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2 봄호(246호)

코로나19 시대가 만들어 준 뜻밖의 선물,
신현중-석관고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연합 수업 현장을 가다

류운하 (석관고등학교, 교사)

“원격수업, 어디까지 해 보셨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이제 원격수업은 특별한 상황과 학생들을 위한 수업 형태가 아니라 일상적 수업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격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교과 학습을 위한 원격수업은 대개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어 왔다. 온라인 학습 공간에 학습자가 수행해야 할 과제를 올려 두거나 시청해야 하는 사전 제작 영상을 올려두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공간적 한계는 수업 활동보다는 교사 간 협업이나 회의 시간 단축을 위해 온라인 화상 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왕 이렇게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활발한 마당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원격수업의 장점을 극대화한 수업을 한번 해보고 싶던 참이었다. 마침 2021년 현장연구팀의 연구 주제가 ‘온·오프라인 병행 독서 수업’인 점이 도움이 되었다. 연구팀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새로운 수업 시도에 개방적일 수 있었고, 함께 수업을 만들어 갈 선생님 섭외도 같은 연구팀 선생님이신 신현중학교 이인영 선생님으로 생각보다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같은 시간에 함께 수업 활동을 해보자는 프로젝트가시작되었다.

“공동 수업 설계,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했나요?”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라는 다른 학교급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공동 수업 설계를 하며 이인영 선생님과 함께 고민한 것은 아래와 같다.

중3과 고1 교과서에서 내용 요소가 공통되는 성취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어떤 성취기준으로 수업을 구성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중학교는 1~3학년군으로 성취기준이 제시되고 교과서마다 활용 시기가 달랐기 때문에 성취기준을 보며 고민하지 않고, 수업에서 활용하는 교과서를 펼쳐 놓고 적절한 수업 내용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성취기준 중 아래의 단원들의 공통점이 가장 많다고 생각되어 수업 내용으로 선정할 수 있었다.

중3과 고1의 독서 흥미 및 수준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읽기 제재는 무엇일까?

위 내용은 모두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읽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읽기 제재도 읽기 과정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수업 시간이 짧다 보니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읽기 제재는 선정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제품 사용 설명서를 읽고 물건을 정확하게 활용해 방을 탈출하는 방식도 고민했다. 그러나 이 수업을 계기로 학생들이 책 한 권이라도 더 알아가고 독서 흥미를 높였으면 하는 생각에 추리 소설을 선정하기로 했다. 신현중학교 학생들이 이미 국어 수업에서 윤독 도서로 활용한 적이 있는 『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 저)』는 그런 면에서 활용하기 매우 적합한 읽기 제재였다.

우선 이 책은 학교에서 일어난 한 학생의 사망 사건에서부터 시작해 학생들의 흥미를 수업 초반부터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살인, 강도 등 범죄를 다루는 읽기 제재를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적절한지 이 수업을 참관하신 선생님들도 궁금해 하셨다. 생활의 어두운 측면과 맞닿아 있는 읽기 제재라도 수업 시간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수업 시간도 삶의 일부라고 한다면 우리 삶의 일부인 생활의 어두운 측면을 일부러 다루지 않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다. 둘째, 한 학기 또는 일 년의 모든 수업을 이런 읽기 제재만을 읽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수업 목표에 따라 선택한 것이라면 적절한 읽기 제재 선정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수업 시간에는 삶의 스펙트럼을 더 자연스럽게, 더 다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이 책은 학교에서 일어난 한 학생의 사망 사건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증언과 추리를 짧은 글로 엮어 둔 형식이다. 인물이 등장해서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고조된 끝에 해결되는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이 아니라 소설 일부분을 발췌해 독립된 읽기 제재로도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박서은을 죽인 것은 지주연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가 제공하는 읽기 자료 또한 ‘지주연이 범인임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지주연이 범인이 아님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각각 제시할 수 있어 짧은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이와 같이 이 책의 구성 방식과 다루고 있는 내용, 사건의 전개와 반전은 국어 수업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읽기 제재이므로 최종적으로 이 작품을 읽기 제재로 선정하였다.

5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에 적합한 수업 활동은 무엇일까?

대면수업에서도 50명 정도의 학생이 같은 수업에 참여한다면 수업 관리가 어려울 수 있는데 원격수업에서는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이 고민이었다. 강의수업을 진행할지 발표수업을 진행할지, 개인 단위로 참여할지 모둠 단위로 참여할지 등을 기준으로 적절한 수업 방식을 고민하던 중 교사 2인이 수업을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수업 통제권을 부여하자! 4~5명이 한 모둠이 되는 모둠 활동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해 모둠이 대규모로 운영될 때 일부 학생이 소외될 수 있는 문제도 예방하고자 했다. 최종적으로 활용하기로 한 방식은 ‘월드카페 방식’이었다. 수업에서는 줌(Zoom)을 사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월드카페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할 경우 소회의실을 4~5인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과 각 소회의실마다 읽기 자료를 다르게 제시해 학생들이 현재 읽고 있는 자료와 이전 자료들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하는 데 적절할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50명의 학생들을 정해진 시간에 일정하게 이동시킬 수 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뒤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수업 운영 시간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물리적 거리가 있는 학교의 연합 수업을 위해서는 실제 수업을 할 학급의 수업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이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한다.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이인영 선생님(신현중학교 교사)과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이 ‘수업 시간’이었다.

두 학급의 수업 시간을 맞추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중학교 1교시 시작 시간은 9시이며 고등학교 1교시 시작 시간은 8시 20분으로 1교시 시작 시간이 달라서 이후 수업 운영 시간도 전체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 연합 수업을 실행할 때 중학교 학생들의 1교시는 대개 고등학교 학생들의 2교시일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좀 더 세심한 고려가 필요했다. 둘째, 중학교 한 차시는 45분, 고등학교 한 차시는 50분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수업을 할 당시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신현중학교는 한 차시 40분, 석관고등학교는 한 차시 45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인영 선생님께서 시간표 요일 변동으로 3교시와 4교시를 모두 연합 수업 학급을 지도하시기로 하셨고 석관고등학교는 3교시 수업을 조금 빨리 마치고 4교시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수업이 마친 뒤가 점심시간이어서 조금 여유 있게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였다.

“중학교-고등학교 연합 수업,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나요?”

같은 학교 안에서도 학급 연합이나 학년 연합 수업을 하기가 어려운데 다른 학교와, 그것도 학교급이 다른 학교와 연합 수업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았다. 하지만 진행하는 내내 새로운 시도에 즐거웠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괴로웠지만 해결하고 나면 그만큼 성취감도 높았다.

실제 수업은 2021년 11월 15일 월요일에 진행되었지만 학교 간 연합 수업을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다. 공동 수업 설계를 위해 계속 회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카페 방식을 사용하기로 한 만큼 호스트로 선발된 대표 학생들이 줌(Zoom)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지, 읽기 자료를 먼저 읽고 친구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지를 확인해야 했다. 연합 수업 운영 당일에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온라인 회의실에 입장하도록 해 수업을 준비시켜야 했다. 마지막에 진행한 수업 공개와 평가회는 열심히 준비한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다른 선생님들께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이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수업 당일. 석관고등학교 학생들은 수업 시작도 전에 학급 단체 대화방에서 떨린다고 난리였다.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것이 처음이기도 하지만 중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한다고 하니 자기가 의젓한 언니, 누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나에게 자기가 잘할 것 같냐고 몇 번을 물었다. 호스트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더욱 긴장한 모습이 보였다. 어쨌든 수업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고 아이들이 하나둘 줌(Zoom) 온라인 회의실에 입장했다.

학생들은 수업 시작 전 줌(Zoom) 회의실에 접속해 소회의실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 교사가 사전에 정해준 양식에 따라 회의실에서의 이름을 바꿨다. 이름 바꾸기를 어려워 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교사가 직접 바꿔 주기도 했다. 또 마이크와 카메라의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였으며 수업 종료 단계에서 할 투표를 대비해 비디오 배경 화면을 바꾸는 기능을 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단, 학생들이 사용하는 핸드폰 기종에 따라비디오 배경 화면을 바꿀 수 없는 경우도 있어 그런 경우에는 투표에 ‘손들기’ 기능을 활용해서 참여하도록 안내했다.

<줌(Zoom) 전체 회의실 학생 접속 장면>

 

수업 시작 이후 간단한 시간 계획 안내를 비롯한 설명을 들은 뒤 학생들은 각자 정해진 소회의실로 이동했다. 각 학교별로 호스트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4명이었으며 준비한 읽기 자료의 유형도 네 가지였다. 학생들은 호스트의 자료 설명에 따라 다른 학교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며 4회에 걸쳐 월드카페에 참여하였다. 호스트 학생들은 자료를 함께 읽거나 자신이 요약한 자료를 공유하고 이번 회차 참여 학생들의 상호작용을 촉진하였다. 읽기 자료는 교사가 사전에 ‘살인 사건 추리’라는 수업의 주제에 맞게 수사 자료처럼 보이도록 디자인적 요소를 추가하여 제공했다.

<줌(Zoom) 소회의실 월드카페 활동 장면>

수업을 시작하니 아이들은 아직 어색한지 서로 말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평소 수업시간에도 말하기 연습을 계속해 왔던 석관고등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중학교 친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와 같이 발언을 유도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었다. 석관고 학생들끼리 하는 수업에서는 친한 사이이기도 해서 부끄럽지 않아 이제 그만 조용히 하자고 얘기를 할 정도로 시끄러운데 다른 학교 학생들이 있으니 아이들도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도 월드카페 회차를 거듭하다 보니 호스트도 자신의 역할에 익숙해져서 능숙하게 자료를 설명하고 이전 친구들의 의견까지 예로 들어주면서 활발한 논쟁을 유도했다. 아이들도 여러 호스트를 경험하면서 어느 호스트는 어떤 면에서 좋고 어느 호스트는 이런 부분이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수업이 마친 뒤에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이인영 선생님도 소회의실마다 돌아다니며 호스트 역할을 유독 걱정하며 불안해하던 중학교 친구를 도와주시거나 아이들 사이의 말 물꼬를 터 주는 역할을 하셨다. 선생님께서도 이런 수업이 처음이셔서인지 무척 즐거워 보이셨다.

소회의실 활동을 모두 종료한 다음에는 전체 회의실에 모여서 오늘 활동에 대해 대표 학생들의 소감을 들었다. 원래는 배경을 바꾸는 기능을 활용해 즉석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신현중학교 학생들은 아직 카메라나 마이크를 수업 시간 내내 켜 두는 데 익숙하지 않거나 배경 바꾸기 기능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해 그 부분은 각 학교 소회의실로 이동해서 선생님 지도에 따라 진행하기로 하였다. 석관고등학교 학생들은 석관고 소회의실로 이동해 배경 바꾸기 기능을 활용해 투표를 진행하며 누가 범인일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점심시간까지 이어갔다.

<줌(Zoom) 개별 학습실 학생 활동 장면>

석관고등학교 학생들은 『죽이고 싶은 아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수업이 종료된 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모든 학생이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응답했다. 또한 중학교 학생들과의 연합 수업 자체는 신선한 시도였지만 친해질 시간도 주지 않고 활동을 하라고 한 부분은 불만이 많았으며, 앞으로 다시 연합 수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2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해 친해질 수 있는 활동을 앞에 하고 토론 활동을 한다면 더욱 즐거울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더불어 온라인 상황에서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계속 켜 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학생들 스스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참여자 모두가 적극적인 자세로 수업에 참여할 때 즐거움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연합 수업은 코로나19 시대에 원격수업이 계속되는 상황이 준 뜻밖의 선물이었다. 학교급이 다른 학생들이 모여 배움의 장을 구성하면서 사고 수준 차이를 느끼고 발전을 다짐하는 모습, 다른 학교 수업 활동에 참여하며 수업 자체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모습이 수업을 준비한 교사에게도 보람찬 경험이었다. 또 고등학교에서 일하다 보니 이런 학교 간 연합 수업이 고교학점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품게 되었다. 이번 중-고 연합 수업이 앞으로 초-중-고 연합 온라인 독서 세미나, 같은 학교 내의 다른 학년 연합 수업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 어울림으로 거듭나 서울교육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