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 정수진 명예기자
2021 서울국제교육포럼(2021.8.19.~8.20.)이 ‘생태전환교육, 생명 을 품은 포용의 길’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식전 공연, 환영사에 뒤이어 「지속가능발전과 기후행동을 위한 교육정책의 국제적 흐름: Global Trends in Climate and Sustainability Education Policy」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이 있었다. 「세션Ⅰ」에서는 ‘생태문명전환, 교육으로 가능한가?’라는 핵심 주제 아래 생태위기 시대에 직면한 세계 시민으로서 나아갈 방향을 ‘교육’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세션Ⅱ」에서는 ‘생태전환교육,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핵심 주제 아래 세계 시민으로서 행동해야 할 ‘실천’의 관점에서 강연 및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각 세션 마지막 순서에서는 토론을 통한 소통의 자리가 마련되었으며 「세션Ⅱ」 직후 진행된 자유 토론 시간에는 ‘기후세대와 교육감의 만남’이 있었다.
기조 강연
기후 및 지속가능성 교육 정책의 글로벌 동향
발표자 : 마르시아 맥켄지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앞으로의 환경 관련 교육은 ‘지속가능성’,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등의 개념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으며 기후변화 교육 정책을 연구하는 글로벌 연구팀들이 도출한 기후변화 교육정책 관련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 교육에 대한 전인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교수·학습에 있어서 인지적, 심리· 사회적, 행동 지향적 측면을 통합하여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 교육에 대한 범제도적 접근법이 중요하다. 학교, 지역사회, 유관 기관들을 총 망라하여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구축된 거버넌스 내의 모든 활동 및 필수과제에 기후 행동을 포함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세션Ⅰ. 생태문명전환, 교육으로 가능한가?
1. 자연과의 새로운 협약으로
발표자 : 에릭 안데르센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교수 및 동대학교 회복센터 수석연구원)
인류가 직면한 문제: 생물 다양성의 소실
에릭 안데르센 교수는 전 세계 생물다양성의 소실에 주목했다. 현재 육지 척추동물의 70%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심지어 개체수 250마리 미만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환기시켰다. 그는 생물다양성의 소실을 ‘윤리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인간에게는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이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 권리가 없다고 하였다. 다음으로는 ‘인식론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고 말하였다. 생태계가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에게 어떻게 중요한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재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안
그는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의 가치관과 행동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물종의 존재 이면에 숨겨져 있는 생태를 들여다보고 이해할 능력이 필요하며, 이것은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 제도, 인프라, 교육 등에서 기회와 행동 공간을 정확하게 이해하자.
- 생태계가 지닌 다양한 가치 및 상호 의존성을 서로 다른 분야에 논리적으로 연결하자.
-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자연을 새롭게 이해하고 체감할 방법을 찾자.
2. 교육: 지속 가능한 세계로의 전환을 위한 촉매제
발표자 : 아르연 왈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 교수, 유네스코 위원)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자
아르연 왈스 교수는 현재 인류가 살아가는 ‘인류세(Anthropocene, 인류가 살아온 수십억 년 중 최근 수백 년을 가리키는 시기)’에 주목하여, 이 시기에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방식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극심한 생물 다양성 손실, 급격한 기후 변화, 팬데믹의 부상, 심각한 부의 불평등’처럼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위기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거버넌스(크고 작은 자치 정부, 경제계, 교육계 등)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는 지구를 치유하고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질과 역량의 개발이 시급하며, 이것은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 방식의 전환
그가 말한 자질과 역량은 시스템 사고, 비판적 사고, 윤리적 사고, 공감과 돌봄 등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장소 학습, 탐구 학습, 체화 학습, 전환 학습, 경계 넘기 학습1등을 통한 생태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르연 왈스 교수는 교과 수업을 통한 분절적 접근 방식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생태교육은 학교 전체를 관통하는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어야 하며 학교 외 공간(예: 평생 교육의 공간)에서도 학교 못지 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 생태위기 시대, 지속 가능한 교육의 요청
발표자 : 심성보 (한국교육네트워크 이사장 및 부산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생태교육: 모든 교육과정을 관통하는 교육 원리
심성보 교수는 ‘생태계 파괴의 시계를 멈추고 원인과 결과를 진단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지금까지의 교육이 생태적 소양을 갖춘 시민을 기르는 데 실패하였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지금부터라도 생태적 소양을 갖춘 현대인을 양성하기 위한 ‘생태교육’을 실현해야 하며 이는 하나의 교과라기보다는 모든 교육과정을 관통하는 교육 원리로 구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지속 가능한 생태교육을 위한 학교 및 마을교육공동체2의 역할
그는 생태위기 시대를 맞이한 현대 사회의 학교는 생태적 교육과정의 실천적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학생들은 ‘학교’를 통해서 생태위기에 대한 구체적 삶의 실천을 몸으로 익혀야 하고 그것은 반드시 ‘마을’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마을 전체 주민들이 생태교육의 필요를 인식하고, 생태전환적 실천을 위해 참여와 희생을 공유해야 하며 학교와 마을교육공동체가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션Ⅱ. 생태전환교육,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1. 생태적 전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 프레임워크
발표자 : 스테파니아 잔니니 (유네스코 교육부 사무총장보)
2020년 유네스코에서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참여자의 67%는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도전과제로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꼽았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교육이라고 답했다. 스테파니아 사무총장보는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자연과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가 지닌 마음가짐의 변화에 관한 것으로, 우리의 행동, 경제, 삶의 시스템에 있어서 대전환이 필요하며, 교육이 이러한 전환을 앞장서서 이끌어가야 한다고 했다.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 ESD)은 변혁적인 생태 전환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통해 사람들은 지구를 위한 가치관 및 학습 태도를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학습자는 비판적 사고, 공감 능력, 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 같은 필수 범교과적 역량을 습득할 수 있다. 스테파니아 사무총장보는 “ESD는 우리가 생태계의 겸허한 일원으로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경제 성장 및 지구 환경의 파괴를 이끄는 개발 지향적 방향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일종의 나침반과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유네스코 회원국들은 지속가능성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 역량 강화 프레임워크인 2030 지 속가능발전교육(ESD for 2030)을 채택했고 이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5가지로 설명했다.
지난 5월 유네스코가 주관한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 컨퍼런스에서 약 3천여 명의 교육 및 환경 관련 참석자들은 환경 및 기후 행동이 주요 교과 과정이 되도록 하고 ESD를 모든 차원의 교육에서 근간으로 삼기로 약속했다. 또한 베를린 선언 채택을 통해 모든 유네스코 회원국은 2030 지속가능발전교육 로드맵 이행을 위한 과업 수립을 요청받았다. 끝으로 스테파니아 사무총장보는 “학습의 전환, 더 나아가 세계의 전환에 필요한 협력을 위한 새로운 국가 과업에 여러분 모두가 참여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전했다.
2. 코로나19 팬데믹과 생태적 전환
발표자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생태적 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조류 독감 집단 폐사, 호주의 산불 등 인류가 초래한 재앙은 유전자 다양성 고갈 때문이며 기후의 변화는 이를 더 가속화한다. 최 교수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생태학적 불균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예방 접종을 하는 화학 백신,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통한 행동 백신 외에도 생태 백신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즉,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생태적 전환(Ecological turn)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구에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다른 생물들과 공존하기를 열망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인간인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거듭 나야 한다고 말하며 생태 소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3.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통한 생태소양 키우기 도전
발표자 : 배현순 (중앙대학교 연구원)
배현순 연구원은 ‘환경’과 ‘생태’의 의미 차이를 상기시키며 Orr(1992)이 정의한 생태소양을 갖춘 사람을 ‘상관관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보살핌, 그리고 관리하는 태도와 실천역량을 갖춘 자’로 설명했다. 이어 생태 소양을 지식·이해, 기능, 가치·태도, 행동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UN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며 지속가능발전교육 지역전문센터(Regional Centre of Expertise, RCE)에 대해 소개했다. 2020년 기준 RCE 인증도시는 세계 59개국, 179 개 도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내에는 서울특별시 도봉구, 통영, 인천, 울주, 인제, 창원의 총 6개 RCE 인증도시가 있다고 했다. RCE 도봉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지속가능발전 기본조례 제정 등의 선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우리 마을에서 지구별까지 이어지는 17개의 약속’ 초등학생용 ESD 교재를 민·관·학 협업으로 자체 제작하여 타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및 학교에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다양하게 진행해 온 환경 교육에 ‘생태소양’ 개념을 숙지해 학생들이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행동하는 생태시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4.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학생과 함께 그리다
발표자: 정지숙 (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미래교육과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후학교 시설 전환 프로젝트로, 미래형 학교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부터 조성 이후 혁신적 교수·학습 방법 적용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 활동을 포함한다. 정지숙 장학관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핵심 요소 4가지로 공간혁신, 스마트 교실, 학교 복합화, 그린학교를 설명했다. 그린학교의 특징으로는 첫째, ‘탄소중립 제로 에너지학교’로서 고효율 설비를 이용한 에너지 절감 및 태양광 발전을 활용 한 제로 에너지 실현, 냉난방 관리 자동화를 갖추는 것, 둘째, ‘학습과 휴식이 함께하는 생태학교’로서 학교 텃밭, 실내 정원, 주민 휴식 공간, 친환경 자재를 활용한 건강한 공간, 셋째, ‘환경생태교육의 장으로 제공되는 학교’로서 탄소저감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판 설치, 체험형 환경교육 실시 등이 있다. 이러한 그린 학교의 사례로 에너지 자립형 학교인 서울 공항고등학교, 태양광으로 전기 비용을 절감한 충남 정산중학교, 7개월 간 총 65회의 미팅과 1160명이 참여한 미국 아이작 딕슨 초등학교를 소개했다.
5. 학생 자발적 참여(Involvement) 중심의 생태전환교육
발표자 : 마이클 시글러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전문위원)
마이클 위원은 ‘생태문명’의 가치가 내재된 생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핀란드 국가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있는 역량으로 ‘참여(Participation), 관여(Involvement),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 구축’을 소개하며 ‘참여’와 ‘관여’의 차이를 언급했다. ‘참여’는 학생이 교육의 대상이고, 미리 정해진 틀 안에서 활성화되는 존재인 반면에, ‘관여’는 학생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주체’ 그리고 ‘공통 계획을 만들고, 함께 행동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했다. 교육 철학과 접근법에서 ‘관여’가 중요한 이유로 학생의 높은 흥미도, 다양한 관점 반영, 아동의 의견에 대한 존중을 말했다.
이러한 교육적 철학을 바탕으로 실천한 민주시민토론수업은 ‘질문 중심 교육(question-centered education)’이라는 방법을 개발, 적용하였다. 이는 최근 교육부가 강조하는 ‘미래 핵심역량(future core competence)’을 함양하는 방법 중 ‘스스로 기존 구조를 파악, 깨트리기, 새로운 구조를 창조, 새로운 질문을 통해 새로운 해결법을 스스로 유도하는 방법 활용 등’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질문 중심 방법에서는 강연 형식의 수업은 불가능하며 민주적인 질문 중심 교육을 위해서 교사는 아래의 표와 같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민주적인 질문 중심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들
- 민주적 환경 조성 및 유지
- 호기심을 가진 질문하는 태도의 본보기
- 비판적 사고 본보기
- 경청하고 존중하며 듣는 모습의 본보기
- 학생이 생각지 못한 질문 제시(즉, 새로운 관점 기여)
- 성찰하도록 독려하기(관점, 태도, 가치, 사고방식과 알게 되는 방식,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
로버트 마이클 파일은 그의 저서 「네이처 매트릭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변화의 조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제 모두가 그 흐름을 알아차리고 발을 담가야 한다.”
‘생태전환교육’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시작되었다.
서울교육 공동체 모두가 거대한 흐름 앞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