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3 여름호(251호)

‘협력’ 체육수업으로
위드코로나 극복하기

차용현 (서울미양초등학교, 교사)

1. 위드코로나 시대, 체육수업의 방향성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되었다. 학교에서도 답답하고 시야를 가렸던 가림판이 사라지고 학생들도 하나둘 마스크를 벗고 있다. 학교와 교실도 위드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고 하거나 눈치를 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교사인 나조차도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스크를 벗고 수업을 하거나 생활하는 것이 어색하였다.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이 모둠활동이나 신체활동에 있어서 아직 어색해하고 꺼려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동안 가림판 안에서의 개별활동이 익숙해진 탓이다.

특히, 체육수업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고민이 많아졌다. 그동안 체육수업을 좋아하고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신체활동에 있어서 소극적이고 모둠 활동이나 어울림 활동을 어색해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더 이상 움츠러들 수는 없었다. 학기 초, 학생들에게 매년 제일 좋아하는 교과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체육’이 단연 일등이다. 그만큼 학생들도 체육활동에 대한 갈망과 애정이 있는 것이다. 나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움츠러들어 있는 학생들의 어깨를 펴 줄 수 있는 것이 체육수업이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손잡지 못했고 함께하지 못했던 자라나는 새싹들을 어울려 놀 수 있는 운동장으로 돌려보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협동과 협력이 중심이 되는 ‘협력’ 체육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하게 되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협동’, ‘협력’과 같은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수업 안에서 함께 어울리며 협력할 수 있도록 체육수업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2. ‘협력’ 체육수업 계획하기

체육 모둠 세우기 활동

우리 반 교실에서 매년 3월에 하는 활동이 있다. 바로 ‘학급 세우기’ 활동이다. ‘학급 세우기’ 활동은 학기 초에 우리 반의 목표나 규칙 등을 학생들과 함께 설정하고 모둠의 이름, 모둠원의 역할도 정하며 학급과 모둠에서의 소속감과 목표의식을 높여 줄 수 있다. 초임교사 시절, 교사 연수와 학급 운영 관련 연수를 통해 ‘학급 세우기’ 활동을 알고 난 뒤, 매년 방법이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학생들과 즐거운 학급 생활을 위해 꾸준히 해오고 있다.

‘협력’ 체육수업의 시작은 학급 세우기와 비슷한 ‘체육 모둠 세우기’ 활동으로 시작하였다. 우리 체육수업의 목표는 ‘함께’ ‘협력’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체육 모둠 세우기’ 활동은 먼저, 체육수업에서 함께 활동할 체육 모둠을 정한다. 모둠이 정해졌으면 모둠의 이름을 지어보도록 한다. 모둠원끼리 회의를 통해 체육 모둠 이름을 정하고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도 이야기해 보도록 한다. 그리고 모둠 안에서의 역할도 정한다. 이끔이(리더), 나눔이(교구준비), 꼼꼼이(교구정리), 튼튼이(준비/정리운동)와 같이 역할을 정하고 각 모둠원이 해야 할 일도 이야기해서 정리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을 함께 회의를 통해 정리하고 학급 앞에서 전체 모둠원이 나와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체육 모둠 안에서의 소속감도 생기고 체육시간에 해야 할 일이나 맡은 일도 더욱 분명히 알게 된다.

‘체육 모둠 세우기’ 활동의 마무리는 협력 놀이인 ‘협력의 풍선 놀이’로 하였다. 간단하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모둠이나 학급 세우기 활동으로 많이 하는 놀이이다. 모둠원들이 손을 잡고 협력하여 풍선을 모둠 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지켜내는 활동이다. 많은 횟수로 풍선을 쳐서 지켜낸 모둠이 많은 점수를 얻는 게임인데 다른 모둠과의 경쟁보다는 우리 모둠 안에서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학급 전체의 목표 개수를 정해서 게임을 한다면 ‘협력’의 의미를 더욱 강조할 수 있게 된다.

<체육 모둠 세우기 활동>

<협력의 풍선 놀이>

‘협력’을 강조한 체육수업의 재구성

2015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은 건강, 도전, 경쟁, 표현, 안전 다섯 가지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새학년 교육과정을 준비하며 체육 연간 교육과정과 수업을 계획할 때, 영역별로 ‘협력’의 요소를 더하여 재구성하였다. 각 영역에서의 활동 주제 및 차시를 분석하여 세부 차시 내용에서 ‘협력’의 요소가 들어가도록 활동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모든 체육수업을 계획할 때, 학생들의 기본 기능이나 경쟁의 요소보다는 학생들이 함께하는 ‘협력’을 강조하여 수업을 계획하도록 한다. 초등학교 4학년 건강 영역에서의 차시별 지도 내용을 ‘협력’ 체육수업으로 재구성한 일부 사례를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건강 영역에서의 ‘협력’ 체육수업 재구성>

4학년 건강 영역에서는 전통놀이와 체력 운동에 관한 활동 주제가 나온다. 이 내용에 대한 수업을 계획할 때, 자칫 전통놀이를 하거나 체력 운동을 하며 ‘경쟁’에 대한 요소가 강조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전통놀이를 하며 나와 상대와의 승패로 성공 횟수를 비교하며 경쟁심리를 자극할 수도 있다. 또한, 체력 운동 중 팔굽혀 펴기를 하며 내가 성공한 개수와 다른 친구들의 개수를 비교하며 경쟁에 비중을 둔 수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이 가져오는 부정적 결과와 효과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경쟁 상황에서는 서로를 비난하고 지적하며 상대방의 불행과 부진함에 대해 기뻐한다. 체육수업 중에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은 어느 교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비난’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하는 체육수업을 하고자 체육 교육과정을 분석하며 ‘협력’ 체육수업으로 재구성하여 운영해 보았다.

3. ‘협력’ 체육수업 사례

모둠별 전통놀이로 공동의 목표 달성하기

전 차시에서 다양한 전통놀이들을 경험해 본 후, ‘협력’의 요소를 더하여 전통놀이 활동을 해 보았다. 모둠별 ‘협력’ 전통놀이는 다른 모둠과의 경쟁이 아니라 모둠별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협력하여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제기차기 개수, 굴렁쇠 굴리기 왕복시간, 투호 개수 등 모둠의 공동 목표를 모둠 협의를 통해 정하도록 하고 여러 번의 기회를 주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목표 설정은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도록 기준을 정하는 것이 좋다. 모둠별 연습 기회를 주어 모둠의 평균치를 측정해보고 그 기준보다 약간 높게 미션을 설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게임의 긴장감과 학생들의 성취감을 위해서 좋다.

<모둠별 전통놀이>

‘협력’ 체력 운동하기

건강 영역에서 주요한 학습활동은 체력 운동이다.

체력 운동이라 하면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스트레칭)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체력 운동에도 ‘협력’ 체육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면 학생들이 함께 격려하며 더욱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팔굽혀 펴기 활동을 할 때도 짝과 번갈아가며 팔굽혀 펴기를 하여 공동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면 효과적이다. 나아가 모둠원이 돌아가며 미리 정한 공동의 목표 개수를 이루어 내도록 발전시킬 수도 있다. 이 때, 체력이 좋은 학생이 너무 많은 개수를 할 수 있으니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협동 밴드를 활용한 다양한 ‘협력’ 체력 운동도 가능하다. 협동 밴드를 활용한 ‘협력’ 윗몸 일으키기, ‘협력’ 다리 들어올리기, ‘협력’ 팔 운동도 할 수 있다. 이때, 어느 한 사람이 너무 힘을 세게 주거나 혹은 약하게 준다면 모둠 전체에 힘의 불균형이 생겨 원활한 운동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서로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몸과 마음의 자세를 바탕으로, 함께하는 ‘협력’의 가치를 몸소 배울 수 있다.

<‘협력’ 체력 운동 활동>

‘협력’ 왕복 달리기

왕복 달리기 활동에도 ‘협력’의 요소를 더하여 수업을 재구성하고 계획해 보았다.

먼저, 점보스택스를 활용한 모둠별 왕복 달리기 활동이다. 이 활동은 자칫 옆 모둠과 경쟁을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때문에 교사의 사전 설명과 안내를 통해 경쟁의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고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모둠별로 한 사람씩 달려가서 점보스택스를 쌓아 놓고 돌아오는 게임인데, 이때 ‘빨리’보다는 점보스택스를 ‘정확히’ 모양과 균형이 맞도록 쌓고 오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점보스택스를 쌓는 모양은(3-6-3 또는 6-6 등) 교사가 여러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급하게 쌓다가 점보스택스가 무너지는 경우, 모둠원이 모두 달려가 다시 쌓는 것을 도와주도록 하는 과정도 학생들이 ‘협력’의 요소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두 번째로, 모둠별 후프탑을 활용한 ‘협력’ 왕복 달리기 활동이다. 후프탑은 6개의 훌라후프를 이용하여 탑 모양을 쌓는 활동인데, 탑을 쌓는 활동에서부터 모둠원끼리의 협력이 필요하다. 모둠원들이 훌라후프를 서로 잡아주고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후프탑을 세울 수 있다. 후프탑을 세운 다음에는 모둠별로 한 명씩 후프탑으로 달려와, 그 아래를 엎드려서 통과하는 후프탑 왕복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 활동에도 ‘협력’이 빠질 수 없다. 후프탑을 통과하다가 학생들이 훌라후프를 조금씩 건드리게 되어 이 후프탑은 결국 여러 번 무너지고 만다. 그 때마다 모둠원들은 다같이 달려와 ‘협력’하여 후프탑을 다시 쌓는 것이다. 여러 번 후프탑을 다시 쌓으며 학생들은 후프탑 쌓기가 혼자서는 하기 힘들지만 여럿이 모이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협력’ 왕복 달리기>

4. ‘협력’하며 이겨내기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상황을 지나 이제 위드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금의 초등학생 고학년들은 지난 3년간의 학교생활이 밝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학교에 오지 못했던 시기와 주 2∼3일 등교하던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가림판으로 막혀있는 책상들이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견뎌 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가림판으로 막혀 지냈지만, 친구들과 악수나 하이파이브도 못했지만, 모둠활동이나 신나는 체육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이제 마스크를 벗은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함께하지 못했던 어둡던 시기를 지나고 보니, 함께 한다는 것이 더욱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협력’ 체육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해보니, 학생들에게서 긍정적인 효과와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모둠활동에 적응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여 활발하게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학생들은 모둠활동보다 개별활동에 익숙해져 있었다. 수업에서 모둠활동을 하면 어색해하고 활동에 참여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이 ‘협력’ 체육수업을 경험하며 모둠활동과 협동학습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도 체육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에서도 함께하는 학습활동에 익숙해지고 더 많은 모둠활동을 원하였다. 이렇듯 교실 수업활동 전반에 있어서 긍정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서울교육의 교육 지표 중 하나는 ‘함께 성장하는 학교’이다. 체육수업에서도 ‘경쟁’과 ‘승패’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협력’의 가치가 먼저 내세워지길 바란다. 우리 학생들이 유래없는 팬데믹 상황을 서로 격려하며 굳세게 이겨냈듯이, 체육수업에서 서로 손을 이끌어주는 ‘협력’의 가치가 학생들에게 앞으로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