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6 봄호 (222호)

학교업무정상화를 통한 학교의 변화 ‘응답하라 효문중 2016’

권수현 / 효문중학교 교감

가. 효문중학교의 실태
효문중(교장 김경기)는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인 도봉구 쌍문동 외곽에 위치한 18학급의 소규모 ‘교육복지특별지원학교’이다. 교육복지사업의 대상 학생 수가 전체(560명)의 20%(145명)가 넘는 어려운 환경에서, 학습지도보다는 기본생활습관지도가 더 시급한 학교이다. 소선도위원회 등 선도위원회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2014년도에 15차례, 2015년도는 그나마 줄어서 12차례 열렸다. 따라서 선생님들도 전보 시 선호하지 않는 ‘전보우선지원학교’이다. 간혹 순수한 사명감으로 지원하시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1) 학생
본교의 학생들은 대체로 가정의 관심과 관리를 받지 못해, 자존감이 낮고 행동과 말이 거칠어 선생님들이 지도하기가 버거운 학생들이다. 눈높이에 맞추어 학생들의 입장에서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에게는 마음을 열고 신뢰를 보내기도 하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선생님들에게는 너무나 힘겨운 학생들이다. 매년 3학년 재학생의 30% 정도가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있다.

2) 교사
18학급 교사 정원 34명, 교장ㆍ교감ㆍ보건ㆍ상담교사를 제외하면 일반교사 30명이다. 그 대부분 선생님들은 지원하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본교에 전보되었을까? 의아해 하고, 교육청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라며 체념하기도 하는 분위기였다.

나. 변화의 시작
그러다가 2014년 9월 교장선생님과 교감이 동시에 새로 부임하였을 때, 선생님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학교가 변해야 하겠다! 그래야 교사도 살고, 학생들도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라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부별ㆍ교과별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학교의 변화’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변화의 방향과 방법에 대하여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드디어 2014년 12월 연말 교육활동 평가회에서, 선생님들은 그동안 느꼈던 문제점들과 해결 방안에 대하여 긴 시간 허심탄회하게 토론하였고, 그 결과 학교체제를 실제적인 ‘학년 생활지도부제’로 바꿔 담임교사들은 생활지도와 수업에 집중하고, 교육행정업무는 비담임들이 맡아 학년부를 지원하기로 협의하였던 것이다. 실제로 생활지도부장을 맡길 선생님도, 맡으시겠다는 선생님도 없었기 때문에, 학년부가 생활지도부 역할을 맡는 것에서부터 본교의 ‘학년부제’가 시작되었다. TF팀(학교업무정상화 추진팀)이 겨울방학 동안 회의를 거듭하여, 소규모 학교지만 ’18명 담임들의 학년 생활지도부’와 ’12명 비담임들의 교육행정 지원부’의 이원화 체제 업무분장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아래 <표 1>은 지난 1월 중 협의한 것으로, 2016년의 변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6-6-6 학급에서 5-6-7학급으로, 교사 정원도 1명 늘어 일반교사 31명으로 늘어남, 1학년 자유학기제 시작 등).



본교 업무분장의 특징

학년부 → 생활지도부
본교의 가장 큰 문제는 생활지도- 지각 안하기, 실내화 신기, 교복 바르게 입기 등 학생들의 기본생활습관 지도였다. 기본생활습관이 지켜지면 학습 분위기도 조성되리라 기대하였다. 자치위원회가 매년 12~15회 정도 열리고, 소규모 학교임에도 지킴이 2명이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선생님들은 도무지 변화가 보이지 않는 학생 생활지도에 지쳐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고, 생활지도부 중심의 생활지도는 한계에 다다르기 때문에, 학년부가 각 학년의 생활지도부로서 생활지도를 책임지도록 하였다. 따라서 본교는 3개의 생활지도부 체제가 되었다. 기존의 생활지도부 업무는 학년별로 나눠, 공문 처리는 2학년부에서 맡고, 자치위원회와 선도위원회는 각 학년별로 주관하게 되었다. 어깨동무Ⅱ 사업도 병행하여, 학년별·학급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였다.

1인 부장의 교육지원부
소규모 학교라 18명 담임들이 학년부에 배치되니, 교육행정지원부서는 12명의 비담임들로 조직할 수밖에 없었다. 교무부만 4명이고, 연구부·복지상담부(복지+진로진학상담)·예체능부(방과후+체육)는 2명, 융합정보부(과학+정보)와 창의체험부는 1인 부장이었다. 이 12명이 다시 2~3학급의 부담임을 맡아야 했고, 인문사회부 관련 업무는 복지상담부에서, 창의체험부는 자치와 동아리활동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되도록 학교 업무를 집중·간소화하여 교육행정지원부서에서 맡으려 하였으나, 학년부와 밀접한 교복 구매, 교복 물려주기, 수련체험활동, 진학지도 등은 학년부에서 담당하였다. 출결 정리, 생활지도 사안 처리 등 기본 학년 공통업무 외에 올해 1학년은 자유학기제, 2학년은 생활지도부 공문처리, 3학년은 수련체험활동을 총괄할 예정이다.

교사 희망에 따른 업무 배치
새로운 업무분장에 따라 ‘업무 희망서’를 받아, 인사자문위원회에서 담임과 비담임을 심의한 결과, 모두 본인의 희망대로 학년부와 교육행정지원부에 배치되었다. 단, 담임의 희망 학년 이동은 있었다. 어느 한 쪽으로 몰리지 않을까 우려하였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주로 건강과 육아문제 등) 담임업무가 부담스러웠던 교사는 공식적으로 비담임이 될 수 있었고, 반대로 교육행정업무보다 학급 담임을 선호하는 교사는 학생 생활지도와 수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업무분장 배치 만족도가 높았다.

변화가 느껴지는 학교

학교 환경 변화
학년부 중심 체제를 지원하기 위해, 겨울방학 동안 학교 시설을 정비하였다. 학급에 있던 컴퓨터와 책상을 치우고, 모든 교사가 노트북을 지참하도록 새 교탁을 준비하여 교실 분위기를 쇄신하였으며, 각 학년의 학급이 위치한 층에 동 학년부교무실(회의실 포함)을 설치하였다. (남은 예산을 모아 모아……. ) 또한 청소 도우미를 종일 기용하여 학교 실내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함으로써, 개학 후 교사와 학생들에게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땡종땡시’
우선 수업시간 지키기를 통해 학습 분위기와 기본생활습관지도를 조성하고자 하였다. 교장선생님이 제안한 ‘땡종땡시’ 는 종소리와 동시에 교사와 학생이 입실하여 수업이 시작되는 것인데, ‘땡종땡시’를 통해 학년 초 기본생활습관과 학습분위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였다. 일단 종소리가 나면, 각 층 학년 교무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빠른 입실을 독려하고 지킴이들은 호루라기를 불어 수업분위기를 조성했다. 교장선생님은 상징적으로 3월 한 달간, 교감선생님은 몇 달 동안 ‘땡종땡시’가 자리 잡도록 종이 울리면 복도에서 함께 지도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작년에는 종 울리고 10분이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생활지도 변화
학년부에서는 학년별로 생활지도 계획을 세워 추진하였다. 지각하면 학교에 남겨 공부를 시키거나 사안이 발생하면 담임들로만 구성된 1차 소선도위원회를 열고, 재발 시 교감선생님도 참석하는 학교선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2015년도에는 선도위원회가 16번 열렸는데 그중 3학년이 8번이었다. 소선도위원회는 학년부에서 열고 문서결재도 하지 않고 구두로만 보고하도록 하였다. 자치위원회는 12차 열렸다. 다행인지 주로 1학년 학생들의 단순 폭행 사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자 1학년부에서는 복지상담부에 지원을 요청하였고, 복지상담부에서는 인근 대학의 건강심리연구센터와 연계하여, 도봉구 혁신지구 사업의 하나인 학생들의 정서 안정프로그램을 6차시 진행하기도 하였다.
학년부는 학년부 소속 교사간의 유대와 소통에 부서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학년부의 결속을 위해서는 부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와도, 학생과도, 학부모와도 소통이 되는 열린 마음을 가진 부장의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

중점 교육활동
본교는 학교업무의 집중과 간소화를 통해 본교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교육활동을 선정하였다. 첫째, 학년부의 생활지도 강화다. 3개의 학년부가 3개의 생활지도부가 되어 각 학년의 생활지도를 책임지는 것이고, 둘째는 모두가 하나 되는 교육복지사업이다. 다양한 교육복지 프로그램을 통하여 모든 학생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셋째, 꿈과 끼를 키우는 문·예·체 교육 활성화다. 동아리와 학년말 전환기 수업, 국어과 교육과정 등을 통해 여러 단체의 문·예·체 강사 지원을 받아, 전 학년이 인근 구민회관을 빌려 뮤지컬 발표회를 열어 학생들 스스로 자신감과 표현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연말에 우수사례 5건을 제출하여, 학교체육활동과 생활교육영역에서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다.
학교 구성원들의 염원인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한 자체 방안으로 학년부 중심 체제를 실시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연말 교육활동 평가회에서 설문조사 결과는 아래 그림처럼 ‘성공적’으로 나왔으며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설문조사 결과표)


앞으로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장점

생활지도 강화
학생 생활지도 업무의 생활지도부 총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모두가 기피하는 업무이며, 부장 선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인 생활지도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결국 대안책이 학년부에 의한 생활지도 책임 방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담임과 비담임 업무 이원화
종래는 비담임을 원해도 학교와 교과의 상황에 따라 담임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도 있었지만, 학년부 체제에서는 교사 개인의 상황에 따라 공식적으로 담임도, 비담임도 희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담임은 생활지도와 수업에 전념할 수 있고, 비담임은 교육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학년부 체제에서 교감의 임무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년부 간의 소통과 업무 조율, 교육행정업무의 총괄 등 신경 쓸 부분이 더욱 많아졌다. 어떤 때는 학년 통합 생활지도부장인 듯도 하고….

개선점

비담임 대우 개선
현재 담임은 담임 수당이 지급되고, 학폭가산점도 부여되며, 성과금 평가 시에도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학년부와 교육행정지원부 체제에서는 담임과 비담임간의 불평등 대우가 개선되어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학년부 교사 간 유대의식 강화
학년부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년부 교사들 간의 유대의식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 협조가 되지 않으면 어려워지며, 특히 학년부장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기타- 업무의 균등화에 따른 어려움

학교마다 담임을 맡기기도, 교육지원업무를 맡기기도 어려운 교사들이 1~2명 있기 마련인데, 학교의 규모가 크거나, 기존 체제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업무 부담으로 묻어갈 수도 있으나, 학년부 체제에서는 담임이든지 교육지원 업무든지 확실히 한 영역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상 어려움이 있었다.
이와 같이 본교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를 살리자’는 절실한 심정에서 자발적으로 운영하게 된 것이 학년부 중심 체제였으며, 18학급의 소규모 학교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꼭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추어 운영하였다. 드러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은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며, 일단 학교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과 그 가운데 모든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에 의의가 있었다.