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1 여름호 (243호)

[초록미래학교]꿈 너머 꿈을 품고 사는
보라미들의 생태 이야기

김갑철(서울보라매초등학교, 교장)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만물은 나의 형제이다. 나는 나 자신의 개인적인 의지나 욕망 때문에 이 세상의 삶을 향유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존재하는 것은 반딧불이나 할미꽃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힘, 같은 원리에 의존하고 있다. 반딧불과 할미꽃의 소멸은 인간도 얼마 안 있어 사라질 것임을 예고해 준다.
…… 인간은 본래 흙에서 나왔으므로 어떻게 보면 우리 각자는 움직이고 말하는 흙이나 바위라고 할 수 있다.”

김종철 『간디의 물레』(녹색평론사, 1999)

서울보라매초등학교(이하 보라매초)는 생태적 인간으로 다가가는 생태적 일들을 기획하고 교육활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자연의 일부이기에, 죽어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교육공동체가 의견을 모은 것이다. 단순히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활동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교육의 철학을 바탕으로 생태적 인간으로서의 삶 그 자체를 만들어 가기 위한 힘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것이다. 생태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되도록 우리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행복하늘정원’에서의 생태학습

보라매초의 가장 큰 특징은 옥상에 정원이 있는 것이다. 6층과 7층의 ‘행복하늘정원’에서 학생들의 생태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6층의 정원은 중앙에 된장이 익어가는 장독대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주위에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양쪽 두 부분의 텃밭이 있는데 한 쪽은 학생들의 텃밭으로 직접 체험하며 공부하는 학습장이고 다른 한 쪽은 학교에서 다양한 작물을 심어 학생들이 직접 관찰하도록 하고 있다. 한 쪽 텃밭에서는 매년 마을활동가들과 협력하여 생태학습을 하는데 비옥한 토양을 위해 지렁이 키우기, 씨앗 관찰하기부터 마지막 결과물까지 공유하면서 자연 생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삶 속에서 『지구를 지켜라! 프로젝트』까지 실천하고 있다. 다른 한 쪽은 상추, 옥수수, 고추,애호박, 가지, 부추, 토마토, 감자 등을 심어 기르고 있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와서 볼 수 있다.

7층에는 다양한 나무와 꽃, 2개의 정자가 있고 텃밭도 있다. 정자에서 학생들이 생태학습을 하고 이곳에서도 지렁이를 키우면서 씨앗부터 열매까지 키우는 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행복하늘정원’에 가장 많은 것은 늙은 호박과 새들이다. 6층과 7층은 무수히 많은 새들의 안식처이며, 마을의 전문가와 함께 하는 새 관찰교육도 이루어진다. 새집, 새먹이통 등 새들을 위한 여러 가지를 직접 제작하여 설치해 놓았다. 가을이 되면 6층과 7층에 늙은 호박이 숲을 이룬다. 이 늙은 호박으로 사랑 나눔 축제가 이루어진다.

<행복하늘정원 식물관찰 체험>

‘행복땅정원’에서의 생태텃밭 가꾸기

‘행복땅정원’은 운동장에 있는 생태텃밭과 화단이다. 생태운동장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큰 구령대를 없애고 생태텃밭을 추가로 만들어 학생들의 활동장을 조금이나마 넓게 한 것이다. 학생들의 통학로에는 동작구청에서 지원받은 큰 상자텃밭을 설치하였다. 상자텃밭에는 블루베리, 포도나무와 각종 채소 등을 심어 학생들이 오고가는 길에 관찰하도록 하였다. 상자텃밭에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지구를 지켜라. 프로젝트’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학생들이 직접 상자텃밭에 감자도 심고 요즘 땅속에서 나온 감자 줄기와 잎을 관찰하느라 정신없다. 모두가 신기하다고 하면서 다른 수업보다 재미있다고들 하고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벌레 한 마리라도 만나면 소리를 지르며 더 즐거워한다.

둥근 화분에는 소국, 대국이 봄부터 초록 빛을 내며 가을에는 온통 국화 천지의 운동장으로 변한다. 국화를 활용한 다양한 축제도 함께 이루어진다.

<행복땅정원에서 감자심기 체험>

‘행복생태나눔축제’로 마을과 함께하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생태나눔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첫 나눔은 살구로 시작된다. 우리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보라매둥지가 있다. 살구를 따서 마을활력소인 보라매둥지에 보내면 그곳에서 블로그에 올려 선착순으로 마을 사람들이 가져간다. 모두가 본교 학생들의 가정이다. 살구를 가져간 마을 사람들은 살구를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 활용한다. 이러한 모습은 보라매둥지의 블로그에 올려져 활동과 느낀 점의 공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상추, 가지, 오이, 호박도 마찬가지로 마을 사람들과 나눔을 통해 학교와 마을을 더 가까이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살구나눔행사>

2020학년도에 진행된 가장 큰 나눔 행사는 늙은 호박을 활용한 진정한 이웃사랑의 나눔 실천이었다. 우선 일년내내 키운 늙은 호박 전시회를 먼저 하고 그 호박으로 호박전, 호박죽을 만들었다. 모든 교직원이 한 마음이 되어 호박껍질을 까고 호박죽을 만들고 호박전을 만든 것이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는 선생님도 계셔서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까지 모든 교직원이 함께 동참해 주어 정말 감사했다. 여기에 떡과 음료수를 추가하여 작은 선물 봉투를 준비하였다. 4학년 학생들이 직접 쓴 정성이 깃든 편지를 붙여 배달하기로 하였다.

<호박으로 행복나눔축제 출발 전>

교육지원청 국장님, 주민센터 동장님, 서울시의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식구들, 마을활동가, 전교회장단과 본교 학생들이 함께 모여 배달 출범식을 갖고, 각자 맡은 지역으로 직접 배달을 실시하였다. 배달은 우리 마을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 200분들에게 직접 가져다드리는 일이었는데 저녁 9시까지 이루어졌다. 마을활동가분들의 헌신이 한 몫을 하였다. 이일로 우리의 정성을 받으신 어르신들이 눈물을 흘리고 감동 받아 칭찬이 쏟아졌다. 헌신적으로 봉사한 학생들, 시의원, 마을활동가들, 주민센터 등과의 협력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큰 힘이 되었다. 이 일로 학교는 더욱 튼튼하게 마을과의 연대를 이룰 수 있었다.

<모두와 함께 한 국화나눔사랑축제>

또 다른 축제는 국화나눔사랑축제였다. 일년 내내 키운 국화로 운동장에서 전시회를 하고 코로나19로 인하여 입학식 사진 하나 찍지 못한 1학년 학생들이 반별로 거리두기하면서 가족이 함께 사진 찍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미리 졸업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6학년 학생들의 가족도 운동장에 초대하여 국화와 함께 사진을 찍도록 하였다. 이 또한 코로나19로 인하여 졸업식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을 예상하여 만든 시간이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가족들은 정말 행복해했고, 6학년 학생들은 미리 준비된 졸업가운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학년의 학생들이 반별로 아름다운 사진도 남길 수 있어서 코로나19 시대에 정말 좋은 기억이라고들 하였다. 더불어 우리 마을의 지체장애인을 초대하여 전문사진가의 재능기부를 받아 가족이 함께 와서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졌다. 찍은 사진은 학교 예산으로 앨범을 만들어 나누었다. 생태를 통한 나눔 행사는 사람들을 신나게 하고 기쁘게 만들어 주고,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생태교육

학교의 생태교육은 학교의 환경 구성과 교과 시간, 창체 시간을 통해 이루어졌다. 학교 차원에서의 교육지원은 교육력제고팀이 운영하는 체험중심의 생태교육이 인기만점이었다. 또한 학교 곳곳에 생태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였다. 마을활동가와의 협력수업은 계획단계부터 담임교사와 협의회를 통해 수업계획이 세워지고 진행되었다.

2021학년도에는 전교생과 마을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공책을 마련하여 ‘지구를 지켜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을 이 작은 공책에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15개의 확인 도장도 색깔별로 준비되어 학생들의 관심이 엄청나다. 행복나눔실(교장실)에도 3개의 도장이 준비되어 있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행복나눔실에 와서 검사를 받는다. 자율적으로 도장을 찍는 곳도 준비되어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였다.

생태교육은 지구를 지키고 아름다운 우리 자연과 삶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현재’라는 선물을 받은 우리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생태교육이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스며들도록 생태교육의 최종도달점은 나눔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태교육과 나눔교육이 어우러져 사람다움의 시민성을 회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