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3 가을호(252호)

[잠실여고]
6년의 교육 경험을 연결하는
중·고 이음학교

이수연 명예기자

초저출생 사회, 인구 절벽, 인구 감소 쇼크, 인구 위기, 인구 오너스(demograhpic onus) 시대까지, 가지각색의 용어들이 하나의 사회 현상을 가리킨다. 바로 인구 감소에 대한 경고이다. 우리나라의 2022년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1 이러한 인구 감소 추세를 현저히 느낄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학교 교실일 것이다.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썰렁해지고, 신입생이 줄어 학급의 수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인구 감소 추세가 선명하게 가시화된다.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적 대응과 혁신을 위한 노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음학교(서울형 통합운영학교)’는 그 일례라 할 수 있다. ‘통합운영학교’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중에서 시설, 설비와 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학교급이 다른 두 개 이상의 학교를 말하는데,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공모 절차를 거쳐 서울형 통합운영학교를 통칭하는 명칭을 이음학교로 결정한 바 있다.2

통합운영학교는 학령 인구의 가파른 감소에 따른 적정규모 학교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소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학생 수가 급감하여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작은 학교’ 여러 개를 통합하여 운영함으로써 소규모 학교가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교육적 효과를 최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잠실여자고등학교(이하 잠실여고, 교장 백강규)가 소재한 송파구의 경우 이와 같은 학생 수 부족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학령인구 감소는 전국적으로 기정사실화된 문제이나, 잠실여고 주변은 아파트 대단지로 둘러싸여 있어 신입생 감소가 당장의 시급한 문제 상황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잠실여고는 과년에 비해 오히려 학생 수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일신여중·잠실여고 이음학교가 추진된 배경은 장기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교육 모델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연결성이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더욱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 설명한다. 즉 적정 규모의 학교 유지를 위한 학교 간 통합을 넘어, 이음을 통해 교육적 가치를 창출해내고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기반으로 일신여중·잠실여고 이음학교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하나, 교과 교육의 이음

일신여중·잠실여고 이음학교에서는 중·고 간 교과 교사들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교과 교육의 이음’을 도모하고 있다. 동교과 교사들의 교원학습공동체, 협의체 등을 통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 고등학교에서는 선수학습내용을 확인하여 수업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촉진하고, 학습 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중학교에서 역시 계열성을 기반으로 하여 점진적으로 수업 내용을 심화하는 나선형 교육과정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음학교는 교과 교육 차원에서 중학교의 자유학기제와 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는 모두 학생의 선택을 바탕으로 하는 학생 중심의 교육 제도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습자의 모든 수요를 반영하여 프로그램이나 수업을 개설하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음학교의 경우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원이 교류하고 인적 자원을 순환하게 하여 하나의 해결책이 된다. 단일 학교에서는 인적, 물적 자원이 한정되어 있어 수업을 다양하게 개설하기 어려웠지만 이음학교의 경우 두 학교의 교원이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 수업을 개설하는 것이 가능하여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확장하고 교과 교육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학생들의 예술·체육 분야의 재능을 키우는 ‘1인 1기 프로그램’의 경우 중학교 자유학기 프로그램과 연계해 안정적이면서도 계열성 있는 재능 교육을 가능케 한다. 일신여중의 자유학기 예술·체육 프로그램 운영 강사가 잠실여고 1인 1기 체육 수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예체능 분야의 경우 실정상 위탁 강사를 초빙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동 운영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연계성 있는 예체능 교육이 가능하게 된다.

한편 학년말에 중학교 3학년 전환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적응을 위한 방과후 학교도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교과 교육의 연계를 통해 공교육 시스템 내에서 교과 학습 능력을 신장하는 동시에 상급 학교에서의 적응력을 함양할 수 있다.

둘, 교과 외 활동의 이음

이음학교에서는 교과 외 활동의 연계 또한 가능하다. 잠실여고에서는 이음학교 담당 팀을 중심으로 일신여중 및 잠실여고 동아리 지도교사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음 동아리 멘토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처음에 멘토링을 진행하고자 하는 잠실여고 동아리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일신여중 학생 중 희망 학생을 초청하는 방식이다. 해당 동아리 활동에서는 잠실여고 학생 65명과 일신여중 학생 45명이 참여하였으며 교육·공학·과학 등을 주제로 발표, 코딩, 실험 등을 함께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이음 동아리 심화 과학 멘토링에서는 잠실여고 과학탐구 실험 동아리인 ‘SERI’와 중학교의 과학 동아리인 ‘문제적 학생반’이 연합하여, 일신여중 학생들이 동아리 시간에 잠실여고 화학실에 방문해 함께 과학 실험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일신여중 학생들은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희망 진로 분야와 관련한 탐구 역량, 발표 역량을 심화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음 동아리 심화 과학 멘토링(잠실여고 SERI와 일신여중 문제적 학생반)>

<이음 동아리 멘토링>

분자생물학을 주제로 일신여중 3학년 학생과 잠실여고 1학년 학생이 함께 탐구하는 예비 학자 캠프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음학교 운영 전에는 잠실여고에서만 진행해오던 전공 관련 강연 ‘위메이저’와 학생 맞춤형 진로 멘토링 등의 진로 프로그램에 일신여중 학생들도 함께 참여할 기회를 열어 중학생들의 진로 탐색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미술 계열 등 특정 전공 관련 진학 설명회 등에도 함께 참여할 기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진로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축제나 동아리 전시회 등을 일신여중과 잠실여고가 공동으로 운영하여 교과 외 활동에서의 통합을 엿볼 수 있었다.

셋, 시설과 공간의 이음

교장과 행정실장을 각각 1명으로 통합하는 이음학교는 행정 인력 공유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업무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뿐만 아니라 체육관, 과학실과 같이 교육 활동에 필요한 제반 시설 및 공간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교육재정 운영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도서관의 경우 중·고등학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건물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설 유지·보수에 소요되는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심에 위치하여 공간적 제약이 큰 학교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신여중과 함께 이용하는 잠실여고 과학실>

중·고 간 이음을 통한 인적 자원의 공유

물리적 환경과 교육적 시스템이 통합 운영되기 위한 선결 과제는 무엇보다 교육 공동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라고 할 수 있겠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교직원이 모두 이음학교에 대해 이해하고, 원만한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때에야 두 학교가 단순한 ‘공존’을 넘어서 유기적인 ‘통합’이 가능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잠실여고에서는 이음학교 담당 부서 간 교류, 중·고등학교 부장 교사 교류 등을 통해 이음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교직원 체육대회, 공동 축제와 같이 중·고 간 교사들이 어울리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상호 교육과정의 이해를 위해 고등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비롯한 중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대해, 중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를 비롯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교직원 연수를 진행한다.

이러한 교류, 협의, 연수 등의 과정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대한 이해를 모두 높여 통합학교라는 틀 안에서 인적 자원이 원만하게 순환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교사들의 확장된 교육 연구를 가능케 한다. 각 학교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중학교는 고등학교 과정을 염두에 두고, 고등학교는 중학교 과정을 염두에 두어 교육 활동을 함으로써 6년간 교육 활동이나 내용 등이 중복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학습 결손을 체계적으로 예방한다.

6년 동안 이어지는 저마다의 성장 기록

고등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경우 중·고 간 교사들이 수시로 교류하고 협의할 수 있으므로 중학교에서의 생활 등에 대한 정보 공유가 수월하여 해당 학생의 제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도가 가능하다. 이음학교를 통해 학교급이 달라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교육적 결손이나 단절을 방지하고 상급 학교에서의 적응력을 높이게 된다.

또한 학생들의 체계적인 지도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잠실여고에서 실시하고 있는 역량 마일리지는 학생들이 교과, 비교과 교육과정 전반에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학생들은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잠실여고의 6대 역량, 즉 ‘지식정보처리, 공동체 인성, 의사소통, 자기관리, 심미적 감성, 창의적 사고’ 마일리지를 쌓아 나가며 자신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음학교의 운영과 함께 잠실여고에서 운영하던 이 역량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중학교로 확대해서 시행하고자 계획 중이다. 6대 역량은 학생들이 참된 지성을 갖추고 세상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이음학교 안에서 6년간 장기적, 체계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중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연결고리’

일신여중·잠실여고 이음학교는 2022학년도부터 시행되었기에 섣부르게 성과를 논하는 것이 망설여진다고 설명한다. 이음학교를 경험한 일신여중 1학년 학생이 잠실여고 3학년을 졸업할 때까지 6년간의 교육 경험이 축적되도록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이음학교 운영에 대한 고민과 이음학교를 통한 교육의 방향이 궁극적으로 ‘학생’을 향하고 있기에 6년 뒤에 일신여중·잠실여고 이음학교에서 만나게 될 발자취가 기대된다.

혹자는 학령인구 감소가 역설적으로 교육환경 개선으로 이어져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3 인구 절벽이라는 변화에 선두적으로 대응하는 잠실여고 이음학교 운영 사례가 교육 혁신의 기회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응원해본다.

 

 

 

  1. 조선일보(2023. 7. 14.) 한국 출산율 0.78명까지 추락, 유일하게 1명대 유지한 지역은. https://www.chosun.com/economy/ economy_general/2023/02/22/EIP77PE3PBB2PGVWGLCGTNJ64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 campaign=naver-news
  2. 임연기 외(2022), 서울형 초중 통합운영학교의 발전적 운영방안연구 Ⅱ,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3. “학령 인구감소의 역설… “교육의 질 제고 기회 될 수도”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329527061?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