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0 가을호(240호)

[학교사례4]미래교육체제
전환에 대비하는
도선고등학교의 계획과 실천

 최홍길 명예기자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미네르바 스쿨1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의 학교는 온라인 수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도선고등학교를 찾아가 그 노하우를 살펴 보았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힘들게 하던 3월 31일, 교육부에서는 ‘학습공백 최소화를 위해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지침 을 내놓았다. 4월 9일부터 우선 고3과 중3부터 온라인 수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기계치인 50대 모 교사는 며칠 동안 끙끙 앓았다. 오프라인 수업, 즉 학생들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수업하는 데만 익숙해진 그 교사에게 크나큰 도전이 다가온 것이다. 그는 동교과 교사들이 모여 정보를 주고받는 단톡방에 가입하고 웹서핑을 하면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결국은 자기 수준에 맞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아이캔노트’를 활용한 영상 제작 방법이었다.
교과서를 만든 출판사에서 제공한 PDF와 PPT 자료를 편집한 뒤, 노트북과 마우스만을 활용해 수업할 내용을 제작했다. 노트북에 보이는 화면과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온라인클래스에 수업자료를 올린 것이다. 그 교사는 일단 한시름을 덜었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였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더라도 가끔씩 온라인 수업일을 지정해 운영할 거라는 풍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학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

위의 경우처럼 멀티미디어와 친숙하지 않은 교사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지금까지 칠판과 분필 위주의 대면 수업을 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아직까지도 고3 교실에서는 수능 준비 때문에 EBS 교재로 진행하는 문제풀이식 수업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 구축의 선각자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선각자적인 인식을 가진 교사들 덕분에 온라인 수업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잘 적응 중인 학교가 있다. 왕십리 쪽에 자리한 도선고등학교(이하 도선고)가 그 중 하나다. 도선고는 2017년 혁신학교로 개교해 각 학년마다 8학급씩 총 24 학급(특수학급 3개 포함)에 470여 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도선고가 자랑하는 것은 ‘오붓한 구성원의 분위기’, ‘혜안을 지닌 교원의 학습 리더십’, ‘선망하는 미래를 향해 제 걸음을 찾아가는 학생들’로 요약할 수 있다. 위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새로 운 배움을 시도할 수 있는 수업 및 학습 환경 제공, 학생 서로의 성장을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지적 · 문화적 · 예술적 활동 추구, 모든 것에 대해 논의하고 주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학생과 교사의 자치능력을 꼽을 수 있다.
도선고의 정보 담당 장용수 교사는 2017년 개교 이전부터 도선 온라인 학습 플랫폼인 G-Suite를 구축해 운영해 오고 있었다. 개교를 앞두고 교실 ICT 환경 구 축의 기본 방향을 설정했는데 ▲미래교실 수업 ㄷ자 모형 공유 ▲학생 간 협업과 학 생-교사 상호작용 지원 ▲간결하면서 수 업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교실 ICT 환경 ▲교과별 다양한 수업 모형에 최적화된 교원용 디바이스 ▲전 교실 무선환경 구축 등이 그것이었다.

<도선고 본관 입구의 홍보영상 장면>

또한 정보 교과에서는 전입 교원을 대상으로 기초 연수를, 입학 한 학생에게는 3월 첫 주 ‘도선학습 플랫 폼 계정 발급’ 등을 포함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먼저 컨트롤 팀(기획, 운영, 지원 팀)을 구성해 교원 역량 강화에 발벗고 나섰다. 이후 준비 정도 등의 상황을 진단한 다음 팀 단위 소규모 심화연수를 진행했으며, 이어서 교과별 블렌디드 러닝을 고민해 모형을 창출했다. 선생님 상호 간의 역량을 높이려고 10명 정도가 모이면 원격 교육 연수를 교차로 진행하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원격 수업 안착을 위해 담임교사는 학급별 원격 조회 진행, 교과교사는 원격 수업 후 개별 피드백 진행, 학교장의 원격 수업 격려 영상메시지 정기적 탑재, 학부모와 주기적 상호작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소그룹의 TF팀

코로나 때문에 방역과 같은 안전이 우선 적으로 중요하지만 ‘교육’도 포기할 수 없다 고 생각한 도선고 교직원들은 이미 구축이 된 구글클래스룸을 기반으로 온라인 수업 을 준비했다. 실시간으로 수업하는 교사가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기존 학급 시간표 그대로 적용했다. 창체 활동도 원래 의 계획대로 진행이 가능했다. 학년-학급–교과 단위의 클래스룸을 운영한 것이다. 보건교사와 안전생활부는 방역 관련 TF팀을 구성했고, 이외에도 축제 TF팀, 2월 신학기 준비 TF팀, 공동체협약 TF팀 등 다양한 소그룹의 TF팀이 결성되어 온라 인 수업활동은 유기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도선고는 온라인으로는 수업 주제와 과제 등을 제시하여 일정 부분을 수행하게 한 후, 등교 시에 관련 내용으로 학생활동 수업, 과제 점검, 수행 평가 등을 실시하였다. 이제는 격주가 아닌 실제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더라도 지금의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잘 활 용할 수 있을 거라고 교사들은 말한다.
도선고는 대부분의 수업을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노트북 화면 녹화 방법으로 만든 자료를 업로드하는 방법을 택했다. 금요일 창체 시간에는 기본 교육(생명존중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약물오남용교육, 성폭력예방교육 등)이, 화요일 1교시 자치시간에는 학급 정부회장 선거도 실시하는 등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동아리 활동은 온라인(구글클래스룸 학년 다모 임방)을 통해 상설동아리 공지를 한 뒤, 구글 설문지로 신청하게 해서 조직을 이미 마쳤다. 현재 각 동아리의 활동 특성에 따라 온 라인, 오프라인, 온라인+오프라인 활동을 하고 있다.
3학년의 경우 다른 학년보다 일찍 준비할 수밖에 없어서 3월부 터 담임교사들이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해 사진첩을 가지고 모임 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2년여 기간 동안 학교생활을 해왔기에 교 사와의 친밀도가 높고 다양한 교육활동 등을 통해 신뢰가 있는 편 이었다. 자치 시간에는 모든 반이 행 아웃, 줌 등으로 소통을 했다. 때에 따라 전화 상담 등도 병행했기에 실제로 등교 개학을 했을 때 소통의 어려움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채로운 공동체 생활협약

도선고는 ‘비교과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능 과 연관된 방과후 수업은 일부분에 불과했다. 인문학 아카데미, 대학연계 프로그램, 토론한마당, 과학환경독후감대회, 과학미니 강연대회, 논술대회, 영어말하기대회, 1인1기 운영, 학부모 진로 특강, 공동체 생활협약 대토론회 등이 그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전날 밤에도 4개의 비교과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기에 관계된 선생님들이 다수 남아서 수고를 많이 했다고 한다.
조심조심 생활 속 거리를 유지하면서 교육 프로그램을 최대한 알차게 진행하는 도선고는 여러 학생들의 참여를 위해, 대면과 비대면을 동시에 시도해 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문학 아카데미는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하여 시청각실에서 20여 명 정도의 학생이 강사의 강연을 듣고, 비대면을 신청한 학생들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강의를 시청하며 실시간 댓글로 참여가 가능하다. 논술특강 또한 교실에서 강사의 강의를 듣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미러링하여 다른 2개의 교실에서도 학생들이 강의를 듣게 하는 방법을 취했다. 사전 교육과 사후 감상문 제출 등을 통해 일회성에 그치는 행사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공동체 생활협약 내용과 토론회 생중계(7월 10일)>

지난 7월 10일 오후, 강당에서 열린 ‘공동체 생활협약 대토론회!’는 유튜브 라이브로 동시에 진행되었다. 등교한 1학년은 교실에서 방송을 시청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 2학년은 집에서 실시간으로 토론회 를 시청하며 댓글로 참여했다. 희망하는 학부모도 가정에서 같이 참여했다. 행사가 열린 강당에는 학생회 소속 간부들과 지도 교사 등 일부가 참석해 분위기를 띄웠다. 교내 동아리와 연계된 협동조합에 의뢰해 서울의 한 고등학교 방송팀과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
방송을 시청한 1학년 전OO 학생은 “다른 학교와 달리 이 협약 덕분에 우리의 자유를 많이 보장받는 편인데, 스스로 정해진 규칙을 알아서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고, 서OO 학생은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존 재함을 새삼 느꼈다. 학교의 세 주체가 모여서 상대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말투가 대단했다. 앞으로 우리 학교의 발전과 미래가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어찌 보면 최대 수혜자는 우리 학생이 아니겠는가!”라 고 당차게 소감을 밝혔다.
도선고의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은 이채롭다. 학생의 약속, 학부모의 약속, 교사 의 약속이 각각 10가지씩 적혀 있고 가장 아래쪽에는 생활협약에 대한 준수의 의무 가 있다. 특히 학부모의 약속 가운데 ‘자녀를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성적으로 평가 하지 않으며 자녀의 자기결정권을 신뢰한다.’와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녀와 함께 여가생활을 한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학생 대표 2명과 교사 대표 2명, 학부모 대표 2명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1년에 2회 이상 자신의 약속 상황을 점검하고 평가와 토론 등을 한다.

1인1기와 인문학 아카데미

여느 학교에서 찾기 힘든 1인1기의 문예 체 수업을 매주 실시하는 도선고!
작년에는 목요일에 1인1기를 하고 금요 일에 동아리 활동을 실시했으나, 올해에는 1학기 동아리, 2학기 1인1기 활동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서경대와 MOU를 체결해 소속 예술강사들이 와서 기타 · 호른 · 첼로 · 플루트 · 우쿨렐레 등을 가르치기에 학생들의 반응은 좋을 수밖에 없었 다. 위와 같이 1인1기와 다양한 동아리 활동 그리고 학생자치 프로그램을 활용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면서도 중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전문적인 심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작년부터는 ‘고교-대학 지역인재 육성사업 프로그램’을 실시해 오고 있다. 주제와 관련된 명사들의 강연을 듣고 그들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한다 는 취지 아래 실시되는 인문학 아카데미는 회를 거듭할수록 반응 이 좋다고 한다. 희망 학생·학부모·교직원을 대상으로 시청각실에서 생중계되는데 먼저 신청자 접수를 받은 뒤, 관련 도서 추천과 강의 전 독서록 제출, 강연 후 토론 등 독서·토론 활동과 연계하여 운영한다. 소감문의 내용이 충실한 학생에 한하여 생활기록부에 활동 내용을 기재해 주기도 한다.

[도선고등학교 인문학 아카데미 일정표]
<인문학 아카데미 홍보물과 생중계 모습>

온라인 수업, 효과를 거두려면!

이종대 교사는 휴대폰으로 수업을 촬영하여 녹화한 동영상과 노트북에서 자료들을 설명하며 녹화한 화면 두 가지 종류를 편집하여 구글 클래스룸에 업로드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우수한 동영상, 사진, 음악 등의 다양한 미디어 자료들을 활용했다. 과제 제시형 수업 형태를 통해 학생 수행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이전의 오프라인 수업에서 활용할 수 없었던 자료들을 충분히 보여준 것이다.
이 교사는 온라인 수업이 성과를 거두려면 개별 학생들에 대한 피드백, 추수 지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친구가 수행한 과제를 사진으로 전송받아 그대로 베껴 제출하는 경우도 있어, 과제에 대한 피드백은 개별 학생에 대한 점검과 지원을 겸하기 때문에 게을리할 수 없다. 그러면서 컴퓨터, 태블릿, 크롬북이 아닌 휴대폰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이 많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자기주도 학습법이나 학습 코칭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온라인 수업을 할 경우에는 휴대폰 사용을 지양하게 하면서 크롬북 등을 더 확보하여 학생들에게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선고 홈페이지에는 ‘온라인 학교’ 탭을 만들어 놓고, 다양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탑재해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관련 학교장 인사말, 온라인 학습 참여 절차와 온라인 학습 따라하기, 각종 알림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조회수가 만만치 않다고 귀띔했다.

<토론 한마당에서 발표하는 모습>

‘미네르바 스쿨’이 주는 시사점

도선고 김원균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는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한 뒤, “지금은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 도전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 비판적 사고의 소유자라는 삶의 3요소가 필요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어 “4차 산업 혁명시대에 걸맞는 온라인 교육, 즉 에듀 테크 교육이 학교에 자리 잡아야 한다.”면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초보적 이러닝이라면 ‘미네르바 스쿨’은 스마트러닝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새로운 교육방식의 하나인 미네르바 스쿨이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를 새겨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도서실에서 열린 국어 매체 비평 수업>

한편,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지난 5월에 ‘2020 원격수업 운영사례 집’을 만들어 배포했다. 전국의 초 · 중 · 고에서 우수사례를 모은 것인데, 이 책자 의 뒤쪽에는 ‘미래교육을 위한 원격 수업 향후 검토 과제’가 있다. 공공 · 민간 · 개인이 제작한 원격 수업 콘텐츠를 한 곳에 서 접근할 수 있는 교육서비스 유통 플랫 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미래시대에 필요한 교육정책의 내용을 담은 ‘인공지능 (AI) 교육 종합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 등을 제시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혁신미래자치학교이자 SW교육선도학교 · AI교육시범학교인 도선고는 가르침 중심에서 배움 중심으로, 수동적 태도에서 능동적 경험으로, 지식 습득에서 창의적 사고로 수업의 방향을 일찍부터 정했다. 신입생에게는 접근하기 쉽고 재학생에게는 익숙한 원격 수업, 교원이 공감하여 실천할 수 있는 원격 수업, 미래교육체제 전환을 생각한 시스템 등으로 원격 수업의 방향과 체제를 설정했다.
도선고는 모두가 행복한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미네르바 스쿨 정도는 아니지만, 이 학교처럼 내일을 준비하는 학교가 점차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당 국에서도 코로나19가 주는 교훈을 깨달아 온라인 교육을 포함한 ‘미래교육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쳐 정책수립을 해야 할 때이다.

  1. 2014년 개교하여 캠퍼스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시험과 과제는 오픈북 형태이고, 암기형 시험은 치르지 않는다. 평가 또한 시험만으로 끝나지 않고 발표와 과제 수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