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숙 가재울중학교 교사
1. 4C를 샘솟게 하는 마중물 수업
교과 모임에서 거꾸로 수업과 활동중심 수업에 대하여 논의하던 중 ‘4C를 길러주는 활동이란 무엇일까?’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나는 ‘마중물 수업’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나의 마중물 수업은 다른 교사들이 흔히 알고 있는 프로젝트 학습을 말한다. 오래 전부터 학교를 옮겨 다닐 때마다 나는 ‘이 학교에서는 어떤 마중물 수업을 해볼까?’ 하고 고민을 한다. 똑같은 내용의 프로젝트 학습이지만 학교가 다르고, 가르치는 대상(학생과 학생의 수준)이 다르고 그 학교가 속한 지역이 다르고 학생들이 찾아내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프로젝트 학습의 내용이나 결과도 역시 모두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마중물 수업은 여러 학교를 거칠때마다 더욱더 수정되고 발전되고 있으며, 매번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감탄할 때가 많아지게 되었다.
본고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마중물 수업 내용은 현재 내가 가르치고 있는 가재울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학교 문제를 해결했던 프로젝트 활동에 관한 것이다.
2. 디자인 씽킹, 사최수프를 경험한 마중물 수업
•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사람과 사물(또는 문제 상황)에 대한 공감적 관찰을 통해 문제를 인간(사용자) 중심으로 해석하고, 명확한 문제를 정의한 후 시각적 아이디어 도출을 통해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테스트하는 반복 수행적 혁신 방법론
• 사최수프(사상 최대의 수업 프로젝트) : 학교에서의 배움을 우리 사회의 삶과 실생활에 연계하여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체인지 메이커)을 통하여 ‘배움과 삶과 연계된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신장시키는 프로젝트 학습’
1학년 2학기 기본도형(두 직선의 위치관계, 평행선, 수직, 직교, 도형의 작도 등)을 학습하는 단원에서 디자인 씽킹 활동을 진행했다. 그 수업은 1학년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한 사례였다. 중식 시간에 먼저 식사를 마친 2, 3학년 학생로부터 1학년 학생들이 급식실 앞에서 ‘어깨치기’를 당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을 얘기하는 중에 “샘! 선배들이 너무해요! 급식실 앞에 줄 서 있으면 자꾸 어깨를 치고 가요. 굉장히 기분이 나빠져요.” 등의 하소연을 하곤 하였다. 수학 시간에 그 얘기가 나와서 “아, 그래? 그럼 어떻게 하면 그 문제가 해결될까?”라고 질문을 던졌고 급식실 ‘어깨치기’ 문제에 대하여 모둠별 토론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해결 방법이 나왔고 여러 번의 시도와 수정과 홍보를 거치면서 이제는 2, 3학년 학생들이 1학년 학생들에게 어깨치기하는 사례가 사라지게 되었다. 프로젝트 학습의 작은 사례에서 성공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디자인 씽킹 활동, 체인지 메이커활동 등을 통한 사최수프 활동으로 4C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3. 가재울중 강당의 장애인 경사로 프로젝트
가. 주제 설정 배경 – 문제 찾기
수학시간에 일차함수 기울기에 대하여 학습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경사로 이야기가 나왔다. 이때 학생들은 장애인 작가 협회의 고정욱 작가를 초청하여 강당에서 특강을 들을 때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없어서 고정욱 작가가 스스로 강당의 무대 위로 올라 갈 수가 없었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우리학교의 시설물 어느 곳에도 장애인이 혼자서 가지 못하는 곳은 없는데, 오직 강당의 무대만이 장애인이 스스로 올라갈 수 없는 장소였던 것이다. 자신의 학교에 이러한 시설이 없다는 것에 대하여 학생들은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2학년학생들이 수학시간의 함수 단원에서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강당의 경사로를 제작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들을 모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누구나 언제든지 스스로 경사로를 이용하여 무대 위로 올라가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를 실천하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21세기의 학습자 능력으로 강조되고 있는 4C 역량(창의력, 협업능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과 더 나아가서 인지적 공감능력 함양에 도움이 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함수 단원의 학습이 끝난 후에 강당 장애인 경사로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2학년 학생 전체 7개 반 36개의 팀이 참가하였다.
나. 문제 정의하기
다. 브레인스토밍 과정과 역할 분담
각 팀별로 프로젝트 일정에 맞게 역할 분담을 하고, 어떤 경사로를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해서 시연할 것인지에 대하여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친다.
라. 프로젝트 진행과정
마. 경사로 제작 발표회 및 평가
바. 프로젝트 학습의 결과로 설치된 강당의 경사로
프로젝트 결과로 교장선생님에게 경사로 제작에 관하여 건의했고, 시설팀과 합의를 이루어냈다. 2학년 거꾸로 수업 밴드에 경사로가 설치된 것을 공지하여 학생들과 함께 문제해결의 결과를 공유하였다. 동아리 발표회에서 경사로를 통하여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이 무대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경사로는 강당이 협소한 것을 감안하여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계단 위에 이동식 경사로로 설치되었고 평소에는 계단 옆에 있는 냉난방기 함 옆에 세워 두었다가 필요시 사용하도록 접이식으로 제작되었다.
4. 프로젝트 학습의 결과 및 제언
가. 프로젝트 학습의 결과
본 프로젝트 학습을 경험한 학생들의 소감 및 자기평가의 결과를 보면 학생들에게 4C의 역량은 물론 자기주도 학습력이 신장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협업 활동의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생활기록부에 기록해줄 만한 사항들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나. 제언
Doing Project와 Project Based Learning의 차이점을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단위 학교에서의 프로젝트 학습은 그 학교의 학생들이 주제를 선정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라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지시에 학생들이 따라하는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들에게 4C의 역량을 신장시켜주는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Project Based Learning을 위한 단위학교 내 교과협의회 활성화를 통하여 발전된 프로젝트 학습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