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황 (서울성일초등학교, 교사)
단지 막연하게 대학원을 학력의 일환으로 다니고 싶지는 않아, 꼭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겼을 때 진학하리라 마음 먹은 상태였다. 게다가 평소에 좋아하는 교과가 많아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교과 간 융합을 하여 가르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학원을 진학한다면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이러던 찰나에, 작년 봄, 우연히 전국적으로 AI융합교육대학원 1기를 모집한다는 공문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 딱히 교과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융합’이 전공이라는 점이 내 스타일과 잘 맞는 것 같아 설렜다. 무엇보다 AI, 각종 소프트웨어 신기술 등을 활용한 교수법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결국 많은 대학 중에 서울의 중앙에 위치하고 교통도 좋은 중앙대를 선택하였고 지금은 3학기 차로서 반환점을 돌고 있다. 이 글에서는 대학원 과정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현재, 이 과정을 다시 성찰함으로써 AI융합교육대학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어떠한 영감을 주었는지 편안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배우나?
AI융합교육대학원은 이미 가본 길이 아니기 때문에 융합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한 커리큘럼을 교수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니 주인의식이 생기지만, 우리가 1기생이기에 졸업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욕적인 동기 선생님들은 진로에 대한 책임감과 동시에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내가 다니고 있는 중앙대 AI융합교육대학원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먼저 1학기는 미래교육에 관한 고민으로 시작되어, 2학기에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3학기에는 AI를 융합한 교수 설계를, 4학기에는 구체적인 사례를 실습하고, 마지막 5학기는 현장 연구를 실시한다. 강의는 인공지능 융합교육과 관련된 최신 아티클에 대한 발제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미래교육 방법에 대한 풍부한 의견을 공유하며, 나아가 내가 설계한 융합 수업에 대해 같이 토론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점도 대학원의 장점이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현재까지 모든 강의는 ‘줌(Zoom)’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실시되었다. 많은 동기 선생님들이 처음에는 대학 캠퍼스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는 것에 속상해하셨으나 지금은 많이 적응하신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미래교육을 열어가는 열정적인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서 같이 프로젝트 연구를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게다가 AI대학원을 제대로 다녀보고자 중앙대가 있는 흑석동으로 혼자 사는 집을 옮긴 나로서는 창문 밖에는 대학 건물이 보이지만 캠퍼스 내에서 수업받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매주 발생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배움의 순간들
현재까지의 강의 중 나의 교육 철학과 교육 방식에 큰 감명을 준 강의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의적 교육문제해결’, ‘지능형 교육시스템의 이해’이다. 두 강의는 학교 현장에서 이상과 실제의 괴리가 큰 ‘과정 중심평가’와 ‘개별화 교육’의 실마리를 찾게 해주었다. 우선 빅데이터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제 빅데이터의 발달로 인해 큰 결정을 앞두고 개인의 감만 믿는 행동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정부의 정책을 결정하거나 사장이 투자를 결정할 때 리더의 감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여 근거가 있는 결정을 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교사 또한 근거 없이 개인의 판단으로만 평가하여 타당도, 신뢰도를 갖추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정중심평가가 잘 실시될 수 있는 시스템의 존재가 곧 미래교육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교사가 알다시피, 과정중심평가는 결과만 보지 않고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을 존중하며 과정 안에서의 발전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학생의 진정한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이다. 하지만 과정중심평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종합적인 학습, 수행 과정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학급 내 20명이 넘는 학생에 대해 한 명의 교사가 수업 시간에 개별적으로 과정중심의 평가를 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1교실 2교사제’가 좋은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현재 이 정책은 학급 경영 가치관 충돌 등의 이유로 다수 교사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클라우드에 기록된 학생들의 수행 과정 전반의 데이터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AI를 통해 개별 학생에게 맞는 피드백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1교실 1교사 1AI(또는 2개 이상의 AI)’가 되어 교사가 교육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나는 AI를 통해 ‘과정중심평가’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이어서 해볼 생각이 다. ‘지능형 교육 시스템의 이해’는 3학기 차인 이번 학기에서 학습하고 있는 강의다. 지능형 교육 시스템은 인공지능이 학생과 상호작용하면서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적절한 학습 내용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개별화 학습’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로서는 위계가 확실한 수학, 물리, 영어 등의 과목에서 주로 연구되어 ‘똑똑 수학탐험대’, ‘AI 펭톡’ 등의 지능형 교육 시스템이 공교육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교사로서 학생 개별적으로 적절한 비계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나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이 부분을 해결해주면 교사가 학생을 일일이 이해하고 효율적인 맞춤 지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6학년을 대상으로 간단한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할 때 매우 좌절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6학년 학생들조차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이나 간단한 인터넷 검색도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많아서 코딩 교육보다 컴퓨터 자체를 먼저 가르쳤었다.
작년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원격수업을 처음하는 학생과 교사를 모두 당황시켰지만 결국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디지털 소양을 기를 수밖에 없었고, 코로나19로 촉진된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수업은 교사들의 교육 방법을 유연하게 변화시켰다.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탄생시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AI가 2022 교육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학교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이 또한 교육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AI융합교육대학원 1기생으로서 AI 교육과 미래교육이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실시되도록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의지와 함께, 5학기의 반환점인 3학기에서 해이해지고 있던 마음을 다시 바로잡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