생활하며 마음을 쉬었다고 한다. 계속 등교를 못하니 출석 일수가 모자라 자퇴하겠다는 걸 담임 선생님이 학업중단 숙려제를 권하여 다시 만나졌다. 눈빛은 자연 속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많이 안정되어 보였다.

하지만, 다시 교실로 돌아가기는 두렵다며 2회기까지 상담을 진행하고 스스로 자퇴를 결정하였다. 그때만큼 확고하고 분명하게 자기 의지를 밝히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결정적 상황에서 단호함과 명분이 있는 것을 보고, 비록 학교 밖으로 나가지만 겨울의 선택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뒤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에 알아보니 그쪽에도 자기 발로 찾아가 검정고시 관련 이것저것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꽁꽁 얼어붙어 아무것도 못 하던 겨울의 몸과 마음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귀여운 눈사람>

<친구들과 눈사람 만들기 삼매경>

<신나는 눈오는 날-2022. 12. 21>

위클래스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 그리고 우리 함께!

이렇게 4계절을 마음이 힘든 아이들과 지내면서 함께 했던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클래스에서 가장 아이들의 호응이 좋았던 활동은 <아로마테라피 허브비누 만들기>와 <손 편지 쓰기>, <그림책 이야기 치료> 등이다. 아로마테라피는 체험 후기가 정말 좋아서 수능시험 후 수험생들의 힐링 프로그램으로도 진행하고, 크리스마스 테마로도 함께 하였다. 봄방학엔 교사들의 체험활동으로도 진행했는데, 모처럼 웃음 가득,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눴다. 또 학년 초 3월에 진행하는 <느린 우체통>은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과 다짐들을 적어 학년 말 12월 겨울방학 전 작은 간식과 함께 배달되는 활동이다. 상담실 이야기를 꺼내니 정말 할 이야기가 많음을 글을 쓰며 느끼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이다. 엠제트(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개별화와 개인화가 대세를 이루는 느낌마저 든다.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인식은 맞지만, 삶 속에서 서로 다른 각자를 존중하기보다 고립화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하지만, 혼자 가면 빨리 갈 수는 있겠지만, 함께 간다면 그 여정을 다양하게 연대하며 즐길 수도 있고, 더 멀리까지 지치지 않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라고 말한 어느 가수가 생각난다.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업고 갈 수 있는 타인은 없다. 지나간 날 상담 장면에서 힘든 내담자를 바라보는 나 자신이 더 힘들어 섣불리 공감하고, 응원하고, 위로했던 경솔함! 하지만, 그 성급함마저도 진심이었음을, 그 어떤 누구도 소홀히 대하지 않았고 정성을 다하려 했노라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저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주고, 아이들이 원하는 한 곁에 함께 있겠다고. 위클래스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는 오늘도 소중히 쌓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