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2020 여름호 (239호)

혐오 표현, 왜 문제이고 어떻게 극복할까

혐오 현상의 등장

김영준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인류 역사는 사람을 구분하여 차별해 온 역사이자, 그러한 차별을 반성하고 철폐하고자 노력해온 성찰의 역사입니다. 여성, 장애인, 소수인종, 타민족, 성소수자와 같이 역사적으로 차별의 대상이 된 집단을 열등한 존재, 무가치한 사람, 위험하거나 오염된 집단으로 낙인찍고 차별한 흔적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의식·무의식적인 사고구조 속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혐오 표현(hate speech)은 이러한 차별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혐오 표현은 그 뿌리가 역사적 혹은 사회구조적인 차별에 있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기존의 차별을 재확인하고 강화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을 침해합니다.
1997년 IMF 사태로 촉발된 한국사회의 급격한 양극화 현상과 급속도로 발전한 인터넷, 유튜브 등 정보화 사회의 등장, 여성혐오, 일베(일간 베스트 게시판)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혐오 표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2020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특정 지역, 특정 국가 출신 아동에 대한 편견과 따돌림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매년 학교에 안내하는 ‘인권친화적 학교문화조성을 위한 안내문’에 차별·혐오표현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여 안내하고 있습니다.

혐오 표현의 대상과 해악

혐오 표현의 대상은 특정 속성을 이유로 차별받는 집단입니다. 이를 혐오 표현의 대상집단 (target group)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혐오 표현이란,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입니다. 소수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여성,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한 사회에서 상당한 기간을 걸쳐 누적된 역사적인 것입니다.

혐오 표현의 대상은 특정 속성을 이유로 차별받는 집단입니다. 이를 혐오 표현의 대상집단 (target group)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혐오표현이란,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입니다. 소수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여성,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한 사회에서 상당한 기간을 걸쳐 누적된 역사적인 것입니다.
편견이나 혐오가 마음 속에 담겨 있을 때는 규제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 혐오가 공개적으로 표현될 때는 규제대상이 됩니다. 말로 할 수도 있고 글로 쓸 수도 있고 몸짓, 기호, 그림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혐오 표현은 특정집단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형태뿐만 아니라 ‘사실’을 명시하는 형태로도 이루어지며 ‘사실’의 명시는 명백히 허위 사실인 경우도 있고, 그 맥락이 제거된 경우도 있습니다.
혐오 표현은 표적이 된 대상집단과 구성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된 여성,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은 말 한마디, 글 한 줄에도 자신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평소 사회생활에서도 위축되어 지내는 사회적 조건에 놓여 있는 소수자인 이주민이 ‘너네 나라로 가.’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겠습니까.
혐오 표현은 소수자 개인 또는 집단에게 편견, 공포, 모욕감, 긴장, 자신감·자부심 상실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며, 기존의 차별 상황이 재생산되고 강화되면서 소수자들이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조건’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남성이나 비장애인같은 사회적 강자나 다수자에게 혐오감을 표출하는 것은 사회적 상황과 맥락상 위협이 된다거나 차별을 조장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혐오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관련 조항과 헌법재판소 결정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제5조 제3항에서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학교의 장과 교직원,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출신지역, 출신국가,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는 2017년과 2018년 ‘교사가 다문화 가정의 학생에 대해 차별적 발언을 한 사안’, ‘교사가 교과 수업 내내 동성애 관련 폭력적인 시각자료를 사용하여 교육을 한 사안’, ‘교사가 여성에 대하여 차별적 발언을 한 사안’에 대하여 학생인권침해를 확인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등을 권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 작년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 대하여 합헌이고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는데, 학교에서의 차별·혐오 표현이 왜 규제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결정, 2019.12.11.).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차별·혐오 표현은 그 대상자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함으로써 교육의 기회를 통해 신장시킬 수 있는 학생의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훼손하거나 심지어 파괴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학생의 재능과 개성,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잠재성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차별·혐오 표현을 통한 인권침해가 금지되지 않을 경우 교육의 목적 역시 달성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차별·혐오 표현은 그 표현의 근거가 되는 성별 등의 사유에 대하여 차별적 감정이나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되며, 나아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조화를 깨트리게 됩니다. 판단능력이 미성숙한 학생들의 인격이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에서 이러한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혐오 표현, 대항 표현으로 극복하자

혐오 표현은 기본적으로 ‘선동’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수자들을 공격하고 상처를 주는 동시에 제3자에게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동참하라고 호소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혐오 표현의 선동을 막는 중요한 방법으로 ‘대항 표현’이 있습니다. 대항 표현은 말 그대로 혐오 표현에 맞대응하고 소수자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런 대항 표현은 혐오 표현에 대해 웃어넘기거나 침묵하지 않고 조목조목 문제점을 따지는 등의 일상적인 실천으로도 가능합니다. 2017년 어떤 여고의 교실 칠판 한 귀퉁이에는 ‘오늘의 혐오 표현-김치녀, 사용하지 않기’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인권동아리 회원인 학생들이 써 놓은 것인데, 매주 단어를 바꿔 적으면서 혐오 표현을 알려주고 사용 자제를 요청한 것 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혐오 표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재미나 장난으로 쓰는데 의미를 알고 나면 사용을 자제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혐오 표현의 의미와 심각성을 알게 된다면, 내가 혐오 표현의 대상인 소수자의 입장에 처해 있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다면, 혐오 표현을 쓸 사람들은 없지 않을까요.
대항 표현 이외에 꾸준한 차별·혐오 대응교육 규제 등이 필요하겠습니다. 더 많은 표현으로 혐오 표현에 맞설 수 있다면, ‘존중’의 정신을 되새긴다면 혐오 표현을 극복하는 데에 그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