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9 가을호 (236호)

학교급별 사례2 – 광장중학교
회복적 생활교육, 세심한 관심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김서준 명예 기자 (은성중학교, 교사)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광장중학교를 찾아갔다. 회복적 생활교육이 잘되고 있는 학교라는 기대감으로 방문해서인지 학생들의 모습은 더더욱 밝고 활기차 보였다. 학교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생활지도부(이하 생지부) 부장교사를 만나 본격적인 학교 탐방을 시작하였다.

일곱 명의 교사가 근무하는 생지부는 공간이 넓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별실처럼 부장교사 자리 뒤쪽에 출입문을 따로 두고 상담할 수 있는 독립된 넓은 공간이 하나 더 있었다는 점이다. 생지부 탁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회장, 부회장, 생지부 교사들, 그리고 교장선생님을 만나 광장중학교의 회복적 생활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특색 교육 활동 프로그램

광장중학교에서 만난 모든 구성원이 한목소리로 자랑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이었다. 학생들은 정말 많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모든 학생이 관심도 많고 참여도도 높다고 했다. 생지부 교사들은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교사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고, 교장선생님 역시 광장중학교 교사들이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표>에서 살펴본 프로그램들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이 일과 중 또는 일과 후에 진행되고 있었다. 생지부의 사제동행 캠프는 농촌 체험, 김장 체험, 음식문화 체험, 생활문화 체험, 등반대회 등의 형식으로 금·토 또는 방학 중 1박 2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학교의 예산과 구청에서 지원받은 목적사업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선도 활동이 필요한 학생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지만, 낙인 방지를 위해 학생회 학생들과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함께 진행한다. 숙박형 캠프는 학생과 교사가 긴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에 평소에 할 수 없었던 이야기와 일탈 행위들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한, 광장중학교만의 특별한 행사로 점심시간 ‘버스킹’이 있었다. 이 행사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즐기고 호응도 좋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은 연습할 공간이 부족해서 찾아다니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 중앙정원에 대형 거울을 설치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끼를 마음껏 펼쳐 보일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교사의 관심 그리고 학생의 변화

생지부는 학생들에게 생지부의 문턱을 낮추는 것에 회복적 생활교육의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고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면서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게 문제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한 후 규정을 어기거나 일탈행동으로 학교를 어렵게 했던 학생들과 유대가 생겼고, 지금은 이들이 생지부에도 자주 온다고 한다. 별일 없이도 들르는 학생들을 위해 생지부 탁자 위에는 항상 간식 상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같이 키운 텃밭 작물을 나누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로 서로의 일상을 공감하고 깊이 있게 소통하는 시간도 갖는다. 예전에는 잘못을 한 학생이 자신의 논리만을 내세우며 핑계도 대고 말도 함부로 하면서 교사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했었는데, 활동 이후에는 생지부 교사들과 학생이 잘못된 논리를 대화로 풀어가며 학생이 교사의 지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생지부 기획 교사는 예의에 어긋나게 행동했던 학생들이 캠프 이후에 교사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확연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혼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지금도 규칙을 위반하는 일이 있긴 하지만 그 잘못에 대한 지적을 쉽게 시인하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학생회장은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같이 해 주어서 학생들끼리도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또한, 그렇게 노력하는 교사들을 보면서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학생들 사이에 있다고도 했다.

생지부 정교사는 작년에 반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어서 처벌까지 받았던 학생의 사례를 들어주었다. 그는 상담 끝에 학생에게 배구부 활동을 권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재미를 느끼며 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 이후 교사들에게 칭찬도 받으면서 생지부에 더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학생의 태도가 변하자 부모님도 그 변화를 느끼면서 학교에 감사함을 전했다고 한다.

생지부장은 다른 학교에 비하면 매머드급인 생지부 일곱 명의 교사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쏟는 에너지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보상도 따로 없는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늦은 시간까지 학생 상담은 자주 있는 일이고, 퇴근 후에 학교 근처 매장에서 와플을 같이 먹으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이 학생지도 후 회복의 과정이라며 교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높아진 학교에 대한 믿음

생지부장은 학생들에게 절대로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며 최대한 친근하게 사랑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생지부와 학교의 다양한 활동들을 학부모들이 알게 되면서 생지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서 학생 생활지도와 관련된 오해나 민원이 거의 없다고 하였다.

교장선생님은 학부모총회 준비 과정과 학생들과의 비밀스러운 관계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학부모들에게 총회 초청 문자를 학교 전화번호가 아닌 학교장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보낸다고 한다. 그러면 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학교장에게 민원 전화나 문자가 온다고 한다. 그러면 사실을 확인하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개선할 일이 있으면 개선하고, 그것이 오해였다면 오해를 풀어드린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도 한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오해를 풀었고 학부모가 사과하기 위해 방문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학부모총회에 생업 때문에 못 오신 학부모에게 학교장이 그날의 내용을 편지로 작성하고 자료와 함께 집으로 보내드린다고 한다. 그 두 가지 노력을 통해 학부모는 학년 초에 학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평소 같으면 화낼 학부모가 조용히 궁금한 부분을 묻게 되더라는 것이었다. 또 하나 공개한 내용은 이른바 문제 학생들이 교장실 근처를 지나갈 때 조용히 학생을 불러서 아무도 모르게 대화를 나누고 ‘셀카’를 찍은 뒤 그 사진을 핑계로 학생과 문자를 주고 받으며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다.

세심한 관심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많은 학교가 학생 생활지도를 힘들어하고 있다. 지금보다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는 교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가 꺼리는 생지부에 자원하는 부장교사와 부서교사들이 있는 광장중학교의 예를 통해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광장중학교의 정답이었다. 그것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었다. 힘들다는 불평보다는 학생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보이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노력과 헌신이 교사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성숙한 어른이 먼저 다가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교사의 책무라고 하였다.

이러한 광장중학교의 사례가 널리 알려져 ‘회복적 생활교육’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보람과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많은 학교에서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