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충암중학교, 교사)
디지털 및 인공지능 소양이 필수가 된 시대
우리는 지금 역사의 대전환점에 서 있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이 우리 삶 속 다양한 영역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기술적 변화가 아닌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거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교육도 그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원격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대한 교사의 인식이 높아졌다. 또한 교육의 디지털화라는 변화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고와 행동양식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2023년 2월 교육부에서는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의 실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발표 내용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5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여 우리 아이들의 학습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2023년 말 우연한 기회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전 프로토타입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어떤 모습일까?
AI 디지털교과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디지털교과서를 말한다. 즉,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하고자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교수・학습자료 및 학습 지원 기능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학습 상황을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의 학습 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교육 주체 간의 소통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전국 교실에 무선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고 통합 로그인을 도입하여 편리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에게는 기본적으로 초기 학습 진단 및 분석을 통해 학생별 최적의 학습 경로 및 콘텐츠를 추천하고 AI 튜터를 통해 맞춤형 학습 지원을 제공한다. 교사는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 맞춤형 처방을 통해 데이터 인식과 분석과정에서 AI 보조교사의 도움으로 빠르고 쉽게 학생들을 파악할 수 있으며, 콘텐츠를 재구성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 학생의 학습 이력, 학생의 정서 등을 데이터 증거 기반으로 관리 운용이 가능하다.
이런 AI 기술을 통해 교사는 지난했던 인식, 평가, 기록의 과정에서 벗어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교사는학생들의 강점과 약점을 쉽게 파악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학습 평가와 기록을 통해 교육 전문가로서 심도있는 코칭과 상담을 할 수 있다.
교실에는 사회문화적·계층적으로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존재하고 이들의 교육 격차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AI 디지털교과서의 기능을 통해 학생들의 개별 학업 성취도에 따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면 이러한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3,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모든 학년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2025년에는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우선 도입하고, 2026년에는 국어, 사회, 과학 과목에 도입할 계획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과거의 디지털교과서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과거 디지털교과서는 인쇄 교과서의 내용을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하는 것이었다. 이는 학습자에게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및 비디오와 같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제공한다. 디지털교과서는 정보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며, 단방향이지만 상호작용이 가능한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교과서는 대체로 정적인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습자 개인의 학습 수준이나 필요에 따라 내용이 자동으로 조정되지는 않는다.
반면 AI 디지털교과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학습자 개인의 학습성향과 수준을 인식하고 이에 맞춰 콘텐츠를 동적으로 조정한다. 학습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개인화된 학습 경로를 제공하고,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추천한다. 또한 학습 진단 및 분석, 맞춤형 학습 지원, 수업 설계 및 맞춤 처방 지원 등의 핵심 기능을 통해 학습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 방식과 속도, 이해도에 맞춰 교육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실현한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는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제공한다. 이를 통해 선생님과 학생 간의 소통이 강화되고, 학부모는 자녀의 학습 진도와 성취도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기존 디지털교과서의 큰 차이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더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며,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 아닐지 생각한다.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업을 하면?
2023년 말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을 적용한 수업을 진행하였다.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적용은 중학교 3학년 정보시간에 진행하였는데, 3단원 문제해결과 프로그래밍에서 논리 연산자에 관한 내용은 평소 학생들이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었다.
수업의 도입 부분에서는 이전 차시에서 배운 입력과 출력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하였고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여 진단평가를 실시하였다.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의 학습상태를 진단하고 분석한다는 점이었다. 이를 통해 보충학습이 필요할 경우 진행하고 불필요 시 바로 개념학습 및 실습으로 진행하도록 하였다.
또한 실습과 형성평가, 자기 설문조사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진행하였다. 학생의 활동을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도록 수업을 구성하였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면서 편리했던 점은 수업에 활용되는 콘텐츠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재가공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학생들은 교사가 설정한 수업을 바탕으로 진행하는데, 크게 구성을 보면 진단평가, 개념학습하기, 형성평가, 자기 설문조사로 구성하였다.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의 현재 상태를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보충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보충학습 자료가 제공된다. 아직은 프로토타입이다보니 제한적으로 콘텐츠가 제공되었다. 진단평가의 특징은 정보 교과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래밍 실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객관식이나 주관식과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실습을 통해 학생의 현재 학습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였다.
본 수업은 사례를 통해 학습 개념을 찾아 활동할 수 있는 콘텐츠를 탑재하여 학생들의 학습 참여를 유도하였다. 퀴즈 형식으로 되어 있다보니 학생들이 몰입하여 참여할 수 있었다.
정보 수업은 실습이 많다 보니 교사는 매우 바쁘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한 수업에서는 실습이 매우 수월했다. AI 디지털교과서 안에 AI 튜터가지원되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AI 튜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실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짝수를 찾는 알고리즘을 모르거나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려울 때 AI 튜터에게 질문을하면 해결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또한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진행률, 이해도를 한눈에 파악하고 학생 개개인의 성취 수준을 확인하고 분석해 주니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치며
AI 디지털교과서가 프로토타입이라 기대했던 완전한 기능을 모두 체험해 봤다고 할 수 없지만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실에 도입되게 되면 이전에 꿈도 꾸지 못하였던 학생 맞춤형 수업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모든 학생의 학습 상태를 파악하고 분석하여 이와 관련된 학습자료를 준비하는 일련의 교사의 준비 활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겼는데,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서는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 설계 및 수업 진행 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 활동이 데이터로 저장되어 교사가 자신의 교수활동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교사는 수업의 효과성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여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을 통해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